圓의 비밀10(작성자; 손진길)
이른 새벽에 잠이 들었지만 윤하선은 몇시간 자지 아니하고 아침 일찍 잠을 깬다. 자신의 오피스텔이 아니라 하세가와 교수의 저택인 남의 집인지라 오래 자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다. 그리고 그는 오늘 자신이 할 일을 마음속으로 정리해본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한다; “일본인인 하세가와 교수의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발견한 ‘이사야 765’의 비밀을 말하지 아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옛날 앗수르제국이 북조 이스라엘왕국에 행한 것처럼 일본이 장차 한반도를 점령하고 한민족을 말살하려고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언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들의 기분이 많이 상할 것이다. 그러니 완전한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는 일단 덮어두는 것이 상책이다”.
윤하선이 아래층 거실로 내려오자 하세가와 교수가 텔레비전으로 아침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그의 부인인 히로꼬는 조반준비를 식당에서 하고 있다. 윤하선이 아침인사를 하자 반갑게 응대한다. 조금 있으니 유끼꼬가 벌써 예쁘게 화장을 하고서 내려온다.
그 모습을 보고서 히로꼬가 살짝 입을 가리고 웃는다. 평소 집에서 아침식사시간에 화장한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벌써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내려오고 있으니 그것이 속으로 우스운 것이다. 역시 한국청년인 윤하선을 딸 유끼꼬가 내심으로 엄청 좋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하세가와 교수가 먼저 입을 뗀다; “나는 간밤에 이사야 선지서를 읽어보았는데 도무지 ‘이사야 765’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 실마리를 찾지 못했어. 윤군은 좀 알아낸 것이 있는가?”. 어느 사이에 ‘윤상’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윤군’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윤하선이 고개를 가로로 흔든다. 아직은 자신이 알아낸 비밀을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식사를 끝낸 다음에 하세가와 교수가 딸 유끼고에게 말한다; “유끼꼬야 너는 오늘 윤하선과 함께 경찰서와 신문사에 들러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한번 알아보아라. 혹시 소득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끼꼬가 얌전하게 ‘하이’라고 대답한다. 히로꼬는 후식까지 차려낸다. 그만큼 윤하선의 대접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양치질을 간단하게 한 다음에 윤하선이 유끼꼬와 함께 집을 나선다. 먼저 지하철을 타고서 ‘한양신문사 동경지국’을 찾아간다. 지국장을 만나서 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의 소식을 묻는다. 그러나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한다. 실망을 하고서 지국을 나서려고 하는데 뒤에서 여직원이 윤하선을 부른다.
그 여직원이 손에 책이 든 봉투를 하나 가지고 온다. 그것을 윤하선에게 주면서 말한다; “어제 오후에 저희 지국으로 택배가 하나 왔어요. 이것이 그것인데 윤치국 특파원에게 보내온 것입니다. 혹시 윤기자님을 찾는데 도움이 될지 몰라서 제가 조카분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그 여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것을 받아서 바깥으로 나온다.
혹시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잠시 옆 골목에 들어가서 유끼꼬와 함께 그 소포를 뜯어본다. 예상과는 달리 일본어로 된 책이 한권 나온다. 그리고 아무 쪽지도 없다. 실망을 하고 있는데 유끼꼬가 말한다; “윤상, 그 책 속에 혹시 어떠한 표시나 기록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옳은 말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책장을 일일이 넘기면서 세심하게 살펴본다. 그러자 뒷표지 안쪽에 책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나까소네 마사오’. 급히 소포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확인해본다. 택배로 보낸 것인데 앞면의 받는 사람이 ‘한양신문사 동경지국 윤치국 특파원’이고 뒷면에는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역시 ‘나까소네 마사오’라고 적혀 있다.
그것 뿐이다. 보낸 사람의 주소나 전화번호가 일체 없다. ‘어디 가서 ‘나까소네 마사오’라고 하는 인물을 찾을 수가 있을까?’. 아득하게 생각하고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윤하선이다. 그때 유끼꼬가 급히 자신의 핸드폰을 가지고 구글에서 검색한다. 그리고 즐거워서 말한다; “역시 제 짐작이 맞아요. 그 이름 ‘나까소네 마사오’가 정치적인 인물이예요. 일찍이 좌익성향을 가진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어요”.
윤하선이 놀란 듯이 유끼꼬를 쳐다본다. 참으로 재기가 넘치는 여성이다. 어떻게 핸드폰으로 그 이름을 검색할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나까소네 마사오’라고 하는 인물이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간파를 한 것일까? 자신보다 5살이 적은 유끼꼬가 훨씬 신세대 여성으로 보인다.
그러자 유끼꼬가 말한다; “윤상, 제 얼굴만 쳐다보시지 말고 함께 실종신고가 되어 있는 관할경찰서로 가서 이 인물 ‘나까소네 마사오’에 대해서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가 어떻게 윤치국 기자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윤치국이 얼른 고개를 끄떡인다.
‘윤치국 실종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관할경찰서에 들렀더니 실망이다. 벌써 윤치국 기자가 실종이 된 지 열흘이나 되었지만 수사에 아무런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나까소네 마사오’라고 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최근의 정보를 얻을 수가 있어 그것이 다행이다. 경찰서의 담당형사가 컴퓨터로 조회를 하더니 그 인물이 지금 다른 경찰서에 입건이 되어 있다고 말한다.
유끼꼬가 급히 물어본다; “무슨 죄목으로 입건이 된 것입니까?”. 그 형사가 짧게 대답한다; “여기 컴퓨터에서는 ‘국가기밀 누설죄’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슨 스파이 활동을 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그 경찰서로 가서 한번 당사자를 만나 보시지요”.
윤하선이 유끼꼬를 따라서 그 경찰서로 찾아간다. 자신들이 ‘나까소네 마사오’의 친구들이라고 말하면서 면회를 신청하자 순순히 만나게 해준다. 나까소네 상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말한다; “저는 한국에서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알기 위하여 찾아온 그의 조카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혹시 어저께 이 책자를 저희 삼촌에게 택배로 보내신 적이 있습니까?”.
그는 소포를 확인한 후에 말한다; “제 이름은 틀림이 없지만 제가 보낸 택배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당신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은 맞군요. 저는 일본에서 윤치국 기자가 만나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한일간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최근에 우리 두사람이 찾아낸 정보 하나가 문제가 되어서 저는 이렇게 구속이 되어 있고 윤상은 몸을 피한 것이겠지요. 그 이상을 제가 모릅니다”.
분명히 막냇삼촌의 실종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윤하선은 급히 물어본다; “두 분이 알아내신 그 비밀정보를 저에게 말해줄 수는 없습니까?”. 나까소네가 고개를 가로로 흔들면서 말한다;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그 기밀을 일체 누설하지 아니한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일본의 정보기관으로부터 강력한 강요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그 말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단호한 거절이다. 그런데 ‘나까소네 마사오’가 면회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슬쩍 한마디를 한다; “윤치국은 최근에 ‘이사야 765’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요. 그가 나와 그 기밀을 탐지한 후에 스스로 자신의 별명을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참 기지가 넘치고 유머가 있는 좋은 친구이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고 안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은 눈을 질끈 감는다. 자신이 밤중에 알아낸 그 이사야의 예언과 깊이 관계가 되어 있는 것이 바로 그 일본의 기밀이다. 그것 때문에 막냇삼촌이 실종이 되고 있다. 그런데 ‘나까소네 마사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실종을 가장한 피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은 다행이다. 그러한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유끼꼬와 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윤하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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