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3. 18:15

圓의 비밀8(작성자; 손진길)

 

윤하선과 유끼꼬는 그 정도의 정보만 수집한채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떠나 다시 후쿠시마 현으로 향한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환경단체 후쿠시마 560을 이끌고 있는 나나사마의 저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빠른 열차를 이용하여 유끼꼬와 함께 급히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나나사마를 만나서 윤하선은 자신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방문하여 새삼 알게 된 사실을 알려주고 그로부터 막냇삼촌 윤치국의 이야기를 좀더 듣고자 한다. 지금의 윤하선으로서는 윤치국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다. 그래서 잠시도 쉬지를 못하고 다시 열차편으로 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한성고등학교 국사선생인 윤하선은 자신에게 주어진 3주에 불과한 여름방학 기간내에 막냇삼촌을 찾고 윤치국이 추적하고자 했던 그 비밀도 알아내야만 한다. ‘도대체 한일간에 무슨 일이 긴박하게 발생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일본의 위정자들이 숨기고 있는 사실들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을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윤하선 자신이 과연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회의가 몰려온다. 그래서 윤하선의 눈이 멍하게 풀리고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유끼꼬가 그의 손을 잡는다. 그 손에 힘을 주면서 말한다; “윤상, 힘을 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제가 열심히 3주간 도울 테니까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밝혀보세요. 그래서 일본과 한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도록 하세요. 저는 그것을 원해요…”.

윤하선은 유끼꼬가 일본여성이지만 참으로 고마운 동역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눈을 쳐다보면서 고맙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유끼꼬의 마음은 그 이상이다. 그녀는 동역자가 아니라 자신은 윤하선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째서 그녀가 일본남자가 아닌 한국청년 윤하선에게 그렇게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도 운명인가 보다?...

두사람이 열차에서 내린 후 자동차를 렌탈하여 나나사마의 저택으로 향한다. 그 집에 도착하자 윤하선이 대문에 있는 벨을 힘껏 누른다. 집안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대문에 장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통하여 울려 나온다; “도나다데스카?”. 윤하선이 주저함이 없이 대답한다; “강고꾸까라 기따 윤하선도 모오시마스. 나나사마니 아이다이데스”.

큰 대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그 대신에 게라지가 열리고 안에서 한사람이 나온다. 그는 전번에 만났던 그 환경운동가이다. 그가 윤하선과 유끼꼬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서 한번 골목을 두루 살펴본다. 그 다음에 윤하선에게 자동차를 그 게라지 안으로 숨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두사람을 나나사마가 있는 지하실로 안내한다.

여전히 발이 쳐져 있고 그 안에서 나나사마의 탁한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벌써 히로시마와 나카사키 현장을 다녀왔군요. 그래 무슨 정보를 알아냈습니까?”. 윤하선이 요령 있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첫째로, 8년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갈수록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방 백리 안에 있는 주민들을 모두 소개시켜야만 하는데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나사마가 갑자기 꺼억하는 소리를 낸다. 윤하선이 잠깐 말을 끊고 기다린다. 그러자 나나사마가 말한다; “괜찮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지요”. 윤하선이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방사성 오염수가 지금까지 조금씩 바다로 흘러 들어 동경 이북의 동해에서 잡힌 생선은 방사능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현상은 지금 겨우 가두어 두고 있는 오염수를 정화하지 아니하고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일본정부가 계획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태평양 전체가 방사능 오염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브라인드 안이 조용하다. 그래서 윤하선이 이어서 말한다; “셋째로, 19458월 곧 74년전에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가 되었기에 그 피해를 피폭자들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입고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말미암아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지금도 대물림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로 말미암아 그와 동일한 현상이 장차 발생할 것입니다. 그것이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비극입니다…”.

나나사마의 거칠고 침울한 목소리가 발 안에서 다음과 같이 울려 나온다; “윤하선 상 당신의 말이 윤치국의 말과 별로 다르지가 않군요. 숙질 간에 같은 내용을 취재한 것입니다. 사실 나는 윤치국 특파원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방문한 후에 이곳으로 다시 와서 나를 만났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먼저 말해주지 아니했어요. 그것은 무슨 다른 정보가 있는가 나중에 당신에게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윤하선과 그 옆의 유끼꼬가 하고 놀란다. 나나사마의 지략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그러한 반응을 블라인드 안에서도 확연히 느끼고 있는지 나나사마의 말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가 윤치국으로부터 들은 이상한 말을 하나 전해주어야 하겠군요…”.

윤하선과 유끼꼬가 일순간 긴장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윤치국은 석 달 전에 나를 떠나가면서 수수께끼를 하나 내었지요. 그것은 내가 후쿠시마 567’이라는 암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는 앞으로 자신을 이사야 765라고 불러 달라고 하더군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혹시 윤하선 상은 그 의미를 짐작하겠어요?”.

윤하선이 어리둥절해 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성경 구약의 대선지서를 저술한 이사야가 어째서 765로 불리게 되면 막냇삼촌인 윤치국을 의미하게 된다는 것일까?’. 성경을 많이 읽어본 윤하선이지만 그 의미를 모르고 있다. 그래서 정직하게 대답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성경 구약에 있는 이사야 선지자의 이름에 765라는 숫자가 붙게 되면 어떠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 저로서는 지금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자 나나사마가 말한다; “윤상, 나중에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제게 알려주세요, 분명히 저에게 필요한 정보일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또 만나도록 하지요. 조심해서 이 집을 빠져나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당국에 의하여 계속 요주의 인물로 감시를 받고 있어요…”.

윤하선은 유끼꼬와 함께 나나사마의 저택을 벗어나기 위하여 먼저 쪽문으로 게라지 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나나사마와 함께 일하고 있는 그 젊은 환경운동가가 자신들을 그리로 안내하고 있다. 그 다음에 렌탈카를 두사람이 탄 채 위로 열린 게라지 문을 통하여 골목으로 나선다.

이제는 두사람이 동경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역주변에 있는 렌터카 회사를 방문하여 그 차를 반납한다. 그리고 동경으로 가는 열차를 잡아서 탄다. 식사는 열차안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윤하선의 마음이 급한 것이다. 그러한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서 순순히 유끼꼬가 따라준다. 그것이 윤하선은 참으로 고맙다. 마치 하나님이 자신에게 붙여준 천사와 같다.

그러한 생각이 들어서 윤하선이 열차 안에서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유끼꼬의 뺨이 붉게 물든다. 차창 밖에 석양이 깃들자면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뺨이 먼저 붉어지는 것인가? 그래서 윤하선이 생각한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가? 며칠간 나는 그녀를 통역 겸 안내자로 부려먹기만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끼꼬는 그것이 좋은 모양이다. 참으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윤하선도 나이 30이 되도록 여인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을 그녀에게서 조금씩 얻고 있다. 그렇게 포근한 느낌이 들자 윤하선이 그만 자기도 모르게 깊은 잠 속에 빠져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