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6(작성자; 손진길)
‘후쿠시마 560’ 환경연구원들이 타고 있는 차량이 윤하선과 유끼꼬가 타고 있는 차량을 선도하고 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백 미러’를 통하여 뒷차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그 뒤를 혹시 어떤 차가 미행하고 있는지 여부까지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다.
한시간 정도 달리던 앞차가 서서히 속력을 줄이면서 어떤 도시의 골목길로 접어 든다. 윤하선은 그 차를 놓치지 아니하기 위하여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한참을 이 골목 저 골목으로 회전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어느 큰 저택에 도착한다. 그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리모콘’을 조작했는지 그 저택에 딸려 있는 ‘게라지’의 문이 위로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차에서 내린 한사람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는 윤하선에게 그 게라지로 차를 집어 넣으라고 말한다. 상당히 넓은 게라지이다. 그 게라지에는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서 모두들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3층으로 되어 있는 큰 집이다. 그 집안으로 들어선 환경운동가들이 윤하선과 유끼꼬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3층이나 되는 지상건물을 두고 어째서 그들을 지하실로 데리고 가는가?’고 의아해하면서 그 뒤를 두사람이 따라가자 지하실에 큰 방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방의 구석에는 발이 쳐져 있다. 그 방의 소파에 두사람을 앉게 한 후에 한사람이 발이 있는 그곳을 향하여 보고한다; “나나사마를 찾고 있는 한국청년을 만나서 저희들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 발의 뒤에서 탁한 중년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와갓다. 소레데 아나따와 나니데스까? 나제 와따시오 사가시데 이마스까?”. 윤하선이 그 일본말을 알아 들었다. 그러나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하여 유끼꼬에게 일본어 통역을 부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는 서울에서 온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저의 막내삼촌이 이곳 동경에 특파원으로 근무를 하던 중에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촌이 남긴 메모에 귀하의 별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나사마로 불린 그 자의 음성이 다시 탁하게 들려온다; “그대의 삼촌의 이름이 무엇인가?”. 윤하선이 얼른 대답한다; “윤치국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37세이고 한양신문사의 일본 특파원입니다”. 그러자 또 발 안에서 음성이 들린다; “언제 그자가 실종이 되었는가?”. 윤하선이 급히 말한다; “벌써 열흘정도 됩니다”.
발 안에서 갑자기 ‘음’하는 침울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기침소리가 여러 차례 난다. 그 다음에 다음과 같은 말이 전해진다; “내가 윤치국을 만난지 석달이 지났다. 그가 실종이 되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그는 나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건의 진실을 말해달라고 찾아온 것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윤하선이 신중하게 물어본다; “그 정보와 저의 삼촌의 실종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곧 대답이 들려온다; “그 점은 나도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윤하선이 진지하게 말한다; “제가 위험을 감수하겠습니다. 비록 신변에 위협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의 삼촌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그 정보가 무엇입니까?”.
한참 후에 발 안에서 나나사마로 불린 사람이 말한다; “자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비록 극비사항이지만 나는 윤치국의 행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따라서 조카인 그대에게는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그 옆의 여인에게 말해주어도 괜찮은지 그것을 모르겠다”. 윤하선이 급히 대답한다; “저와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아니하셔도 됩니다”.
블라인드 안에 진면목을 숨기고 있는 사내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시작한다; “내가 간략하게 말해주겠다. 첫째로, 2011년 봄에 발생한 일본의 동해 해저지진과 쓰나미로 말미암아 후쿠시마 현 후타바 오크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4기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는 본래 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방파제의 보호가 약하고 먼저 지은 1-4기의 플란트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 사내가 조금 숨을 돌린 후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후쿠시마 1-4호기의 사건을 그 옛날 소련의 ‘체르노빌’ 사건과 바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체르노빌은 원자로 격납고가 부실하고 또한 경수로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소막대인 제어봉이 이탈을 하자 그만 폭발이 되어 마치 원자폭탄과 같은 위력이 인근지역을 덮치게 된 것이야. 그 참사는 1945년 일본이 입은 두차례의 핵폭탄보다 더 심한 것이다”.
다시 숨을 쉰 그 사내가 계속 말한다; “그와 달리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로는 그 격납고가 대단히 두껍다. 더구나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하기 위하여 비등수인 중수를 제어물질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약간의 제어봉이 있지. 그러한 중수로는 캐나다와 일본이 개발하고 한국에서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그러하다”;
당시의 상황을 나나사마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따라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쓰러졌지만 격납고 안에서 핵연료가 여전히 중수 안에 갇혀 있었어. 그런데 문제는 대형 쓰나미의 충격으로 중수가 새기 시작한 것이야. 그러니 원자로안의 온도가 급상승했지. 그러한 위기상황에서는 자동적으로 두가지의 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나나사마의 부연설명이 다음과 같다; “중수가 부족하므로 급한대로 경수가 원자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역부족이야. 그래서 폭발하려는 연료봉으로 말미암아 수증기와 수소가 엄청 발생하여 원자로 안의 기압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 방법이 없지. 일부 수증기와 수소를 공기중으로 내보낸 것이야. 다행히 원자로 속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기에 당장은 체르노빌과 같은 참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윤하선이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는 그 자체 핵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것은 일본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과 같은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나나사마가 말한다; “그것은 당장은 그러한 것이 아닌지 몰라도 두고두고 그 피해가 커지는 것이지. 그것이 문제야…”.
이제부터 중요한 사항이다. 그래서 윤하선과 유끼꼬가 침마저 속으로 삼키면서 경청한다. 그러자 나나사마가 다음과 같이 차분하게 말한다; “셋째로, 1971년에 일본에서 가장 먼저 건설이 되어 상업운전에 들어간 1호기는 한국의 고리원자력 1호기의 60만kw 출력규모보다 적다. 그러나 2-4호기는 그보다 큰 80만 kw급이다. 그러한 대형발전소의 핵연료가 가까스로 핵폭탄이 되는 것은 막았지만 그 대가가 참혹하다”.
잠시 숨을 돌린 나나사마가 이어서 설명한다; “공중으로 빠져나간 방사능에 오염된 기체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더욱 오염이 된 중수와 경수가 지하로 스며든 것이 더 문제이다. 지금까지 8년 동안 일본의 전력회사에서는 그 액체를 가두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지하로 스며들어 강을 타고서 바다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서 일단 가두어 놓은 오염수의 양이 110만톤이나 된다. 이제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나나사마가 건강이 안 좋은지 다시 기침을 한 후에 다음과 같이 이어서 설명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완전히 증류하여 안전하게 하늘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완전히 폐쇄가 된 해저공간에 그것을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일본정부가 제외하고 있다. 그 대신에 가장 값이 싼 처리방법을 선호하고 있는데 그것이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야”.
윤하선과 유끼꼬가 어안이 벙벙하여 브라인드 안의 사내를 응시한다. 그러자 나나사마가 이어서 말한다; “이와 같은 나의 이야기를 들은 윤치국이 당시에 나에게 말했어. 자신은 일본정부가 숨기고 있는 또다른 비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그 내용을 취재하기 위하여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말한다; “삼촌이 밝히고자 한 내용이 과연 무엇일까요?”. 나나사마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한다; “내 생각으로는 그가 아마도 방사능에 노출이 되는 경우 그 자손들에게 어떠한 유전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지를 알고자 한 것으로 보여. 그래서 나도 그에게 부탁을 했지. 그가 취재한 내용을 나중에 나에게도 알려 달라고 말이야”.
윤하선의 판단으로는 그 정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때문에 특파원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말한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도 그 이상의 비밀을 추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삼촌을 찾으면 알 수가 있겠지요”.
그 말을 들은 나나사마가 말한다; “그럴 가능성도 있어. 그런데 그가 실종이 되었다고 하니 이제는 윤하선 자네가 그 일을 추적하면서 나중에 얻게 되는 정보를 나에게도 좀 알려주기 바라네. 그러한 유익을 위하여 내가 이렇게 상세한 설명을 자네에게 해준 것이네”. 나나사마에게서 그 정도의 정보만을 얻게 되자 윤하선이 조금 실망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나사마께서는 후쿠시마 원전에 대하여 상당히 박식하십니다. 옛날에 그곳에서 기술자로 일하신 것입니까?”.
그가 갑자기 컥컥하더니 조금 숨을 쉰 다음에 대답한다; “내가 자네 앞에서 발을 치고서 대화를 하는 이유는 내 모습이 흉측하게 변하여 있기 때문이야. 사고 당시 내가 그 발전소에서 운전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당국의 요청으로 다른 기술자들과 인부들을 데리고 그 사건의 수습을 위하여 함께 행동했지. 하지만 우리 기술자들이 희생한 보람도 없이 정부가 환경적인 요인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 끔찍한 후유증을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남은 인생을 걸고서 그 문제를 지금까지 파헤치고 있는 거야”.
윤하선은 나나사마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심정을 헤아리면서 깊숙하게 그에게 인사를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유끼꼬와 함께 그 저택을 벗어난다. 이제 후쿠시마에서의 일은 일단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방문해야 한다.
두사람은 렌탈한 차를 반납하고 후쿠시마에서 열차로 히로시마로 향한다. 8월초의 태양이 싱그럽다. 더운 여름이지만 동경에서 멀리 북쪽에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는 시원한 느낌이다. 그들에게는 미션이 있지만 그래도 뜻이 통하는 청춘남녀인지라 그들 두사람의 열차여행이 한편으로는 즐거운 것이다.
'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圓의 비밀8(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3 |
---|---|
圓의 비밀7(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3 |
圓의 비밀5(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3 |
圓의 비밀4(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1 |
圓의 비밀3(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