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3. 02:51

圓의 비밀5(작성자; 손진길)

 

윤하선과 유끼꼬가 번갈아 운전을 하면서 후쿠시마 주변지역을 정찰한다. 그날 서너 시간을 자동차로 돌면서 그들이 인상적으로 본 것이 세가지이다; 첫째, 마을마다 색깔이 있는 두꺼운 비닐로 덮어 놓은 방사성폐기물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온 취재차량이 그 지역을 돌면서 간혹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셋째, ‘후쿠시마 560이라는 표기를 조그맣게 한 차량이 그 주변을 돌면서 역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두사람은 가장 먼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기에 그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시도한다. 유끼꼬가 유창한 일본말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가 폐쇄가 된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는데 어째서 마을에서는 아직도 방사능 측정을 자체적으로 행하고 있습니까?”. 

방사성폐기물더미 가까이에서 방사능측정기계를 작동하고 있던 두 사람 가운데 연세가 들어 보이는 분이 대답한다; “이곳의 사람이 살지않는 건물에 아직도 정부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을 그대로 쌓아 두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정부에 그것을 옮겨 가서 영구히 폐기하라고 수차례 진정했지만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정기적으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지요”.

유끼꼬가 더 묻는다;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방사능 수치가 크게 떨어져서 별로 위험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마을주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아직도 정상수치보다 여러 배로 방사능 수치가 높습니다. 그래서 이 주변에는 동네 주민들이 가급적 오지를 않습니다. 저희들은 어린아이들이 이곳으로 오지 못하도록 특별히 조치하고 있습니다”.

이왕 질문을 하는 김에 유끼꼬가 한가지를 더 물어본다; “이곳 방사성폐기물이 적재가 되어 있는 곳 말고는 이제 정상수치가 되어 있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그 주민이 고개를 가로 흔들고 말한다; “저희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논과 밭에서도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높습니다. 그러므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진작에 고향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났지요. 저희들은 어쩔 수가 없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유끼꼬는 그 정도의 정보만을 수집한 다음에 자동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하선에게 돌아와서 설명을 해준다. 그러자 윤하선을 그녀와 함께 자동차를 몰고서 한국에서 온 취재차량을 찾아서 접근을 시도한다. 때때로 그들이 차에서 내려서 방사능 측정기계를 가동하고 있기에 한번은 윤하선이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다.

윤하선이 한국말로 인사를 하자 그들이 반긴다. 이곳 후쿠시마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윤하선이 질문한다; “아직 이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높은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일부러 측정기계를 가지고 오셔서 점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수치를 노트에 기록하고 있던 기자가 대답한다; “그래요, 아직 수치가 높아요. 여기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위험한 지역입니다. 그러니 이곳을 관광하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윤하선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그러면 이곳만 위험합니까? 얼마나 떨어지면 정상적인 수치가 나타나고 안전합니까?”.  그 기자가 한마디로 답한다; “저희들은 작년과 금년에 두차례 이곳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토양으로 말하자면 인근 백리까지는 그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하수와 강물을 타고서 방사성물질이 계속 멀리 이동하고 있지요”.

윤하선이 급하게 물어본다; “그렇다면 그 방사성물질이 바다로도 유입이 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한국에도 영향이 있습니까?”. 그 기자가 심각한 얼굴로 답변한다; “당장은 이곳의 근해에서 잡힌 생선과 이곳 농지에서 생산이 된 소출이 문제가 됩니다. 그것의 방사능을 제대로 측정하고 수입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해수를 타고 그 영향이 한국에까지 미친다고 보아야 하지요. 그러므로 한국에서도 방사능 측정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정도 정보를 수집한 후에 윤하선이 유끼꼬가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로 온다. 날이 이제는 어두워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후쿠시마 지역을 일단 벗어난다. 안전하게 니가타 지역까지 가서 일박하고 다음날 일찍 다시 후쿠시마 지역을 찾아오기로 한다. 호텔에서 인접한 방을 두개 빌려서 잠을 청한다.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고 두 사람은 곤히 잠에 빠진다.

아침 8시경이 되자 윤하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윤하선이 벌써 일어나서 세면장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는다. 그는 문간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먼저 도어뷰어로 방문자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한다. 유끼꼬이다. 안심을 하고서 윤하선이 반갑게 그녀를 맞는다. 방으로 들어서면서 유끼꼬가 말한다; “늦잠을 주무신 모양이군요. 제가 너무 일찍 왔나봐요?...”.

윤하선이 대답한다; “아닙니다. 제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신 모양이군요. 저는 벌써 세면을 끝내서 막 나오던 길입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들어오십시오”. 유끼꼬가 생긋 웃으면서 방안에 있는 탁자로 가서 손에 들고 온 것을 놓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저는 윤상과 함께 조반을 하고자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왔어요. 벤또입니다”.

윤하선이 물어본다; “이 아침에 어디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락을 구하신 겁니까?”. 유끼꼬가 대답한다; “일본에서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하여 골목에 있는 상점에서 여러가지 벤또를 팔고 있어요. 제가 윤상의 식미를 잘 몰라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로 벤또 두개를 샀어요”.

윤하선이 투명한 도시락의 내용물을 보니 자신의 마음에 든다. 그래서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제 마음에도 듭니다. 제가 차를 한잔 끓이도록 할게요. 같이 먹읍시다”. 두사람은 그렇게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다음에 바로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다시 후쿠시마로 향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에 어제 오후에 보았던 그 차량을 다시 발견한다. 차량에 분명히 후쿠시마 560이라고 일본어로 녹색페인팅이 되어 있다. 그 차에서 때때로 두사람이 내려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그 기회를 포착하여 윤하선과 유끼꼬가 그들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먼저 유끼꼬가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연일 수고가 많으시네요. ‘후쿠시마 560단체에서 나오신 모양이군요?”. 유끼꼬가 미소를 띄면서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이 지역의 환경을 감시하는 민간단체이지요. 그 명칭이 후쿠시마 560’이 맞습니다. 어떻게 저희들이 어제도 이곳에서 활동을 한 것을 보신 모양이시군요?...”.

그 정도의 일본어 답변은 윤하선이 능히 알아들을 수가 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일본어로 그들에게 물어본다; “와따시와 윤하선도 모오시마스. 간고꾸진데스. 하지메마시데. 와따시와 소우루가라 고꼬니 기마시다. 아나따와 후쿠시마 고 로쿠 나나도 이우 나마에오 싯데 이마쓰까? 와타시와 소노 나마에노 히도오 사가시데 이마스”.

그 두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다음에는 4개의 눈동자가 윤하선의 모습을 한참 살핀다. 그 중에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사람이 윤하선에게 일본말로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후쿠시마 567’을 찾아오셨다니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슨 용무로 그 어른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윤하선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한다. 그렇다. ‘후쿠시마 567’후쿠시마 560이라고 하는 환경단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을 말하고 있는 암호인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윤하선이 어떻게 추리를 했는지 유끼꼬가 의아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가 한국말로 윤하선에게 묻는다; “윤상은 어떻게 그렇게 추리를 하신 거예요?”.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역시 한국말로 대답한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저 두사람에게 그 567이라는 암호를 사용하고 있는 분에게 우리를 인도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좀 해주세요. 제가 일본어가 능숙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부탁합니다”.

유끼꼬가 참으로 상냥하게 그리고 유창한 일본어로 그 두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방사능 측정기계를 자신들의 차량에 실은 다음에 말한다; “두 분은 저희들을 따라 오십시오. 천천히 운전을 할 테니까 잘 따라오세요”. 그들 환경단체의 차량이 앞장을 선다. 윤하선과 유끼꼬는 렌탈한 차를 몰고서 그들을 따라간다. 과연 후쿠시마 567로 불리고 있는 인물은 누구이며 그는 어떠한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