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1. 20:10

圓의 비밀3(작성자; 손진길)

 

유끼꼬와 그녀의 모친이 윤하선을 데리고 2층의 서재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윤하선은 하세가와 교수를 만난다. 하세가와 교수는 자신의 아내가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일본의 집에 들린 외동딸을 데리고 온 것은 알겠는데 그 옆에 느닷없이 일면식도 없는 젊은 청년이 서있는 것을 보고서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얼른 유끼꼬가 부친에게 말한다; “아버지 제가 서울에서 한학기 공부를 마치고 여름방학이라 집에 왔어요. 그리고 이 젊은 신사분은 제가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한국의 고등학교 국사선생인 윤하선이예요. 그가 하세가와 교수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일부러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딸 유끼꼬의 짤막한 설명을 들었지만 하세가와 교수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왜냐하면, 유끼꼬는 그렇게 갑자기 사람을 사귀고 자신에게 데리고 올 정도로 활달하거나 개방적인 성격이 본래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히 보수적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는 나름대로의 고집을 가지고 있는 유끼꼬이다. 그런데 어째서 비행기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는 한국의 젊은이를 부친의 서재에까지 데리고 온 것일까?

하세가와 교수는 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유끼꼬에게 물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어색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허허, 나같은 고리타분한 역사학자를 만나고자 그 먼 서울에서 여기까지 방문을 하다니 정말 고맙소. 내가 와세다대학교에서 고대사를 가르치고 있는 하세가와 교수요”.

하세가와 교수가 일부러 일본말이 아니라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있는데 그의 한국어가 참으로 유창하다. 그래서 윤하선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그 이유를 깨닫는다. 하세가와 교수는 본래 자신의 선조들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한일간의 고대사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그의 저서 서문에서 여러 번 말한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한일고대사를 연구하자면 한국어를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뿌리가 고대 한국에서 건너왔다고 굳게 믿고 있는 학자이니 더 열심히 한국말을 배웠을 것이다. 그 정도 짐작을 하고서 윤하선이 자신에게 편한 한국말로 인사한다; “저는 파평 윤씨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지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서울 한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교수님을 찾아보고자 하는 용건은 두가지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하세가와 교수가 서재에 있는 소파에 모두들 앉도록 권한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손님에게 차대접을 하고자 1층 주방으로 내려간다. 유끼꼬도 모친을 따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두사람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다.

그때 하세가와 교수가 윤하선에게 묻는다; “그 두가지 용건이 무엇입니까?”. 윤하선이 조리 있게 설명한다; “첫째는, 제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논문을 작성할 때에 교수님의 고대사연구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인사를 드리려고 교수님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의 용건은 좀 특별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하세가와 교수가 긴장한다. 특별한 용건이 있다고 상대방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를 기울인다. 윤하선이 계속하여 말한다; “저의 막내 삼촌이 일본에 파견이 되어 있는 신문기자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남짓 전에 이상한 메시지를 남기고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 수수께끼를 푸는데 교수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세가와 교수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특파원이 실종된 것과 자신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는 고대사를 연구할 정도로 끈기가 있고 신중하다. 그래서 귀를 기울인다. 윤하선이 부연설명을 한다; “저의 삼촌은 성경 전도서 제1장을 찾아서 읽어보라고 저에게 말하면서 급히 전화를 끊고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 전도서의 내용이 한일관계와 관련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제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교수님을 찾아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하세가와 교수가 아아하고 신음과 같은 탄성을 나직하게 먼저 지른다. 그리고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게 젊은이, 나도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이야. 그래서 그 전도서 제1장의 내용을 익히 알고 있지. 그 내용의 핵심은 피조세계의 역사라고 하는 것은 반복의 악순환이라고 하는 것이지. 쉽게 말하자면 피의 보복이 역사적으로 되풀이가 된다고 하는 것이야.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비록 역사학자이지만 그 주장을 믿지 않아”.

하세가와 교수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음과 같이 이어서 말한다;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사실 전도서의 내용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러하지만, 역시 창조주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역사를 섭리하시며 마침내 종말심판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신다고 하는 것이야. 나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그러한 관점에서 한일간의 고대사를 연구하고 또한 그 옛날의 역사가 진일보하여 한일간의 평화공존과 상생의 역사를 가져오는 기초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은 하세가와 교수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말을 돌리지 아니하고 직접 다음과 같은 질문한다; “그렇다면 다시 일본정계에서 대두가 되고 있는 정한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세가와 교수가 윤하선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짧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정한론이란 일본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잠재의식을 삐뚤어진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7세기의 신라와의 전투가 그러하고 16세기의 조선과의 전쟁이 그러하지. 나아가서 19세기 후반의 정한론이 그러하고  20세기의 대동아공영권이론이 모두 그러한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단숨에 말한다; “교수님, 그와 같은 오랜 역사적인 일본의 시도는 전부 실패하고 만 것이 아닙니까? 물론 20세기 초반에는 엄청 성공을 했지만 결국 중반에 들어서자 미국과의 전쟁에서 참패함으로써 모두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하세가와 교수가 말한다; “그것이 역사적인 교훈이지. 그러나 많은 일본사람들이 20세기 중반에 조선과 만주에 두고 온 그들의 재산을 되찾고자 하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아니하고 있어. 그러니 21세기에 들어서자 다시 정한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핵심적인 질문을 한다; “교수님, 오래 한일간의 역사를 연구하신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일본의 시도가 성공할 것으로 보이십니까?”. 하세가와 교수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신중하게 대답한다; “나는 똑같은 역사가 반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야. 따라서 일본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한국과 만주에서 실패할 것으로 보지. 그러나 나의 생각과 다르게 많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이번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네. 나는 그들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것이 사실은 궁금해”.

그 말을 들은 윤하선이 하세가와 교수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저는 그 문제와 관련하여 두가지 문제를 풀고자 합니다. 첫째는, 저의 막냇삼촌을 찾아서 그가 무엇을 알아 내었는지 그것을 알고자 합니다. 둘째는, 일본의 위정자들이 다시 군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가 있다고 믿고 있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혀보고 싶습니다. 비록 제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지만 한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합니다”.

하세가와 교수가 갑자기 윤하선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젊은이, 자네 윤하선이라고 말했지. 나도 사실은 그것이 궁금해. 그들이 내부적으로 어떠한 정보를 비밀로 하고 있는지 말이야. 내가 자네를 돕겠네. 그러니 자네가 나중에 알아낸 비밀이 있으면 반드시 내게도 알려주게나. 내가 부탁을 하겠네…”. 그 말을 들은 윤하선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렇게 그날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의기투합하여 손을 맞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