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1. 20:12

圓의 비밀4(작성자; 손진길)

 

유끼꼬와 그녀의 모친은 윤하선이 하세가와 교수와 편하게 남자들끼리 대화하도록 자리를 피해주고 있다. 그래서 유끼꼬가 모친이 차려준 찻잔과 뜨거운 차를 2층 서재에 가져다 주고 자신은 얌전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그녀는 모친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친은 자녀라고는 유끼꼬 밖에 없으므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한국 청년 윤하선에 대한 딸의 마음을 물어본다. 물론 유끼꼬의 모친인 히로꼬는 한국어를 모르므로 딸과는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

그 내용을 한국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유끼꼬야, 네가 처음으로 남자를 친구처럼 사귀어 집으로 데리고 왔구나.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 에미는 굉장히 궁금하다. 한눈에 그 한국청년이 네 마음에 그렇게 쏘옥 든 것이냐?...”. 갑자기 유끼꼬의 목덜미가 붉게 물들어 간다.

히로꼬는 25년간 외동딸 유끼꼬를 품안에서 키워왔지만 그러한 변화가 처음이다. 그래서 신기한 듯이 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다. 그리고 눈으로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 딸에게 말한다; “알겠다, 유끼꼬야, 네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에미는 충분히 알겠다. 그렇게 목덜미가 붉어지니 누구나 알겠구나. 호호호…”.

유끼꼬가 갑자기 자신의 손으로 목덜미를 감싼다. 그리고 한마디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 어머니도, 제 목덜미가 어떻다고 그래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저 비행기 옆좌석에서 그를 만났는데 우연히 말을 나누어 보니까 같은 역사학도이고 아버지에 대하여 벌서 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반가운 김에 집에 데리고 온 거예요…”.

히로꼬는 딸의 변명에서 확실하게 두가지를 깨닫는다; 하나는, 처음 만난 그 한국청년에게 유끼꼬의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같은 전공이고 또 부친을 알고 있다는 그 말에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무조건 윤하선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평소에 이성적이고 보수적인 그녀가 그렇게 대담하게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도록 만든 그것이 무엇일까? 히로꼬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그것이 무엇인지 벌써 짐작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해가 달을 끌어 당기듯이 때가 되면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운명으로 알고 끌어당기고 있는 그 무엇인 것이다.

그렇게 짐작을 하고서 그만 묻기로 한다. 그리고 딸 유끼꼬의 서울생활에 대해서만 이제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 후에 2층에서 남편이 윤하선을 데리고 함께 아래층 거실로 내려온다. 소파에 앉으면서 부인에게 윤하선을 다시 인사를 시킨다.

하세가와 교수는 아내와 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우리는 아들이 없는데 이 한국청년을 우리가 아들삼아 당분간 우리집에 머물러 있게 하면 어떻겠소? 나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어요. 잠시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인데 마치 내 아들처럼 든든하다오. 그래 유끼꼬 네 생각은 어떠하냐?...”.

갑자기 유끼꼬가 이제는 목덜미만이 아니라 두 뺨까지 붉게 물들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부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더듬거리면서 조그마한 소리로 말한다; “아버지 마음에 드신다면 그렇게 하시면 되지요... 저는 좋아요…”. 하세가와 교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이번에는 부인에게 의견을 묻는다.

히로꼬는 벌써 딸 유끼꼬의 마음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두말없이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하세가와 교수가 이번에는 모두에게 말한다; “그러면 아들을 얻은 기념으로 오늘은 일찍 식사를 함께 하도록 합시다. 여보, 집에 맛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차려 내시구려, 하하하…”.

윤하선은 하세가와 교수의 제안이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하세가와 교수가 첨언을 한다; “이따 식사를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내가 하겠지만 지금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여기 윤하선 선생은 한 3주정도 동경에 머물면서 급히 조사를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요”.

히로꼬와 유끼꼬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 일이 자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한 표정이다. 그래서 하세가와 교수가 말한다; “그 일이 나의 연구에도 꼭 필요한 것이라서 내가 그를 돕기로 했어요. 그렇게 알고 유끼꼬야, 너도 방학이니 윤상과 함께 3주간 행동을 같이 하면서 그를 적극 도와주도록 하려무나. 그는 내일부터 일본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을 것이야”.

식사가 끝나자 하세가와 교수가 다시 윤하선을 그의 2층 서재로 데리고 올라간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윤상, 나는 자네의 막냇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이 중요한 음모를 파헤치려고 하다가 어떤 집단에게 끌려간 것으로 자꾸만 생각이 된다오”. 그 말을 하면서 하세가와 교수가 윤하선의 얼굴을 응시한다.

윤하선은 하세가와 교수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자신에게 말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지레짐작이 된다. ‘그것이 무엇일까?궁금하지만 당장은 묻지를 아니하고 그의 입만 쳐다본다. 그의 말이 계속된다; “그러므로 윤상이 삼촌의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은 같은 위험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오. 그러니 다소 불편하겠지만 내집에서 3주를 지내면서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을 맺는다; “내 딸이 당신을 힘껏 도와줄 것이요. 그녀는 나를 닮아서 예리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것이요. 윤상이 지금부터 추적하려고 하는 그 일이 한일간의 장래에 관한 참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자꾸만 생각이 되어 내가 그렇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니 사양하지 말게나…”.

대표적인 지한인사인 일본교수 하세가와의 판단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동경에서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일본의 지도자들 사이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인가? 윤하선이 이제부터 파헤쳐야 하는 일이 그것이고 그 와중에 삼촌 윤치국의 소재도 파악을 해야만 한다. 그는 벌서부터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자신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조반을 마치고 윤하선이 유끼꼬와 함께 두 어른에게 인사를 하고서 집을 나선다. 하세가와의 저택이 동경의 중심지이므로 윤치국이 세를 얻어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별로 멀지가 아니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쉽게 그 아파트를 찾아서 문 앞에 도착한다.  

먼저 윤하선이 초인종을 여러 번 눌러본다. 역시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고 대답도 없다. 그래서 이웃집의 초인종을 눌러본다. 마침 젊은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준다. 그러자 유끼꼬가 윤하선을 대신하여 그 부인에게 물어본다; “아주머니, 혹시 옆집에 사시는 윤상을 아시는지요?”. 그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유끼꼬가 급히 물어본다; “그 윤상이 요 며칠 사이에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그 말을 듣자 그 부인이 갑자기 유끼꼬와 윤하선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그리고나서 말한다; “아가씨는 윤상과 어떻게 되는 사이입니까? 그리고 이 청년은 또 누구입니까?’.

유끼꼬가 윤하선이 바로 윤치국의 조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윤하선의 친구라고 정체를 밝힌다. 그러자 그 부인이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잠시 후에 문간으로 나온다. 그 손에 작은 노트가 한권 들려 있다. 그것을 주기 전에 윤하선에게 한가지 질문을 한다; “당신이 윤치국 기자의 조카라고 하면 신분증을 내게 보여줄 수가 있습니까?”.

윤하선이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여권을 꺼내어 그 부인에게 보여준다. 분명히 영어로 윤하선이라고 적혀 있다. 그 여인이 입으로 영어 알파벳을 윤하선이라고 발음을 한 다음에 그 작은 노트를 준다. 그리고 짤막하게 말한다; “윤상이 열흘 전에 제 집의 초인종을 눌렀어요. 일년동안 이웃에 살고 있어서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이이지요”.

한번 눈을 깜빡이며 그때를 떠올리면서 그 부인이 계속 말한다; “윤상은 갑자기 이 작은 노트를 나에게 맡기면서 말했어요. 반드시 조카가 서울에서 동경에 와서 자신을 찾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러면 꼭히 윤하선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다음에 이것을 그에게 주라고 말했어요. 그 노트에는 한국말이 적혀 있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지만 그의 부탁대로 지금 당신에게 전한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면서 윤하선은 그 작은 노트를 품 안에 갈무리한다. 그리고 그 부인에게 고개를 숙여서 절하면서 말한다; “부인 정말 감사합니다. 마치 저의 삼촌을 본 것과 같이 기쁩니다. 저의 이름이 윤하선임을 벌써 아십니다. 제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인의 이름을 들어서 기억해도 될까요?”.

그 말을 옆에 있던 유끼꼬가 참으로 재치 있게 다음과 같이 통역한다; “여기 윤상이 다시 한번 부인에게 감사하다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군요. 저는 그의 친구인 유끼꼬입니다. 부인의 이름을 제가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그 부인이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미찌꼬예요. 애기 아빠는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날 윤하선은 일부러 막냇삼촌의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그가 꼭 들어가고자 하면 경찰서에 말하고 그 문을 강제로 열고서 들어가면 된다. 그에게 열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의 신분이 노출이 될 것인데 그것을 그가 꺼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세가와 교수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이 나서이다. 특파원 윤치국을 노린 집단이 있다면 윤하선이 무작정 그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하선은 바로 유끼꼬를 데리고 하세가와 교수의 집으로 돌아온다. 먼저 유끼꼬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 작은 노트를 함께 살펴본다. 빈 노트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후쿠시마 567”. 그것이 과연 무슨 뜻일까? 후쿠시마에서는 8년전에 9.0규모의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여 원자력발전소가 붕괴가 되었다. 그런데 567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무엇일까?

두사람이 2층서재로 올라가서 하세가와 교수와 그 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하세가와 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동경에서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겠군. 그렇다면 현지를 방문하는 것이 상수이지. 자네와 유끼꼬가 후꾸시마를 한번 방문하여 그곳에서 567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을 해보게나.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야”.

옳은 판단이다. 그래서 그날 오후에 윤하선은 유끼꼬와 함께 열차편으로 후꾸시마를 방문한다. 그곳 현지에서 자동차를 한대 렌탈하여 접근이 가능한 마을들을 두루 살핀다. 그들이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