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1. 02:58

圓의 비밀2(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이 비행기 구내의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성경책을 보고있는 것을 그 옆자리에 앉아있는 젊은 여성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녀는 성경책을 보던 윤하선이 눈을 감고 깊은 생각을 하다가 눈을 뜨는 것을 기다려서 한마디한다; “비행기 좌석에서 성경책을 보는 것을 보니 독실한 기독교인인 모양입니다?...”.  

윤하선이 갑자기 자신을 향하여 말하고 있는 그 여성을 쳐다보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녀의 말씨가 한국사람의 발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 속하는 역사학을 전공하고 한성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수년간 국사를 가르치는 사이에 윤하선은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의 발음에 대하여 민감하다.  

윤하선은 그녀의 발음이 흔히 일본인이 한국말을 사용할 때에 발생하는 어조라고 하는 사실을 어렵지 아니하게 짐작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쉬운 일본어로 묻는다; “아나따와 니혼진데스까?”. 그러자 그녀가 경쾌하게 대답한다; “하이 소오데스. 와타시와 유끼꼬데스. 하지메마시떼…”.

그 말을 들은 윤하선이 이번에는 한국말로 말한다; “저는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맞습니다. 좁은 좌석에서 제가 성경책을 가방에서 끄집어내느라고 실례를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한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동경까지 가는 동안에 심심하여 댁이 성경책을 읽는 것을 곁눈으로 보고 말을 걸었을 뿐입니다”.

젊은 여성이 구김살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윤하선이 말한다; “저는 서울에 있는 한성고등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기에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한번 방문하고자 비행기를 탔습니다. 유끼꼬 상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십니까?”.

유끼꼬가 생긋 웃으면서 한국말을 한다; “, 윤상은 학교선생이군요. 저는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교 외국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운 다음에 지금은 그 학교 역사학과에서 한국역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는데 한국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저도 방학이라 동경에 있는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윤하선이 유끼꼬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과 전공이 비슷하다. 다같이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윤하선이 그녀에게 질문한다; “일본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신 유끼꼬상은 한국역사에 있어서 어느 시대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까?”.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즉시 대답한다; “저는 고대시대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서 삼국시대에 일본 열도로 문화를 전파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고대 한국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와서 아스카 문화를 꽃피웠지요. 그런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백제가 멸망을 당하자 일본과의 관계가 단절이 되었지요. 두 나라가 오랜 세월 남남처럼 지내고 있지만 저는 그 뿌리가 본래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윤하선은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을 했는데 유끼꼬의 답변은 그것이 아니다. 그녀는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쉽게 말하지 아니하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윤하선은 유끼꼬에게 관심이 간다. 그래서 한가지 질문을 더해본다; “그렇다면, 일본제국이 과거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통치한 근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 질문은 보통의 일본사람이라고 하면 듣기 싫어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선조가 이웃나라인 한국에 큰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끼꼬는 그것이 아니다. 아주 솔직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는 세계평화란 이웃나라끼리 서로 사이가 좋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그것은 불행한 역사이지요. 일본제국이 잘못한 그런 역사는 반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윤하선은 젊은 유끼꼬의 입에서 그러한 답변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감탄한다. 그래서 큰 관심을 가지고 묻는다; “유끼꼬상의 그러한 생각은 지금 일본정부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다르군요. 어째서 그러한 견해를 가지게 된 것이지요?”.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저의 아버지의 영향입니다. 아버지가 와세다대학교에서 일본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 전공이 일본의 고대사이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그렇다면 혹시 부친의 성함이 하세가와교수님이십니까?”. 이번에는 유끼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되묻는다; “윤상이 어떻게 저의 아버지의 이름을 아십니까?”. 윤하선이 반갑게 대답한다; “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비교하여 논문을 썼습니다. 그때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고대역사를 가르치시는 하세가와 교수님의 저서를 접했지요.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렇다. 하세가와 교수는 한일관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학자이며 지한인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러한 분의 따님을 비행기 옆자리에서 우연히 조우를 하게 되었으니 뜻밖인 것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기쁜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부친에게 말해야 하는 인사를 그 따님인 유끼꼬 상에게 오늘 대신합니다. 제가 논문을 쓰는데 도움을 준 하세가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상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윤상, 제가 하세가와 교수의 딸이지만 그 인사를 대신 받기가 송구합니다. 그러니 다른 급한 볼일이 없으시면 동경에 있는 저희 집에 잠시 함께 가셔서 저의 아버지에게 직접 그 인사를 하시지요. 아버지가 참으로 기뻐하실 것입니다”.

윤하선은 동경에 딱히 거처를 정하고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단은 유끼꼬를 따라서 그 댁을 먼저 방문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하세가와 교수를 만나는 김에 인사도 드리고 그에게 자신의 삼촌 윤치국이 말하고 있는 그 실마리에 대하여 한번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그에 대한 하세가와 교수의 견해가 무엇일까?

그래서 참으로 우연하게도 윤하선과 유끼꼬가 나리따 공항에 도착하여 함께 리무진 버스를 타고서 동경시내로 들어간다. 그녀의 집이 시내 중심부에 있다. 정확하게는 와세다대학교근처인 것이다. 그 집에 들어서니 유끼꼬의 모친으로 보이는 일본여인이 깜짝 놀란다. 한국에서 방학을 맞이하여 귀국한 딸이 젊은 남자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유끼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친의 품에 안기면서 말한다; “유끼꼬는 어머니가 참으로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학하자 마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잘 지내셨어요?”. 모친은 그 옆에 윤하선이 서있기에 조금 민망한 모양이다. 그래서 딸을 품에서 떼어 놓으면서 묻는다; “그래, 유끼꼬야, 나도 너를 많이 보고 싶어했다. 집에 잘 왔다. 그런데 이 젊은 신사분은 누구시냐?”.

유끼꼬가 그때서야 모친에게 말한다; “, 이분은 윤상인데 아버지를 찾아왔어요. 서울에서 동경까지 비행기를 타고서 방학 중에 하세가와 교수님을 방문하고자 일부러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안내를 하고 있어요…”.

모친은 남편을 찾아서 한국에서부터 그 청년이 왔다고 딸이 말하고 있으므로 다소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어떤 중요한 용무가 있기에 일부러 서울에서 온 것일까?’. 그렇지만 먼저 남편 하세가와 교수에게 윤상을 데리고 가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서 윤하선은 뜻하지 아니하게 동경에서 하세가와 교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