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11(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은 일단 유끼꼬와 함께 하세가와 교수의 저택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행동방향을 결정해야만 하는데 바깥에서 이야기를 나누기가 적당하지가 아니하기 때문이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는 속담이 있듯이 바깥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정보가 새어 나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2층 윤하선이 머물고 있는 방에서 두사람이 오늘 얻은 정보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서 아직도 취조를 받고 있는 ‘나까소네 상’에 대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정보기관의 강압으로 이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타인에게 일체 누설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 정보는 자신과 윤치국 특파원이 함께 알아낸 일본의 기밀이라고 한다. 자신은 그 기밀누설의 건 때문에 입건이 되었고 윤 특파원은 아마도 피신한 것으로 그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를 면회한 결과 확실하게 얻은 정보는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그러한 자신의 심정을 말하면서 윤하선이 ‘후유’하고 한숨을 쉬고 있을 때에 유끼꼬가 다른 견해를 밝힌다.
유끼꼬가 다음과 같이 말을 시작한다; “’나까소네 상’을 만나서 적어도 다음과 같은 소득을 이미 얻은 거예요. 소득이 상당해요; 첫째로, 윤치국 특파원이 일본의 기밀을 알았기 때문에 쫓기게 된 것이지요. 그가 누구에게 잡혀 있든지 아니면 스스로 피신을 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그의 실종의 이유가 일본정부가 숨기고 싶은 기밀사항 때문인 것은 확실해요. 그리고…”.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도중에 말을 한다; “나까소네 상의 말에 따르면, 막냇삼촌이 스스로 몸을 숨긴 것에 비중을 더 두고 있더군요…”. 유끼꼬가 말한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둘째는, 일본정부가 노출을 극히 꺼리고 있는 그 정보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어떤 조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체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에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극비사항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판단이 되지요”.
‘그렇다. 그 말이 맞다. 그 다음은 또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윤하선이 경청을 하자 유끼꼬가 신이 나서 이어서 말한다; “셋째로, 면회를 끝내면서 나까소네 상이 한마디 슬쩍 우리에게 흘렸잖아요? 그 내용이 윤치국 특파원이 그 기밀을 알아낸 다음부터 재치를 사용하여 자신의 별명을 ‘이사야 765’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이예요. 그러니 그 기밀이란 ‘이사야 765’의 내용과 직결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유끼꼬는 단지 자신이 얻은 정보를 다시 분석하면서 그 의미를 체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윤하선은 그것이 아니다. 간밤에 그는 벌써 ‘이사야 765’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거의 파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일본사람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속으로만 ‘끙’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것을 보고서 유끼꼬가 윤하선에게 말한다; “윤상, 제 얼굴을 한번 똑바로 보세요. 저에게 무엇인가 말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 있지요? 윤상의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어요. 저는 말을 하면서도 윤상의 얼굴만 보고 있는데 윤상은 제 눈을 피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무엇인데요?...”.
윤하선이 눈을 질끈 감는다. 재기가 넘치고 대단히 총명한 아가씨이다. 그래서 그런지 윤하선 자신의 얼굴표정만 보고서도 벌써 속마음을 간파하고 있다.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조용한 음성으로 윤하선이 말을 시작한다; “그래요. 유끼꼬의 말이 맞아요. 저는 ‘이사야 765’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파악하고 있는 그 내용을 유끼꼬에게 말하기에는 힘이 들어요…”.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자신도 조용하게 음성을 낮추면서 묻는다; “혹시 그 이유가 제가 일본여자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거예요? 아니면 믿지 못할 사람이라서 그런 거예요?”. 윤하선이 유끼꼬의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서 마치 고백을 하듯이 말한다; “저는 유끼꼬를 믿지요. 진실로 처음 만난 그때부터 그대를 믿고 이곳 일본에서 쭉 의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내용이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예언인데 일본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억측일 수도 있고 또한 극히 모욕적인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서 유끼꼬가 참으로 뜻밖의 제안을 한다; “그렇다면 참 쉬운 방법이 있어요. 윤상이 안심하고 제게 진심을 털어 놓을 수가 있는 방법이 하나 있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윤하선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만다. 그러자 유끼꼬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한다; “제가 한국여자가 될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윤하선이 순간 어리둥절한다. 잠시후에 정신을 가다듬고서 말한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하세가와 교수의 무남독녀인 유끼꼬 당신이 어떻게 일본국적을 버리고 한국사람으로 귀화를 한다는 것입니까? 말이 되지가 않아요?”. 그러자 유끼꼬가 웃으면서 말한다; “윤상은 왜 제가 일본국적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것이 아니예요. 저는 합법적으로 또 하나의 국적인 한국국적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얼떨떨하여 윤하선이 유끼꼬의 입을 쳐다본다. 그러자 유끼꼬가 말한다; “저는 윤상의 동역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윤상의 아내가 된다면 저는 일본사람이지만 동시에 한국사람이지요. 그러니 제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유끼꼬의 입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 눈 속에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윤하선 자신의 눈 속에도 그녀 유끼꼬가 온전히 담겨 있는가? 그 대답은 역시 긍정적이다. 그래서 윤하선은 자신의 손님방에서 유끼꼬를 조용히 포옹한다. 그의 눈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다. 그러자 유끼꼬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5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포옹을 풀고서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말한다; “저는 이제 유끼꼬가 남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할게요. 일본사람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거예요. 저와 함께 한국에서 평생을 살아갈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서 이제부터 말할게요. 그 ‘이사야 765’라고 하는 비밀은 이사야 제7장 제8절의 예언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그 구절의 예언을 해석해보면 앞으로 일본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그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지요”.
유끼꼬가 진지하게 묻는다; “하선,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해서 그런지 유끼꼬가 더 이상 윤하선을 ‘윤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윤하선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윤하선이 조목조목 설명하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 앗수르가 주전 722년에 북조 이스라엘왕국을 멸망시키게 되지요. 둘째, 앗수르가 선민들을 미워하여 이스라엘 민족을 말살하고자 하지요. 그 정책이 식민정책, 혼혈정책, 그리고 우상문화입니다. 셋째, 그 결과 선민 이스라엘의 10지파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데 65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아’하고 놀란다. 그 다음에는 ‘아아..’라고 말하면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말한다; “하선, 그 말을 듣고 보니 제가 낯을 들 수가 없네요. 참으로 미안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정부가 그 옛날의 잘못을 반복하고자 하는 것이군요. 그것도 그 옛날보다 더 악한 방법을 사용해서...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윤하선이 조용히 유끼꼬에게 말한다: “저는 이제 유끼꼬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이 말씀을 드린 것이지요. 그렇지만 당분간 하세가와 교수님 부부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유끼꼬도 부모님께 그렇게 해주기를 바래요”. 유끼꼬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다음에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말한다; “분명히 ‘이사야 765’는 그런 내용의 비밀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일본정권이 과연 그러한 엄청난 일을 혼자서 감행할 수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강대국들과의 사전 합의가 없이는 그러한 무모한 계획을 세울 수가 없지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 문제를 하나하나 추적을 해보아야만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한다; “옳은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한가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을 제가 잘 알고 있어요. 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친구인 ‘레이꼬’가 있는데 그녀의 남편인 ‘와타나베 상’이 미국에서 일미관계를 연구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있어요. 레이꼬는 저와 아주 친한 친구이지요”.
윤하선이 급히 묻는다; “유끼꼬, 어디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가 있지요. 여기서 미국까지 다녀오자면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유끼꼬가 대답한다; “어렵지 않아요. 그 젊은 부부는 지금 일본 동경에 있어요. 소정의 수강을 끝내고 지금 일본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요. 그러니 내일 함께 그들 부부를 만나도록 하지요”.
유끼꼬가 핸드폰으로 곧바로 전화를 건다. 절친 ‘레이꼬’와 통화한다. 한참 수다를 떨더니 비로서 내일 오전에 그녀와 그 남편 ‘와타나베 상’을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통화가 끝나자 유끼꼬가 말한다; “내일 정오까지 자기 집에 오라고 하네요. 점심을 같이하면서 오래간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와타나베 상’도 함께 있을 거래요”.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진척이 되자 그때서야 윤하선이 묻는다; “유끼꼬, 그런데 와타나베 상은 전공이 무엇이고 일본 어디에서 공부를 했나요? 나이는 어떻게 되지요? 또 성격은 어때요?”. 유끼꼬가 대답한다; “역시 ‘와세다대학교’ 출신인데 레이꼬의 2해 선배예요…”;
유끼꼬가 옛날일을 생각하는지 미소를 띄면서 이어서 말한다; “레이꼬와 그 남편은 모두 ‘정치경제학과’ 출신인데 대학에서부터 사귀었어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캠퍼스 커플’이었지요. 그 두사람의 성격이 참으로 활달하고 좋아요. 그들은 미국의 수도에 있는 ‘죠지워싱턴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아예 와타나베 상이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내일 와타나베 상을 만나서 무엇을 질문할지를 생각한다. 한편 유끼꼬는 오래간만에 절친 레이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내일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푹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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