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13(작성자; 손진길)
윤하선과 유끼꼬가 레이꼬와 와타나베 부부와 작별을 고한다.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나서 3시간 정도 와타나베 상의 미일관계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까 벌써 오후 4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먼저 와타나베 상에게 말한다; “교오와 닥상 요이 벵교니 나리마시다. 아리가도오 고자이마스. 데와 마따 아이마쇼오”.
그 말을 듣자 와타나베 상이 말한다; “도오이 다시마시데. It’s nice to meet you. I really enjoyed myself. It’s wonderful the talk with you, Mr. Yoon”. 두 남자가 서로 좋은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고 일본어로 그리고 영어로 말하고 있으므로 유끼꼬와 레이꼬가 활짝 웃는다. 그리고 자주 만나자고 말하면서 서로 ‘마따 아이마쇼오’와 ‘사요오나라’를 외친다.
윤하선과 유끼고가 천천히 걸어서 하세가와 교수의 저택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때 택배 오토바이가 그들을 앞질러가다가 그 저택 앞에 선다. 그리고 초인종을 누르려고 한다. 그것을 보고서 급히 유끼꼬가 그 배달 청년에게 말한다; “제가 그 집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제게 그 택배를 주시면 됩니다”.
그 청년이 유끼꼬를 보면서 묻는다; “혹시 이 집에 살고 있는 윤상을 알고 계십니까? 이 택배는 ‘윤하선’에게 온 것입니다”. 일본말이지만 그 말을 윤하선이 알아 듣는다. 그는 깜짝 놀라서 그 배달청년에게 일본어로 말한다; “와타시가 윤상데스. 도나다까라 기타노데스까?”. 그 청년이 답변한다; “마, 후쿠시마노 나나상가라데스”.
윤하선이 그 배달청년에게 자신의 명함을 한 장 보여준다. 그러자 순순히 사인을 하라고 하면서 그 소포를 준다. 윤하선과 유끼꼬는 빨리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거실로 들어서자 택배로 온 물건을 개봉한다. 마침 하세가와 부부가 외출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그 내용물을 살펴본다.
그 안에는 ‘일본대외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이 한권 들어있다. 그 저자의 이름이 ‘야마모토 겐이찌’로 되어 있다. 그리고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윤하선이 고개를 가로 젖는다. 그는 몇가지 의문에 휩싸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유끼꼬가 묻는다; “하선, 어째서 그렇게 의아한 표정이예요?”.
윤하선이 대답한다; “저는 세가지 사항이 이해가 되지를 않아요. 첫째, 우리가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나사마가 하세가와 교수의 저택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둘째, 어째서 택배의 표지에는 ‘나나사마’가 보낸 것으로 분명히 적혀져 있는데 책안에는 아무런 메모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나나사마’의 이름으로 이것을 보냈다고 볼 수도 있지요”.
조금 숨을 쉰 다음에 윤하선이 이어서 말한다; “셋째, 단순하게 이 책의 내용을 참조하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저자를 한번 만나보라고 하는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군요. 그것이 이상해요”. 윤하선의 말을 듣고 유끼꼬도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래요. 분명히 이상한 택배이군요.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그 의문을 밝힐 수가 없네요”.
그 다음에 유끼꼬가 윤하선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내일 일찍 그 연구소로 그 책의 저자를 한번 찾아가서 나나사마와의 관계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겠네요. 그 책자를 들고가서 말입니다”. 윤하선이 그녀의 말에 찬성하자 유끼꼬가 당장 그 책에 나와 있는 연구소로 전화를 낸다.
다행히 아직 ‘야마모토 겐이찌’가 퇴근을 하지 아니하고 자리에 있다가 전화를 받는다. 유끼꼬가 상냥하게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면회를 신청한다. 긍정적으로 답변을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유끼꼬가 윤하선에게 말한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오전 10시경에 만나자고 하네요. 동경시내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합니다. 다행히 여기 주소와 전화번호가 안 바뀌고 그대로이네요”.
그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유끼꼬가 부모님께 오늘 레이꼬와 그 신랑인 와타나베 상을 만나서 점심식사를 즐겁게 잘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상한 택배를 하나 받았는데 그 때문에 내일 오전에는 ‘일본대외정책연구소’로 ‘야마모토 겐이찌’ 상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씀을 드린다.
그 말을 듣자 하세가와 교수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유끼꼬와 윤하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사람은 몇 년 전부터 많은 일본사람들을 집단적으로 해외이주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지만 한때 정부가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인 적이 있지. 그러나 소득이 없었어…”.
윤하선은 그 말을 명심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그 사람은 분명히 무엇인가 일본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도 일본국민들에게 그대로 밝힐 수가 없는 비밀일 것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집단이주’라고 하는 처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겠지. 내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서 끄집어내야 하겠군. 그 일이 나나사마의 일과 분명히 관련이 되고 있는 것만 같애. 이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걸…”.
하세가와의 저택이 동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일을 보기에 참으로 편하다. 더구나 동경은 지하철이 마치 지상의 버스노선처럼 거미줄과 같다. 그러니 아주 빠르게 목적지로 길이 막히지 아니하고 제시간에 이동할 수가 있다. 서울만 지하철이 편리한 줄 알았더니 동경이 한 수 위인 것만 같다;
두사람이 그 연구소로 찾아갔더니 안내데스크의 아가씨가 책임연구원 야마모토 겐이찌 상의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야마모토 상은 머리가 약간 벗겨져 있고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 첫인상이 예리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명함을 교환하면서 인사를 했더니 그것이 아니다. 꼭 동네아저씨처럼 훈훈하다.
윤하선과 유끼꼬는 후쿠시마의 나나사마가 보내어 온 책자를 그에게 보여준다. 그랬더니 그가 ‘아’하고 탄성을 한차례 지르면서 말한다; “허허, 나나사마가 장난을 치고 있구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나보고 윤상과 유끼고 상에게 대신 해달라고 하는 뜻이군. 그 친구 자기는 가택연금 상태이므로 또 나를 부려먹으려고 하는구먼 그래. 고약한 친구 같으니라고…”.
마치 독백처럼 중얼거리는 그 말을 언어감각이 탁월한 유끼꼬가 알아 듣는다. 그래서 얼른 질문한다; “나나사마와 잘 아시는가 봅니다. 어떻게 서로 아신 지가 오래 되셨어요?...”. 그 말을 듣자 야마모토 상이 즐겁게 웃으면서 말한다; “오래되다 뿐입니까? 우리들이 동갑이니 그 나이만큼 오래된 사이이지요…”.
윤하선과 유끼꼬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그렇다면 두 분은 죽마고우이시겠군요?”. 야마모토 상이 대답한다; “그렇지요. 후쿠시마 현에 있는 동네 아래 윗집에서 자랐지요. 매일 눈만 뜨면 하루 종일 골목에서 놀기에 바빴던 동무입니다. 그는 원자력공학을 대학에서 공부하고 원자로 운전자가 되고 저는 정치경제학을 공부하여 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을 하였지요...”.
야마모토 상이 잠시 옛날 생각에 잠기는 모양이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그 옛날을 추억하고 있다. 그래서 윤하선과 유끼꼬가 방해하지 아니하려고 침을 조용히 삼키면서 그의 말을 기다린다. 그러자 야마모토 상이 이어서 말한다; “그 친구는 8년전에 고향에서 원전사고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그 직장에 다니고 있을 충직한 친구이지요…”.
그는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그 원전사고가 있고 나서 그 친구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별명인 ‘나나사마’를 마치 본명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일본정부와 전력회사가 숨기고 싶은 내용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요주의 감찰대상으로 분류가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5년전에 은밀하게 저를 찾아와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윤하선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묻고 싶지만 그것이 극비사항인 것만 같아서 감히 질문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한 낌새를 알고 있는지 야마모토 상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와 나나사마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저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정보기관과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후에 저는 하나의 정책을 일본정부에 건의했습니다. 그 내용이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40km이내에 있는 주민들은 전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시키자는 것이지요”.
유끼꼬가 묻는다; “일본의 다른 지역을 말씀하십니까?”. 야마모토 상이 대답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소위 ‘님비, Nimby” 현상이라고 하는 지역이기주의가 있습니다. 혐오시설이나 질환자를 자신의 동네에 오지 못하도록 주민들이 일제히 시위를 하면서 결사적으로 막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대안으로 해외의 땅을 조차하고자 시도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윤하선이 일본어로 급히 물어본다; “소노 겟가와 도오데시다까?”. 윤하선의 일본어가 그 발음이 약간 이상하다는 사실을 야마모토 상이 눈치를 채지 못하였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위 이민국가로 불리고 있는 몇 나라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땅을 조차하고자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깊은 산골마을에도 제안을 했지만 그것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요…”.
그 순간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눈짓을 한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총명한 그녀가 알아 듣고서 야마모토 상에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러한 집단이주정책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여전히 그러한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는 것입니까?”.
야마모토 상이 유끼꼬의 눈을 한참 쳐다보다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지난 8년 동안 후쿠시마 현에 계속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나 나나사마의 의견은 그들과 다릅니다. 그들 뿐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합니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업이지요…”.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이야기를 야마모토 상이 두사람에게 한 것이다. 그 점을 알기에 윤하선과 유끼꼬가 아주 조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에게 인사를 한다; “이이 벵교니 나리마시다. 데와 마따 아이마쇼오. 혼도니 아리가도오 고자이마시다”. 야마모토 상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눈인사만 한다.
그는 옆방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를 뒤로하고 윤하선과 유끼꼬가 지하철을 이용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윤하선의 방에 함께 들어온 유끼꼬가 말한다; “야마모토 상이 가장 정직한 이야기를 저희들에게 해준 것이군요. 그는 원전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군요…”.
윤하선이 말한다; “저도 마찬가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나나사마와 나눈 이야기가 무엇인지 겉으로는 저희들에게 누설하지 않았지만 해외이주 건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미 그것을 말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일본정부가 숨기고 있는 비밀정책이 그것입니다. 국민을 집단적으로 해외로 이주시켜야만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군요”.
그는 확신에 차서 유끼고에게 말한다; “일본정부가 그것을 어떤 모양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저희들이 밝혀야만 하는 과제이군요. 그 문제를 풀게 되면 저의 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을 분명히 찾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과연 다음날부터 어떠한 일을 만나고 또한 어떠한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 아직은 아무런 대책이 없지만 그들은 다음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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