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1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5. 14:45

圓의 비밀15(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은 유끼꼬의 도움을 받아서 일본의 국회도서관에 설치가 되어 있는 컴퓨터로 많은 자료를 검색했다. 오전에 시작한 그 일이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그 사이에 두사람은 구내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유끼꼬가 볼 때에 윤하선은 그가 원하던 자료를 이미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그 결과를 유끼꼬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아마 그 내용이 역시 일본여자인 유끼꼬가 듣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윤하선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서관을 나서기 전에 유끼꼬가 잠시 윤하선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십분 정도 화장실을 다녀온다. 두사람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서 하세가와 교수의 집으로 향한다. 여러 시간 컴퓨터로 많은 자료를 검색하였더니 두사람은 눈이 아프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 서로 헤어져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세수를 한 다음에 잠을 청한다. 그런데 한 30분쯤 지났을 때에 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하세가와 교수 부부가 외출을 했는지 집을 비우고 있다. 따라서 유끼꼬가 나가서 대문을 열어준다;

그러자 대문에서 4사람의 건장한 사내가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들 가운데 한사람이 동경시내 경찰서에서 발부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거실에 들어온 4사람이 유끼꼬에게 한국청년 윤하선의 소재를 묻는다. 유끼꼬가 깜짝 놀라서 2층 손님방에서 그가 쉬고 있다고 대답한다.  

4명 가운데 2사람은 유끼꼬를 지키고 나머지 2사람이 2층으로 올라가서 자고 있는 윤하선을 깨운다. 빨리 옷을 입게 한 다음에 그 팔목에 수갑을 채운다. 아래층으로 윤하선을 데리고 내려와서는 유끼꼬에게 통역을 부탁한다; “윤하선과 유끼꼬 두사람을 일본의 국가기밀을 탐지한 스파이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대문 바깥 골목에 세워 둔 지프차가 2대이다. 윤하선과 유끼꼬를 각각 다른 차에 태우고 한꺼번에 출발한다. 그들의 지프차가 동경시내 중심부에서 교외로 빠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끌려간 곳은 경찰서가 아니다. 일종의 안가이다. ‘일본에도 이러한 독립된 안가가 존재하고 있구나!...’ 라고 윤하선이 놀란다;

그날 늦은 오후부터 밤늦도록 유끼꼬와 윤하선을 취조한 자들은 분명히 일본경찰이라는 신분증을 제시하였지만 일반경찰이 아니다. 그들은 정보계통에 종사하고 있는 자들로 보인다. 그들은 윤하선과 유끼꼬를 각각 다른 방으로 끌고가서 그 안가에서 취조를 한다.

먼저 40대가 되어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일본사람이 일본어로 윤하선에게 말을 건다. 그러자 윤하선이 그 말을 못 알아듣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그 사람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젊은 형사에게 말한다. 그러자 반시간이 지나지 아니하여 다른 한사람이 그 방에 들어온다.

취조를 하던 그 사람이 일본어로 질문을 하자 그때부터 나중에 불려온 그 사람이 통역을 한다. 한국말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일본인의 발음이 묻어 있다. 그러므로 그 통역자는 일본인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이제는 윤하선이 계속하여 고개를 가로 젖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그 통역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가장 먼저 통역하는 질문이 들려온다; “어째서 당신은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나나사마를 만났는가?”.

윤하선이 떳떳하게 대답한다; “나의 막냇삼촌이 한양신문사 동경 특파원인 윤치국 기자이다. 그 삼촌이 동경에서 실종이 되었기에 경찰에 사건의뢰를 하고 나는 나름대로 삼촌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나나사마가 윤치국 특파원을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를 만난 것이다”.

그 다음에 두번째의 질문이 통역의 입을 통하여 들려온다; “그렇다면, 일본의 대외정책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수석 연구원 야마모토 겐이찌는 어째서 만난 것인가?”. 윤하선이 숨김 없이 답변한다; “’나나사마로부터 그 자가 저술한 책자가 내게 택배로 도착했다. 그러므로 내가 그 자를 만나면 삼촌의 실종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를 만났다”.

세번째의 질문이 다음과 같다; “야마모토 상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무엇인가?”. 윤하선이 이번에도 꾸밈이 없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는 자신이 나나사마와 죽마고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치국 특파원의 실종 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구가 많은 일본이므로 해외에 땅을 조차하여 일본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정책제안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드디어 네번째의 질문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째서 일본의 국회도서관을 방문하여 많은 자료를 검색하였는가? 무엇을 찾고자 한 것인가?”. 운하선이 당당하게 한국말로 대답한다; “나의 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은 지금의 일본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이 되어 있는 기밀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실종이 되기 전에 서울에 있는 나에게 전화로 알려왔다”.

잠시 숨을 쉬면서 주변을 한번 본 다음에 윤하선이 천천히 이어서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단서를 얻기 위하여 일본의 대외정책을 다루고 있는 국회의 자료를 오늘 장시간 검색한 것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이상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그대는 어떤 실마리를 찾았는가?”.

윤하선은 총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단박에 그 질문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여긴다. 개인적으로 어떤 자료를 일본국회의 공식자료에서 얻었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도서관의 컴퓨터 자료이다. 그런데 거기서 어떤 자료를 얻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그것은 전혀 국가의 기밀을 보호하고자 하는 범주에 들지 않는 자료들이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윤하선이 도리어 질문한다; “나는 그러한 이상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컴퓨터 자료를 보고서 무엇을 얻었는가? 라고 묻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윤하선의 기지가 발동이 된다; “대외적으로 개방이 되어 있는 국회의 자료에 그렇다면 어떤 기밀사항이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지 않는가? 그러니 당신의 질문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왕 말을 꺼낸 김에 윤하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한다; “그러한 엉터리 질문을 하고 있는 당신들의 정체를 내게 솔직하게 밝혀 주기 바란다. 그리고 내게는 변호사를 붙여주고 한국대사관에 연락하여 한국외교관의 도움을 받도록 조치를 해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나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

그 말을 들은 그 40대의 인물이 통역을 통하여 말한다; “우리들은 일반 형사가 아니다. 국가의 기밀의 유출을 막기 위하여 내각의 지시로 움직이고 있는 정보계통의 조사관들이다. 그대가 삼촌의 실종을 조사한다는 구실로 일본정부에서 감시하고 있는 인물들을 계속하여 접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대가 한국에서 파견한 스파이라고 보고 있다”.

그 다음에 그 사람이 통역을 통하여 하고 있는 말이 다음과 같다; “그대는 일본여성인 유끼꼬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손발로 사용하여 일본정부의 기밀을 파헤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당신이 취득한 정보를 정확하게 실토하지 아니하면 우리는 유끼꼬를 심문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하세가와 교수 부부를 연행하여 심문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좋은가?”.

윤하선이 눈을 감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뗀다; “내가 아는 정도의 정보는 그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므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들에게 물어보도록 해라. 나는 삼촌의 실종과 관련한 정보를 아직 얻지 못하고 그 단서조차 전혀 찾지를 못하여 답답하다. 그대들은 나의 이 심정을 알고 빨리 내 삼촌을 찾아 달라. 그리하면 나는 이곳 일본에 더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 말을 듣자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운다. 그 방에는 윤하선을 감시하는지 그 통역관과 또 건장한 30대의 사내가 남아 있다. 40대의 남자가 30분쯤 지나자 방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이 말하지 아니하여도 이미 유끼꼬가 모두 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대를 더 이상 여기에 붙들어 둘 필요가 없다. 일단 풀어주겠다. 그러나 명심하라. 일본정부의 기밀을 파헤치고자 하는 시도를 하지 말라. 그러면 다시 체포할 것이다”.

그 다음에 그 사람이 서류가방에서 한 장의 양식지를 꺼낸다. 그 내용을 읽어보고 친필로 서명을 하라고 한다. 한자에 히라가나로 토가 붙어 있기에 윤하선도 능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는 구태여 그 통역으로 하여금 그 문장을 한국말로 번역하여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 통역이 열심히 한국말로 설명한다. 윤하선이 고개를 계속하여 끄떡인다. 드디어 읽기를 모두 끝내자 윤하선이 단숨에 날짜를 적고 자신의 이름을 한국말로 적은 다음에 사인을 한다. 그 종이를 거두어 그 책임자가 보고서 희미하게 웃는다. 그리고 윤하선을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한다.

윤하선이 건물 바깥으로 나오자 유끼꼬가 먼저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아니하고 와락 윤하선의 품으로 찾아 든다. 윤하선도 그녀를 꼭 껴안는다.  그렇게 두사람은 그 안가를 떠나서 하세가와 교수의 저택으로 향한다. 윤하선이 일본에 온지 7일째의 밤이 그렇게 지루하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