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를 보는 눈

민족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모형들(작성자; 손진길 박사)

손진길 2020. 4. 16. 10:10


민족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모형들

작성일; 주후 2018930(주일)

작성자; 손진길 목사(정치학박사)

 

최근 모 여성의원의 주장을 뉴스를 통하여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논지는 크게 보아 세가지입니다;

(1)  첫째, 인도와 대치하면서 핵보유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경우가 자꾸만 한반도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가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있어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는 견해입니다.

(2)  둘째,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핵을 가진 상대국에 대해서는 정찰을 강화하고 감시체제를 확실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정찰과 감시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는 현금의 한국의 국방정책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3)  셋째,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상대국의 핵은 역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핵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면 핵보유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언제나 상대방의 선심을 구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치 북쪽의 핵을 같은 민족이므로 남쪽의 것인 줄 여기고 있는 것은 큰 착각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마디로, 예리한 통찰이며 냉철한 견해입니다. 쉽게 토를 달 수 있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보지 않으면 아니되는 사실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점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핵과 관련한 국제정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분류를 나름대로 먼저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첫째가 핵 강대국들이 서로 대륙간탄도탄’(ICBM)을 가지고 전세계적으로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그러한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편리하게 미중러 모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  둘째가 인접한 두 나라가 핵을 보유하고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앞으로, ‘인파 모형이라고 간편하게 부르고자 합니다.

(3)  셋째가 핵무장을 한 강대국이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이른바 핵이 없는 약한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가 희생이 너무 커서 핵무기를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난 경우입니다. 1975년에 종전을 한 미국과 월맹과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여기서는 편의상 미월 모형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둘째로, 한반도 남북한의 경우에는 어느 모형에 해당이 될까요?  한쪽에만 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핵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월 모형에 가깝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역사적으로 어째서 미국이 월맹과의 전쟁을 그만 두고 철수를 하였으며 그후 아직도 핵무장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베트남을 그냥 두고 보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점이 향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시사성을 주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따져봅니다;

(1)  첫째, 최대의 핵 강대국인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하나는, 대륙간탄도탄까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핵보유국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미국이 월맹과 전투를 하면서 계속 인접국인 중국 그리고 그 북쪽에 있는 구(, 옛날) ‘소련’(蘇聯, 소비에트연방을 말함)의 움직임을 주시한 것입니다. 그들까지 핵전(核戰)을 불사하면서 그 전쟁에 뛰어든다면 미국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함께 죽자고 하는데 그러한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말에 벌써 미국과 소련은 지구를 몇 번 태워버릴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또 하나는, 핵이 없는 상대국을 단기간에 정복하거나 굴복을 시킬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조기에 항복을 받아 내게 되면 주변의 핵 보유국들이 나중에 개입을 해보아야 별로 큰 효과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다국적군을 구성하여 기습적으로 후세인의 이라크를 공격하여 전쟁을 조기에 끝낸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러시아가 개입을 하려고 하는 제스처를 보이자 미국은 재빠르게 국제유가를 잔뜩 올려서 러시아의 경제난을 해결해줌으로써 한발 물러서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핵 강대국이 사후에 개입을 한다고 하는 것은 그저 자국의 이익을 좀 얻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물론 그 전쟁이 주변의 핵 강대국의 운명과 직결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핵전으로 확대가 되고 제3차세계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미국 역시 신중에 또 신중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2)  둘째, 월맹’(越盟, North Vietnam)은 미국의 강력한 전투능력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를 않습니다. 그들은 밀림 속에 그것도 지하 땅굴 속에 숨어서 끈질기게 저항을 하고 전투를 계속한 것입니다. 1960년대에 시작한 전쟁이 70년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끝나지를 않고 있습니다. 미군의 희생이 자꾸만 커지고 있습니다. 다국적군대를 계속 동원하여도 미군의 희생이 크게 줄어들지를 아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반전시위가 발생하고 전쟁을 혐오하는 여론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 먼 월남까지 가서 무엇 때문에 자신들의 아들들이 전투를 하고 죽어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미군의 피를 많이 흘리면서 월남이라는 나라를 지켜줄 필요가 있느냐고 미국정부에 강력하게 묻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쟁이 길어지자 미국 내 반전의 여론을 등에 엎고서 이웃의 중국과 그 북쪽의 소련이 개입을 하고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차제에 동남아 지역에 자신들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제적인 발언권을 높이고자 합니다. 그 결과 미국은 월맹과 물밑접촉을 하고 전쟁터를 떠나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은 북쪽의 중국 및 소련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월맹 지도자들의 은밀한 약속을 받고서 물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월맹과 캄보디아 사이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강력한 월맹군의 반격 앞에 그만 물러가고 마는 것입니다.

(3)  셋째, 미국이 떠나고 나자 몇 달이 지나지 아니하여 월남’(越南, South Vietnam)이 월맹에 의하여 무너지고 맙니다. 당시 군대의 무장과 병기의 보유량에 있어서 결코 월남군이 월맹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이가 없게도 졸지에 나라가 망하고 월남의 기득권 세력은 소위 보트 피플’(boat people)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정신전력 측면에서 월맹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국에 의존하여 전투에 참여했던 월남군은 아무리 무기현대화를 해도 그 정신전력이 형편 없습니다. 자유 월남을 자신들의 힘으로 지키고자 하는 생각이 미흡합니다. 월남보다 더 살기가 좋은 나라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민족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월맹군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그것은 마치 1949년에 모택동의 인민군에게 맥없이 쓰러진 장개석 군대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과 같습니다.

(4)  넷째, 월맹은 월남을 적화하면서 몇 년이 지나지 아니하여 엄청난 개방과 개혁에 나섭니다. 그것은 그들이 민족독립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국제공산주의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 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공산주의 이념이 절대적이 아니라고 하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국의 근대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이데올르기를 따지지 아니하고 누구와도 협력을 하고 동맹을 할 수가 있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변모한 베트남에 대하여 미국이 구태여 옛날의 전쟁상대국으로 대응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와 같은 현상이 혹시 먼 훗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셋째로, 이제는 미월 모형을 참고하여 한반도의 문제를 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이미 말씀드린 대로, 두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나름대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①하나는, 강대국 미국이 단숨에 작은 나라 월맹을 이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입니다. ②또 하나는, 미국이 1980년대초부터 경제개발에 나선 베트남을 어째서 그냥 지켜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먼저 첫번째의 질문 곧 핵 강대국이며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이 어째서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저항을 하고 있는 월맹을 단숨에 붕괴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하여 그 답을 구해봅니다;  

(2)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민족주의 노선에 입각하여 오랜 세월 서구 열강 및 일본제국주의와 싸워온 월맹의 집단지도체제가 견고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민족국가를 유지하고 보전할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이든 공산주의이든 그러한 이데올르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에 비해서 50개의 자치권을 가진 주들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이민국가인 미국은 그러한 강력한 민족주의 전통이 없습니다. 그저 합중국의 국가이익이 최우선입니다.

(3)  경제적인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데 있어서 방해가 된다면 애초의 모국인 영국도 전쟁의 상대국에 불과합니다. 어제의 동지도 오늘의 국가이익을 얻는데 방해가 된다면 적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의미에서 상호방위조약과 혈맹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국가이익과 발전방향에 지장이 된다고 하면 어떠한 혈맹이나 우방도 버릴 각오가 벌써 체질적으로 되어 있는 그러한 나라가 소위 미힙중국이라고 하겠습니다. 

(4)  그러므로 미국의 핵우산이라고 하여 그것이 마냥 한국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국한이 됩니다”. 그러하지 아니하면 핵우산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카드가 되고 말 따름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1980년에 나라를 개방하고 경제건설을 시작한 베트남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트남의 개방과 자본주의 체제를 일부 허용한 경제발전이 미국의 국가이익과 부합이 되고 있다고 미합중국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베트남을 적국으로 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점을 살펴보는 것이 두번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길이 될 것입니다.

(5)  베트남의 발전은 중국의 근대화 및 산업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 발전의 속도도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국은 인구가 많고 베트남은 그에 비하여 인구가 훨씬 적은 것이라고 하는 차이만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선과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중요한 차이 하나는 역시 베트남은 핵이 없고 중국은 핵 강대국이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국은 대륙간탄도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옛날 소련처럼 중국이 미국과의 과다한 군비경쟁으로 국가부도를 내지 아니하는 이상 미국은 중국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6)  아무리 미국이 중국에게 경제적 제약과 무역압박을 가하더라도 언제나 막후에서는 핵전을 피하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선에서 대 타협을 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베트남의 개방과 경제건설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하등 그 나라에 정치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개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7)  그런데 묘하게도 미국이 자신의 핵을 내세워서 베트남을 좌지우지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함부로 핵무기도 없는 약소국이라고 하여  핍박을 하고 제재를 하다가 베트남이 중국편에 붙어버리게 되면 그것은 미합중국의 세계지배에 그만큼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여러가지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한국과 북한 간의 문제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점검을 해보고자 합니다.

  넷째로, 북한은 핵 보유국이고 한국은 핵이 없는 국가입니다. 그러므로 핵 강대국인 미국과 핵이 없는 그 옛날 월맹과의 전쟁을 먼저 상정해야 합니다. 월맹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계속 버틸 수가 있었던 요인은 명백합니다. 그것은 민족주의 정신이 투철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월맹을 완전히 파괴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에는 주변의 중국과 소련이 남하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였다고 하여 한국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대가 한반도에 개입을 하게 되는 빌미가 될 따름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핵 무장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하여 국방력이 그렇게 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만 굳게 먹는다고 하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모든 전략자산을 가지고 북폭(北爆)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닙니다. 상당히 종심(縱心)이 짧습니다. 그러므로 핵무기만이 효과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른 현대식 무기도 그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핵무기이든지 북한의 핵무기이든지 그것은 당연히 한국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누구의 핵을 안전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어떻게 장차 핵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요?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공약하고 있으므로 자체적인 핵을 개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핵을 가진 나라를 상대로 하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그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여러가지 모형 가운데 미월 모형입니다.

미국은 조기에 월맹의 항복을 받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강력한 민족주의 정신을 월맹이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도 민족주의 정신으로 온 국민이 무장을 할 때에만 핵 강대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하지 못하다면 그 옛날 망한 월남의 뒤를 따를 뿐입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경제적인 발전으로 자본과 산업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핵 강대국들도 서로 다투어 자신의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면, 핵을 가진 북한도 경제적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계속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내적으로 민족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경제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그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핵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계속 북한과 더불어 같은 한민족으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살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