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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작성자; 손진길 박사)

손진길 2020. 4. 17. 09:36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작성자; 손진길 박사(정치학)

작성일; 주후 20181012()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1)  민주주의에 대한 아주 고전적인 개념은 두가지의 기초를 가지고 있습니다;

1)    하나는, 시민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라의 주인인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정책에 대한 토론도 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를 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2)    또 하나는, 시민들이 행사한 투표의 권리에 대하여 그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아니하기 위하여 비밀투표가 행해져야 하며, 동시에 평등하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일인일표주의’(一人一票主義)에 입각하여 투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대의적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국민들의 권리를 보완하는 제반조치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    현대사회가 복잡해지자 행정부가 비대한 관료제에 의하여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선출한 대표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먼저 다음과 같이 보완이 되고 있습니다;  ①첫째, 행정부처를 감독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의 기능과 관료조직을 직접 감독하는 정무직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②둘째, 행정부처와 대통령 비서실을 감사하는 국회의 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2)    수년에 한번씩 행사가 되는 시민들의 투표행위로는 도저히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국가의 정책 변화를 모두 비판하거나 바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언론을 보호하는 한편,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부에 대한 감독기능은 물론 재판에의 시민참여까지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투표라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3)  그러한 전통적인 설명만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의 고찰이 미흡합니다. 왜냐하면, 일당 독재정치나 권위주의적 우월정당체제가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좀더 진일보한 이론적인 이해의 틀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사르토리’(G. Sartori)의 민주주의에 대한 조작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주의는 의미가 있는 복수의 정당이 정책대결을 통하여 국민들의 표를 얻고자 하며, 선거결과 다수를 득표한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정당체계(the political party system)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정책의 형성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있으며 그러한 정당체계의 구조화(the structualization of the political party system)는 여러 번의 선거과정을 거치면서도 안정적이다. 그런 경우 정치의 안정과 발전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    공화주의란 무엇인가?

(1)  고대국가에서의 왕정과 공화정;

1)    고대사회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한사람의 왕이 다스리는 왕정국가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였던 그리스의 아테네와 이태리의 로마가 왕정이 아니라 공화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사람의 왕이 세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여 그들에게 집단적인 지도체제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    그 방법이 두가지입니다; ①하나는, 시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하여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에서 집행관을 선출하여 그들에게 정부와 군사의 관리를 맡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날의 의원내각제의 효시가 됩니다. ②또 하나는, 시민들이 다수의 의원과 복수의 집행관을 한꺼번에 선출하여 의회와 집행부 그리고 집행관들 사이에 있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삼권분립으로 가는 길입니다.

(2)  고대사회에서의 공화정의 위기와 근대 및 현대사회에서의 공화정의 위기;

1)    고대사회에서 공화정은 두가지의 위기를 맞이하여 사라지고 맙니다; ①그 하나는, 주변의 왕정국가들이 공화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를 그냥 두지를 않습니다. 마치 프랑스 혁명에 의하여 시민들이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부를 수립하자 주변의 왕정국가들이 왕정복고를 외치면서 프랑스를 공격한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 공화정과 더불어 그리스의 아테네가 사라지고 맙니다. ②또 하나는, 집행관들 사이에 세력다툼이 발생하고 승리한 집행관이 독점적으로 군사력과 국가권력을 행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왕과 같은 권력을 지니게 된 독재자는 의회의 견제가 귀찮기만 합니다. 따라서 전리품을 시민들에게 많이 분배해주면서 인기를 얻어 마침내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고 마는 것입니다. 로마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2)    주후 18세기말에 프랑스 시민혁명에 의하여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성립이 됩니다. 그러나 주변의 왕정국가들이 왕정복고를 외치면서 다국적군을 형성하여 침입을 합니다. 자신들의 혁명이념을 파수하기 위하여 다급해진 프랑스 의회는 나폴레옹에게 시민군을 이끌고 전쟁에서 승리를 하도록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그 결과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독재권력을 장악하고 그만 황제로 즉위하고 맙니다. 그것은 프랑스의 공화정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주후 20세기에는 프랑스의 이웃인 독일에서 그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1차 세계대전에 하사관으로 참전한 바가 있는 히틀러가 젊은 나이에 정계로 진출합니다. 그는 유럽대륙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는 독일이 프랑스와 영국에 의하여 전쟁에서 참패하여 백성들이 절망에 빠져 있으며 또한 막대한 전쟁배상금 때문에 도저히 미래가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단숨에 벗어날 수 있는 기가 막힌 방법을 그는 정치적으로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독일의 재무장을 통하여 강성한 조국을 재건하자고 하는 전체주의 정당의 탄생입니다. 그것은 오늘날 한반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절망에 허덕이던 독일백성들이 젊은 히틀러와 그의 나치정당에게 몰표를 주고 마치 백지수표처럼 모든 통치권을 위임하고 맙니다. 그 대가가 참혹합니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승승장구하던 히틀러의 독일이 결국은 패망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사상적으로는 독재정치와 전체주의 사상을 어떻게 청산해야만 할지 앞이 캄캄한 것입니다.

(3)  공화주의 가치의 재발견;

1)    20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히틀러의 독재정치가 그의 조국 독일을 또다시 패전국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온 유럽에 전쟁의 깊은 상흔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은 독재와 전체주의 사상의 발호를 예방할 수가 있을까요? 정치철학자들의 고심이 전후에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2)    그 결과 어떤 학자는 정치마당에서 토론의 문화가 사라져버렸기에 일당독재가 허용이 되고 한사람의 천재에게 맡겨진 국가가 패전국이 되고 말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자들은 희랍과 로마의 공화정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화주의가 다시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재발견하고 있는 공화주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조금 살펴보고자 합니다;

3)    첫째가,공공영역’(public realm)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와 그의 나치당에게 통치권을 위임하자 그들은 독일 국가를 사유화하고 말았습니다. 나치당의 일당독재가 전쟁을 통하여 계속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히틀러는 자신의 결정이 일반의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홀로 정책결정을 하고 맙니다. 한사람의 천재가 유럽전쟁을 좌지우지한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권력이 한사람의 권력으로 사유화가 되었으며 그 견제의 기능이 상실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와 비슷한 사례는 국민의 투표로 선출이 된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백지위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 국민의 견제와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있는 비선(秘線, 비밀조직)이라면 참으로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잘못을 재범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권력이든지 아니면 다른 어떠한 거대조직의 권력이든지 간에 전부 공공의 영역’(public realm)으로 되돌려 놓아야만 합니다. 그것이 권력의 사유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공화주의의 가치가 재발견이 되고 있습니다.

4)    둘째가, 국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의 천재가 국정을 운영하던 잘못된 시대는 히틀러를 마지막으로 종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수의 천재들이 모여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집단지도체제도 국민들이 선출한 의회의 견제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우월적인 정당정치를 통하여 의회와 정부를 동시에 지배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벗어난 정책결정을 자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수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총선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중에라도 국민이 국가정책의 형성과 선택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도가 다양하게 마련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그러한 모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소위 공화주의라고 하겠습니다.

 

3.    결어; 언뜻 보면, 현대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 강조점이 조금 다릅니다; 민주주의는 정당 간의 정책대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공화주의는 국가권력의 사유화를 예방하고자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 점 때문에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공화주의의 정신을 되살리자고 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그 밖에 국가의 정책결정의 과정과 그 감독에 있어서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민주주의나 공화주의에 있어서 같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