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9(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2. 05:08


소설 히스기야19(작성자; 손진길)

 

5. 산헤립왕의 패퇴에 이어 발생하는 여러 민족의 반란과 히스기야왕

 

다메섹성의 외곽을 한때 유다왕국의 기병대가 포위하였다는 소문이 마치 발이 달린 듯이 앗수르제국 내로 널리 퍼지고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제국의 백성들이 은밀하게 속삭이고 있다; “유다왕국의 군사들이 겁도 없이 야밤중에 다메섹성에 침투하여 곡식창고와 병기고를 불태워버렸다”.

더욱 내밀한 이야기가 제국의 백성들에게 들려오고 있다; “침투한 적들이 쏜 화살에 산헤립 황제가 죽을 뻔 하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황제가 저 혼자 살겠다고 제국의 수도 니느웨로 도망치고 말았다. 산헤립은 50만명이 넘는 대군을 몰고 원정에 나섰지만 결국 작은 왕국 하나 정복하지 못한 무능한 황제이다”.

그러한 나쁜 소문이 제국 내로 은밀하게 퍼지자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먼저 변방에서 앗수르제국의 속국으로 있던 나라와 민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앗수르제국의 중심부에 속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반란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그동안 앗수르제국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속국이 되어버린 나라 가운데 가장 변방에 있는 것이 블레셋의 도시국가들이다. 그들 중 에그론아스글론에서 격렬한 반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다메섹에 주둔하고 있는 앗수르의 군대가 반란군을 쳐부수기 위하여 출병한다.

다메섹 성주인 앗수르의 왕자 사레셀이 자신의 지휘를 받고 있는 5명의 다르단 가운데 두명인 에르 가르에게 지시한다; “블레셋의 땅에서 반란이 발생했다. 그러므로 다르단 에르가르는 즉시 휘하의 군사들 10만명씩을 이끌고 출병하여 그 땅의 반란을 잠재우도록 하라. 에르는 에그론으로 가고 가르는 아스글론으로 가라. 토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유다왕국의 히스기야왕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그론과 인접한 해안도시 아스글론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신경이 예민하다. 블레셋의 도시국가 에그론과 아스글론이 각각 앗수르의 10만 원정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양진영 가운데 누가 승리할 것인가?

만약 앗수르의 다르단인 에르가르가 그 전쟁에서 쉽게 승리한다면 침략의 말머리를 유다왕국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히스기야왕은 그에 대비하여 조속히 전후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라기스 요새를 지키고 있는 삼손 성주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지금 라기스에는 정예병인 상비군이 후새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제7군단 하나밖에 없다. 그곳에 있던 잇대 장군의 제8군단을 벌써 세겜성으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스기야왕이 용단을 내린다. 수도인 예루살렘성을 지키고 있는 사울 장군의 제4군단을 라기스로 파병한다. 만약 블레셋의 에그론성이나 아스글론성이 위험하면 앗수르 토벌군의 후방을 치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 라기스 요새에는 다시 상비군이 2개 군단 주둔하게 된다.

둘째로, 히스기야왕은 유다왕국의 남부의 중심지인 헤브론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예루살렘성을 지키고 있는 제3군단을 그곳으로 파병한다. 앗수르의 산헤립왕의 군대가 물러간 지금의 상황에서는 구태여 예루살렘성에 많은 상비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히스기야왕이 두가지 인사조치를 한다; 하나는, 3군단장인 삼마 장군을 헤브론 성주로 임명한 것이다. 그에 따라 삼마 장군이 성주이면서 동시에 수비대장을 겸하게 된다. 그 옛날 갈렙 장군의 제자였던 창기스의 후예인 삼마가 헤브론의 성주가 되자 혼자서 속으로는 감격스러워 한다.

또 하나는, 히스기야왕이 자신의 아우인 브에리엘가나 가운데 막내인 엘가나를 헤브론으로 이주시킨 것이다. 히스기야왕은 아직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은연중에 예루살렘에서 대신들의 눈이 후계체제와 관련하여 자꾸만 똑똑한 왕제인 엘가나에게 쏠리고 있다.

그것을 히스기야왕이 싫어한다. 그는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권력의 누수현상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예루살렘에 있는 대신들의 눈에서 멀어지도록 막냇동생 엘가나를 멀리 헤브론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한편, 그동안 200명의 첩보부대를 운영한 천부장 가이난나단의 신변에도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두사람은 예루살렘의 왕과 귀족들이 앗수르의 침입을 초래한 자신들의 잘못을 회개할 줄을 모르고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크게 실망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위정자들은 앗수르의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굴종의 삶을 살아간 지방의 백성들 가운데 부역자를 전부 가려내어 철저하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것은 위정자들의 잘못과 허물을 모두 백성들에게 돌리고 자신들은 면피를 하고자 하는 얄팍한 술책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과 그의 예루살렘 지지자들은 지방의 성읍에서 앗수르에게 동조한 부역자들을 철저하게 가려내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들이 조상하고 있는 공포분위기가 전후의 유대인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접국가 블레셋에서 다시 전쟁이 발생하고 있으니 히스기야왕은 쾌재를 부른다.  

그러한 히스기야왕의 비겁하고도 위선적인 통치술을 보고서 가이난나단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일신상의 사정이라고 말하면서 사표를 제출한다. 그 속사정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딱한 히스기야왕이 근위대장인 스바냐와 군부대신인 엘리사마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다음과 같이 인사조치를 한다;

첫째, 가이난의 사표를 수령한다. 따라서 천부장 가이난은 다시 예루살렘에서 상인으로 행세하게 된다. 그는 100명의 수하들과 함께 상점을 열고 놋의 유통과 놋제품의 판매를 예루살렘에서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팀나의 동광산과 공방을 방문하느라고 바쁘다.

둘째, 나단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그의 보직을 변경한다. 100명의 별동대를 이끌고 벧엘로 가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새로운 성주가 되어 주민들을 잘 다스리라는 왕명이다. 어째서 나단 천부장을 벧엘로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나단의 첩보부대가 수집하는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히스기야왕과 군부대신은 유다왕국이 보유하고 있는 8개의 군단 가운데 3개가 북쪽의 국경도시인 세겜성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걱정거리이다. 다메섹사마리아에서 남진하는 앗수르의 세력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하지만 만약 세겜성에서 상비군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는 경우에는 유다왕국 자체가 쑥대밭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히스기야왕은 군부대신 엘리사마 및 근위대장 스바냐와 상의하여 나단 천부장과 그의 첩보부대를 벧엘로 보낸 것이다. 히스기야왕은 나단을 벧엘 성주로 임명하고 동시에 한가지 비밀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벧엘의 북방 세겜성에 주둔하고 있는 3개 상비군의 동태를 은밀하게 살펴서 근위대장 스바냐 장군을 통하여 히스기야왕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라는 것이다.

나단 천부장으로서는 그와 같은 왕의 특명을 거부할 수가 없다. 특히 유다왕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단은 그의 부하 100명을 이끌고 예루살렘에서 50리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벧엘로 가서 성주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는 차제에 벧엘 성읍을 확장하고 성내에 많은 주민들이 살도록 만든다. 그리고 예비군 1개 군단을 창설하고 군사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아울러 무예습득이 빠른 자를 가려내어 자신의 제자로 삼아 상승무공까지 가르치게 된다. 따라서 엘라 가문의 비기가 벧엘의 젊은이들에게 전수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블레셋의 도시국가인 에그론아스글론에서는 원주민과 앗수르 군대와의 전투가 한창이다. 먼저 앗수르의 군사령관인 다르단 에르10만명의 군사로 에그론성을 포위하고서 계속 공격한다. 성안에는 16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그들을 지키고 있는 병력이 4만명이다.

도시국가이므로 성의 규모가 크고 주민의 수가 많다. 그리고 병력이 4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이 수성작전에 매달리고 있으므로 그 성을 점령하자면 통상 3배의 군사력이 필요하다. 앗수르 공격군이 12만명이 되어야 승리를 장담할 수가 있는데 그러하지가 못하다.

따라서 에그론성을 포위하여 공격하고 있으면서도 다르단 에르는 속이 탄다. 자신의 군사 10만명으로서는 전세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째, 성을 완전봉쇄하고 양식과 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둘째, 다메섹에서 원군이 도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메섹을 지키고 있는 왕자 사레셀이 전혀 원군을 보내지 아니하고 있다. 그는 50만명에 불과한 주둔군 가운데 벌써 20만명을 떼어서 블레셋의 반란을 진압하도록 조치했다. 더 이상 군대를 덜어내게 되면 남부 시리아를 다스리고 있는 다메섹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므로 다르단 에르가 이제 기대하는 것은 아스글론성을 공격하고 있는 다르단 가르가 군대를 몰고와서 합세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그것도 어렵다. 가르가 전공을 세우고 싶어서 아스글론성의 공격에 매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에르가 혀를 찬다; “가르는 내가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무식하게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있구나. 그도 10만명의 군사로 아스글론성을 방어하고 있는 4만명의 수비군과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전략적으로 승리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두사람의 다르단이 똑같은 욕심으로 한사람은 에그론성을, 또 한사람은 아스글론성을 공격하느라고 바쁘다. 그러한 때에 비참한 소식이 들려온다. 다메섹에서 블레셋으로 향하고 있던 군량미와 무기 등 군수품이 몽땅 약탈당하고 말았다는 급보이다.

때는 한겨울이다. 성 바깥에서 천막을 치고 앗수르 군사들이 전쟁 중이다. 한겨울 추위에 보급품마저 차단되고 말았으니 군사들이 벌벌 떨고 있다. 군대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다. 다르단 에르가르는 그 소식을 듣고서 치를 떤다; “유다의 병사들이 보급품을 강탈했다고 한다. 이제 그들이 우리의 배후를 공격하게 되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빨리 철수해야 한다”.

다르단 에르가르가 전서구를 통하여 그리고 전령을 통하여 이중으로 다메섹의 왕자 사레셀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계속 전장에 남아있게 되면 유다왕국의 참전으로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 보고를 들은 사레셀 왕자가 철수를 명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20만명의 대군이 블레셋 땅에서 전멸을 당하게 되면 군사력이 부족하여 사레셀 자신이 지키고 있는 다메섹이 위험하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사레셀이 철군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정작 다메섹까지 돌아온 군사의 수는 12만명에 불과하다. 8만명이나 철수 도중에 그만 전사한 것이다.

그것은 유다왕국 라기스 요새를 지키고 있는 삼손 성주와 세겜성을 지키고 있는 요나단 성주가 합의하여 철군하고 있는 앗수르 군대를 공격한 결과이다. 그 전투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를 이제 살펴볼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