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20(작성자; 손진길)
에그론과 아스글론을 공격하고 있는 앗수르의 군대가 철수하게 되면 라기스 요새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앗수르 군대가 라기스 요새를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 다메섹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라기스 성주인 삼손이 전략을 구상한다; “그들을 곱게 돌려보낼 필요가 없다.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패잔병들이다. 그들이 말머리를 돌려서 우리 라기스 요새를 공격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단 더 동쪽으로 접어들게 되면 매복작전으로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 상책이다”.
장군 출신인 삼손이 그 다음 계책을 벌써 짜고 있다; “우리가 한차례 공격한 다음에는 세겜성의 요나단 성주에게 부탁하여 한번 더 매복작전으로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 그리하면 절반에 가까운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가 있다. 그래야 다시는 유다왕국 근처를 지나지 못할 것이다”.
다르단 에르와 가르는 블레셋 땅을 떠나기 전에 사전합의를 한다. 서로가 10만명씩의 군대만 지휘하여 따로따로 철군하게 되면 유다왕국의 군사들로부터 공격받을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래서 두명의 다르단은 에그론 성밖에 자신들의 군대를 모두 집합시키고 함께 행동하자고 합의한다. 그 결과 19만명에 가까운 대군이 하나로 움직이게 된다. 다르단 에르와 가르는 일단 가까운 사마리아성에 들린 다음 다메섹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들이 2달전 다메섹을 출발할 때에는 각각 10만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블레셋의 2개의 도시국가와 전쟁을 하느라고 1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따라서 부상을 당한 병사를 말이나 나귀에 태우고 천천히 행진하고 있다.
다르단들의 생각으로 하자면 빨리 말을 달려서 사마리아성으로 들어가서 안전을 챙기고 싶지만 부상병들이 많아서 그것이 어렵다. 그렇게 천천히 행진하고 있는데 라기스를 지나자 그 북동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립나 계곡이 나타난다. 양편에 나누어 솟아 있는 산지가 가파르다.
특이한 지형을 보자 두사람의 다르단이 행진을 멈춘다. 그리고 선임인 다르단 에르가 후배인 다르단 가르에게 말한다; “3년전 이곳에서 우리 산헤립 황제께서는 매복작전을 실시하여 구스왕 디르하가의 군사 10만명을 격파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먼저 척후조를 내보내어 계곡길의 안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르가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각각 1개씩 2개조의 척후조를 내보내기로 하지요. 저의 군에서 남쪽의 산지를 정탐하겠습니다. 그러니 에르 가르단께서는 북쪽의 산지를 맡으시지요”.
서로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조가 잘 되는 두사람이다. 더구나 후임인 가르가 인심을 쓴다; “척후조장인 하단 천부장은 들으라. 100명의 정예병들과 함께 남쪽의 산지를 정탐하라. 가르단 에르의 척후조가 북쪽 산지를 정탐할 것이다. 그러니 손발을 맞추기 위하여 출발하기 전에 다르단 에르의 훈시를 함께 듣도록 하라”.
그 결과 2개조의 척후병들을 모아 놓고 선임인 에르가 일장 훈시를 한다; “지형으로 보아 적이 매복하기에 딱 좋은 지점이다. 골짜기가 끝나는 곳까지 펼쳐져 있는 양편의 산지를 전부 조사하라. 하단 천부장이 이끄는 정탐조는 남쪽의 산지를 조사하라. 그리고 우라 천부장이 지휘하는 정탐조는 북면을 조사하라. 확실하게 안전이 확인되면 그때 행진할 것이다”.
한편 라기스 요새를 빠져나온 수비대장 후새의 제7군단 병력은 먼저 립나 계곡에 도착한다. 아직 앗수르의 군대가 그곳을 지나자면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후새 군단장이 여러 천부장들과 간단하게 현지에서 작전회의를 한다.
먼저 후새 장군이 말한다; "내 생각에는 이곳 립나 계곡에서 적을 격파하는 것이 순조롭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3년전에 이곳에서 산헤립왕이 구스왕 디르하가의 군대를 격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립나 말고 다른 곳에서 매복작전을 실시해야 한다. 어디가 좋겠는가?... ”.
뜻밖에도 젊은 천부장 요람이 손을 번쩍 든다. 후새 장군이 발언권을 주자 그가 말한다; “저의 고향이 여기서 동쪽인데 크게 멀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릉지인 그곳에는 수풀지역이 넓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유격작전을 실시하기에 딱 좋은 곳이지요. 그러므로 매복작전이 아니라 유격작전으로 적을 사살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 여러 천부장들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후새 군단장이 결론을 낸다; “좋다. 그러면 이곳 립나 골짜기를 통과한 다음에 그 수풀 능선으로 들어서는 적을 공격하기로 한다. 이의가 없겠지?... “.
장군들이 모두 찬성한다. 그것을 확인한 다음에 후새 군단장이 간략하게 말한다; “우리 군단에는 천부장이 24명, 백부장이 240명이나 있다. 각 천부장과 백부장은 전부 유격조가 되어 수풀지역에서 앗수르 군대를 기습적으로 무찌르라. 삽시간에 적을 공격하고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별도의 작전은 없다. 단지 그것 뿐이다. 모두들 유격전에서 살아남아라… “.
그렇게 간단한 유격작전이 과연 성공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승리를 가져온다. 그 이유는 앗수르 군대는 그곳 지형에 어두운 반면에 라기스 요새에서 오래 근무한 수비대장 후새의 군단 병력은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다르단 에르와 가르가 대군을 이끌고 위험한 립나 계곡을 무사히 빠져나온다. 그들은 기분이 좋다. 한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풀지역이 그 다음에 나타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척후를 내보내고 탐색이 끝나면 행진한다. 그러나 그들이 지나고 있는 길 언저리에서는 아무런 조짐이 없다. 그런데 수풀지역 한복판에 들어섰을 때에는 그것이 아니다. 마치 거센 바람처럼 한 무리의 군대가 갑자기 나타나서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다. ‘어어’ 놀라고 있는 사이에 적들의 군마가 사람을 해치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공격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반복된다. 그러니 함부로 수풀지역을 통과할 수가 없다. 그렇게 행진이 거의 정체상태에 들어갔을 때에 놀라운 현상이 발생한다. 갑자기 동편에서 큰 바람이 불어오는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다음 순간 화마가 앗수르 군대를 덮치고 마는 것이다.
수풀이 불에 타는데 그 속에 갇힌 앗수르 군사들이 화공을 피하고자 서로 부딪히고 있다. 겨우 수풀지역을 벗어나서 다르단 에르와 가르가 군사들을 점검하고 보니 5만명 가까이 전사하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는 완전한 패잔병의 무리가 되어 계속 사마리아성을 향하여 행진한다.
한겨울에 화상을 당한 병사들이 굶으면서 행진하다가 많이 죽고 만다. 그 결과 사마리아성에 들어가서 군사의 수를 확인해보니 14만명에 불과하다. 다르단 에르와 가르는 죽을 맛이다. 이대로 다메섹에 돌아가게 되면 왕자 사레셀이 그냥 있지 아니할 것이다.
걱정이 태산인데 다메섹에서 급히 전령이 도착한다. 무조건 빨리 다메섹으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앗수르의 군대가 다메섹으로 가고자 지름길로 하솔 지역을 통과할 때에 한번의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 일단의 기마대가 나타나서 후미를 들이치는 것이다.
행진을 멈추고 공격대형을 갖추자 이번에는 재빨리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밤이 되자 적들이 야습한다. 다르단 에르와 가르의 군사는 아직도 14만명이나 되는데 기껏 2만명 정도의 기마대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다.
그래서 다르단 에르와 가르가 전군을 독려하여 무조건 반격을 가하라고 명령한다. 그 결과 강대강으로 전투가 붙었는데 그것이 아니다. 다른 한무리의 기마대가 슬며시 나타나서 이번에는 앗수르 군대의 중간을 들이치고 지나간다. 그 때문에 앗수르의 보병들이 많이 죽고 만다.
처음 앗수르 군대를 공격한 기마대는 세겜성에서 나온 잇대 장군의 군단이다. 그들은 유다왕국의 최정예 기마대이다. 그러므로 앗수르의 기마대와 싸워서 밀리지가 않는다. 그 틈에 라기스에서부터 추격한 후새 장군의 기마대가 다시 앗수르 군대의 중간을 쳐버린 것이다.
적들이 물러가자 다르단 에르와 가르가 군사의 수를 점검한다. 이제는 12만명에 불과하다. 두명의 다르단은 눈물을 머금고 밤낮 행진하여 다메섹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 참담한 모습을 보고서 젊은 성주인 사레셀 왕자는 불과 같이 화를 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 패전의 소식을 보고받은 수도 니느웨의 산헤립 황제는 그것이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셋째 왕자 사레셀이라고 노발대발한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사레셀 왕자가 속으로 치를 떨면서 모진 결심을 한다; “자기는 50만명 대군을 끌고가서 겨우 9만명을 이끌고 도망친 주제에 큰 소리만 치고 있구나. 두고 보자… “.
그런데 이번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남부에서 반란이 발생한다. 일찍이 남동쪽 엘람 지역으로 쫓겨간 바벨론 왕의 아들인 브로닥발라단이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고자 군사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바벨론성을 다스리고 있는 산헤립 황제의 장남인 아슈르나딘슈미 왕자가 적극 대응에 나선다.
남의 나라 엘람으로 쫓겨간 브로닥발라단이 무슨 힘이 있어서 군사를 일으키고 앗수르제국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일까? 그는 무엇을 믿고서 거병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하여 산헤립왕 당시의 앗수르제국에 대하여 조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산헤립은 부왕 사르곤2세가 원정에 나섰다가 전사하자 그 뒤를 이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먼저 북쪽과 남쪽의 대항세력들을 분쇄함으로써 제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한다. 우라르투 군대를 북쪽으로 밀어내는 한편 바벨론성을 점령하고 남쪽을 평정한 것이다. 그때 바벨론 왕자인 브로닥발라단이 이란고원지대로 도망을 치게 된다.
그 다음에 산헤립왕은 대군을 이끌고 서진에 나선다. 처음에는 성공적이다. 블레셋 지역까지 점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다. 작은 나라 유다왕국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패전을 하고서 겨우 수도 니느웨로 돌아오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엘람으로 피신하여 기회를 노리고 있던 바벨론의 왕자출신인 브로닥 발라단이 스스로 몸을 일으켜 망명정부의 왕이 되어 부흥운동을 시작한다. 그는 영리하게도 세가지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로, 앗수르제국의 황제인 산헤립이 무능한 군주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작은 왕국 유다의 군사들에게 쫓기어 도망친 산헤립왕이므로 별볼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그의 선전이 주변국에게 나름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산헤립왕을 얕보고 반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나라와 민족들에게 반(反)앗수르 동맹을 맺자고 발빠르게 제안하고 있다. 멀리 서쪽으로는 블레셋과 유다 그리고 두로 등이고 북쪽으로는 메대와 아라르투 그리고 아라랏 등이다. 물론 남쪽으로는 엘람은 물론 아라비아에 있는 여러 나라들이다.
셋째로, 그는 고토인 바벨론성에 살고 있는 친지들에게 내란을 일으키라고 선동하고 있다. 만약 내부에서 봉기하면 자신이 군대를 몰고 쳐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야심에 찬 브로닥발라단의 무모한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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