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2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5. 04:41


소설 히스기야22(작성자; 손진길)

 

6. 전쟁이 끝나자 자신을 우상화하는 히스기야왕의 후반기 통치

 

엘람 지역으로 다시 밀려난 바벨론왕 브로닥발라단에게는 죽마고우인 재사가 한사람 있다. 그의 이름이 모르단이다. 바벨론왕이 모르단에게 시므온아히야의 계책을 말한다. 그러자 재사 모르단이 찬성하면서 차제에 자신이 직접 사절단을 꾸려서 유다왕국 예루살렘을 방문하겠다고 자청한다. 그는 유다왕국을 한번 정탐하고자 하는 것이다.

내심 믿음직한 모르단이 나서 주기를 기대한 바벨론왕 브로닥발라단이다. 그래서 크게 기뻐하면서 말한다; “모르단, 정말 고맙네, 이번에 자네가 예루살렘을 방문하면 반드시 히스기야왕을 설득해야만 해. 앗수르의 서쪽 변방인 그곳에서 유다왕국이 반란에 앞장서야 주변국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야. 그러면 이곳 엘람과 바벨론 지역에서도 다시 독립전쟁이 발생하는 것이야”.

그 말을 듣자 모르단이 말한다; “전하와 평생을 벗으로 지내오고 있는 저 모르단입니다. 어찌 그 마음속 계획을 모르겠습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반드시 성사를 시키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떠나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

브로닥발라단 왕이 귀를 기울이면서 묻는다; “모르단, 그것이 무엇인가? 기탄없이 말해 보게나… “. 모르단이 웃으면서 말한다; “다른 것이 아니고 유다왕 히스기야를 설득하기 위하여 제가 반() 앗수르 동맹의 수장 자리를 제안해도 되는가? 하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브로닥발라단이 갑자기 웃으면서 대답한다; “모르단, 그대는 하나뿐인 나의 죽마고우야. 그러니 자네야 말로 내가 평소 명분이 아니라 실리를 추구하는 인물임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아무 염려 말고 그렇게 제안하게나. 히스기야왕에게는 형식적인 동맹의 수령 자리를 주게. 나는 서쪽 변경의 반란으로 산헤립왕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에 바벨론 지역을 수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모르단은 호위병력 10명과 함께 10마리의 낙타를 이끌고 엘람에서 유다왕국까지 먼 길을 간다. 직선거리로 가면 1,500킬로미터 정도이지만 그 사이에 1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사막이 있어서 초생달 지역을 빙 둘러서 간다. 그러므로 그 거리는 실제로 2,400킬로미터나 되는 대장정이다.

참고로, 그 거리는 주전 21세기에 갈대아 우르에서 출발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간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걸은 길보다 더 먼 거리이다.  그만큼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바벨론의 망명왕 브로닥발라단과 그의 벗이며 충신인 사절단장 모르단의 염원이 대단한 것이다.  

모르단 일행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그들의 행색이 오랜 여행으로 남루하다. 그래서 모르단은 낙타의 짐 속에 들어 있는 관복으로 옷부터 갈아 입는다.  그리고 모르단은 며칠간 예루살렘의 사정을 정탐하기에 바쁘다. 그는 자신의 사신단에 통역을 한사람 데리고 왔다. 그의 이름이 느보벨이다. 사절단장인 모르단이 통역 느보벨과 함께 여러 날 예루살렘의 정세를 살핀다.

바벨론의 망명왕 브로닥발라단의 심복이며 재사인 모르단이 통역 느보벨의 도움을 받아 예루살렘에서 파악한 정보가 대충 다음과 같다;

첫째로, 앗수르 산헤립의 원정군이 예루살렘성을 한창 포위하고 있던 시기에 히스기야왕이 중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히스기야왕이 여호와신앙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우상을 타파하였기에 그가 기도하자 다윗왕조의 수호신 여호와께서 신위적인 능력으로 그를 치유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히스기야왕이 기도하면 여호와의 능력을 빌릴 수 있다고 유다의 백성들이 믿고 있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한 모르단히스기야왕이 스스로 우상화작업을 하고 있으며 절대권력을 추구하고 있는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리한 모르단이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자신이 스스로 위대한 인물이며 현인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면 다루기가 쉽다. 마치 간신배처럼 세치의 혀를 잘 놀려서 히스기야왕이 원하고 있는 말로 아첨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과분한 찬양과 영광을 히스기야왕에게 돌리게 되면 쉽게 그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

둘째로, 히스기야왕이 울면서 자신을 낫게 해달라고 여호와 하나님에게 기도할 때에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여호와의 신탁의 말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그의 향년에 15년을 더하는 목숨연장을 해주고 그의 왕가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예언이 지금 실현되고 있다고 백성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왜냐하면, 아들이 없던 히스기야왕에게 그로부터 3년후에 왕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므낫세인 왕자가 이제 젖을 떼고 4살이 되었으므로 예루살렘성이 국본을 세우게 된 것을 경축한다고 야단들이다.

그 소문을 파악한 모르단이 속으로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40대 중반의 히스기야왕이 이제서야 그의 유일한 왕자가 젖을 떼고 있다. 그는 이제 수명이 10년도 남지 아니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의 아들은 10살 남짓한 나이에 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

 모르단의 머리가 영민하게 굴러간다; “유다왕국은 어린 므낫세왕의 시대에 들어서면 틀림없이 국정혼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장차 쇠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반() 앗수르 동맹에 끌어들여서 우선 히스기야왕의 유다왕국을 이용하고 나중에는 우리가 집어삼키는 것이 좋겠구나… “.

셋째로, 모르단이 히스기야왕에게 줄을 댈 수 있는 인물을 예루살렘에서 물색한다. 그의 생각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어차피 훗날 정복의 대상이라고 하면 이번 기회에 유다왕국의 재정과 경제력 그리고 군비상황을 두루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누구를 통하여 히스기야왕에게 바람을 불어넣어야 예루살렘의 보물창고병기고를 전부 구경할 수가 있을까?... “.

적합한 대상을 모르단이 발견한다. 모르단은 영리하게도 므낫세 왕자를 생산한 히스기야왕의 젊은 후궁 헵시바에게 줄을 댄다(왕하21:1). 자신의 가문보다는 미모로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헵시바이기에 포섭하기에 좋은 것이다.

모르단이 약대에 싣고 온 금은보화 가운데 상당부분을 뇌물로 바치자 헵시바가 그렇게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를 통하여 모르단과 통역인 느보벨이 쉽게 히스기야왕을 알현하게 되는 것이다.

주전 693년 여름에 바벨론왕의 사절단이 예루살렘성에서 유다왕 히스기야를 공식적으로 예방한다. 사절단장인 모르단이 사절단의 통역 느보벨과 함께 예루살렘의 솔로몬왕궁에서 히스기야왕을 만난 것이다.

참고로, 다윗왕이 여부스족속에게서 시온산성을 빼앗아 그곳에 건축한 다윗의 궁궐은 예루살렘의 남쪽 시온산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작아서 그의 아들 솔로몬이 왕이 되자 7년후에 그 북쪽 모리아산 남쪽에 다시 궁궐을 크게 지었다. 13년간 레바논의 백향목으로 지은 그 궁궐이 호화롭고 사치스럽다.

그것은 이스라엘제국에게 어울리는 대단한 규모의 궁궐이다. 그 왕궁의 한가운데 있는 대전에서 문무백관을 모아 놓고 히스기야왕이 공식적으로 바벨론왕이 보낸 사절단을 만나는 것이다.

풍악을 울리면서 사절단을 맞이하고 그들이 가지고 온 예물을 받고 보니 그것이 너무 초라하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사절단장인 모르단에게 묻는다; “바벨론은 메소포타미아의 남부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은 비옥하며 물산이 풍부한 곳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그곳에서 온 바벨론왕의 사절이 이와 같이 초라한 예물을 짐에게 바치고 있는가?”.

통역 느보벨을 통하여 히스기야왕의 질문을 받은 모르단이 속으로 웃는다. 하지만 진실한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폐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희 바벨론왕 브로닥발라단 전하께서는 군사력이 약하여 그만 작년에 앗수르 산헤립왕의 침입으로 바벨론 지역을 빼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엘람 지역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계십니다… “.

그의 말을 듣자 히스기야왕이 약간 얼굴색을 붉힌다. 왜냐하면, 그는 작은 유다왕국의 왕이지 그 옛날 다윗대왕이나 솔로몬대왕이 통치하던 거대한 이스라엘제국의 황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왕을 지칭하는 전하가 아니라 제국의 황제를 가리키는 폐하라는 말을 방금 모르단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점잖게 한마디를 한다; “짐은 황제 폐하가 아니라 국왕 전하이다. 바벨론에서 온 모르단 사신은 과분한 아첨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 그것은 외교적인 결례이다. 아울러 짐을 욕보이는 것이다… ”.

그 말을 듣자 마자 모르단이 다음과 같이 청산유수로 말한다; “폐하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강대국으로서는 메소포타미아의 앗수르, 나일강변의 애굽, 그리고 가나안 땅의 유다왕국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제국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 앗수르의 침입을 유다왕국이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앗수르는 애굽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나라의 국왕을 똑같이  황제폐하라고 부른다고 하여 무엇이 잘못입니까?... “.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이 대답한다; “짐의 나라는 그 영토나 군사력이 앗수르와 애굽에 비하여 훨씬 작다. 그러므로 강대국이라고 말할 수가 없지… “. 그 말을 듣자 모르단이 다음과 같이 통역을 통하여 반박한다; “그것이 아닙니다. 유다왕국은 화려한 예루살렘성전을 가지고 있으며 금은보화병기가 넘쳐나고 있는 강국입니다. 그 속내용을 모르고 세상사람들이 그렇게 함부로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히스기야왕이 차제에 자신의 신하들에게 왕의 위엄을 한번 보여주고 싶어한다. 6년전에 산헤립의 군대가 물러가고 난 후 이제는 국고가 충실하고 또한 병기의 수준이 크게 향상이 되어 있다. 그 모습을 바벨론왕의 사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하들에게도 똑똑하게 눈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히스기야왕이 내심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생각을 단단한 결심으로 굳히게 하는 모르단의 놀라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남의 나라 엘람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저의 국왕 브로닥발라단께서는 히스기야 황제 폐하에게 부디 반() 앗수르 동맹의 수장 자리를 맡아 달라고 간청하고 계십니다. 그 뜻을 거두어 주시기 앙망합니다. 폐하!”.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다. 그 먼 나라 엘람에서 온 바벨론의 망명왕 브로닥발라단의 사신이 앗수르의 대군을 물리친 히스기야왕에게 부디 앗수르와 대적하는 모든 나라의 수장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 유혹을 물리치기에는 히스기야왕이 너무나 세속적이고 세상적인 명예와 영광 그리고 권력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참으로 정신머리가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