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2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7. 07:12


소설 히스기야24(작성자; 손진길)

 

엘람에서 온 바벨론의 망명왕 브로닥발라단의 사신단이 다녀간 이후 히스기야왕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그는 스스로 반() 앗수르 동맹의 수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군부대신인 명장 출신 엘리사마를 왕궁으로 불러서 그와 상의하기를 시작한다.

국왕의 집무실에서 엘리사마와 단독으로 만난 히스기야왕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지금의 천하는 메소포타미아의 패권국인 앗수르가 동쪽의 바벨론에서부터 서쪽의 사마리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어요. 그들은 여러 속국들에게 엄청난 조공을 요구하고 있어서 모두들 반감을 지니고 있지요. 따라서 짐은… “.

드디어 히스기야왕이 본심을 이야기한다; “짐은 차제에 반() 앗수르 동맹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손수 사마리아에 있는 앗수르 총독 산립과 다메섹에 있는 산헤립왕의 아들 사레셀을 치고자 합니다.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면 좋을까요?... “.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왕전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먼저 두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소신은 생각합니다; 첫째로, 우리 유다왕국이 단독으로 앗수르의 점령지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왕국들과 함께 행동을 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

엘리사마가 잠시 말을 끊고서 한번 숨을 쉬면서 히스기야왕의 용안을 바라본다. 별로 얼굴색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서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전쟁에 참여하는 군단에 대하여 무기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소신이 알기로는 현재 병기고에 앗수르군에게서 얻은 신식무기가 전리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으로 전방에 있는 상비군들을 무장시켜야 합니다”.

역시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무장이며 전략에 밝은 군부대신 엘리사마의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유다왕국의 병사들은 그러한 앗수르제국의 무기가 없어도 지난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들의 무기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 말을 듣자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정색으로 진언한다; “국왕 전하, 그것이 아닙니다. 무기의 수준이 비슷해야 아군의 희생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앗수르 수비병들의 무기체계에 걸맞게 우리 군도 무장을 강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

엘리사마의 진언을 듣고 있는 히스기야왕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도 군부대신 엘리사마는 할 말을 다하고 있다; “다메섹에 주둔하고 있는 앗수르의 군대가 우리 유다 병력의 두배가 넘습니다. 그러므로 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블레셋의 도시국가들과 페니키아의 두로왕국 등과 함께 다국적군을 형성하여 적을 쳐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이 갑자기 역정을 낸다; “군부대신의 말은 우리가 더 나은 무기체계를 가지고 다른 왕국의 군사와 함께 전투에 나서지 아니하면 승산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것은 6년 전에 우리가 앗수르의 침략군을 크게 물리친 경우와 전혀 다른 견해입니다. 그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군부대신부터 겁쟁이가 되고 만 것이요? 짐은 실망입니다… “.

그러한 책망을 듣자 노장 출신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나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그는 유다왕국 상비군인 8개 군단 192천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군부대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읍소한다; “전하, 부디 외무대신 므술람을 불러서 반() 앗수르 진영에 가담한 왕국들과 협력할 방안을 상의하십시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치는 일입니다. 준비가 확실해야 희생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히스기야왕엘리사마에게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라고 말하고 만다. 그리고 히스기야는 며칠 고심하다가 외무대신 므술람을 자신의 집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블레셋의 에그론왕아스글론왕에게 자신의 친서를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그 내용은 함께 군사를 일으켜 사마리아에 있는 앗수르의 총독 산립부터 몰아내자는 것이다.

사절을 보내는 것은 외무대신의 일이다. 그러므로 대신 므술람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왕명을 시행한다. 이번에도 그는 외무서기관 미가야를 사절단장으로 삼고 도시국가 에그론아스글론을 방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답변이 부정적이다. 아직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아니하였으므로 나중에 그 일을 도모하고 싶다는 것이다.

히스기야왕은 반() 앗수르 동맹의 수장으로서 한번 사마리아와 다메섹에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려고 했으나 군부대신의 은근한 반대와 블레셋 도시국가의 반대에 직면한 것이다. 따라서 그 다음 행보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만다.

그러나 히스기야왕은 기분이 많이 상하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사마리아와 다메섹에 있는 앗수르 주둔군을 물리칠 힘이 없기 때문이다. 6년 전에는 산헤립왕이 이끌고 온 엄청난 수의 앗수르 원정군을 쳐부수는 대승을 거두었는데 어째서 이번에는 그것이 안되는 것인가?

그 차이는 분명하다. 그때에는 여호와의 도우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호와의 뜻을 히스기야왕이 전혀 묻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한 영적인 차이를 도무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여호와를 섬긴다고 하는 신정국가 유다왕국의 국왕인 히스기야이다.

후에 그러한 사실을 왕궁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전해 들은 선지자 이사야가 혀를 찬다: “참으로 한심한 다윗왕조의 국왕 히스기야이구나. 그는 여호와께서 부디 다윗대왕의 신앙을 본받으라고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는데 그 뜻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고자 애쓰고 있으니 어리석게도 불에 뛰어드는 나방과 같구나!... “.

해가 바뀌어 새해 주전 692년이 되자 문득 히스기야왕은 자신의 수명이 6년 남짓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창 앗수르의 군대가 예루살렘성을 포위하고 있던 주전 700년에 중병에 걸린 자신을 여호와께서 치유하셨다. 그때 여호와께서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주신 신탁의 한마디가 생각난 것이다(왕하20:6).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왕궁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이거 6년 후가 되면 내 수명이 다하게 되겠구나. 그렇다면 빨리 후계체제를 튼튼하게 마련해야 한다. 먼저 왕자 므낫세를 세자로 세우는 의식을 거창하게 거행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 므낫세를 보좌할 수 있는 대신들의 맹세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전방을 지키는 성주들에게 확실하게 국경을 지키도록 특별한 당부를 해야 한다”.

예루살렘의 히스기야왕이 발빠르게 움직인다. 그는 먼저 궁내대신 엘리야김을 국왕의 집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경은 중직을 맡고 있는 왕족이요. 그러니 다윗왕조의 후계체제를 튼튼히 하는데 일조를 해야 하오. 나는 예루살렘과 온 유대 땅이 떠들썩하게 므낫세를 세자로 세우는 의식을 치르고 싶어요. 준비를 해주세요”.

궁내대신 엘리야김이 대전을 물러나서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서기관 셉나를 불러서 그 문제를 상의한다; “전하의 뜻이 유일한 왕자인 므낫세6세가 되었으니 이제는 세자로 세우는 의식을 크게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요. 어느 날짜를 잡아서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 좋겠어요?”.

같이 늙어가고 있는 서기관 셉나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직도 경건한 소수의 레위인들이 4월 유월절 기간이 되면 나름대로 예루살렘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기간을 택하여 므낫세 왕자를 세자로 세우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 홍보효과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궁내대신 엘리야김이 다소 부끄러운 낯색으로 말한다; “그것이 좋기는 한데 문제는 전하께서 그동안 한번도 유월절 행사에 참여하신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마음에 걸려요. 전란을 치르시면서 어떻게 마음이 변하셨는지 도무지 종교행사에는 관심이 없으세요. 그러니… “.

그 말을 듣자 서기관 셉나가 정색으로 말한다; “그러니 더욱 그 기간에 세자 즉위식을 치루어야 합니다. 경건한 여호와신앙인들이 극소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윗왕조는 여호와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하고 있는 왕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자 책봉식은 대제사장이 기름을 붓는 의식으로 치루어야 합니다”.

역시 다윗가문의 일원인 궁내대신 엘리야김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 결과 예루살렘의 백성들은 그날 참으로 오래간만에 대제사장이 뿔나팔로 기름을 붓는 세자 책봉식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의 문제에 불과하다. 히스기야왕이나 그의 독자인 세자 므낫세나 도무지 여호와를 섬기는 성전에 들어가지를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