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1. 08:45


소설 히스기야18(작성자; 손진길)

 

산헤립왕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때 마침 산헤립왕을 호위하고 있던 근위대장과 천부장이 불빛에 비취는 화살 두개를 발견한다. 강하고도 빠르게 산헤립 황제를 향하여 날아오고 있다.

무기를 들고 그것을 쳐낼 시간이 없다. 그래서 두사람이 자신들의 몸으로 화살을 막는다. 자신의 옆에서 비명이 들리기에 산헤립왕이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근위대장과 찬부장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다음순간 근위병들이 산헤립왕을 자신들의 몸으로 감싼다.

순식간에 이중삼중으로 인의 장막이 쳐지고 큰 방패가 진을 형성하는 것을 가이난나단이 본다. 두사람이 탄식한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버렸구나. 아직은 산헤립왕이 죽을 때가 아닌 모양이다… “. 다음순간 가이난이 조용하게 지시한다; “모두들 빨리 성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산헤립왕은 모골이 송연하다. 어둠속에서 화살이 강하게 날아와서 근위대장과 천부장을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몸으로 막지 아니하였으면 그 자리에 쓰러진 자는 바로 자신이다.

그 결과 산헤립왕은 다음날 일찍 비밀리에 친위병만을 이끌고 다메섹을 빠져나간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아니하고 북동쪽으로 달려서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있는 요새지 갈그미스에 도착한다. 그 다음에는 왕성 니느웨로 가고 마는 것이다.

부왕이 그렇게 허겁지겁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모습을 다메섹성을 지키는 셋째왕자 사레셀이 유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50만명이 넘는 대군을 차례로 끌고가서 결국 유다왕국을 정복하지 못하고 도망자가 되어 돌아온 무능한 황제이다. 그는 더 이상 앗수르제국을 이끌 자격이 없다… “.

사레셀 왕자가 분노를 삼키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제 다메섹에는 군사들만 있지 군량미가 없다. 무기고도 불에 타버렸다. 그러니 내가 무엇으로 적을 막을 수가 있는가? 황제가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고 말았으니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

왕자 사레셀은 사정이 급하여 갈그미스 방어사령관으로 있는 자신의 친형인 왕자 아드람멜렉에게 급히 전령을 보낸다. 부디 군량미와 무기를 빌려 달라고 하는 요청이다. 고맙게도 형이 동생의 어려움을 구해준다. 그렇게 동복형제인 두사람은 친하고 의리가 있다.

참고로, 당시 산헤립왕의 첫째아들인 아슈르나딘슈미는 메소포타미아의 중심지인 바벨론성에 주둔하고 있다. 그는 엘람에서 준동하고 있는 바벨론 망명정부의 왕인 브로닥발라단의 세력을 막기에 바쁘다(왕하20:12).

그리고 막내아들인 에살핫돈은 제국의 수도인 니느웨에서 북방민족의 남하를 저지하고 있다. 하지만 카스피해에서 남진하는 세력들이 별로 없어서 에살핫돈은 여유가 있다. 막내인 에살핫돈과 장남인 아슈르나딘슈미는 산헤립왕과 앗수르 출신의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들이다.

한편 산헤립왕과 아라랏 출신의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왕자인 아드람멜렉이 갈그미스 요새를 지키고 있으며 셋째왕자인 사레셀이 다메섹성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변방 시리아 지역을 지키고 있는 반면에 막내동생인 이복형제 에살핫돈은 제국의 수도인 니느웨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복형인 아드람멜랙과 사레셀이 이복동생 에살핫돈을 별로 좋아하지 아니하고 있다. 또한 장남과 막내를 편애하고 있는 부왕 산헤립에 대한 시선도 곱지가 못하다. 반면에 영리한 막내아들 에살핫돈이 지키고 있는 제국의 수도로 무사히 도망친 산헤립왕은 그때서야 마음이 놓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패전한 황제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그렇다면 산헤립왕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히스기야왕은 피폐해진 유다왕국을 어떻게 재건하게 되는 것일까?

다메섹 성안에 침투하여 곡식창고와 병기고를 불태워버린 가이난나단의 별동대가 무사히 성밖에 진을 치고 있는 유다의 군영으로 돌아온다. 가이난 천부장이 삼마 사령관에게 임무의 절반만 성공했다는 사실을 보고한다.

가이난과 나단이 어둠속에서 쏜 화살을 산헤립의 근위대장과 천부장이 몸으로 막고 대신에 산헤립왕이 살아서 도망을 쳤다는 보고를 듣고서 삼마 사령관이 역시 한숨을 쉰다. 그리고 그가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산헤립이 이번에 혼이 났다. 그리고 다메섹성의 군량미와 병기고가 불타고 말았으니 그들이 유다왕국을 치기 위하여 남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

삼마 사령관이 잠시 천부장 가이난의 얼굴을 보더니 이어서 말한다; “그것으로 우리 유다왕국은 피폐해진 여러 성읍을 재건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가 있게 되었다. 그것을 다행으로 알고 내가 예루살렘으로 전령을 보내겠다. 향후 우리의 거취는 왕명이 도달하는 대로 결정하도록 하자. 일단 세겜성으로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삼마 사령관이 2개 군단 48천명의 기병을 이끌고 세겜성으로 돌아오니 히스기야왕의 전령이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 왕의 전령이 삼마 사령관에게 직접 왕의 교지를 전달한다. 그 방법이 바로 왕의 사신이 삼마 사령관을 비롯한 모든 장군들을 모아 놓고 그 자리에서 히스기야왕의 교지를 낭독하는 것이다.

그 요지가 다음과 같다; “먼저 제장들의 노고에 대하여 위로의 말을 전한다. 세겜성을 점령하였다고 하니 짐은 성주 겸 수비대장으로 요나단 장군을 임명한다. 그리고 삼마 사령관은 예루살렘 북쪽의 성읍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동시에 임시성주와 수비대장을 임명하도록 하라. 짐이 그 내용을 보고서 발령을 낼 것이다”.

히스기야왕의 명령에 따라 삼마 사령관이 48천명의 기병들을 이끌고 먼저 벧엘성으로 들어간다. 앗수르 군대가 패전하여 산헤립왕과 함께 사마리아와 다메섹으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친()앗수르 성주와 수비대장이 전부 몸을 피하고 난 후이다.

성주의 집무실에서 삼마 사령관이 임시 자경단을 이끌고 있는 벧엘의 호족 요셉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삼마가 질문한다; “그동안 친앗수르 성주와 수비대장을 도와서 그 손발이 되어 일한 백성들이 많을 터인데 요셉 당신이 이끌고 있는 자경단은 그들을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요셉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신중하게 대답한다; “앗수르 세력을 믿고서 그동안 권세를 부리던 성주와 수비대장은 진작에 패전소식을 듣고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발이 되어 일하던 백성들이 상당수 성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안절부절입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

노인인 호족 요셉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우리 자경단은 혼란한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힘이 약하여 부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군께서 원하신다면 그들을 처벌하십시오. 저희들이 명단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노인 요셉의 말을 듣자 삼마 사령관이 말한다; “요셉 당신은 벧엘에서 누대를 살아온 토착 세력이며 호족입니다. 그러므로 부역자들과 혈연 및 지연을 모두 가지고 있는 처지이지요. 그러니 당신이 자경단을 가지고 그들을 처벌한다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리고… “.

삼마 사령관이 잠시 말을 끊고서 자신보다 연상인 호족 요셉의 얼굴을 본다. 그 다음에 진지하게 말한다; “나도 같은 백성들인 그들을 함부로 처벌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장들과 의논하고 또한 국왕 전하의 답변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

그 말을 듣자 요셉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잘 알겠습니다. 부역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앞장서서 세도를 부린 자들이 아닙니다. 시대가 그렇게 변하고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앗수르에게 협조한 사람들이지요. 그러니 부디 그들을 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 벧엘에서 오래 살아온 이 늙은이가 부탁을 올립니다”.

그 말을 듣자 삼마 사령관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저는 앗수르의 치하에서 동족을 살해한 자는 살려 둘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원되어 부역한 자는 구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장군이므로 주군이신 국왕 히스기야 전하의 뜻을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아시고 일단 돌아가 계십시요”.

그런데 며칠 후 예루살렘에서 온 왕의 사자의 답신이 삼마 사령관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그 내용이 한마디로, 부역한 자는 모두 죽여야 하지만 특별히 적극 가담자가 아닌 자들은 살려주라는 것이다. 그 말은 앗수르 치하에서 간부로 일한 자들은 모두 처단하라는 강력한 지시인 것이다.

그와 같은 취지의 왕명을 받게 되자 삼마 사령관이 고심한다. 따지고 보면, 앗수르의 침입을 초래한 자들은 국제정세를 잘못 판단하고 여호와의 뜻을 살피지 못한 유다의 왕들과 대신들의 잘못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허물을 이제는 부역한 백성들 가운데 상당수를 처단함으로써 덮어버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말을 보고자 삼마 사령관 자신이 평생을 무장으로 왕국을 위하여 일했는가?’ 하는 일종의 회의감과 자괴감이 들고 있다. 그래서 삼마 사령관이 천부장인 가이난나단을 잠시 집무실로 들게 한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심경을 슬쩍 밝혀본다.

그러자 가이난이 먼저 말한다; “사령관님의 고심이 무엇인지 소장이 알 것만 같습니다. 장군께서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그 옛날 모세의 제자인 갈렙 장군의 후손입니다. 그러므로 선조의 여호와신앙과 유지를 받들어 저는 여호와를 섬기는 신정국가인 유다왕국의 왕과 신하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그 마음으로 백성들을 섬겨야만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

가이난이 잠시 말을 끊고서 옆에 앉아 있는 재종동생인 나단의 얼굴을 살핀다. 그때 나단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본다. 힘을 얻은 가이난이 이어서 말한다; “전쟁을 초래한 위정자들의 잘못을 먼저 회개하지 아니하고 백성들의 허물만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올바른 수습책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저는 사령관님께서 최소한의 처벌만 하시고 모두를 살려 주시는 방향으로 슬기롭게 처결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삼마 사령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가이난 천부장에게 말한다; “그대는 첩보부대를 이끌고 있는 지휘관이다. 그러니 정보에 가장 밝은 장군이다. 내가 그대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겠다. 호족 요셉에게 말하여 부역한 자의 명단을 전부 제출하게 하고 그것을 검토하라. 그리고 필히 엄벌에 처해야만 하는 자들을 선별하여 나에게 보고하라”.

그 말을 듣자 가이난나단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들은 좋은 성품의 사령관을 모신 것이다. ‘백성을 사랑할 줄 아는 저러한 자가 국왕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잠시 하게 된다.  

그러나 유다왕국의 수도인 예루살렘의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자신의 허물을 백성들에게 전가하고 오로지 군림할 방법만 모색하는 그러한 자들이 다윗 왕가와 귀족사회에 흘러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수복하게 되는 지방의 성읍에서는 크게 한차례 보복의 피바람이 불 것이다. 앗수르에 부역한 자들을 골라내어 인민재판에 붙이고 백성들이 돌을 던져서 처형하는 잔인한 방법이 율법의 이름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가이난나단은 빨리 천부장의 자리에서 물러 나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벧엘을 떠나 기브온으로 오는 길목에서 두사람은 삼마 사령관에게 사직을 요청한다.

하지만 삼마 사령관이 단독으로 그들의 사직을 허락할 수가 없다. 엄연히 두사람은 히스기야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있는 근위대장 스바냐의 부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이난나단 및 그들의 200명명의 별동부대가 기브온을 거쳐 예루살렘까지 삼마 사령관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