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30. 07:24

소설 히스기야16(작성자; 손진길)

 

4. 랍사게의 최후통첩과 히스기야왕의 대응

 

주전 6994월 중순에 앗수르 진영의 랍사게 소가 하얀 깃발을 앞세우고 예루살렘성 동편으로 올라온다. 노새를 타고서 느릿느릿 올라오고 있다. 그가 산헤립왕의 친서를 히스기야왕에게 전달하겠다고 미리 통보하였기에 예루살렘에서는 그를 친선사절로 생각하여 아무런 무력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런데 동문 앞에 다다르자 랍사게 소가 갑자기 유창한 히브리말로 다음과 같이 외치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 위대한 앗수르제국 산헤립 황제의 최후통첩이다. 유다왕 히스기야는 다음 세가지 권고를 듣고 즉시 항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짐의 신하가 되도록 하라. 그리하면 살길이 열릴 것이다… “.

랍사게 소로부터 산헤립왕의 친서를 전달받기 위하여 동문 앞에 나와 있던 히스기야왕의 신하들이 깜짝 놀란다. 궁내대신인 엘리야김, 궁내서기관 셉나, 왕의 사관인 요아, 그리고 외무서기관인 미가야 등이 랍사게 소를 제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여의치 못하다.

앗수르의 호위병들이 랍사게 소를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계속 외치고 있다; “여기 친서에 적혀 있는 내용을 우리 황제께서는 먼저 예루살렘성의 백성들에게 알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나를 막아서는 것은 황제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다… “. 외교관례에 없는 무례한 주장을 하면서 그가 계속하여 외친다.

그 내용이 선민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그냥 들어 넘길 수가 없는 지극히 불경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랍사게 소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유다왕국의 수호신 여호와가 너희들에게 살길을 열어주고자 먼저 우리 앗수르의 위대한 산헤립 황제에게 굴복하였다. 그러므로… “.

이것이 무슨 황당한 주장인가? 어이가 없어 하는 엘리야김과 여러 신하들의 귀에 다음과 같은 랍사게 소의 궤변이 들려온다; “지금까지 우리 앗수르의 위대한 군대가 가는 길을 여러 나라와 민족의 수호신들이 겁도 없이 막아 섰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굴복했다. 왜냐하면, 그들 이방의 신들보다 우리 앗수르의 군대가 더욱 막강했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수호신 여호와도 예외가 아니다”.

창조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만군의 하나님을 감히 앗수르의 왕과 랍사게가 멸시하고 있다. 그들은 신성모독의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거짓 예언까지 하고 있다; “여호와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앗수르 황제에게 항복하여 살길을 찾으라고 선지자들을 보내어 말하고 있다. 그런데 히스기야왕이 여호와의 뜻을 거역하고 백성들에게 거짓말로 선동하면서 예루살렘성에서 계속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궁내대신 엘리야김랍사게 소에게 급히 말한다; “히브리말로 외치지 말고 그대는 산헤립왕의 친서나 주고 돌아가시오. 그 내용은 우리가 읽어보면 알 것이요”. 그러나 랍사게 소가 고개를 흔들면서 대답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내용이요. 그러니 조용히 듣기나 하시요”.

랍사게 소가 즉시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우리 앗수르의 군대는 예루살렘성으로 들어가는 기혼샘물과 지하수로를 발견했소. 그러므로 이틀의 말미를 줄 것이요. 만약 그때까지 항복하지 아니하면 그 물을 마시지 못하게 만들고 말 것이요”.  

궁내대신 엘리야김은 그것이 독약을 풀 것이라는 것으로 알아 들었다. 모골이 송연하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그런데 한가지의 내용이 더 나타나고 있다; “셋째로, 라기스 요새에서 계속 버티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을 섬멸하기 위하여 우리는 신식무기를 실전에 배치하고 있소. 그러므로… “.

랍사게 소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만약, 이틀이 지나도 히스기야왕이 항복하지 아니하면 그 무기를 사용하여 라기스 요새의 수비군을 전부 죽이고 말 것이요. 그러니 짐은 히스기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는 바이요. 이상”.

귀를 틀어막고 싶은 내용이 마침내 공개가 되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성안의 백성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성안의 양식도 거의 떨어지고 있는데 적들이 지하수에 독약까지 푼다고 하면 모두가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기스 요새에 나가 있는 장정들이 전멸을 당할 것이라고 하니 가히 절망적이다.

그러한 내용의 산헤립의 친서를 받아본 히스기야왕과 여러 대신들은 그 내용이 이미 천부장 가이난나단이 은밀하게 수집한 정보와 일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몸서리를 친다. 이제 어찌하여야 하는가? 그들은 그 친서를 가지고 온 엘리야김셉나 그리고 미가야요아가 모두 옷을 찢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그때 히스기야왕도 자신의 왕복을 찢는다. 분통이 터져서 그냥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대신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인력으로는 더 이상 예루살렘성과 라기스 요새에서 버티고 있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게다가 애굽의 원군을 바라는 것도 무망하게 되고 말았어요. 그러므로 나는 죄인의 심정으로 굵은 베옷을 입고 여호와의 전에 들어갈 것이요… “.

 한숨을 쉰 다음 히스기야왕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대신들은 빨리 대제사장에게 요청하여 속죄의 제사를 드리게 하고 또한 선지자 이사야에게 사람을 보내어 여호와의 신탁의 말씀을 받도록 하시요. 과인이 친히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기도할 것이니 여러 대신들도 각자 여호와의 도우심을 간구하세요”.

대신들이 물러가자 히스기야왕이 굵은 베를 두르고 성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여호와의 전에 무례하기 그지없는 산헤립왕의 친서를 펼쳐 놓고 간구한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이 무례한 앗수르왕의 최후통첩을 보십시오. 그의 안중에는 창조주 여호와의 역사섭리가 전혀 보이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이 무도한 앗수르의 군대를 모두 물리쳐 주시옵소서 “.

다음날이 되자 선지자 이사야가 여호와의 신탁의 말씀을 인편으로 히스기야왕에게 전한다.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다; “마지막 순간에 히스기야왕이 여호와의 전을 찾았으므로 이번 한번만 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다윗왕의 회개의 기도를 생각하여 앗수르 군대를 물리쳐줄 것이다. 앞으로 유다왕은 반드시 다윗의 본을 받아 행하도록 하라”.

한편, 가이난나단은 하루가 지나자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앗수르의 군대가 예루살렘성으로 들어오는 기혼샘물에 독약을 풀 준비를 하고 있고 라기스 요새를 박살낼 대궁포를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상승무예를 익히고 있는 자신들이 앗수르 진영에 잠입하여 요인들을 모두 척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합의한 두사람은 점포의 문을 닫는다. 휘하의 사병 200명을 전부 집합시킨다. 그리고 말한다; “오늘밤에 우리는 목숨을 걸어 놓고 전원 앗수르 진영으로 잠입한다. 우리의 목적은 다르단을 위시한 지휘관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대장과 장군들이 죽고 나면 그들도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고 물러갈 것이다”.

가이난나단200명의 수하를 이끌고 그날 밤 앗수르 진영으로 잠입한다. 그때 그들은 경천동지할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때까지 예루살렘성을 포위하고 있던 185천명의 앗수르 군사들이 전원 시신이 되어 진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앗수르의 진지가 구축되어 있던 그곳에는 으스스하게 귀기만이 감돌고 있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그때 가이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무도한 앗수르 군대를 전멸시켜버린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전달한 여호와의 신탁의 말씀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예루살렘성은 자유와 광명을 되찾았다”.

그 기쁜 소식을 가지고 202명의 흑의의 용사들이 예루살렘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천부장인 가이난나단이 즉시 근위대장 스바냐 장군에게 그 사실을 보고한다. 스바냐가 곧바로 히스기야왕에게 감격스러운 승리의 소식을 전달한다.

그 사건에 대한 증인으로 천부장 가이난나단이 입회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가이난이 감히 히스기야왕에게 진언한다; “국왕 전하, 지금이 기회입니다. 즉시 예루살렘성의 수비병을 상당수 내보내어 라기스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앗수르 군대를 쳐야 합니다. 그리고 산헤립왕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즉시 스바냐 대장에게 지시한다; “군부대신 엘리사마에게 과인의 명령을 전달하라. 3군단과 제4군단을 내보내어 즉시 라기스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적병을 치고 산헤립왕을 체포하도록 하라. 삼마 장군을 군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가이난나단 천부장은 삼마 장군과 함께 출병하여 전국의 요새를 회복하도록 군사령관에게 조언하라”.

히스기야왕이 그 바쁜 중에도 지난번에 천부장인 가이난나단이 보고한 내용을 상기하고 있다. 두사람은 스바냐 대장을 통하여 국왕에게 앗수르 군대가 물러나게 되면 즉시 세겜성을 점령하여 사마리아의 세력을 막는 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가 있는 것이다.

천부장인 가이난나단이 자신들의 별동대 200명을 이끌고 군사령관이 된 제3군단장 삼마 장군을 보좌하고 있다. 4군단장인 사울 장군이 역시 장병 24천명을 이끌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들이 100리길을 달려서 라기스 요새에 당도한다. 그때 그들은 처참한 광경을 보게 된다.

간밤에 벌써 앗수르의 토성에서 신무기가 실전에 사용되었다. 그 결과 무자비하게 날아오는 불화살에 2만명에 가까운 유다의 병사들이 전사하고 말았다. 나머지 8만명의 유다 병사들이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느라고 바쁘다.

그 모습을 보자 그날 밤에 가이난나단이 모진 결심을 한다. 두사람이 수하들에게 말한다; “이 피의 보복을 해야만 한다. 토성에 침투하여 적의 대궁포를 불태워 버릴 것이다. 그리고 눈에 뜨이는 대로 요인들을 암살하자. 즉시 출발한다”.

가이난나단200명의 부하를 10명씩 20개조로 편성한다. 그리고 십부장들이 앞장을 서게 한다. 각 조에 두명씩 등뒤에 기름 항아리를 짊어지고 있다. 그들이 날렵하게 요새를 빠져나와 캄캄한 밤에 토성위로 올라간다.

앗수르 진영에서는 설마 그 칠흑같은 밤에 적들이 침투할 것으로는 상상하지를 못하고 있다. 전날의 공격으로 엄청난 희생이 유다의 진영에서 발생하였기에 감히 그러한 강공으로 나올지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승리에 취하여 산헤립왕의 부하들이 경계가 느슨하다. 그 틈에 가이난과 나단이 이끄는 20개의 침투조가 20개의 대궁포에 접근하여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이고 만다. 삽시간에 산헤립왕이 자랑하고 있는 신식무기가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그 불빛이 너무나 환하여 침투조가 요인암살에는 실패하고 물러난다.

그 불이 군대 막사로 번지지 않도록 앗수르의 병사들이 물을 끼얹고 나니 새벽이 밝아온다. 그때 산헤립왕은 하늘이 무너지는 급보를 듣는다. 예루살렘을 다녀온 척후들이 보고한다; “예루살렘성을 포위하고 있던 185천명의 우리 군사들이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유다의 군사들이 황제폐하를 사로잡고자 벌써 어제 예루살렘성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산헤립은 빠른 결정을 내린다. 즉시 전군을 동원하여 라기스 토성을 빠져나간다. 2만명의 기마병이 앞장서고 7만명의 보병들이 뒤를 따른다. 그동안 앗수르 군사들도 많이 희생되었기에 이제는 9만명의 병사들이 산헤립왕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예루살렘에서 온 제3군단과 제4군단 그리고 라기스 요새의 정예병인 잇대 장군의 제8군단 기마대가 전속력으로 쫓고 있다. 과연 산헤립왕은 무사히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