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29. 05:50


소설 히스기야15(작성자; 손진길)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말을 달린지 한식경도 되지 아니한 시점에 갑자기 나단가이난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형님, 여기에서 서쪽으로 곧장 나아가면 라기스 요새가 있습니다. 그곳에 한번 들러 전황을 살핀 다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

그 말을 듣자 가이난이 말위에서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좋은 생각이야. 예루살렘에서는 모두들 라기스의 전투소식이 궁금할 것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우리 말머리를 서쪽으로 돌리자고, 이랴… “.

전란 중이지만 헤브론에서 라기스로 가는 도중의 길가에서 주막들이 영업하고 있다. 앗수르 군사들이 많이 이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업이 되는 모양이다. 그것이 하도 신기하여 라기스 요새가 멀리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가이난 일행이 말을 멈추고 조금 외떨어진 주막으로 들어간다.

제법 나이가 든 유대인 부부가 경영하고 있는 식당 겸 휴게소이다. 말을 마구간 입구에 매고 나서 가이난이 주인장에게 말한다; “전쟁 중인데도 주막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신기합니다. 여기서 라기스 요새가 가까우니 전쟁바람에 위험하지는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 50세가 되어 보이는 주인장이 대답한다; “제 나이를 보세요. 저는 전쟁통에 죽어도 크게 여한이 없지만 전쟁에 나간 자식들이 있어서 어린 손주를 우리 부부가 대신 거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피난도 못 가고 여기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팔고 있지요. 지나가는 손님이 더러 있어서 먹고 살 수가 있어요… “.

뒷말을 흐리고 있으므로 가이난이 다시 물어본다; “지금 이곳을 오고 가는 손님들은 대부분 앗수르 군인들인데 그들이 해코지를 하지는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주인장의 답변이 걸작이다;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유대인 관리나 앗수르 군사나 모두가 상전이지요별로 차이가 없어요… “.

그 말을 듣자 가이난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 말을 함께 들은 나단과 일행들이 모두 동감인지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렇다. 백성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픈 것이다. 유다왕국의 관리 또는 침략군의 군사들이 모두 번갈아 가면서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현실이므로 구태여 유대인과 앗수르인을 구별하면서 손님을 가려서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손님이야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상관이 없다. 그저 정상적으로 주막을 운영하여 이문을 남기고 손주들 뒷바라지를 하게 되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하는 주인장의 말이 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이난이 주인장에게 말한다; “우리들도 장사를 하는 상인들입니다. 이러한 전쟁기간에도 여전히 큰 성읍에서는 젊음이들이 혼례를 올리고 있지요. 그러니 우리 같은 장사치들도 혼례품을 팔 수가 있답니다. 그러니 주인장이나 우리나 모두 같은 처지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주인장 뿐만 아니라 부엌에 있는 그의 아내도 입을 가리고 웃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간 그들 일행에게 푸짐하게 금방 구운 빵을 가지고 온다. 시원한 우물물과 함께 신선한 빵을 먹으니 다시 힘이 나는 것만 같다.

식사를 마치면서 나단이 주인장을 불러서 돈을 후하게 준다. 당시에는 은이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꽤 무거운 은괴를 받았기에 주인장이 걱정한다. 도대체 얼마를 거슬러주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것을 보면서 나단이 말한다; “주인장, 우리는 하루 쉬고 가려고 하니 그것으로 하루 세끼와 방값을 모두 계산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구간에 매어 놓은 말들에게도 여물을 주시고요. 그런데 라기스 요새에 들어가서 혼례품을 팔게 되면 큰 이문이 남을 텐데, 어떻게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요?... “.

나단이 대담하게 물어보는 말에 주인장이 곤란한 듯이 대답한다; “제가 돈을 후하게 받았으니 다른 것이라면 도와드리겠지만 그것은 저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지금 라기스성이 두개입니다. 앗수르 군대가 쌓아 놓은 토성이 대단하지요. 이제 그 높이가 비슷하여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있어요. 결국 앗수르 요새가 끝장이 나고 마는 것이지요… “.

주인장이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했는지 갑자기 아차하면서 말을 바꾼다; “어쨌든 당신같은 장사치들이 그 요새로 들어가는 것은 안됩니다. 일단 들어가게 되면 살아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들어가는 것도 앗수르 군대에 의하여 금지가 되어 있지요… ”.

한 마디로, 라기스 요새가 철통같이 포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사치가 들어갈 수 있는 실정이 아니라는 언급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전투라고 하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나단이 슬쩍 돌려서 물어본다; “라시스 요새에 있는 우리 유다왕국의 군사의 수나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앗수르 군사의 수나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라기스 요새가 위험합니까?”.

주인장이 질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서 가이난나단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다. 다음에는 그 뒤에 웅크리고 있는 범 같은 10명의 장정들의 모습을 유심히 본다. 마침내 주인장이 후유하고 한숨을 한번 쉬고서 말문을 연다; “이렇게 전란 중에 주막을 열고 있는 이 노인이 험한 세상에 살아남는 법을 하나 알고 있지요. 그것은 사람의 정체를 남보다 빨리 알아챈다는 것입니다… “.

주인장이 천천히 말한다;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예사 장사치들이 아니군요. 분명히 한 마리의 말 잔등에는 놋그릇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아니지요. 그러니 당신들은 라기스 요새의 형편을 알아보고 싶어서 온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서 나도 유다지파이므로 한 말씀 드리지요… “.

가이난나단이 긴장한다. 그들의 귀에 다음과 같은 주인장의 말이 들려온다; “최근에 앗수르 군인들이 신무기를 들여왔어요. 그것은 큰 대궁10여개씩 장착하고 있는 대단한 기계 장치입니다. 굉장히 긴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주인장이 조금 숨을 쉰 다음에 이어서 설명한다; “그러니 그것이 앗수르의 토성에서 작동되면 같은 높이에 있는 라기스 요새를 지키는 유다의 병사들이 화살받이가 되고 말겠지요. 그 신무기 수십개가 반입이 되었으니 이제 라기스 요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라기스 요새에 들어가지 아니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가이난나단 일행이 상세하게 알아 들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뜻밖에 주막의 주인장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그래서 가이난이 대표로 말한다; “주인장, 고맙습니다. 같은 유다지파라고 하여 저에게 그러한 중요한 말씀을 해주시니 명심하겠습니다. 저희들은 하루 쉬고 내일 곧바로 떠나겠습니다”.

그날 밤 가이난나단에게 말한다; “주인장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그런데 낮에는 그것이 불가능해. 오늘 밤에 우리 단둘이서 앗수르 진영에 잠입하여 그 신식무기의 존재여부를 파악하도록 하자”.

그 말을 듣자 나단이 동의한다. 그래서 두사람은 한밤중에 흑의를 걸치고 검은 복면을 한 채 주막을 은밀하게 나선다. 그들이 그믐달 아래 어두운 길을 찾아서 토성으로 올라간다. 보통사람은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는 칠흑과 같은 밤이지만 상승무예를  익히고 있는 절정고수인 두사람이기에 그 잠행이 가능하다.

그날 밤 그들이 토성안에서 그 신식무기를 20개나 확인한다.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거대한 포와 같다. 참으로 한눈에 보아도 대단한 대궁들이다. 저것이 기계 틀에서 한꺼번에 발사가 된다고 하면 보통 활의 사정거리를 뛰어넘어서 상대진영은 초토화가 될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빵을 얻어 먹은 일행은 주막을 나선다. 그리고 말에 채찍을 가하여 예루살렘으로 달린다. 오후에 벌써 예루살렘 근방에 도착한다. 말을 감람산 동편에 있는 외떨어진 민박집에 매어 두고서 일박을 청한다. 전쟁 중에도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민박집이 있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렇게 백성들은 먹고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 가이난나단 일행 12명은 전부 복면을 하고서 앗수르 진영에 잠입한다. 두사람씩 6개조로 나누어서 정탐업무를 비밀리에 개시한 것이다. 라기스 요새를 끝장내려고 마지막 비밀병기를 들여온 앗수르 군대이다. 그렇다면 예루살렘성을 함락하기 위하여 그들은 마지막 수단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차제에 확인해야 한다.

라기스 요새 옆에는 토성을 쌓았기에 앗수르 산헤립왕이 대궁을 연발로 쏠 수 있는 신식무기를 반입했다. 그렇다면 토성이 없는 예루살렘성을 정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가? 그 점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날 밤 가이난이 부하 한 명과 함께 가장 경비가 삼엄한 막사를 찾는다. 그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 그 막사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방법이 적군을 두 명 암살하고 그 옷을 벗겨서 자신들이 변장하는 것이다. 아예 탄로가 나지 아니하도록 두명의 군사의 시신을 구덩이에 던지고 흙으로 덮어버린다.

그렇게 그 막사를 지키는 군사들과 함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보초를 서게 된다. 가이난과 부하는 상승의 무예를 익힌 무인들이므로 귀가 밝다. 그래서 막사 안에서 적장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무래도 군사령관인 다르단 추와 불이 상의하는 것만 같다.

천우신조로 가이난과 그의 부하가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이제 독약이 넉넉하게 준비가 되었다. 며칠내로 예루살렘성으로 들어가는 식수의 원천을 파악하게 되면 투약을 하도록 하자. 그 전에 랍사게를 보내어 항복을 권유하는 마지막 통첩을 하도록 하지. 모두 죽이는 것보다는 그래도 항복을 받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  

가슴을 졸이며 그 말을 듣고서  두사람은 은밀하게 자리를 이탈한다. 그리고 숨겨둔 검은 옷을 찾아서 갈아 입고서는 앗수르의 군복을 파묻어버린다. 이제는 감람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날 밤 다행스럽게도 12명 전원이 민박집에 다시 모인다. 6개조가 얻은 정보를 공유한다. 그 결과 앗수르 진영에서 마지막 작전을 사용하려고 하는 정황이 여럿 포착된다. 그렇다면 랍사게의 최후통첩이 있기 전에 예루살렘성에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한시가 급하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 미명에 셈을 일찍 치르고 가이난나단 일행이 길을 떠난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비밀한 길을 찾아서 말을 끌고 올라간다. 여러 번 잠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날 아침에 천부장인 가이난나단이 일찍 근위대로 출근한다. 그리고 근위대장 스바냐 장군에게 그동안에 얻은 정보를 상세하게 보고한다. 중요한 정보를 얻은 스바냐 대장이 급히 히스기야왕을 알현한다. 과연 히스기야왕과 스바냐 대장은 어떠한 대책을 세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