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28. 02:12


소설 히스기야13(작성자; 손진길)

 

가이난나단은 히스기야왕과의 오찬모임이 끝나자 국왕과 여러 대신 및 삼마 군단장에게 예를 갖추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3일후 새벽에 집으로 기별이 온다. 왕궁 근위대로 출근하여 스바냐 대장을 만나라는 것이다. 두사람의 신분이 이제는 근위대 소속의 천부장이므로 직속상관인 스바냐 대장을 만나야 한다.  

가이난과 나단은 서로 이웃하여 살고 있기에 함께 만나서 왕궁으로 출근한다. 그러나 두사람이 거느리고 있는 군사 200명은 왕궁으로 같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은 근위대원으로 발령이 나지 아니하고 본래의 신분인 상단의 호위무사로 돌아가도록 조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200명의 부하들은 이제 놋제품을 팔고 있는 가이난과 나단의 점포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을 한 무사들은 별도로 가정집에서 출근하고 있지만 아직 미혼인 무사들은 점포에 딸려 있는 내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가이난나단이 제3군단 소속의 백부장으로 생활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들의 사병인 200명의 의병들이 군생활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사람만이 근위대의 천부장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사람의 사병은 점포에서 일꾼으로 생활하도록 근위대장인 스바냐가 벌써 조치한 것이다.

그렇게 삼마 군단장 및 스바냐 근위대장과의 합의가 이미 있었기에 가이난나단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틀간 집에서 지내며 상단의 호위무사들과 점포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런데 이제는 두사람이 스바냐 대장의 호출을 받고 있다. 과연 어떠한 변화가 다시 있게 되는 것일까?

한편, 전쟁 중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예루살렘 성내에서는 놋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이난과 나단의 놋제품 전문점이 문을 열고 다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란의 시기이지만 성내에서는 여전히 혼례가 있으며 신부들이 혼수품을 장만하고 있다. 특히 놋거울과 놋그릇 등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예루살렘성이 앗수르 군대에 의하여 3년째 포위가 되고 있기에 팀나의 동광산에서 채취가 된 놋과 그곳 공방에서 만든 놋제품이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지를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이난나단은 오로지 남아 있는 재고품만을 가지고 자신의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두사람은 전란의 조짐이 있는 것을 보고서 사전에 많은 놋제품을 팀나에서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왔다. 그 결과 아직도 판매할 물량이 남아 있다. 그것이 평소의 시세보다는 비싸다. 전쟁 중이므로 물자가 귀하여 자연히 그 값이 비싸게 매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미리 대비한 두사람의 상술이 대단하다.

왕궁으로 출근하여 가이난나단이 근위대장인 스바냐 장군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스바냐가 두사람에게 말한다; “이틀간 잘 쉬었어요? 이제는 근위대의 천부장들이 되었으니 나와 함께 10일간 행동을 같이 하도록 하고 왕궁에서 근위대로서의 생활을 먼저 배우고 익히도록 하세요. 그 후에 나는 두사람에게 특수임무를 맡기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스바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국왕 전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있는 근위대의 수가 1만명이나 됩니다. 그 숫자는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8개의 군단에서 빠져 있지요. 그 이유는 우리 근위대는 국왕 전하의 직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

설명을 하고 있는 근위대장 스바냐는 50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그리고 군인이면서도 정치인과 같은 풍모를 보이고 있다. 국왕의 신변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고 있는 총책임자이므로 자연히  정치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왕족 출신으로서 젊은 시절 군부에서 장군으로 복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스바냐는 문과 무에 두루 뛰어나지만 특히 왕가의 무예를 배우고 익히는데 있어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따라서 일찍이 아하스왕이 그를 군에서 무장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히스기야왕은 군부에서 장군으로 복무하고 있는 친척 스바냐7년전에 자신의 근위대장으로 삼았다. 귀족 출신의 근위대장보다는 왕족 출신의 근위대장이 다윗왕조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히스기야왕의 판단이 적중했다. 스바냐는 오로지 다윗왕가의 보전을 위해서 히스기야왕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스바냐는 히스기야의 절대왕권을 지탱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에서는 귀족들이 근위대장인 스바냐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근위대장 스바냐가 이상하게도 가이난과 나단에게 친절하다. 그 이유는 두사람이 예루살렘의 호족출신이기 때문이다. 왕도에서 경제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는 호족들이 다윗왕가를 지지해준다고 하면 그것이 정치적으로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전란 중이므로 더욱 예루살렘의 유지인 호족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한 정치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자가 스바냐 대장이다. 그러므로 가이난과 나단에게 참으로 친절한 스바냐이다. 그 점을 두사람은 넉넉하게 짐작하고 있다. 엘라 가문의 사람들이므로 특히 그러하다.

가이난나단은 예루살렘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크고 박식하다. 그들은 그 옛날 가나안 땅에서 신정국가 이스라엘의 터를 닦은 인물이 여호수아갈렙엘르아살인데 그 가운데 전장의 신으로 불리는 갈렙 곧 자신들의 조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갈렙 장군이 유다지파의 원로였으므로 그의 뒤를 이은 엘라의 자손들은 유다지파 다윗왕가에 대하여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가이난나단이기에 다윗왕조 히스기야왕의 최측근인 스바냐 근위대장의 언행과 태도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가이난과 나단이 알기로는 히스기야왕보다 스바냐의 나이가 9살이 더 많다. 그리고  스바냐는 문과 무에 두루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히스기야왕이 스바냐를 크게 신임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그에게 맡기고 있다. 그 정도로 스바냐는 국왕의 최측근인 것이다.

그렇게 가이난나단이 생각하고 있는 줄을 미처 모르고 스바냐 대장이 이제는 두사람을 자신의 부하로 인식하고서 다음과 같이 하대를 하면서 설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근위대에서는 대장인 나를 보좌하고 있는 천부장이 10명인데 이제 그대들 두사람이 천부장이 됨으로써 무임소 천부장이 직제상 2명 있게 된다”.

스바냐가 잠시 말을 끊고서 두사람을 본다. 그리고 나서 이어서 말한다; “그대들 두사람이 자신들의 별동대를 가지고 특수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에 그렇게 내가 편제를 보완한 것이다. 그러므로… “.

스바냐가 잠시 숨을 쉰 다음에 천천히 말한다; “특히 전하께서 관심을 기울이고 계시므로 두 천부장은 성심을 다하여 특수임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두 천부장의 직속상관으로서 그 일에 기대가 크다”.

그 정도로 훈시하고서 스바냐가 수석천부장인 나홈을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지시한다; “나홈, 이 두사람이 그 유명한 가이난나단 장군이다. 전하의 목숨을 구하는 큰 공을 세웠기에 이번에 왕명으로 우리 근위대의 무임소 천부장이 되었다. 그러므로 자네가 열흘동안 두사람에게 근위대의 일을 가르쳐 주도록 하라”.

가이난과 나단은 나홈으로부터 왕궁의 예법은 물론 내명부와 외명부 그리고 궁내부의 구성과 역할에 대하여 상세하게 배운다. 또한 왕궁에 부속이 되어 있는 창고와 병기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나아가서 내시부 가운데 무예를 익히고 있는 특수조직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스바냐 근위대장이 두사람을 집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말한다; “전하께서는 두 천부장에게 특수임무를 맡기고 이제 시행하라고 나에게 지시하셨다. 그 내용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여기 있는 어사패를 가지고 가서 지방의 행정조직을 감찰하여 오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앗수르 군대에게 점령을 당한 바가 있는 지방의 성읍과 촌락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소상하게 파악하여 오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스바냐 대장이 두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이번 임무를 위해서 우리 근위대에서는 두 천부장에게 군사를 붙여주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대들이 필요한 사병을 우선 사용하고 지방에서는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징발하여 사용하도록 하라. 이 어사패가 바로 전하를 대신하여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증하고 있는 증표이다”.

마지막으로 스바냐 대장이 첨언한다; “참고로, 국왕전하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성주나 촌장들은 아직도 전하께서 하사한 증표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 모양이 여기의 어사패와 비슷하다. 그것을 아직도 지니고 제시하는 자는 믿어도 된다. 하지만 그것을 버리고 앗수르의 증표나 패를 가지고 있는 자는 처단해도 좋다. 그것이 왕명이다. 두 천부장은 명심하여 시행하도록 하라”.

가이난과 나단은 근위대장 스바냐에게 군례를 올린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들이 거느리고 있는 200명의 사병들 가운데 가장 용맹하고 무예가 뛰어난 자 10명을 선발하여 함께 예루살렘성을 벗어난다.

야음을 타고서 앗수르의 포위망을 뚫는다. 가이난과 나단이 상승무예를 익히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두사람을 따르고 있는 10명의 부하들도 내외공을 동시에 익히고 있는 고수들이기에 무난하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가이난나단은 예루살렘을 출발하기 전에 한가지를 합의했다. 그것은 가나안 땅의 중심에 있는 세겜성을 먼저 들러 보고 그 다음에 남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세겜성을 향하여 160리 길을 달린다.

그들 12명이 지금 타고 있는 말은 예루살렘성에게 끌고 온 것이 아니다. 도중에 앗수르의 기마병들을 암습하고 빼앗은 것이다. 그들은 과연 세겜성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일까? 앗수르의 치하에서 어떠한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히스기야왕의 통치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그곳 백성들의 삶이 궁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