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26. 23:30


소설 히스기야12(작성자; 손진길)

 

가이난의 검이 앗수르 천부장인 바라크의 검과 희미한 그믐달 아래에서 마주친다. 그러자 일순간 번개불이 발생하여 주위가 환해지는 것만 같다. 그만큼 검에 실려 있는 두사람의 내력이 대단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바라크가 쉽게 판단한다; “내가 빨리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전신의 내력을 검에 실었다. 상대방도 그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진기의 전부를 검에 불어넣은 모양이구나. 동수를 이루었으니 우리 둘은 호적수이다. 한번 해볼 만한 상대이다… ”.

그러나 가이난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조상님들의 가르침을 쫓아 은연중에 나의 정체를 숨겼다. 전신의 내력의 6할을 사용하는 버릇이 이번에도 튀어나왔구나. 그 정도의 내공이면 보통 상대방은 쓰러진다. 그런데 이 자가 견딘 것을 보니 확실히 보통 이상이다. 이번에는 8할을 사용해야 하겠구나… “.

동수를 이룬 내력인데 순간 가이난이 자신의 검에 2단계의 진기를 더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상대방의 검에 마주친다. 바라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일순 하게 된다. 갑자기 상대방의 검이 철벽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고수에서 순식간에 절정고수로 바뀌어 있다.

두사람의 검술이 비슷한데 내력의 차이가 현격하다. 따라서 강력의 차이에 의하여 바라크의 검이 잘라진다. 그리고 여전히 탄력이 살아 있는 가이난의 검이 검객 바라크의 몸을 가르고 만다.

허리가 절반이나 잘린 사람이 그 자리에 서있을 수는 없다. ‘소리와 함께 앗수르가 자랑하는 검의 달인 바라크 천부장이 허무하게 예루살렘성에서 절명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동료 지휘관 사마르 백부장이 깜짝 놀란다.

상대방과 대결 중에 주변의 영향으로 크게 놀란다고 하는 것은 무인으로서는 금기사항이다. 특히 내력을 운행하고 있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진기가 흐트러지게 되면 상대의 검을 막지 못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같은 실수를 사마르 백부장이 그만 범하고 만다.  

반사적인 이익이 고스란히 나단에게 돌아간다. 나단2살 위의 재종형 가이난의 내공이 어마 무시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한 절정의 고수와 검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그 앗수르 지휘관은 오늘밤 참으로 운이 좋지 못하다고 벌써 짐작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단 2합만에 적장이 쓰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상대방과 대결하면서 나단은 그저 빙그레 속으로 웃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자신과 검을 섞고 있는 상대방은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들은 메소포타미아의 패권국인 앗수르제국의 자랑스러운 무장들이다. 따라서 작은 왕국 유다에서는 자신들의 적수를 찾을 수가 없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 사마르가 예상을 벗어난 동료의 죽음에 너무 충격을 받는다.

그러니 순식간에 사마르의 심기가 흐트러지고 손속조차 흔들리고 만다. 대결 중에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있으니 앗수르의 백부장 사마르 그만 나단의 쾌검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그 대가가 참혹하다.  지극히 짧은 순간 검의 주인의 몸이 갈라지고 마는 것이다.

졸지에 지휘관 두사람을 잃어버린 암살 침투조가 혼비백산한다. 그래서 가이난 나단의 부하들에 의하여 상당수가 목숨을 잃게 된다. 살아남은 자들도 도망을 치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그 기회마저 사라지고 만다.

한밤중에 때아닌 휘파람소리를 들은 예루살렘성의 군사들이 몰려와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포위망이 이중삼중이다. 그러니 아무리 앗수르의 침투조가 무공이 높다고 하더라도 탈출은 불가능하다.

암살을 목적으로 침투한 앗수르 진영의 최정예 특공대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끝까지 싸운다. 마지막으로 10명 정도가 살아 남았을 때에 그들의 손이 옷속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보고서 가이난나단이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검을 휘두른다. 복면인들의 팔을 잘라버린다. 이어서 급히 급소를 찔러서 혀를 깨물지 못하고 혼절하게 만든다.

팔이 잘린 두사람의 복면인만 살아남는다.  나머지는 모두 독약을 삼켰기에 현장에서 절명하고 만다. 살아남은 두사람의 치료와 취조는 삼마의 군단에서 맡게 된다. 자신들의 백부장인 가이난나단의 활약으로 암살침투조를 잡았으니 삼마 군단장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군단장이 직접 나서고 있으므로 3군단의 취조전문가들이 바쁘다. 그들이 2명의 포로를 심문하여 결국 앗수르 군대의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한다. 애초에 20만명 정도가 예루살렘성의 포위에 들어갔으나 지금은 1만명이 죽고 19만명 정도가 진을 치고 있다는 정보이다.

그리고 라기스성을 공격하고 있는 산헤립왕이 예루살렘성을 포위하고 있는 두명의 다르단에게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금년 봄이 끝나기 전에 예루살렘성을 정벌하지 못하면 죽음을 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산헤립왕이 그동안 20만명이나 되는 대군을 몰고가서 자신은 아직도 작은 라기스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르단 에게 엄포를 놓고 있으니 그것이 영 이상하다는 인질들의 말까지 알아내고 있다.

그 정도로 유다왕국의 군부는 취조기술이 대단하다. 그것을 보고서 상인출신인 가이난나단이 고개를 흔든다.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군부가 히스기야왕의 절대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보와 고신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호족의 입장에서는 영 입맛이 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히스기야왕가이난나단을 궁으로 부른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면서 두사람의 공을 칭찬한다. 그리고 식사자리에는 뜻밖에도 군부대신인 엘리사마와 제3군단장인 삼마 장군이 함께 초청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궁내대신인 엘리야김과 외무대신인 므술람도 함께 식사하고 있다. 가이난나단히스기야왕이 어째서 그러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전란 중이라고는 하지만 국왕의 오찬자리에는 좋은 음식이 풍성하다.

그러한 식단을 보면서 가이난나단이 속으로 생각한다; “히스기야왕이 백성들을 생각하거나 여호와 하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3년간의 전쟁으로 고난 가운데 있는 백성들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진수성찬은 소박한 밥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가면서 여호와를 섬기는 신정국가 이스라엘을 탄생하는데 기여한 명장이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다.  그의 차남인 엘라의 자손이기에 여호와를 섬기는 명문가의 자제인 가이난나단의 생각이 남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히스기야왕과 식사하면서 다음과 같이 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다윗왕조의 주인인 창조주 여호와를 모신다고 하면 선민의 국왕이 세속적인 절대왕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히스기야왕은 앗수르의 황제처럼 살고자 하는 속물이구나!... “.

가이난나단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날 오찬이 끝나자 히스기야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에 앗수르의 암살조를 척결하는데 있어서 가이난나단 백부장의 공이 큽니다. 그러므로 과인은 두사람을 천부장으로 특별 승진을 시키고자 합니다. 군부대신과 군단장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두사람이 찬성한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궁내대신 엘리야김이 말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너무 빠른 승진이라고 하여 군부에서 말이 있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전하, 두사람을 전하의 친위대에 소속시키는 것으로 하고 형식적으로 근위대장인 스바냐 장군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히스기야왕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러자 군부대신과 3군단장도 고개를 끄떡인다. 좋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외무대신 므술람이 진언한다; “이왕에 그렇게 두사람의 소속이 결정되고 있으니 차제에 소신이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

히스기야왕을 비롯한 좌중의 모든 인사들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외무대신 므술람이 구체적으로 말한다; “소신이 듣기로는 가이난나단은 예루살렘에서 큰 상인으로 이름이 난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앗수르 진영에서는 그 정체를 잘 모르고 있는 인물이지요. 그러니 차제에 두사람과 그의 부하들에게 비밀임무를 수행하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비밀임무라고 하는 말에 모두들 큰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자 므술람이 솔직하게 말한다; “외무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소신은 작금의 라기스미스바의 사정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구나 산헤립왕과 침략군의 실정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답답합니다. 그러니 두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정탐업무에 나설 수 있도록 전하께서 윤허하여 주신다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히스기야왕이 빙그레 웃는다. 그는 가이난나단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짐이 두사람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면 수행할 자신이 있는가? 외무대신이 알고 싶어하는 그것이 사실은 짐이 알고 싶은 것이야. 그러니 그 일을 맡아주면 좋겠는데?... “.

히스기야왕이 말은 그렇게 부드럽게 하고 있지만 그것은 상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이난나단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고 하는 명령인 것이다. 그 사실을 능히 파악하고 있는 두사람이다. 그들은 문무와 상업에 두루 밝은 자들이 아닌가!...

그래서 두사람은 이왕 각본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므로 한 목소리로 말한다; “삼가 전하의 분부를 받들고자 합니다”. 히스기야왕의 얼굴에서 만족한 빛이 나타난다. 그러자 주위의 대신들과 장군들이 감격해 한다.

그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근위대장인 스바냐 장군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국왕의 그림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가이난나단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