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1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28. 10:46


소설 히스기야14(작성자; 손진길)

 

가이난과 나단이 10명의 정예사병들과 함께 말을 달려서 세겜성에 도착한 시점이 주전 6993월말이다. 세겜성 일대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들판에 새싹이 돋아나고 대지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세겜성에서는 전투가 끝난 지 벌써 1년 반이나 지났기에 예전의 평화와 번영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되돌아보면, 23년 전 북조 이스라엘왕국의 왕도인 사마리아성이 앗수르에 의하여 망하기 전에 그 인근에 있는 세겜성의 주인이 바뀌었다. 다윗왕조의 아하스왕이 얼른 세겜성을 점령한 것이다.

아하스왕은 처음에는 앗수르제국을 믿고 의지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주전 724년에 앗수르의 황제인 살만에셀5가 다메섹에서 대군을 몰고와서 북조 이스라엘왕국을 치고 그 왕도인 사마리아성3년간이나 포위하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앗수르제국의 탐욕은 끝이 없다. 그들은 유다왕국과 블레셋 그리고 에돔을 모두 치고 결국에는 애굽제국까지 정복할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을 뒤늦게 눈치챈 아하스왕은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하여 사마리아 도성에서 가까운 세겜성을 먼저 차지하고 그곳에 유다의 정예병을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주전 701년에 앗수르의 산헤립왕이 대군을 이끌고 유다왕국으로 쳐들어왔을 때에 세겜성에 주둔하고 있던 유다의 정예병들이 대패하고 만다. 앗수르의 절제전차와 강궁 앞에 맥을 쓰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산헤립왕과의 화해가 이루어져서 그들이 한동안 물러갔지만 재차 쳐들어왔을 때에는 세겜성을 지키고 있던 유다왕국의 예비군들이 여지없이 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산헤립왕은 남진하는 길이 바빠서 사마리아총독에게 알아서 세겜성을 통치하도록 위임했다.

그 결과 가이난나단이 부하들을 이끌고 세겜성에 몰래 들어갔을 때에는 사마리아총독 산립이 파견한 셀렙 장군이 세겜성주로 일하고 있다. 두 정탐꾼이 보기에 세겜성은 완전히 사마리아총독이 다스리고 있는 앗수르제국의 속국의 성읍이다. 세겜성의 주인이 바뀐 지 1년반만에 앗수르제국 풍조의 문물과 유행이 성읍의 점포와 길거리에 흘러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가이난나단에게 말한다; “동생, 내가 보기에는 세겜성의 위치가 군사적으로 참 중요해, 알다시피, 세겜성의 남쪽에는 그리심산이 있고 북쪽에는 에발산이 있어. 그러니 사마리아성에서 남하하는 군대를 세겜성과 양쪽 산성에서 막게 되면 비록 대군이라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저지할 수가 있는 거야”.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단이 말한다; “맞아요. 세겜성은 물론 양편의 산을 군사들이 지키고 있으면 제국의 군대라고 하더라도 쉽게 남하하기 힘들지요. 그러므로 훗날 산헤립의 군대가 물러가게 되면 얼른 세겜성을 다시 점령하는 것이 유다왕국의 방어를 위하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을 듣자 가이난이 말한다; “그래, 그것이 사실이야. 그러니 우리는 예루살렘성에서 적을 방어하다가 그들이 물러가게 되면 얼른 군사를 몰고 북진하여 세겜성을 점령하자고그것이 다윗왕조를 보호하는 방법이야… “. 두사람은 그렇게 합의한다.

그들이 세겜성에서 확인한 것은 전쟁의 상처가 아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크게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1년반이 지나자 벌써 들판에서는 농사와 목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세겜성에 살고 있는 백성들이 모두 사마리아인으로 보인다.

그들은 그 옛날 북조 이스라엘왕국 시절이든지, 한때 남조 유다왕국의 시절이든지  상관없이, 지금은 앗수르가 세운 사마리아총독의 치하에서 잘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10만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평화롭게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기에 세겜성주 셀렙이 많은 군사가 없이도 잘 다스리고 있다.

가이난과 나단은 일행과 함께 말을 남쪽으로 달린다. 미스바성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말을 멈춘다. 그리고 부하 10명 가운데 무예가 뛰어난 두사람을 보내어 미스바성 주변을 정탐하게 한다.

한시진이 지나자 그들이 무사히 돌아온다. 정탐꾼 가운데 선임자인 바룩이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여전히 전투 중입니다. 미스바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앗수르 군대가 대략 10만명 정도로 보입니다. 그 근방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말을 수합해보니 그러합니다. 그리고… “.

바룩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보고한다; “성안에도 유다 병사의 수가 그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군사의 수가 비슷해서 그런지 아직 양진영사이에 확실한 승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앗수르 장군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그 보고를 들은 가이난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나단과 부하들에게 말한다; “그럴 것이다. 산헤립왕이 그들 장군들에게도 엄포를 놓았을 것이다. 봄이 지나가지 전에 미스바 요새를 점령하라고 말이다. 그러니 다음달이 되면 틀림없이 대공세가 시작이 되겠지… “.

그 말을 하고나서 가이난이 주변의 목초지역을 한번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성을 포위한지 3년이나 된다. 그 사이에 들판이 비어 있다. 그러므로 유다의 백성들이 다시 피난에서 돌아와서 목축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그들이 목축지를 돌아다녀보니 그것이 사실이다. 앗수르 군대와 유다의 군대가 전쟁을 한지 오래 되자 이제는 산으로 피난한 백성들이 다시 들판으로 돌아와 있다. 그들은 누가 이기고 지든지 상관하지 아니하고 먹고 살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목초지에서 가축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확인하자 나단이 나지막하게 말한다; “하기야 누가 욍이 되고 성주가 되어 다스린들 민초들의 삶이야 무엇이 그렇게 크게 달라질 것인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는 그들의 삶은 늘 그대로이다. 그저 죄없이 사람을 잡아 죽이지 아니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그러니 전쟁이란 가진 자들의 권력다툼에 불과한 것이야… “.

그 다음 그들이 들린 곳이 기브온 성읍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주민들이 두 파로 갈라져서 서로 세력다툼을 하고 있다. 많은 유대인들이 앗수르 군대를 물리치고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총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소수의 무리들이 자신들을 보호하지 아니하고 버린 히스기야왕을 위하여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중동지역에서 앗수르제국이 패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잘 보이고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크게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앗수르제국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앗수르의 산헤립왕은 벌써 유다왕국의 대부분을 정복했다. 아직 왕도인 예루살렘성과 군사 요새지인 라기스성미스바성이 남아 있지만 그것도 완전히 포위를 당하여 3년째 봉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이제는 끝장이 났다고 하는 말이 심심치 아니하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보를 수집하면서 가이난나단 일행이 계속 남하한다. 어느덧 유다왕국의 남쪽 중심지인 헤브론성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일까?

헤브론은 전통적으로 유다지파의 중심이다. 주전 11세기말에 다윗왕이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이 되어 그곳에서 7년반을 다스린 역사를 보아도 그러하다. 전체 이스라엘의 왕이 되자 다윗이 여부스족속으로부터 시온산성을 빼앗고 그곳을 예루살렘이라고 부르면서 천도하였다.

하지만 유다지파의 호족들은 그들의 중심지를 베들레헴헤브론이라고 여전히 여기면서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이난나단 일행이 베들레헴에 들렀을 때에 주민들이 앗수르 군대를 물리치고 유다왕국을 보전해야만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헤브론에서도 팽배하고 있다. 단지 앗수르의 정탐꾼들과 선전선동부대가 무서워서 겉으로는 조용할 따름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앗수르 산헤립왕이 별로 힘들이지 아니하고 그동안 점령한 유다의 성읍과 촌락을 아주 효율적으로 다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책이 한마디로 간접통치의 방법이다. 유다의 성읍과 촌락에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을 교묘하게 회유하여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의 앞잡이가 된 성주와 촌장들이 앞장서서 자위대를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정기적으로 앗수르 황제에게 공출까지 바친다.

그러한 방법으로 산헤립왕은 자신의 군사를 배치하지 아니하고서도 유다의 46개 성읍을 훌륭하게 다스리면서 조공까지 받고 있다. 그러한 실태를 이번 기회에 가이난과 나단이 샅샅이 파악하고 있다.

가이난이 헤브론을 떠나오면서 길게 한숨을 쉰다. 이미 적들에게 정벌을 당한 지역에서는 지방의 유지가 친()앗수르 성주나 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사병을 모아 자위대를 만들고 주민들로부터 세금까지 거두고 있다. 그것이 산헤립왕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이난은 나단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힌다. 그러자 나단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님, 제가 이곳 성주가 사용하고 있는 산헤립왕의 증표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고 싶습니다. 오늘 밤에 주막에서 묵으면서 밤중에 성주의 거처로 침투하겠습니다. 그러니 하루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을 듣자 가이난은 예루살렘을 떠나올 때에 근위대장 스바냐가 한 당부가 생각난다. 그래서 말한다; “우리가 예루살렘에 돌아가서 보고를 하자면 그 증표가 하나 필요하겠군. 그러니 아예 하나를 빼앗아 전리품으로 얻어오면 좋겠구만… “.

그날 밤 나단5명의 부하를 이끌고 성안으로 침투한다. 검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검은 복면을 사용하고 있기에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어깨에는 검을 메고 있다. 어둠속에서 도둑고양이처럼 길가를 달리면서 모닥불을 많이 피워 둔 저택을 찾는다.

결국 성읍의 중심에 있는 큰 저택을 발견한다. 사병들이 많이 그 집을 경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성주의 집인 모양이다. 나단이 지붕위에 소리없이 올라서자 부하들이 뒤를 따른다.

유난히 경비병의 수가 많은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으로 어두운 구석을 이동하여 들어선다. 서너 개의 방을 뒤지자 마침내 금삼위에 자고 있는 성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곤히 잠이 들어 있기에 나단이 검등으로 성주의 목을 한번 친다. 그것으로 새벽까지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안심하고서 방안의 서랍을 모두 뒤진다. 큰 보물상자 같은 것이 발견이 되는데 그 안에 시리아어가 각인되어 있는  동패가 하나 들어 있다. 그것을 나단이 품에 고이 간직하고서 부하들에게 말한다; “도둑이 든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 그러니 금은패물을 챙겨서 가지고 나가자”.

무사히 그 저택을 빠져나온다. 그 다음날 주막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그 동패를 살핀다. 앗수르의 산헤립왕이 내린 증표가 틀림이 없다. 그것을 가지고 사대주의자들이 친()앗수르 인사가 되어 성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성읍의 성주가 유대인이면서 그러한 기회주의자이고 사대주의자이다. 여호와를 섬기는 유다왕국의 신민으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전란 가운데 그러한 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는 가이난나단 일행은 상당히 입맛이 쓰다. 그들은 말을 달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 “그 참 고약한 일이다!… 이왕 사대를 하려면 세상의 제국이 아니라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을 섬길 일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