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4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23. 22:59

너와 나의 공화국48(손진길 소설)

 

20235월 중순에 상록회 계절모임이 신림동에 있는 P중국집 별실에서 열리고 있다. 그 중화요리 전문점은 사실 그 지역의 3선 국회의원인 강지만의 아내 안순임이 경영하고 있는 곳이다;

남편 강지만이 모교에서 정치학교수로 오래 근무하다가 2012년 총선에 갑자기 출마를 하게 되자 그의 아내 안순임은 남편의 당선을 위하여 관악구를 누비면서 발로 뛰었다. 그만큼 적극적인 성격의 안순임이다. 그녀는 남편이 막상 당선이 되어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되자 그때 무엇이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국가에서 국회의원에게 지불하고 있는 세비가 턱없이 의정활동에 있어서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은 부족한 활동비를 메꾸기 위하여 2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개인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 받는 것이다. 그것이 일종의 펀드 레이징’(fund raising)이다;

 또 하나가, 집안에서 제대로 사업체를 경영하여 그 수익으로 부족한 정치자금을 메꾸는 것이다.   

그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돈 걱정을 크게 하지 아니하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변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면서 정치활동을 계속할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하게 되니 그것이 당사자에게 고민이 되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현실을 직시한 강지만 의원의 아내 안순임이 남편의 퇴직금과 자신이 또한 대학교수로 평생 근무한 결과 얻은 퇴직금을 가지고 신림동에 중국요리점을 낸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과감하게 음식점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친정이 서울에서 오래 중화요리점을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집을 오기 전까지 안순임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면 자발적으로 부모님의 식당운영을 적극 도운 당찬 처녀이다. 그러한 성격의 그녀가 일찍부터 부모님이 고생하는 현장을 보고서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여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남편 강지만을 만나서 캠퍼스 커플이 된 것이다;

그녀는 시집에서 남편과 함께 하와이 주립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주자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경제학박사학위를 얻었다. 안순임은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은 남편과 함께 귀국하여 역시 모교에서 오래 교수를 지낸 것이다.

그러한 경력의 그녀가 다시 신림동에 중화요리점을 내고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 강지만을 재정적으로 돕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기에 남들보다 중화요리점을 경영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아내 안순임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기에 그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강지만이 관악구에서 열심히 지역구를 갈고 닦아서 벌써 3선의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훈은 노 정객인 집안 숙부 강하삼과 함께 때로 그 음식점에 들리고 있다.

강하삼으로서는 며느리 안순임이 열심히 음식점을 경영하는 것을 현장에서 보고서 흐뭇해 한다. 그리고 강훈으로서는 연로하신 숙모가 차려주는 음식보다는 제수씨가 경영하고 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서 숙부 강하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특히 그 음식점에는 별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정치인들이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리한 점이 있다. 따라서 사실은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아니하고 있다. 그 점을 알고 있는 강훈이 금번 상록회의 계절모임을 그 음식점 별실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날 그 중화요리집에서 상록회 멤버들이 먼저 코스요리를 먹고나서 몇가지 음식을 안주삼아 고량주를 나누어 마시고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하여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별실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벌써 70줄에 접어든 연령이므로 조금만 고량주를 마셔도 취기가 오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나아문이 옛날 검사시절을 회상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고 있다. 그가 한 이야기를 강훈은 다음과 같이 머리속으로 요약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1)  오늘날 검찰권력이 비대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일부에서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정치인들이 비겁하게도 스스로 정치적인 합의를 하여 이슈를 제대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그 모든 짐을 검찰에 떠넘긴 데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싸우면서 쟁점사항을 검찰에서 조사하도록 고소 고발을 연발하고 있으니 그것이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적을 제거할 속셈으로 검찰에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부로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고 있는 당사자들이 바로 비겁한 정치인들인 것이다.

(2)  그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막강한 정치인과 행정부의 장 차관 그리고 기업과 언론재벌들까지 줄줄이 소환하여 조사할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법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예산서를 보면, 예산의 책정단계에서부터 인건비가 현실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그러니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두사람의 인건비 예산을 가지고 한사람의 인부밖에 사용할 수가 없다. 그 점을 따지게 되면 행정부의 장차관과 정부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모든 기업체들이 하나같이 도둑놈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3)  둘째,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에게 주고 있는 세비도 마찬가지이다. 본래 그것은 현실적인 요구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집안의 돈을 사용하지 아니하면 다른 이권사업에 손을 대도록 되어 있다. 셋째, 정부예산으로 커버가 되지 아니하는 것이 정보기관의 은밀한 활동비이다. 그러므로 귀금속 밀수와 같은 일에 빨대를 꼽고서 활동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검찰이 조사하게 되면 정보기관까지 줄줄이 엮이어 들게 되는 것이다. 넷째, 지방언론의 경우 기자에게 정식으로 월급을 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에 손을 벌리도록 되어 있다. 그것을 검은 돈으로 몰아 부치게 되면 전부 검찰조사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4)  나아문이 더욱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검찰청 간부로 일하면서 은밀하게 만들어 놓은 바람회조직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후배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그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는데 오늘날 돌이켜보니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모임이 좋게 말하자면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파수꾼이 되자고 하는 강한 자부심을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하는 조직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나친 선민사상과 상대적인 의인사상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오늘날 그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용어가 변형이 되어 검로남불이라는 유행어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파수꾼 집단이므로 스스로 의인이고 선민인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를 해도 그것이 정당하다는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거의 왕자무치에 가까운 전근대적인 특권의식과 같은 것이다;

그와 같은 나아문의 뼈아픈 고백을 들으면서 조영백이 한마디를 보태고 있다; “내가 3년간 검사생활을 하다가 일찍 그만둔 이유가 바로 그것이야. 검찰 내부에 끼리끼리 서로 봐주기 문화가 있는데 그것에 물들게 되면 나도 딱 그렇게 되기 십상이더라. 그래서 일찍 그 조직을 박차고 나와서 내 나름대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간 것이지. 그래도 그 길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더라… “.

조영백의 말까지 들으면서 강훈이민욱은 입맛이 쓰다. 그 이유는 그 독특한 폐쇄적인 문화가 지금 한국의 정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민욱조영백은 그 점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비록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다음에 대권에 도전하고자 속으로 결심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소원대로 그렇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