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48(작성자; 손진길)
베냐민지파 출신인 일개 비적 두목 세바의 말이 어떻게 이스라엘제국의 황제인 다윗의 말보다 더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와 백성들에게 호소력과 영향력이 있는 것일까?(삼하20:1-2)
반역의 수괴인 압살롬을 요단강 동편 마하나임 근처에 있는 에브라임 수풀지역에서 해치우고 다시 요단 강을 건너 길갈로 들어온 다윗대왕은 그러한 기가 막힌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때 현명한 군주인 다윗은 그 이유를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다;
첫째로, 압살롬의 반역은 다윗왕의 왕좌를 자신의 무력과 지지세력으로 차지하려고 하는 그의 아들인 왕자의 반란이다. 그러므로 그 반란사건은 이스라엘제국을 내부적으로 둘로 쪼개고 있는 것이다. 다윗왕을 따르는 자와 압살롬 왕자를 지지하는 자로 양분한 사건이다.
비록 다윗의 군대가 압살롬의 반군을 모두 도륙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여전히 둘로 갈라진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왕자 압살롬이 유다지파의 중심지인 헤브론에서 지지세력을 먼저 얻었다고 하는 것은 다윗왕의 지파인 유대사람들이 다윗왕을 버렸다는 의미이다. 다행히 요단 강 동편에서 압살롬의 세력을 쳐부수고 다윗왕이 다시 요단 강을 건너오고 있지만 그의 마음이 지극히 무겁다;
그는 요압과 아비새 그리고 잇대가 지휘하는 군사력으로 압살롬의 반군을 쳐부수고 권토중래를 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유다지파와 기타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와 백성들의 마음을 자신에게 되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들의 눈초리가 여전히 따갑다.
특히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와 백성들이 하나같이 마음속으로는 다윗왕을 의심하고 있다; “다윗이 얼마나 잘못을 했으면 그의 가장 똑똑한 아들인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켰을까? 다윗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죄와 악행을 은밀하게 저지른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지파인 유대사람들이 먼저 그를 버리고 압살롬을 왕으로 선택한 것이다… ”;
나이 30세의 다윗장군은 오랜 도피생활을 하다가 사울왕과 세자 요나단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나자 비로소 헤브론으로 귀환하여 자기 지파인 유다의 왕이 된 인물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최초의 정치적 기반인 그곳에서 유대사람들이 다윗을 버리고 압살롬을 선택하는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셋째로, 다윗왕은 길갈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면서 우선적으로 한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빨리 유다지파부터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11지파가 분리독립을 선언하기 전에 신속하게 군대를 파견하여 세바 일당을 쳐부수어야 한다. 늦어지게 되면 제국이 둘로 쪼개어질 것이다. 그 옛날 이스라엘 11지파를 이스보셋과 아브넬에게 빼앗긴 그러한 잘못을 재현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다윗왕은 압살롬의 군대를 지휘한 자신의 조카인 아마사를 불러서 부탁한다; “아마사야, 나는 너의 죄를 용서하겠다. 그 대신에 너는 이제 나를 위하여 공을 세워라. 3일내로 압살롬을 지지한 사람들을 설득하여 예루살렘으로 데려오고 반란군을 다시 나의 충성스러운 군대로 만들어라. 나는 그 군대를 가지고 세바의 무리를 칠 것이다”(삼하20:4의역).
그리고 다윗왕은 아비새 장군에게 지시한다; “너를 세바의 반란군을 진압하는 사령관으로 삼을 것이니 아마사가 군대를 모아서 끌고 오면 그들을 지휘하여 세바 일당을 토벌하라. 세바 일당이 견고한 성을 차지하기 전에 빨리 추격하여 소탕해야만 한다. 늦어지면 민심이 그에게 더욱 쏠릴 것이니 속전속결을 하도록 하라”(삼하20:6 의역).
그런데, 군부의 지휘관 가운데 가장 눈치가 빠르고 정치적인 판세를 잘 읽고 있는 인물이 역시 요압 장군이다. 그는 다윗왕이 어째서 세바 일당을 토벌하는 일을 사령관인 요압 자신이 아니라 그의 동생인 아비새 장군에게 맡기고 있는지 다윗왕의 의도를 금방 눈치채고 있다.
한마디로 다윗왕은 자신의 비리를 깊숙하게 알고 있는 요압 사령관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다윗왕 자신이 아끼던 똑똑한 왕자 압살롬을 살해한 요압 사령관을 이제부터 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어심을 눈치챈 요압 사령관이 스스로 두가지 자구책을 마련하여 실행한다; 하나는, 기브온 큰 바위 곁에서 이종동생인 아마사를 만나자 마자 기습적으로 그를 암살해버린 것이다(삼하20:8-10);
또 하나는, 아마사가 모아온 군대를 요압이 가로채어 전부 이끌고 가장 먼저 세바의 뒤를 추격한 것이다(삼하20:11-13).
다윗왕이 토벌사령관으로 임명한 동생 아비새가 형을 말릴 시간도 없다. 요압이 얼마나 재빠르게 행동에 나서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생 아비새보다 훨씬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잽싼 요압 장군인 것이다. 그는 끝까지 군부를 자신이 장악하고자 획책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윗왕은 요압의 욕심을 잘 알고 있지만 그만 큰 약점이 잡혀 있어서 평생동안 그를 제거하지 못하고 언제나 끌려 다니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그는 죽기 전에 후계자가 된 솔로몬에게 황권을 튼튼히 하자면 요압 사령관부터 없애라고 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왕상2:5-6);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다윗왕이 예루살렘으로 귀환하지만 유다지파의 백성과 이스라엘 11지파의 백성들을 제대로 살피고 그들을 성심성의껏 끌어 안았다고 보기는 힘이 든다. 다윗은 여전히 군부의 힘을 의지하여 이스라엘제국을 하나로 통치하고자 한다. 다만 요압 사령관의 힘이 막강하므로 그를 적절하게 견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따름이다.
반면에 다윗은 자신의 도피생활 중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호족들에 대하여 그 보상을 해주고 있다. 특히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아니한 늙은 호족인 바르실래에 대해서는 그의 부탁 그대로 모든 보상을 그의 아들인 김함에게 해준다(삼하19:38-39);
그리고 훗날 다윗왕은 후계자인 솔로몬왕에게 김함의 형제들까지 모두 돌보아주라고 유언한다(왕상2:7).
구체적으로, 다윗은 이스라엘 11지파 백성들의 마음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자 두가지 관용을 베풀고 있다;
첫째, 피난길에 자신을 저주한 베냐민 지파 사울왕의 친척인 시므이를 당장 해치지 아니하고 용서한 것이다(삼하19:23);
하지만 그 일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다윗왕은 유언으로 솔로몬에게 그를 죽이라고 말하고 있다(왕상2:8-9).
둘째, 북쪽으로 도망을 치면서 세력을 모으고 있는 세바를 끝까지 추격하여 토벌한다. 하지만 반란의 수괴인 세바와 적극적인 가담자만 처리하고 기타 가담자와 백성들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용서와 관용을 베푼다(삼하20:6-7, 22). 그것이 멀어진 민심을 수습하는 방안임을 다윗왕이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심을 잘 읽기로 소문이 난 요압 사령관이 벌써 그렇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삼하20:17-22).
한편, 베냐민 출신의 비적 두목인 세바는 요단 강을 넘어온 다윗왕을 두고서 유다지파와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들 사이에 길갈에서 언쟁이 크게 발생하는 것을 목격한다(삼하19:40-20:1).
압살롬 왕자가 유다지파의 중심지인 헤브론에서 반란을 모의하고 반란군을 일으켰을 때에 그에 동조한 세력이 바로 유다지파의 장로들과 그 백성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제는 다윗왕의 주변에 먼저 모여들어 마치 자신들이 다윗의 충신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들이 그들을 비난한다; “우리는 왕에 대하여 10몫을 가졌으니 다윗에게 대하여 너희보다 더욱 관계가 있거늘 너희가 어찌 우리를 멸시하여 우리 왕을 모셔 오는 일에 먼저 우리와 의논하지 아니하였느냐?”(삼하19:43);
그에 대한 유다지파 장로들의 반론이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와 백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 “왕은 우리의 종친인 까닭에 우리가 먼저 모신 것이다. 우리는 왕의 종친이지만 왕의 지파라고 하여 결코 다른 지파보다 전리품을 더 얻은 것이 없다. 그렇게 공평하게 행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우리 유다지파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삼하19:42 의역).
언뜻 보면, 유다지파 장로들의 반론도 옳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아니다. 다윗왕이 자신의 친족을 먼저 보살피고 권력을 그들에게 대부분 나누어 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들 유다지파 내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자들이 한동안 다윗왕을 버리고 압살롬 왕자의 반역에 가담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압살롬이 죽었으므로 얼른 다윗왕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 다시 유다의 왕으로 확실하게 모시고자 한다. 그리고 다윗왕을 통하여 나머지 이스라엘 11지파를 지배하려고 획책한다. 그러한 점을 이스라엘 11지파의 장로들과 백성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그들과 언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장면을 목격하면서 베냐민출신의 비적 두목인 세바가 한번 난세의 영웅이 되려고 한다. 만약 압살롬을 따라간 이스라엘 11지파의 군사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하면 한번 다윗의 군대와 싸워볼 만하다고 예단한 것이다. 그것이 전투경험이 일천한 비적 두목 세바의 잘못된 선택이다;
막상 다윗의 토벌군이 그를 추격하자 많은 군사들이 모래처럼 흩어지고 세바는 계속 북쪽으로 도망하기에 바쁘다. 세바 일행은 결국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인 단의 남부지역까지 쫓긴다;
단의 남서부에 펼쳐져 있는 초원이 ‘벧마아가’인데 그곳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큰 마을 하나와 작은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큰 마을이 단의 서쪽 6km에 자리를 잡고 있는 비옥한 성읍 ‘아벨’이다. 그리고 작은 마을의 이름이 ‘베림’이다(삼하20:14).
그 가운데 세바 일행은 큰 성읍 아벨로 들어가서 그 지역 언덕 위에 토성을 쌓는다. 세바는 베냐민 출신으로서 비적단의 두령이므로 그렇게 산채를 짓고 주민들을 약탈하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다. 그가 이제는 부자 성읍에 들어와서 산지에 토성을 쌓고 있으니 주민들이 불안하다;
마침내 세바 일행을 추격한 요압 장군이 세바의 토성을 헐고 공격하기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큰 전투가 발생하면 아벨 주민들의 피해가 클 것만 같다. 그래서 그 성읍의 장로들이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내세워서 요압 장군과 협의를 시작한다.
그 여인의 말이 요압 장군의 마음에 든다; “이곳 아벨은 현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성읍이며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성읍이지요. 그런데 이제 장군이 아벨 성을 파괴하면 약속의 땅 북쪽을 적에게 내어주는 셈이 됩니다. 이스라엘의 충신들은 모두 아벨 성을 지키고자 하는데 어째서 요압 장군은 파괴하고자 하시요?”(삼하20:18-19 의역);
그 말을 듣자 요압 장군이 기꺼이 대답한다; “나는 아벨 성을 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요. 다만 그 성읍에 들어가서 토성을 쌓고 다윗대왕에게 반역하고 있는 세바를 잡고자 하는 것이요”(삼하20:20-21a 의역).
그 현명한 여인이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바를 죽이고 그의 수급을 던져줄 것이니 조용히 이 성을 떠나도록 하세요”(삼하20:21b). 그 여인의 말을 들은 아벨 성읍의 장로들이 세바를 불러내어 암살한다;
그리고 그 수급을 요압 장군에게 던져준다. 그것으로 요압은 곱게 아벨 성을 떠나서 예루살렘으로 향한 것이다(삼하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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