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18. 11:03


소설 히스기야2(작성자; 손진길)

 

앗수르의 황제 산헤립이 주전 701년 초봄에 다메섹에서 20만 대군을 이끌고 유다왕국을 향하여 진군하고 있다. 산헤립은 유다왕국에 도달하기 전에 외교적 관례의 일환으로 히스기야왕에게 전령을 보내어 자신의 정복전쟁의 명분을 먼저 설명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다; “히스기야는 보아라. 너의 부왕인 아하스는 앗수르 황제의 신하가 되어 매년 조공을 빠지지 아니하고 보내어왔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자 너는 애굽을 의지하고 10년 넘게 앗수르 황실로 보내는 조공을 끊어버렸다… “.

한마디로, 모든 잘못이 유다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걸작이다; “나는 그것을 참고 지금까지 기다렸으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너를 처벌하고 유다왕국을 멸망시켜 모든 속국들에게 본을 보이고자 한다. 그러니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처벌을 기다리도록 하라”.

산헤립왕이 그동안 쳐들어오지 아니한 것은 첫째가 군사력을 모으기 위한 것이고 둘째가 애굽제국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애굽을 통일한 제25왕조가 전쟁의 후유증을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 틈을 보아 산헤립이 정벌전쟁에 나선 것이다. 그 점을 참조하면, 국제관계에 있어서 전쟁의 명분은 언제나 만들 수가 있고 또한 주장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사실이다.

히스기야왕과 신하들은 처음에는 앗수르의 침략에 맞설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전투를 해보니 그것이 아니다. 앗수르의 군대는 블레셋의 군대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히스기야왕의 군대가 수년전에 블레셋의 군대와 싸워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앗수르군대와 싸워서 대패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어전회의에서 히스기야왕이 신하들에게 하문하자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나서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전하, 소신이 생각하기로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산헤립왕의 군대가 천하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년 전쟁을 치루어 승리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파괴력을 다른 나라의 군대가 도저히 당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

노장인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입술이 말라서 그런지 잠시 입에 침을 묻히고나서 계속 설명한다; “둘째는, 앗수르의 군대가 최신식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군비를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철제전차와 강궁 그리고 검과 창의 재질이 대단히 우수합니다. 그러므로 감히 우리의 근사가 맞상대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군부대신의 설명을 듣자 39세의 한창 나이인 히스기야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여러 대신들과 장군들이 침울한 안색을 풀지 못한다. 그때 한쪽에 서있던 60세의 선지자 이사야가 앞으로 나선다.

이사야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한다; “전하와 여러 대신들은 앗수르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창조주 여호와를 두려워하세요. 전쟁의 승리는 적의 우월한 무기체계와 우수한 전략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의 승리는 어디까지나 여호와의 역사섭리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히스기야왕과 대신들 그리고 장군들의 귀에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이 크게 영향력이 없다. 그들은 출애굽과 홍해의 기적을 베푼 여호와 하나님의 역사가 이제는 신화나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주 여호와의 능력을 무시하고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사야의 외침은 그저 광야에 부는 바람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다음과 같이 신하들의 의견을 묻는다; “짐은 애굽에 다시한번 원군을 요청하는 사절을 보내고 싶습니다. 누구를 보내면 좋을까요?”. 이번에는 외무대신인 므술람이 앞으로 나서서 발언한다; “소신을 보좌하고 있는 외무서기관 미가야를 보내어 빨리 애굽을 다녀오게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말에 다른 대신들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결론을 내린다; “외무대신은 미가야에게 조속히 애굽을 다녀오도록 조치하세요. 그러면 지금 파죽지세로 전국을 짓밟고 있는 산헤립의 침략군을 어떻게 물리치면 좋을까요? 좋은 방안을 내보세요?... “.

그 말을 듣자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나서서 먼저 발언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과 같이 모든 성에 상비군을 배치하여서는 앗수르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서는 북쪽의 요새지 미스바와 서쪽의 요새지 라기스에 정예병인 상비군의 병력을 집결하여 효율적으로 적을 막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이 대신들을 내려다보면서 묻는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러자 궁내대신인 엘리야김이 앞으로 나서서 발언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그것도 좋지만 동시에 다른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 말에 히스기야왕과 신하들의 귀가 번쩍 뜨인다; “그것이 무엇일까?”. 궁내대신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화해사절단을 산헤립왕에게 보내어 화해의 조건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소신은 다윗왕조를 보전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조건이든지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화해하고 적군이 스스로 물러가도록 조치하는 것이 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야김의 발언이 끝나자 히스기야왕이 대신들의 얼굴을 전부 내려다본다. 사색이었던 그들의 얼굴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어리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히스기야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즉시 외무대신은 애굽에 원군을 요청하는 사절을 보내고 동시에 궁내대신은 서기관 셉나를 산헤립왕에게 화해사절로 보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결과를 나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하세요”.

어전회의의 결과를 보면서 선지자 이사야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히스기야왕과 신하들은 애굽을 의지하는 한편 앗수르와의 화해를 동시에 추진하고자 한다. 그들은 성전으로 나아가서 여호와 하나님께 자신들의 우상숭배와 사대주의 그리고 세상적인 처신술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고백하고 회개하는 절차를 전혀 취하고자 하지를 않는다.

그렇게 창조주 여호와를 외면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번의 재앙은 쉽게 물러가지 아니할 것이다. 만약 일시적으로 물러간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더 큰 재앙이 꼬리를 물고 찾아올 것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근본적인 치유의 방법과 구원은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는다고 하는 사실을 확고하게 믿고 있다. 하지만 히스기야왕과 그의 신하들의 생각은 이사야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60세의 원숙한 선지자 이사야는 자신이 약관의 나이로 처음 유다왕국에서 선지자 활동을 시작한 그때를 회상한다. 웃시야왕 말기인 주전 740년경이다. 그때 이사야 자신을 선지자로 부르신 여호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 백성이 영적으로 소경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어 어두움 가운데 헤맬 것이다. 그들은 여호와신앙으로 구원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 세상적인 다른 방법을 총동원하다가 마침내는 멸망 가운데 들어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이사야 너는… “(6:9-12 의역).

그렇게 참으로 이상한 예언을 하신 다음에 여호와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이다; “내가 주는 예언의 말씀을 너는 동족들에게 외쳐라.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겨두도록 하라. 그 기록이 훗날에 증거가 되어 여호와의 역사섭리와 구원의 메시아가 오심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에는 만민이 영생의 구원을 얻기 위하여 메시아의 깃발아래 나아올 것이다”(11:10-12 의역).

그와 같이 선지자 이사야는 백 여년 후에 발생하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멸망을 벌써 내다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상을 섬긴 부왕 아하스의 잔재를 청산하고 여호와신앙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한 히스기야왕이다. 그가 앗수르 대군의 침략을 맞이하여 그만 여호와신앙을 버리고 세상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여호와의 묵시의 말씀이 그대로 유다왕국에 응하고 말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선지자 이사야는 지금 애굽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이집트에서는 구스에서 북상한 세력과 리비아에서 동진한 세력이 서로 패권을 차지하려고 오래 전쟁을 벌였다. 그 전쟁이 주전 715년에 종식되고 지금은 구스의 왕조가 테베에서 혼란을 수습하며 동시에 체제를 정비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쉽게 유다왕국의 요청에 응하여 원군을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사야의 판단은 정확하다. 왜냐하면, 앗수르의 원정군 사령관 다르단이 황제 사르곤2의 명령으로 대군을 이끌고 주전 710년경 블레셋 최북단의 해안도시국가 아스돗을 멸망시킬 때에도 애굽의 바로 샤바카(재위 주전 716-702)는 원군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20:1-6).

주전 701년인 지금은 샤바카의 아들인 샤바타카가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가 독자적으로 유다왕국을 구원하고자 원군을 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와 같은 테베의 사정까지 훤하게 꿰뚫고 있는 선견자가 바로 노회한 선지자 이사야인 것이다.

그렇게 국제정세에도 밝고 여호와의 말씀에도 정통한 유능한 선지자가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사고에 물든 히스기야왕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이 국가적인 불행이다. 따라서 이사야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서 그만 어전회의가 파하자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