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19. 09:02


소설 히스기야3(작성자; 손진길)

 

6일이 지나자 리블라에 총본영을 두고 있는 앗수르의 황제 산헤립을 예방하러 갔던 유다왕국의 화해사절단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사절단을 이끌고 다녀온 궁내부의 서기관 셉나가 유다왕 히스기야에게 직접 보고한다; “전하, 모처럼 좋은 소식을 전해 올립니다… “.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이 단 아래에 앉아 있는 궁내대신 엘리야김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그러자 엘리야김이 셉나를 대신하여 보고한다; “마침 산헤립왕이 리블라 총본영을 떠나 라기스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앗수르 군대를 시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찰단이 라기스 현장에서 쉽게 산헤립왕을 예방했다고 합니다. 그는 좋은 조건으로 휴전하고 그만 철군하여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셉나에게서 직접 들으시지요… “.

히스기야왕이 이번에는 궁내대신 엘리야김 옆에 서있는 서기관 셉나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그러자 셉나가 다음과 같이 핵심내용만 보고한다; “철수조건은 금 30달란트와 은 300달란트입니다. 모두 은으로 환산하면 750달란트입니다. 그 값어치는 750명의 장정이 20년 동안 받는 품삯에 해당합니다”(왕하18:14).

그 말을 들은 히스기야왕이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떡이면서 하문한다; “언제까지 그 전쟁보상금을 지불하라고 말하고 있는가?”. 서기관 셉나가 보고한다; “전하, 산헤립왕은 저희들에게 10일 내에 자신이 머물고 있는 리블라로 가지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궁내대신 엘리야김이 보충설명을 한다; “전하, 북쪽의 리블라는 흔히 줄여서 립나(Riblah)라고도 부르고 있지만 그곳은 라기스 요새의 인근에 있는 립나(Libnah)와는 다른 장소입니다. 리블라는 갈릴리의 동쪽에 있는 지명입니다. 그러므로 그곳까지 금과 은을 운반하자면 서둘러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히스기야왕이 결단을 내린다; “아직 애굽의 수도 테베로 간 외무서기관 미가야로부터 애굽의 원군에 대한 소식이 들어오지 아니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과인이 생각하기로는 그 정도의 금과 은이면 그다지 혹독한 조건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궁내대신이 앞장서서 속히 금과 은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기한내에 리블라에 있는 산헤립왕에게 전달하도록 하세요… “.

왕명을 받은 궁내대신 엘리야김과 서기관 셉나가 예루살렘에서 금 30달란트와 은 300달란트를 구하기 위하여 서두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전란 중이므로 예루살렘의 부자들이 금은패물을 벌써 매점매석하고 있어서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은 실정을 히스기야왕에서 보고하였더니 그가 크게 진노한다. 그리고 말한다; “생각 같아서는 자기만 살겠다고 금은패물을 전부 사모아 피난 갈 생각만 하고 있는 부자들을 모두 잡아서 곤장을 치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궁내대신은 궁궐에 있는 금과 은은 물론 성전에 있는 금붙이와 은붙이까지 전부 끌어 모아서 기한 내에 리블라로 보내도록 하세요. 빨리 서두르세요”(왕하18:15-16).

히스기야왕이 그렇게 역정을 내면서 전쟁보상금을 속히 리블라로 보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루전에 애굽에 원군을 요청하러 간 사절단으로부터 급히 파발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그러므로 이제 유다왕국이 살 길은 오로지 전쟁보상금을 빨리 주고 앗수르의 군대를 철군하게 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사건이 전개가 되고 있는 것을 왕궁 가까이 살고 있는 선지자 이사야가 유심히 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히스기야왕이 아직 앗수르제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잘 모르고 있구나. 그들은 여호와를 섬긴다고 하는 자칭 선민 이스라엘 백성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있다. 21년 전에 망한 북조 이스라엘왕국의 사후처리만 보더라도 그러한 것을… “.

이사야 선지자의 말은 사실이다. 당시 앗수르의 황제로 즉위한 사르곤2가 이스라엘왕국을 지상에서 없애 버리고 그 백성들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전부 말살하고자 획책한 것이다. 사르곤2는 그만큼 포악한 군주이다.

그는 자신의 형인 황제 살만에셀5가 친정에 나서 장기간 사마리아성을 포위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그 틈을 노려 주전 722년에 수도 니느웨에서 황위를 찬탈한 인물이다. 그리고 사마리아성을 함락한 다음에는 그 땅의 쓸모 있는 신하와 백성들을 전부 앗수르제국의 변방으로 끌어가 버린다.

그 대신에 사마리아 땅에는 식민정책혼혈정책 그리고 우상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그 결과 앗수르 변방의 백성들이 대거 북조 이스라엘의 고토에 들어와서 살게 되고 이스라엘 10지파의 자손들과 혼혈하여 그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섬기고 있는 온갖 우상들을 가지고 들어와서 사마리아 땅에 만연하게 한다. 그 때문에 창조주 여호와가 그러한 우상의 하나로 전락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종교적인 정통성까지 말살하고 있는 악랄한 황제가 사르곤2이며 그의 아들이 산헤립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선지자 이사야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속으로 한숨을 쉰다; “지난 십여 년간 여호와신앙을 바로 세운다고 노력하던 히스기야왕이 어째서 이렇게 타락하고 말았는가?... 이제는 영적으로 귀가 막하고 눈이 어두워져서 앗수르의 황제 산헤립이 어떠한 인물인지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유다왕국의 장래가 걱정이구나!... “.

불행하게도 선지자 이사야의 판단이 역사적으로 맞아 들어간다. 리블라로 가지고 온 금과 은을 인수한 산헤립왕이 전군에게 명령하여 철수를 단행한다. 그리고 그는 다메섹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다. 그는 휘하의 장군 3명을 불러서 다음과 같이 명령하기 때문이다; “다르단, 랍사리스, 랍사게 그대들은 짐의 군대 20만명을 이끌고 즉시 유다왕국으로 쳐들어가서 예루살렘을 점령하라. 부왕이 이스라엘왕국을 말살한 것처럼 짐도 지상에서 자칭 선민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저 교만한 유다왕국을 없애 버리고 싶다… ”(왕하18:17).

3명의 장군을 대표하여 다르단이 산헤립 황제의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즉시 출병한다. 여기서 다르단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고 군사령관이라는 신분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사령관이 두개의 신분으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이 랍사리스랍사게이다. 그 차이는 한마디로 군무직과 정무직이다.   

랍사리스는 군사를 지휘하는 장군이며 전투를 치르는 부사령관이지만 랍사게는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감찰하는 황제의 직속 신하인 문신이며 장군이다. 그러므로 전장에서 황제의 명령을 상대국 왕과 신하들에게 전달하거나 선포할 때에는 당연히 황제의 직속인 랍사게가 그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왕하18:19, 27).

그것을 보고서 히스기야왕과 신하들이 기겁한다. 한마디로, 신의라고는 전혀 없는 무뢰배와 같은 자들이 앗수르이다. 오직 모든 문제를 군사력과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제국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순진하게도 그들의 말을 듣고 안심한 것이다. 아무리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래서 히스기야왕이 급히 어전회의를 열고 신하들과 협의한 후에 두가지 결론을 낸다; 첫째, 다시 한번 애굽에 원군을 요청한다. 이번에도 외무서기관 미가야를 파견한다. 둘째, 상비군 20만명 가운데 10만명을 동원하여 왕도인 예루살렘성을 수비하도록 하고, 북쪽의 요새지 미스바5만명, 서쪽의 요새지 라기스5만명을 배치하여 적군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도록 한다.

그에 따라 군부대신 엘리사마가 상비군 8개 군단의 군단장 이름을 국왕 히스기야에게 올린다. 누구를 군사령관으로 정하여 예루살렘, 미스바라기스의 수비를 맡길 것인지를 결정하여 달라는 것이다.

히스기야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1군단장 가말리엘예루살렘 수비대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를 제2군단장 이루 장군, 3군단장 삼마 장군, 4군단장 사울 장군이 각각 보좌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히스기야왕이 이어서 발령을 한다; “5군단장인 요나단미스바 수비대장으로 임명합니다. 6군단장인 도도 장군으로 하여금 그를 잘 보좌하도록 군부대신이 나를 대신하여 말하세요. 마지막으로… “.

히스기야왕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뜸 군부대신 엘리사마에게 엉뚱한 질문을 한다; “하나의 군단에 24천명의 병사가 소속이 되어 있는 기본원칙에는 변화가 없지요?... “. 엘리사마가 금방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전하. 그 원칙은 모세시대부터 우리 이스라엘 군대의 대원칙이 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서 히스기야왕이 기분 좋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7군단장인 후새라기스 수비대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를 제8군단장인 잇대 장군이 적극 보좌하도록 군부대신이 말하세요. 그러면 급히 시행하세요”.

히스기야왕의 신속한 결정에 따라 제1군단에서 제4군단까지 96천명의 군사들이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온다. 5군단과 제6군단의 병력 48천명이 예루살렘 북쪽에 있는 미스바의 요새로 빠르게 이동한다. 그리고 제7군단과 제8군단의 군사들이 즉시 예루살렘 서쪽에 있는 라기스 요새로 이동한다.

이제 20만명의 앗수르 대군을 맞이하여 수성작전으로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끝나고 있다. 애굽에서의 원군까지 오게 되면 앗수르의 원정군도 물러갈 것만 같다. 과연 히스기야왕과 신하들의 소망대로 앞날이 전개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