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3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4. 3. 6. 11:56

가지를 뚫는 햇살36(손진길 소설)

 

UK 서운갑 박사는 JI 문재인 대통령의 업적을 자신의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5가지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1) 첫째로, 201610월말에 시작된 시민들의 촛불시위는 이듬해 20173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현직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59일에는 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정치적 대변혁을 초래했다;

1)   따라서 다음날 5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가서 곧바로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와 같은 한국의 정치적인 대변혁을 바라본 세계인들은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정치선진국의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크게 감탄한 것이 사실이다.

2)   그와 같은 국제여론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기간 5년 동안 한결같이 나라의 품격을 높이고 전세계에서 자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한국인에게 선진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도록 했다.

3)   물론 20182월 평창에서 진행된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호재였다;

 더구나 한국의 K-Music, K-Drama, K-Food가 세계인들의 좋은 평판을 계속 얻고 있기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2) 둘째로, UK 서운갑 박사가 볼 때에 역대 한국의 대통령 가운데 JI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그 출발이 좋았던 인물이다. 20175월에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는데 이듬해 20181월에 느닷없이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가지자고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1)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출발했다. 경제 사회 문화적 교류에 힘을 쓰고 군사적 위협을 감소하는 일에 서로가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9월에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주민들에게 연설까지 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조만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타나고 있다;

2)   그런데 문제는 이듬해 곧 2019년 2월말에 갑자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참모들과 함께 미국으로 되돌아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2018년 한해를 가지고 대북관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헌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가 있다. 하지만 2019년 이후를 두고 보면 그것이 아니다.

3)   미국대통령의 동의가 없이는 북한과 아무 것도 합의하거나 이행할 수가 없다고 하는 약소국 정상의 비애만이 노출이 되고 있다. 과연 그 문제를 장래의 한국정상들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202312월에 백세를 맞이한 UK 서운갑 박사는 큰 물음표 하나를 가지고 여전히 한국의 현대정치현장을 직시하고 있다.  

(3) 셋째로, JI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의 하나로 UK 서운갑 박사는 20215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합의하여 42년간 지속되어 오던 미사일사거리지침을 완전히 폐지한 것을 손꼽고 있다.

1)   UK자신이 일찍이 청와대에서 안보특보를 지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 과거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이 사정거리 800km로 제한을 받게 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그러한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두가지의 큰 이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2)   하나는, 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강대국들이 군사적으로 함부로 한국을 협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20167월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미국이 사드 미사일을 한국의 내륙지방 성주에 배치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동의하였다고 중국이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다.

3)   그러나 한국이 자체기술로 개발하는 미사일에 대하여 이제는 사정거리제한이 사라지고 말았기에 중국이 한국내 미국의 사드 미사일 배치문제를 더 이상 떠들 수는 없게 되었다. 한국정부가 미사일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한국을 군사외교적으로 함부로 대하거나 위협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4)   또 하나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확대하다가 보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전쟁은 우주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정보수집과 무기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가에 좌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UK는 그 점에 유의하여 미사일 주권을 회복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로를 큰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4) 넷째로, UK는 문재인 대통령이 UN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강경화 박사를 외무부장관으로 임명하여 다자간 외교에 주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UK 자신의 딸과 사위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서 UN에서 오래 근무한 사실이 있기에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1)   과거의 한국외교는 대미외교와 대일외교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중외교와 대러외교에도 크게 비중을 둔 것이다. 한국은 대외수출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그 수출물량이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4대강국에 골고루 분산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그러므로 미국과 일본이 전통적인 우방이고 중요하다고 하여 함부로 진영외교를 폄으로써 경제적인 엄청난 손실을 자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다자간외교와 다원외교에 눈을 돌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나름대로 바람직하다고 UK가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5) 다섯째로, 20201월에 중국 내륙도시 우한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가 창궐하였고 전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자 3월에 국제보건기구 WHO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였다. 중국에 인접하고 있는 한국에서 당연히 비상이 걸린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을 비상체제로 운영하고 6월에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여 조직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운영했다. 그 결과 상당한 실적이 나타났기에 K-방역이라고 하는 용어까지 등장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불행이 3년간 지속이 되었기에 2년후 20225월에 임기만료를 맞이하게 되는 JI 문재인 대통령은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므로 UK 서운갑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족한 점으로 두가지를 손꼽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라고 말하고 있다;

(1)  그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국가 사이에 인적교류의 단절은 물론 물적교류에 있어서도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무역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 성장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그것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경제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비용과 의료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차관을 들여와서 부족분을 메꾸어야 한다. 따라서 외채증가가 엄청난 것이다;

(2)  문재인 대통령의 또 하나의 문제는 검찰개혁에서 완전히 실패를 했다는 것이다. 소위 정치검찰이라고 불리고 있는 특수부에 대하여 대대적인 인사조치와 제도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의 전횡을 막아보고자 했지만 그것은 제대로 체제를 갖추지도 못하고 미완의 제도개혁으로 끝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정치검사의 진영에 대하여 그토록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지 못한 것일까?’, UK 서운갑 박사는 그 이유가 정치인인 그들이 안고 있는 약점과 허물이 법치주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로 보이고 있다는 그 점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선에 나선다고 하면 선거비용이 천문학적이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자기 재산의 상당부분이 날라가고 만다. 게다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비용이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선자는 대통령이거나 국회의원이거나 지방의원과 단체장이라고 하거나 예외가 없이 선거법을 위반한 범죄자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밀자료를 수집하여 필요한 경우 소환조사와 기소권을 행사하게 되는 검찰조직을 어느 정치인이 맞상대할 수가 있을 것인가? 따라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유이지만 그 열매를 얻는다고 하는 것은 현실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 셈이다. 그러한 방울을 검찰의 목에 단다고 하는 것은 정치자금법과 선거자금법의 현실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와 같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정치검찰들의 눈치만 보다가 그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퇴진하고 마는 자들이 JI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JI 문대통령의 등장과 퇴장을 모두 바라보고 있는 노옹 서운갑 박사의 심정은 착잡하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다.

UK 서운갑은 자신이 작성하고 있는 회고록의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친지들이 그 내용을 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생존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내용을 은밀하게 다른 사람들이 보고서 왈가왈부하는 것을 그가 보고싶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자신의 회고록을 자신의 서재에 있는 개인금고 안에 언제나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은 그 내용을 조용하게 살피고 있던 서운갑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여 그냥 책상위에 놓아둔 채로 볼일을 보고 온 때가 있다.

자신의 서재로 돌아와서 책상으로 향하고 있던 서박사가 깜짝 놀라고 있다. 책상 옆에 놓아둔 의자에 아내 황옥주가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202310월이다. 서운갑이 백세 생일을 2달 앞두고 있는 시점이므로 2살 연하인 아내 황옥주가 벌써 98세이다.

주위의 친지들은 부부가 함께 백수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미리 축하들을 하고 있는 시점이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1945년생인 장남 서경일 변호사가 벌써 78세이니 부자간에 함께 늙어가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서변호사는 여전히 로펌에 나가고 있다. 부모님을 닮아서 상당히 강골인 모양이다.

책상에 돌아오다 서운갑 박사가 얼른 자신의 회고록을 집어서 개인금고에 보관한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황옥주가 웃으면서 입을 뗀다; “호호호, 여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회고록의 내용을 읽지 않았어요. 골치 아픈 정치이야기를 적어두었을 것인데 제가 볼 필요가 없지요. 그렇지만 그 회고록의 제목만은 보았어요. 그런데 그것이 말입니다… “.

그 말을 듣자 UK 서운갑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멀뚱하니 아내 황옥주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드디어 그녀의 질문이 나타난다; “어째서 당신 회고록의 제목이 가지를 뚫는 햇살로 되어 있지요? 도대체 그 의미가 무엇인데요?... “.

그 말에 서운갑은 입술을 모으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흔히 사람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말하고 있지요. 자기 눈에 햇빛이 곧바로 비추이지 아니한다고 하여 다른 사람도 그 햇빛을 보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여름이면 무성한 나무가지의 잎이 하늘을 가리고 햇살이 그 아래로 침투하지를 못하지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겨울이 되면 그것이 아닙니다!... “;

서운갑이 아내의 얼굴을 한번 본 다음에 이어서 설명한다;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 되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되지요. 그러면 벌거벗은 나무가지는 결코 햇살의 따뜻함을 가릴 수가 없어요. 땅에 내리쬐는 그 따뜻한 햇살로 말미암아 얼어붙은 땅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지요. 그러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나뭇가지와 잎으로 햇빛을 가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듣자 황옥주가 갑자기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 뜻이 좋은 제목이군요. 그 제목이 제 마음에 들어요. 그렇게 좋은 제목을 가지고 있으니 그 내용도 물론 좋겠지요, 그러니 당신만 몰래 그 내용을 보지 말고 때로 자식들과 손주들에게도 설명을 해주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활짝 열리게 될 거예요. 얼마나 좋아요!”.

아내 황옥주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러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운갑이 말한다;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이제 백세를 앞두고 있으니 내가 12월 초순에 백세연(百歲宴)을 하게 되면 우리집에서 자식들과 손주들을 모아놓고서 한번 강의를 할께요. 회고록 내용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중심으로 내용전수를 하지요. 당신도 꼭 참석해야 해요!”.

그 말을 듣자 황옥주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요, 꼭 그렇게 할게요. 백세를 맞이하는 당신의 소원인데 그 정도야 제가 충분히 들어줄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 시간에는 저도 당신과 함께 80년 가까이 살아왔으니 한마디 소회를 말할까 해요. 당신이 얼마나 좋은 남편이었는지, 그리고 평생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살았는지를 말입니다. 저의 손주들도 모두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

서운갑 부부가 계획한대로 그날 2023128일 금요일 저녁에 마포의 자택에서는 백세를 맞이한 노학자 UK 서운갑 박사의 기념 강연이 진행된다. 참석자는 부인과 3자녀 부부 그리고 손주 가족들이다. 그날 강연을 마치면서 서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63년에 정치학박사가 되고나서 나는 60년 세월을 한국정치현실을 바라보고 그것을 분석하면서 살아왔어요. 그 결과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것은… “.

백세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청중들의 시선이 UK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들의 귀에 서박사의 음성이 들린다; “아무리 시대가 깜깜하고 미래전망이 어둡다고 해도 전혀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사람이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가 없고 무성한 가지와 나뭇잎이 햇빛을 가릴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

결론 중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자연이치가 그러하듯이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의 정치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는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억울한 것이 한풀이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지요. 그와 같은 진리를 거듭 확신하게 되는 것이 정치학자로서의 나의 60년 인생입니다. 경청해주어서 고마워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정말 고마워요! Thank you so much”.

누가 먼저 박수를 쳤는지 모른다. 한동안 박수소리가 계속이 된다. 그렇지만 앵콜이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역시 정치학강의는 명가수의 노래만은 못한 모양이다. 저택 바깥 거리에서는 12월의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날 백세 노인 UK 서운갑 박사의 집에서는 훈훈한 기운이 넘치고 있다.

UK와 그의 부인 황여사에게 있어서 그 다음해 2024년은 과연 어떠한 해가 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