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3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4. 2. 25. 08:58

가지를 뚫는 햇살32(손진길 소설)

 

평생을 정치학박사로 살아온 UK 서운갑은 자기도 모르게 사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과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그것은  주관적인 인식보다는 자료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래 정치학자로 살아온 결과 자신의 학문분야 정치학은 물론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도 확고한 하나의 철학을 지니고 있다. UK 서운갑은 자신의 철학에 의거하여 현대 한국의 대통령들의 업적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흔히 분석적인 사고방식과 객관적인 설명에 기초하고 있는 과학(Science)과 주관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철학(Philosophy)이 전혀 다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학문을 오래 닦아온 정치학자 서운갑 박사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그 둘은 겉으로는 다른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냉정하게 그 속을 깊이 고찰하게 되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아니하게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학파(學派, 학문적인 파벌)학풍(學風, 학문적인 분위기)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과학의 발전이 놀라운 20세기 후반부터는 과학철학’(Philosophy of Science, Scientific Philosophy)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 말의 의미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과학과 철학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과학이란 ()주관적’(Intra-subjective)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란 본래 객관적인 방법론(Methodology)을 말하고 있다. 그와 달리 철학이란 주관적인 가치관(Point of View)을 말하고 있으므로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래 학문을 하다가 보면 그것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과학자 그 사람 안에 그 두가지가 한꺼번에 갈무리가 되고 그것이 하나의 과학적인 관념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 맞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인식(Perception)이라고 하는 것이 어차피 개인의 오감(five senses)을 통하여 얻은 정보(Information)를 자신의 두뇌에서 종합하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사람의 두뇌(brains)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아무리 객관적인 사고를 한다고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식과 판단에 있어서는 자신도 모르게 개인적인 선입관(preconception)이라고 하는 과학자의 주관적인 가치관이 어느 사이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두가지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 하나는, 학문이란 객관적인 방법론에서 출발하지만 대성하게 되면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분야에 있어서 하나의 철학적인 관념(Philosophical perception)을 개인적인 가치관(value system, point of view)으로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록 객관적인 자료의 제공과 과학적인 설명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는 발표자의 주관적인 견해(subjective viewpoint)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간주관적’(Intra-subjective)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서운갑 박사가 그와 같이 어려운 학문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회고록에 참고삼아 기록해두고 있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 뒤를 잇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그가 자신도 모르게 선입관에 크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UK 서운갑은 정치경력이 일천한 노무현이 그것도 자신의 고향이 있는 부산 경남지역에서 재선이 되지 못한 채 현직 국회의원도 아닌 처지에서 호남 출신인 DJ가신(家臣)들 곧 동교동 세력이 당권을 잡고 있는 새천년민주당에서 대통령에 입후보하겠다고 나섰을 때에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겠다고 하는 무모한 시도라고 치부했다.

그렇지만 천운이 있어서 그런지 그가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일찍이 대법원판사를 지내고 김영삼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두루 거친 이회창이라고 하는 대단한 스펙의 인물이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고 하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UK에게 있어서 쉽지 아니했던 것이 사실이다;

두사람을 간단하게 비교해보면 그러하다. 노무현 후보는 학벌이 상업고등학교 졸업에 불과하지만 머리가 좋아서 그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그것도 성적이 뛰어나서 판사로 발령이 났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가 상대하고 있는 이회창이라고하는 인물은 그보다 훨씬 대단한 커리어의 인물인 것이다.

이회창은 한국에서 최고의 명문인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모두 거친 자이다. 그리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성적이 좋아서 판사가 되었으며 사법부에서 최고의 자리인 대법관까지 지냈다. 그의 능력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아니하고 김영삼 정권에서 발탁이 되어 헌법기관의 장인 감사원장을 지내고 나아가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것이다.

또 하나 UK 서운갑이 정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실은 흔히 정치 10단이라고 말하고 있는 YS 김영삼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어긋나고 있는 이회창 총리를 파면하고자 은밀하게 추진했는데 바로 그 직전에 놀랍게도 이회창이 정치적으로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미묘한 청와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서 한발짝 먼저 이회창 총리가 과감하게 대통령 YS에게 사표를 던지고 곧이어 정계에 데뷔했다는 그 사실에서 서운갑은 그 사람의 탁월한 정치적인 감각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막상 천운으로 노무현이 대통령후보로 확정이 되었지만 그가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이회창과 겨루어서 승리를 얻을 것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것이 아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2.3%의 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서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UK는 생각했다. 국민들의 선택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를 선호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편하게 다가오고 있는 마치 농부와 같은 친근한 인상의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무현은 그의 모습과 하는 행동만 그러할 뿐 사실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 사고방식이 스마트한 뛰어난 인물인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노무현의 업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회고록에 적어놓고서 그것을 바라볼 때에 UK는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적어놓은 이명박(李明)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는 그러한 미소가 사라지고 없다. 그것은 마치 쓴 약을 먹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한약이라고 하면 복용할 때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그것이 아니다. UK의 선입관으로 보자면 이명박은 한마디로, 모든 월급쟁이의 우상이며 영웅과 같은 존재이고 자신의 꿈을 찬란하게 성취한 신화적인 인물이다.

1963년에 고려대학교에서 상대(商大) 학생회장을 하면서 시위를 하다가 어려움을 당했지만 그후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여러가지 기록을 세운 인물이 이명박이다. 그는 오너일가가 아니면서도 젊은 나이에 초고속으로 승진하여 건설사 사장에 이르고 마침내 회장의 자리까지 차지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그룹에서는 사원들에게 이명박을 하나의 성취의 심볼로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처럼 회사를 위하여 헌신하고 일한다고 하면 누구에게나 그러한 출세의 기회를 제공할 수가 있다고 하는 의미이다. 그것이 광고비를 크게 들이지 아니하고 기업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있는 실로 기가 막힌 방법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전에 이명박을 모델로 삼아 방영한 드라마를 보고서 UK는 개인적으로 그 드라마가 두가지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잘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6.3세대 학생운동은 전부 고대의 상대 학생회장인 이명박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도록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대그룹에서 초고속으로 승진한 이명박은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며 그것이 월급쟁이들에게 하나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명박의 친형이 국회부의장 이상득(李相得)이라고 하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 집안의 유전자가 남달라서 그렇게 개천에서 용이 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일반화하기에는 너무나 개인적인 영웅담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

더구나 이명박이 대기업의 회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그는 재직중에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복개되어 있는 청계천을 그 옛날의 개천으로 되살린 것이다.

청계천 복개(, 뚜껑을 만들어 덮는 것)사업은 서울 한복판의 하천을 콘크리트 뚜껑으로 뒤덮어버리고 그 위에 신작로를 낸 것인데 그것이 일제시대에 시작되어 비로소 1970년대에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명박은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그것을 조선시대처럼 만들고자 청계천 복원(復原)사업을 시행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회장까지 지낸 경력이 있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을 말끔하게 되살려서 서울 한복판에서도 깨끗하게 흘러가는 시냇물의 정취를 서울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것이 서울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초래하였고 서울시장 이명박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대통령선거에 나섰기에 여권의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이로 이기고 넉넉하게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쌍수를 들고서 환호했다.

이제는 월급쟁이의 꿈을 이룬 이명박, 개천에서 용이 된 이명박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의 놀라운 신화가 앞으로는 모든 시민들에게도 이루어지는 그러한 꿈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깨고 보니 너무나 허무한 꿈과 환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UK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회고록에 다음과 같이 적어두고 있다; “노무현은 처음에는 별로였다. 그러나 그는 서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다. 적어도 그가 복지사회의 틀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사람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정부로부터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하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

서운갑은 그 다음 대목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명박은 그와 정반대이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는 큰 실망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의 신화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인 겉포장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건설회사의 사장이 된 그때부터 벌써 기득권자이고 특권층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그가 어렵게 자란 그 시절을 선입견으로 받아들인 것이 유권자인 국민의 잘못이다!”.

이명박은 너무나 큰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약이 된 것이 아니라 독이 되고 있다.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적인 결과를 보면 득표율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26.14%이고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15.07%인데 비하여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48.67%이다. 표차이는 2등인 정동영 후보보다 무려 530만표 이상이나 된다;

그와 같이 큰 차이로 상대방을 물리쳤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자 그 앞에 거칠 것이 없다. 더구나 집권한지 2달이 지나지 아니하여 20084월 초순에 제18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되었는데 그때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점하게 되는 쾌거가 발생한다.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고 제1야당 통합민주당이 81석을 차지하고 만다. 완전히 역전이 된 것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압승하고 이제는 여대야소의 정국을 맞이하게 되었으므로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다. 따라서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평소의 생각 그대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요컨대, 작은 정부를 만들고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하여 시민들의 인기를 얻은 사실에 힘을 얻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의 4대강을 마치 서울의 한강처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먼저 4대강의 하천을 깊이 준설하면서 모래를 파내어 건설자재로 팔고 있다. 그 다음에는 그렇게 조성한 자금으로 여러 곳에 댐과  보를 만들고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고수부지를 확보한다. 그 결과 훗날 4대강 유역에서 주위의 자연경관을 해치고 고인 물이 썩게 되고 하천이 범람하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고 만다.

그와 같은 이상한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를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듣지 아니한다. 마치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을 때의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 왕회장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한 그 사업의 피해가 두고두고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이 5년동안 열심히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그 가운데 진정으로 국민에게 감사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그리 많지가 아니하다. 구태여 성공사례 한가지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중동지역에 한국이 개발한 원자로를 팔기 위하여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전개한 것이다.

그렇게 비즈니스 외교에 있어서는 실무와 추진력을 겸비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기타의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자신의 이익과 안전보장을 너무 챙겼다는 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정권말기에 여당 내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그로 말미암아 201212월에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듬해 20132월에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가지고 청와대로 들어간다. 그 옛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그녀는 마치 친정집에 다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감격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왕정국가가 아니다. 세습제 국왕이 다스리고 있는 국가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한 고도성장을 이제는 경제기적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실현할 것이라고 하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과연 그러한 것일까? 훗날 박근혜 대통령이 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심판을 받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이 되고 마는데 그것은 다분히 그녀의 실체를 이명박 전임 대통령이 철저하게 비밀로 붙이고 말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후임 대통령이 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을 얻게 된 것일까?...

그 점에 대해서는 훗날 박근혜 대통령이 타의에 의하여 물러간 이후에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文在) 정권에서 전직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을 어떠한 죄목으로 검찰조사를 받게 했는지를 살펴보면 가장 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UK가 그의 회고록에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업적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그 빛과 그림자를 이제부터 한번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