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3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4. 2. 24. 05:16

가지를 뚫는 햇살31(손진길 소설)

 

서운갑 박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한국정치의 현안문제로 손꼽고 있는 5가지가 그 속에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UK 서운갑은 한국의 현안문제에 대하여 5가지 기준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것이 다음과 같다;

(1)  첫째가 동서의 문제이다. 한마디로, 동부의 영남지방과 서부의 호남지방에 대한 차별이 다시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그 점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구태의연한 영남패권사고에 다시 사로잡혀서도 안되고 DJ집권시대에 선을 보인 한풀이 정치문화에 사로잡혀서도 안되는 것이다.  

(2) 둘째가 남북의 문제이다. 그것은 한국정부가 북한정권에 대하여 민족통일로 나아가기 위하여 어떠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진영개념에 사로잡혀서 북한을 적대국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아니면 실용주의 외교를 펼쳐서 민족화합과 상생교류의 길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3)  셋째가 상하의 문제이다. 그것은 권력과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층부와 그러하지 못한 하층부의 갈등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하여 튼튼한 중산층을 형성하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있는지 그리고 생존의 위기에 처하고 있는 하층부에 대하여 어떠한 복지제도를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4)  넷째가 패권국과의 문제이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는 중원을 통일한 왕조가 황제정치를 하면서 조선의 왕을 자신의 신하인 봉신왕(封臣王)으로 취급했다. 그것은 중국의 황제가 조선의 왕에 대하여 지역패권을 행사한 것을 말한다. 그에 따라 조선의 왕은 무조건 황제를 주군으로 섬기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일체 금하는 쇄국정책(鎖國政策,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취해야 한다. 청나라 황제를 일방적으로 섬긴 결과 조선의 왕과 조정은 서세동점(西勢東占, 서양의 세력이 동양으로 몰려와서 점령하는 것)의 새로운 시대를 보는 눈이 전혀 없는 소경이며 산업선진국의 식민지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것이 미화하자면, ‘은둔의 나라 조선’(The Hermit Nation Corea)의 실체이다. 그와 같은 일이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이라고 불리고 있는 미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맹신과 맹종으로 현대에 다시 나타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5)  다섯째가 미래의 문제이다. 한국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하여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근로인구를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 마냥 고령화사회로 내달려 가서는 안된다. 그리고 경제 및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나가야 한다. 그러하지 아니하면 다시 후진국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잣대를 가지고 서운갑 박사가 20032월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의 5년 동안의 정책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의 눈에 다음과 같은 좋은 정책들이 발견되고 있다;

(1)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영리하게도 장관을 임명함에 있어서 지역사이의 차별론이 대두하지 아니하도록 일종의 탕평책을 실시하고 있다. 첫번째 내각의 장관 출신지를 살펴보면, 영남 출신이 7명이고 호남 출신이 4명인데 그것은 동서 사이의 인구수에 거의 비례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도 골고루 각료를 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충청권과 경기권역에서 각 2, 서울 강원 제주 이북 출신이 1명씩이다. 더구나 행정도시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등 지방균형발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2)   둘째,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남북교류와 협상이 가능하도록 DJ정권이 사용한 이른바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북한에 대하여 퍼주기 식 선심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하는 비판이 있지만 무장하고 있는 사람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결과 일단은 북한의 태도가 대화와 교류에 호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선전과 선동술에 능한 공산주의 정책을 따르고 있는 북한 노동당이므로 그들이 어떠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 아마도 밀실에서는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서운갑 박사가 안보상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  

(3)   셋째, 부의 재분배와 사회복지정책의 확충에 참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정부가 생계보호 대상자에게 최소생계비를 지원하고 의료혜택을 받도록 만들며 위기에 처한 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한다고 하는 것이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 노무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그의 정책이 서민들에게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세수확보를 위하여 기득권자와 부자기업에 대하여 징세를 철저하게 실행하게 되자 그것이 보수진영으로부터의 강한 반감을 불러오고 있다. 현직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훗날 한국의 복지제도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노무현 정권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4)  넷째, 자국민 보호가 우선이라는 정책을 대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미국대통령에게 도움을 달라고 매어 달리는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해외에서 전쟁과 지진 등의 재앙이 발생하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먼저 한국인의 피해가 없는지를 해외공관을 통하여 파악하고 있다. 그는 실태조사에만 그치지 아니한다. 즉시 안전하게 피신하도록 만들고 가능하면 전세기를 보내어 국내로 데리고 온다. 부득이 한 경우에는 군용기까지 동원한다. 그와 같이 자국민 보호를 두텁게 하는 경우를 그 이전에는 보지를 못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국민을 보호할 줄 아는 신뢰할 만한 정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  다섯째, 근로인력을 확보하는 정책과 연구개발비의 확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바로 상고(商高)출신이며 판사와 변호사를 지낸 노무현 대통령이다. 따라서 미래의 먹거리를 크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첨단의학분야 줄기세포의 성과를 철저한 검증이 없이 그만 믿고 있다. 그 때문에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면 과학기술발전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수치화하고 있다; 5년 임기중에 ①R&D투자를 16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충한다. ②연구원수를 17만명에서 25만명으로 늘린다. ③해외특허를 8천건에서 2만건으로 늘린다. ④논문 수를 14천건에서 33천건으로 증가시킨다. 학교교육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높여서 세계에서 8대 과학기술강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계획이다.

이상과 같이 살기 좋은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좋은 정책을 마련하여 최선을 다하여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인 DJ YS와 비교할 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군부독재와 싸운 민주투사의 모습이 미흡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경력도 많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는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기어코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내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바라는 무리들이 다수당인 야당과 연합하여 그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고 마는 것이다. 그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릴 때까지 2달간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되고 만다. 그 사이에는 고건(高建)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또다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이 기득권층보다는 일반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사회적인 약자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권변호사로 일했기에 그와 같은 정책에 비중을 둔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20004월 총선에서 당선이 된 273명의 제16대 국회의원들은 벌써 3년의 세월을 여의도에서 지내면서 차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소위 지배층과 특권층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수가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의원 115명 가운데 그리 많지가 아니하다.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개혁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기에 동교동계가 장악하고 있는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란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노장 동교동계 의원들이 지나치게 호남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20044월에 실시되는 제17대 총선에서는 크게 패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소위 천신정이라고 불리고 있는 천정배신기남 그리고 정동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묵살하고 있는 노장파를 떠나서 200311월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마는데 그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이다. 거기에는 노무현의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충청도 출신과 영남 출신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 가운데 이해찬류시민이 들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DJ의 생각과는 달리 새천년민주당에 남게 된 동교동계 노장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 DJ의 가신그룹이 볼 때에는 노무현은 엉뚱하게 영남권에서 굴러들어온 돌이지 박힌 호남의 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DJ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새로운 민주적인 경선제도 곧 전국순회 토론과 현지당원의 투표로 결정하는 소위 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하지 아니했다고 한다면 대통령 후보는 동교동계에서 나왔을 것이다. 당내 인지도가 떨어지는 노무현이 여당에서 대통령후보로 부상하거나 그가 최종 승자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2004년초부터 새천년민주당은 야당과 연합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자리에서 끌어내리고자 한다. 그들의 도전을 열린우리당의 47명의 의원으로는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다. 그 결과 대북송금문제를 물고 늘어진 다수 의원들에 의하여 20043월에 현직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여의도 국회에서 가결되고 만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에서 2달내 곧 5월중순까지 재판으로 확정하는 순서만이 남아 있다. 그러한 위험한 시기 4월에 묘하게도 총선이 실시된다. 이제는 여의도 국회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민의 뜻인지 아닌지 직접 그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기를 원하고 있는가? 아니며 그 자리에서 하야하기를 원하고 있는가? 엄중한 국민의 의사를 2004415일의 제17대 총선에서 묻고 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살리자고 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총선의 결과가 참으로 현직 국회의원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47석의 작은 신생정당 열린우리당에게 유권자들이 전체 299석 가운데 과반의석인 152석을 주고만 것이다;

 물론 초선의원이 108이라는 희귀한 역사가 발생하고 있다.

너무 쉽게 당선이 된 그들이 그만 교만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재선의원의 수가 너무 적고 초선의원의 시행착오와 자만이 풍부하여 열린우리당은 그 운영과 정책마련 그리고 각종 선거의 대비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많이 나타나고 결국은 당내 갈등과 분열현상이 조기에 나타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쨌든 총선의 결과를 보고서 헌법재판소에서는 얼른 현직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고 만다. 국민의 의사가 명확하게 총선을 통하여 드러난 이상 아무리 헌법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그 안을 심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가입하고 여대야소(與大野小)의 든든한 정국에서 힘있는 정책을 2006년말까지 3년간 집행하게 된다. 2007년부터는 그해 말에 있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서 열린우리당에서 탈당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그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그 옛날처럼 50석 미만이 되고 뛰쳐나간 의원들이 여러 정치세력을 모아서 새통합민주신당을 만들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20078월에 열린우리당의 잔존세력들이 새통합민주신당에 들어가서 143석의 제1당을 다시 만들고 대통령후보를 내세우는 경선을 실시한다.

그 결과 정동영이 대통령후보가 되지만 200712월 대선에서 그만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인 이명박에게 엄청난 차이로 패하고 만다;

 정권교체가 되고 이듬해 20082월에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쓸쓸히 퇴장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이 기록되어 있는 자신의 회고록을 UK 서운갑 박사가 새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흔히 정치학자들은 국민의 수준에 맞는 인물이 국가의 지도자로 선출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렇지만 간혹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국민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줄 아는 뛰어난 지도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인물이었어!... “.  

  그러면서 그는 참고자료로 첨부해 놓은 대목을 읽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취임 첫해인 2003 3 9, 검찰 개혁 향배와 검찰 인사를 놓고 검찰 일선 검사들과 마찰을 빚자 노무현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일선 검사들이 함께하는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토론회 명칭)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방송 3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자리에서 검사들은 검찰 개혁을 외치면서 대통령이 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인사 개입을 하는 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며 대통령 검찰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했으나, 노무현은 "지금 인사위원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인사 대상"이라며 "여기서 인사하지 않으면 낡은 검찰로 가자는 "이라며 검찰 인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검사들의 친인척 의혹 부적절한 발언이 거론되자 대통령이 "이쯤 되면 하자는 거죠라는 발언을 하였는데, 보수 언론은 이를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구설수에 올렸다. 검사들은 토론회의 의도에 대해 "대통령께서 토론의 달인으로 알고 있는데, 토론의 아마추어인 검사들을 말로써 제압하려 한다면 무의미하다" 비판을 했다. 당시 토론회는 권위적이고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닌, ()권위적인 '토론하는 대통령' 유감없이 보여준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312월 초순에 백세를 맞은 UK 서운갑 정치학박사이다. 그는 20년전 노무현 대통령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한국사회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현대정치사라고 하는 것은 오늘의 정치현실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사례집(事例輯)인 것이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서운갑 박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잇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의 업적을 관찰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