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뚫는 햇살(손진길 소설)

가지를 뚫는 햇살3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4. 2. 22. 15:58

가지를 뚫는 햇살30(손진길 소설)

 

9. 100세 정치학박사 서운갑의 회고록

 

202312월 초순에 100세를 맞이하고 있는 서운갑 정치학박사는 조용히 마포집에 있는 서재에서 자신의 회고록을 살펴보고 있다. 그 책에는1963년초에 정치학박사가 된 서운갑이 현대한국정치의 변화과정을 경험하면서 60년 동안 정치학자로서 현실참여를 해보고 또한 깊이 사색해본 결과 알게 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 그는 전남 출신 DJ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적 후계자로 경남 출신 노무현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대목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서운갑이 갑자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후진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

DJ 김대중19982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들어가서 전임 YS 김영삼 대통령이 야기해 놓은 경제적 위기상황을 수습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였다. 외환보유고부족으로 일시에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버린 한국경제를 되살리자면 무슨 수를 사용해서라도 국제통화기금(IMF)에 호소하여 외화를 다시 들여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아니하다. 그 주된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국가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제펀드들이 아주 헐값으로 한국의 알짜배기기업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자 마치 하이에나처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도산위기에 직면한 나라에 차관을 주는 경우 그것은 엄청난 고금리인 것이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점잖은 국제통화기금과 협상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악랄한 국제펀드의 요구사항을 IMF가 대신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제펀드의 운영자들은 단지 그들에게 돈을 맡기고 있는 세계적인 자본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경제적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우량기업을 사냥하고 고리대금업을 경영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마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샤일록(Shylock)과 같은 자들이다.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은 일단 국제통화기금을 통하여 가능한 해외자본을 조건의 심각함을 따지지 아니하고 최대한 들여온다. 따라서 그들이 원하고 있는 한국재벌기업들의 주식을 넘기고 노른자위기업들을 먹이감으로 제공한다. 또한 한국의 시중은행까지 상당수 그들에게 넘겨서 한국민들에게 카드장사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만다;

그것으로 엄청난 외화가 기업과 가계에 들어오게 되자 당장의 IMF사태는 빠른 속도로 수습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대가가 참으로 비참하다; 첫째, 한국의 재벌기업들의 소유주가 한국인에게서 실제적으로는 국제펀드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둘째, 전도가 유망한 기업들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 버렸다. 셋째, 일반국민들이 지고 있는 외국의 빚이 너무나 과중해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경제위기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기에 DJ 김대중 대통령20004월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잘하면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김대중 대통령이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여당후보가 영남지방에서 당선되어 전국정당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대가 하나같이 수포화(水泡化)되고 만다;

 그 결과 김대중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두가지 선택을 한 것으로 서운갑 박사가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남북문제를 풀기 위하여 위험과 굴욕을 무릅쓰고 평양으로 들어가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또 하나는, 영호남이라는 동서간의 지역문제를 풀기 위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영남 출신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운갑 박사가 들여다보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김대중 대통령은 20006월에 김정일 위원장을 평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지고 6.15선언을 이끌어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200212월에 실시되는 제16대 대통령후보로 영남 출신을 선택하여 내세우면 된다.

그것으로 DJ는 동서문제와 남북문제해결에 디딤돌을 놓은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누가 적임자일까?’, 정치10단으로 불리고 있는 DJ 김대중 대통령의 예리한 감각이 2001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200112월에 서운갑 박사가 여의도에 있는 서하 미래연구소에서 허숙 박사와 윤광일 박사를 만나 그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때 허숙 박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UK형님, DJ가 영남 출신 정치인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것은 나름대로 하나의 확신과 2가지의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먼저 그 확신이라고 하는 것이 “.

두사람이 고개를 가볍게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73세의 허숙 박사가 잠시 숨을 돌리고서 이어 말한다; “DJ 자신이 호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15대 대통령이 된 것은 참으로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호남출신과 영남출신은 인구면에서 대체로 12’이기 때문이지요… “.

 두사람의 표정이 긍정적임을 보고서 허박사가 계속 말한다; “그와 같은 유권자수의 열세를 뒤집고 DJ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것은 천운이며 기적이 맞지요. 그런데 또다시 호남출신으로 대통령후보를 삼을 수는 없지요. 그렇게 천운이나 기적을 더 이상 바랄 수는 없어요. 너무 당선확률이 낮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

UK 서운갑과 경제학박사인 윤광일이 진지하게 허숙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따라서 그가 곧바로 이어서 말한다; “DJ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후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므로 그러한 기적의 재현만 바랄 수가 없지요. 따라서 정치10단인 DJ가 묘수풀이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남대세론을 나름대로 빌려다 쓰는 것입니다!”;

일단 허숙 박사의 설명이 그치고 있으므로 윤광일 박사가 얼른 질문한다; “그렇다고 하면 DJ가 얻고자 하는 것이 여당내의 정권교체와 그것으로 퇴임 후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겠군요. 그 점을 좀더 설명해주시지요!... “.

그 말을 듣자 허숙 박사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맞습니다. 그러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DJ가 남북문제와 동서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그 열매가 부족해요. 그러므로 자신의 정책을 계승할 후임자가 절실하지요. 그리고 DJ는 자신이 해결한다고 노력했지만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에 따라… “.

경청하고 있는 두사람을 한번 보고서 허숙 박사가 나름대로 결론을 맺고 있다; “그 문제를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감당해주어야 퇴임하더라도 DJ가 역사적으로 살아남습니다. 그러니 200212월 대선에서의 승리는 DJ자신의 안보 및 역사적인 평가와 직결되어 있는 셈이지요!”;

허숙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UK가 그에게 말한다; “허박사, 그렇다고 하면 DJ는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어요? 영남 출신의 후계자라고 하면 혹시 노무현(盧武) ()의원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런데 노무현은 그 정치경력이 일천합니다. 선거에서 이긴 회수보다는 진 회수가 더 많지요. 그러니 위험부담이 크다고 보아야지요”.

그 말에 허숙 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 UK 형님의 지적이 얼마 전까지 저의 견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모 간부 이야기를 듣고서 저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노무현의 색다른 선택과 정치적 행보에 대하여 깊숙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좀더 설명을 드릴까요?... “.

UK 서운갑허숙 박사가 감질나게 설명하자 얼른 말한다; “허박사, 도대체 노무현의 정치적 행보의 특이성이 무엇이지요?”. 허박사가 즉시 설명한다; “첫째, 경남 김해 출신인 노무현이 전남 목포 출신인 DJ 김대중을 선배 정치인으로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둘째, 정치현안인 동서문제와 남북문제 그리고 훗날의 사회복지의 문제까지 국가정책의 해법을 바라보고 있는 두사람의 시선이 같다는 것입니다!... “.

허박사의 말을 한마디도 흘리지 아니하고  두사람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 따라서 허숙이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선 꼬마민주당 출신인 노무현DJ의 정당에 들어와서 헌신한 것입니다. 그는 DJ199712월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요.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인 노무현이 총재인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하여 영남과 수도권에서 적극적인 지원유세를 펼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DJ수도권은 물론 영남지역에서도 많은 표를 얻었지요. 게다가… “.

아주 짧게 숨을 돌리고서 허박사가 즉시 말한다;”물론 두사람은 상고(商高)출신으로 정치적 입지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그래서 경남 출신인 노무현1996년 총선에서 DJ가 서울을 중시하는 것을 보고서 부산 자신의 텃밭을 떠나 험지인 서울 종로에서 출마했지요. 비록 2등으로 낙선했지만 당선자 이명박 의원이 2년후에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자 1998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여 DJ에게 큰 기쁨을 선물했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

허숙 박사가 개인적으로 노무현에 대하여 조사를 많이 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신이 나서 설명한다; “그 다음에 노무현은 DJ 김대중 대통령이 호남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에서도 기반을 얻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지난 20004월의 총선에서는 선거구를 종로에서 부산으로 다시 옮겼지요. 물론 낙선이 되었지만 부산에서 많은 득표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노무현은 이제 서울과 부산에서 지명도가 높아진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어요!”;

두사람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기분이 좋아진 허숙 박사가 이제는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와 같이 수도권을 제외하면 호남 중심의 정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영남 출신으로서 대단히 헌신적인 인물이 바로 노무현이지요. 게다가 그 옛날 엄청 좁은 관문이었던 사법고시에 상고출신인 그가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여 판사를 지냈어요. 그만큼 두뇌가 뛰어나지요. 그러니 DJ 마음에는 노무현이 그 정치경력의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허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윤광일 박사가 한가지 질문을 한다; “그런데 허박사, 여당에도 야당에도 대선에 나올 후보들이 너무 쟁쟁해요. 우선 여당에는 이인제정동영이 버티고 있어요. 그리고 야권에서는 이회창정몽준이 대선을 준비하고 있지요. 그 가운데 노무현은 열세라고 보이는 군요. 비록 DJ의 내심에 노무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세를 뒤집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겠습니다”.

허박사가 미처 답변하기 전에 UK가 먼저 말한다; “대선이야 말로 천운이지요. 몇 년 전 제15대 대선에서도 우리는 DJ가 당선될 것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아니했지요. 그런데 마치 돌풍과 같이 황색바람이 일어나더니 그가 호남출신의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지요. 그러니 그런 돌풍이 다시 노무현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한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마는“.

그 말을 듣자 허숙 박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UK 형님은 어떻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먼저 말씀하십니까? 그것 참 신기합니다, 허허허… “. 그 말에 UK가 농담삼아 대꾸를 한다; “예끼 이 사람, 늙은이를 놀리면 안됩니다. 하기야 이제는 같이 70대 노인이 되어 있군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옆에서 윤광일 박사가 함빡 웃으면서 말한다; “두분 말씀이 옳습니다. 내년 200212월이면 그 결과를 확실하게 알 수가 있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관전하는 입장에서 한번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면 되지요. 이거 우리가 직접 출마하는 것이 아니니 얼마나 마음이 편합니까? 하하하… “.

그런데 20024월이 되자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전국을 돌면서 대통령 후보경선을 실시한다. 참으로 민주적이고 보기에 좋은 구경거리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돌면서 후보들이 토론도 하고 현지의 당원들에게 직접 합동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첫째는, 대선과 여당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둘째는, 후보들의 정견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DJ가 바라고 있는 대로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이 되고 야당후보인 이회창과 선거전에 돌입하게 된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여론조사의 결과 처음에는 두번째로 대선에 진출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로 보았다. 그러나 갈수록 노무현 후보와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선거를 얼마 앞두고 마지막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하면서 사퇴하고 만 것이다;

 그것으로 이회창 진영에서는 이제 자신들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미리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개표를 하고 보니 그것이 아니다. 천운이 노무현에게 돌아가고 만 것이다. 득표율이 48.91%46.58%라는 근소한 차이이다. 2.3%차이는 5년전 DJ이회창의 득표율 차이 1.6%보다 큰 것이다.

그에 따라 20032월에 제16노무현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가지고 청와대에 들어가서 집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게 되는 것일까?... DJ 김대중 전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그가 동서간의 화합과 남북간의 통일논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

그리고 다 함께 잘사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더구나 외채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참으로 노무현 대통령 앞에는 풀어야 하는 숙제가 너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