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78(손진길 소설)
귀왕이 전쟁보다는 평화체제의 구축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서 강유일 성주가 대담하게 성문을 열고서 귀왕의 군대를 받아들인다;
용의주도하게도 그 전에 강유일은 하나의 조치를 더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처자식은 물론 부모형제의 모든 가족을 번왕부가 있는 야마토에서 멀리 피신하게 한 것이다.
무혈입성을 하게 된 귀왕은 강유일 성주가 귀왕국의 대신이 되어 신호성을 계속 다스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귀왕 책귀는 신호성의 수비대장을 자신의 심복으로 교체한다. 그것을 보고서 강유일 성주와 성민들은 안심하고서 일상생활에 종사하게 된다;
그런데 귀왕은 다음 원정을 서두르지 아니하고 있다. 그는 이상하게도 신호성에서 한달을 체류한 후에 비로소 대군을 이끌고 그 동쪽에 있는 평안성(平安城)으로 천천히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귀왕 책귀가 진작에 하나의 작전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친위대의 백부장인 장욱진에게 국왕의 친서를 맡기고 그것을 은밀하게 평안성의 성주에게 전달하도록 이미 조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안성주가 그 내용을 읽고서 투항할 시간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귀왕 책귀는 전서구를 이용하여 번왕국의 수도인 야마토(大和)에 살고 있는 자신의 지인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 대상이 바로 번왕부에서 은솔 벼슬을 지내고 은퇴한 그 옛날의 집사 도미다(都味多)이다;
집사 도미다는 그 옛날 백제에서 건너온 천부장 책귀와 무영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집사 도미다는 전방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장군 책귀에게 야마토 조정의 소식을 전해준 고마운 인물이다.
그런데 평안성주 도미수(都味秀)가 바로 은솔을 지낸 도미다의 막냇동생인 것이다. 따라서 귀왕이 도미다에게 다음과 같이 전서구로 급하게 전갈을 보내고 있다; “식솔을 데리고 평안성으로 빨리 이주하세요. 늦으면 연좌제에 걸려서 번왕에게 죽임을 당할 수가 있어요!”. 귀왕과 오랜 세월 전서구를 통하여 소식을 주고 받고 있는 도미다이다;
그러므로 그가 귀왕이 전달하고 있는 내용의 의미를 금방 깨닫고 있다; “평안성에서 귀왕과의 전투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만약 내 동생이 귀왕에게 투항하는 경우 나는 야마토의 번왕부에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므로 빨리 식솔을 데리고 평안성으로 피신하는 것이 살길이다. 형제들의 가족도 전부 피신하도록 해야 한다!... “;
귀왕 책귀가 사전에 그와 같이 조치해 놓고 천천히 한달 후에 대군을 이끌고 평안성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그 군세가 엄청나다. 평안성주 도미수가 성루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는데 그의 옆에는 벌써 큰 형인 도미다가 함께 서있다;
도미다가 막냇동생 도미수에게 권하고 있다; “내가 너에게 식솔을 데리고 온 것은 백성들을 희생하지 말고 귀왕에게 투항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결코… “.
큰 형 도미다가 말하면서 막냇동생 도미수 성주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본다. 동생 도미수는 형인 도미다보다 더욱 뛰어난 인재이다. 그러므로 번왕국에서 큰 성으로 손꼽히고 있는 평안성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문무에 뛰어나고 번왕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도미수 성주가 한동안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동생은 과연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도미다는 그것이 궁금하다. 마침내 도미수 성주가 눈을 뜬다. 그리고 형 도미다를 응시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형님, 지금까지 무인 책귀와 30년 가까이 나이와 계급에 상관없이 친하게 벗으로 지내면서 그에게 실망한 적이 한번도 없으십니까?... “. 그 말을 듣자 도미다가 진중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책귀도 역시 사람이다. 그라고 하여 어떻게 사람의 이기심과 야망이 없겠느냐?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는 한번도 벗에게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다. 그것만은 내가 보장한다!... “.
그 말을 듣고서 도미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제가 알고 있는 형님은 신의를 중시하시지요. 그러하신 형님의 눈에 30년 가까이 친한 벗으로 남아 있는 책귀라고 하면 제가 주군으로 모셔도 되겠군요. 차제에 그와 더불어 전쟁이 없는 왜의 천하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도미수를 평안성의 군사와 성민들이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 수비대장에게 성문을 열고 귀왕의 군대를 맞아들이라고 지시하자 그대로 시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귀왕 책귀는 또 한번의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신호성에 이어 큰 성 평안성에도 무혈입성(無血入城)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안성주 도미수가 입장하고 있는 귀왕 책귀의 군사의 수를 대충 계수해보니 무려 5만명의 정병이다. 자신이 1만 5천명의 수비군으로 그들과 전투를 벌였더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엄청난 전사들의 피가 성의 안팎을 적셨을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고서 도미수는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평안성에서 한동안 지내면서 귀왕 책귀가 비록 연상이지만 자신의 오랜 벗인 도미다를 만난다. 그리고 성주 도미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다음에 귀왕이 다음과 같은 인사조치를 하고 있다; “새로운 평안성주로 은솔 출신 도미다를 임명한다. 그리고 도미수는 귀왕부의 좌평으로서 귀왕의 왕명 출납을 맡는다”;
절묘한 인사이다. 경륜이 많은 도미다를 큰 성 평안성의 성주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막냇동생 도미수가 대단한 인재임을 귀왕 책귀가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따라서 거침없이 도미수를 귀왕의 비서실장이며 조정의 좌평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귀왕의 비서실장의 자리에서 벗어난 대장군 귀실집사를 이번 기회에 군부의 최고계급인 상장군으로 삼는다. 그리고 대장군인 싸울을 역시 상장군으로 삼는다;
상장군 싸울에게는 귀왕국의 수도인 북구주성에서 군부의 일을 총괄하게 한다.
그리고 상장군 귀실집사에게는 3만명의 군사를 내주면서 그를 동부전선에서 귀왕국을 지키는 전방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귀왕은 차제에 평안성에 전방사령부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지장(智將)인 귀실집사 사령관이 번왕국을 군사적으로 크게 압박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야마토의 번왕부에서는 번왕 부여용이 큰 근심에 싸여 있다. 서부에 있는 성이 둘이나 벌써 귀왕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 그것도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주들이 자발적으로 성문을 활짝 열고 귀왕에게 투항해버린 것이다. ‘어째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부여용은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가 보기에는 자신이 귀왕 책귀보다 더 낫다. 나이가 동갑이라고 하더라도 출신성분을 따지면 자신이 한수 위이다. 백제의 왕자출신인 부여용 자신과 단지 좌평을 지낸 책윤 대감의 아들에 불과한 책귀를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어째서 신하들이 왕자 출신인 부여용 자신보다 귀족 출신인 책귀를 더 따르고 있는 것인가?...
그 해답은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간단한데 그 점을 번왕 부여용이 전혀 모르고 있다; “번왕은 부왕인 의자왕처럼 신하들을 의심하고 시기한다. 자신의 혈족이 아니면 결코 신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귀왕은 다르다. 그는 능력을 보고서 인재를 선발한다. 그리고 신의를 중히 여긴다. 그러므로 그의 주위에는 뛰어난 인재와 충직한 신하들이 즐비하다!... “;
그 결과 귀왕국이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방계왕국의 실권자 카라이찌미 대비가 귀왕 책귀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절친인 무왕 무영이나 좌백 상장군이 귀왕 책귀와 일평생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의 방식에 있어서는 양자 간에 제법 차이가 나고 있다. 귀왕이 가급적 백성들의 희생을 줄이고자 한다면 치열한 전투에 익숙한 무왕과 좌백은 그것이 아니다.
무왕인 무영은 번왕국의 동부지역에 있는 2개의 성을 취하기 위하여 당장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수도인 동북성에서 2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전방사령부가 있는 신주성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서 무왕을 만난 전방사령관 좌백 상장군은 휘하 3만명의 정예병을 더하여 함께 번왕국의 동부국경에 있는 서호산성(西湖山城)으로 진격한다. 그 군사의 수가 도합 5만명이나 된다;
무왕국의 대군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을 보고서 산 위의 요새지 서호산성을 지키고 있는 번왕국의 성주 가득진(可得珍)은 정신이 아찔하다. 그는 급히 야마토에 있는 외숙 기하진(奇河鎭)에게 전령을 보낸다. 좌평인 기하진이 누님의 아들인 가득진 성주의 장계를 읽어보니 그 내용이 엄청나다.
1만 5천명이 지키고 있는 서호산성으로 무왕국의 대군 5만명이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하니 그 성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주인 조카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걱정에 사로잡힌 기하진이 빨리 구원병을 보내자고 조정에서 강조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대좌평 하상도가 번왕 부여용의 허락을 얻어 급하게 서호산성에서 멀지 아니한 다마구릉성의 군사를 구원병으로 동원한다. 그 수가 1만명이다. 그것을 보고서 좌평 기하진이 나름대로 안심하면서 대좌평 하상도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당시 좌평 기하진의 생각은 단순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무왕국의 원정군 수가 5만이다. 구원병이 서호산성에 도착하면 수비군의 수가 2만 5천명으로 증가한다. 전투의 선례에 따르게 되면 공격군 5만명으로는 2만 5천명이 지키고 있는 요새지를 결코 점령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전장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왕인 무영은 인자수법에 달통한 인물이다. 그리고 좌백 상장군은 일대일 대결에서 지금까지 패배한 적이 없는 실로 용장 중의 용장인 것이다.
그 점을 모르고 있기에 열흘도 지나지 아니하여 번왕부의 조정에서는 실로 기가 막히는 장계를 하나 받아보고 있다; “서호산성의 성주 가득진이 그만 한밤중에 적의 인자부대의 암습으로 말미암아 피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수비대장과 부대장이 야습한 인자부대와 실내에서 전투를 벌였으나 그들 역시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서호산성이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적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허탈한 결과이다. 그리고 열흘 후에 또다른 장계가 다마구릉성에서 올라오고 있다. 그 내용이 너무나 긴급하다; “무왕국의 침략군이 무려 5만명입니다. 우리 성에는 지금 수비군이 5천명에 불과합니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적에게 성을 내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번왕부 조정에서는 너무나 급하여 인근 성주들에게 특명을 내린다; “급히 구원병을 이끌고 다마구릉성으로 달려가라. 그리고 긴급히 상황보고를 하라!”. 그런데 이틀 후에 올라온 보고가 조정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벌써 다마구릉성이 적에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저희들은 군대를 되돌려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적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각자의 성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번왕 부여용은 조정회의에 참석하여 분노에 찬 음성으로 대신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밥벌레와 같이 무능한 조정대신들이 아닌가? 어떻게 무왕국의 군대에게 변변하게 대응도 못하고 서호산성과 다마구릉성을 그대로 바치고 마는가? 그들이 계속 쳐들어온다고 하면 우리 야마토의 번왕부인들 안전하겠는가? 그대들의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
번왕국의 존립 자체가 위기이다. 그 점을 깨닫고서 대좌평 하상도가 앞으로 나서서 발언한다; “번왕 전하, 이제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빨리 귀왕과 무왕에게 화친을 청해야 합니다!. 특사로는 은거 중에 있는 가눌치 사령관을 보내시는 것이 가한 줄로 압니다. 소신이 귀왕에게 달려가고 가눌치 사령관이 무왕에게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번왕 부여용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분노로 안보상의 위기가 해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왕국의 절반이 적에게 넘어갔지만 지금은 나머지 절반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빨리 화친조약을 맺어야 한다. 따라서 번왕 부여용이 대신들에게 딱 한마디를 하고서 급히 조정회의를 끝내고 있다; “서둘러야 합니다. 대좌평이 책임지고 화친을 성공시키도록 하세요!”;
참으로 오래간만에 가눌치 상장군이 다마구릉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무왕 무영을 만난 가눌치 상장군은 눈물을 흘린다. 무왕은 가눌치 사령관의 눈물을 보고서 마음이 찡하다. 따라서 위로 삼아 말하는 무왕 무영의 말이 따뜻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번왕을 대신하여 사령관께서 이곳까지 오셨군요. 왜의 천하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천황을 세우고 우리 왕국들이 그를 섬기자고 하는 뜻을 번왕이 외면하였기에 부득이 전쟁이 발생했어요. 이제는 사령관님을 보내어 화친을 청하고 있으니 저희들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서 그만 진군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사령관께서는 그만 눈물을 거두도록 하세요… “.
대좌평 하상도가 가눌치 전임 사령관을 무왕에게 보낸 것은 아주 성공적이다. 인정에 약한 무왕 무영이 사령관을 크게 위로하면서 쉽게 화친에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왕에게 달려간 대좌평 하상도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하상도의 성품이 교활하다는 사실을 알고서 귀왕 책귀가 그를 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내용과 과정이 어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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