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7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4. 8. 10:52

7세기의 2276(손진길 소설)

 

11. 7세기 후반 왜의 4국을 통합하는 우룡 귀왕 책귀의 활약

 

무오(無吾)676년말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에서 체포가 된 부친 무송(無宋)이 아들인 자신을 살리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통곡한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원수 당나라를 멸망시키는데 내가 앞장을 서겠다. 이 나라를 당장 쪼개 버리고 싶다.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

당장 당의 수도 장안에서 첩자생활을 하고 있는 장군 무오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급정보를 취득하여 자신의 활동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오는 더욱 첩보활동에 열심이다. 그 결과 이듬해 677년이 되자 무오는 당의 조정에서 4가지 소중한 첩보를 얻게 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1)  첫째, 당군이 서부전선에서 토번군에게 밀리고 있으므로 국경지대의 성에서는 수성(守城)전략을 원칙으로 한다. 그 일을 위하여 수성에 뛰어난 요동의 대장군 유인궤를 서부국경지대 도하도(洮河道)의 사령관으로 삼는다.

(2)  둘째, 요동을 잘 지키고 있던 유인궤가 빠지게 되면 동부전선이 위험하다. 그러므로 고구려 유민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명망이 있는 자를 그곳으로 보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고구려에서 망명한 보장왕이 적임자이다.

(3)  셋째, 당으로 끌려온 고구려 유민들의 동향이 수상하다. 그들이 탈출하거나 반란을 모의할 수 없도록 엄중 감시하도록 한다. 특히 장성 서쪽 영주(榮州) 땅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고구려 유민들의 지도자 걸걸중상(乞乞仲象)과 말갈족의 지도자 걸사비우(乞四比羽)의 동향을 더욱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4)  넷째, 왜의 땅에서 천하통일의 기운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의 국력이 강해지면 바다를 건너와서 우리 당에게 위협이 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왜의 땅에서 세력이 강해지고 있는 귀왕국무왕국의 동향을 살펴야 한다. 유능한 간자를 보내어 귀왕 책귀(策貴)와 무왕 무영(無影) 사이를 이간할 수 있다면 우리 당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오의 눈길을 크게 사로잡고 있는 것은 세번째와 네번째의 첩보내용이다. 무오는 고구려의 천리장성과 맞닿아 있는 당의 변경지역 영주(榮州)에 이민족들이 당의 감시하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 고구려의 유민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정보를 얻은 무오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영주에서 반란이 발생하는 경우 고구려 유민과 그 옛날 고구려에서 함께 살고 있던 말갈인들은 동쪽으로 탈출하여 독자적인 자치정부를 형성하고자 할 것이다. 그들이 고구려의 옛 땅을 얻을 수만 있다고 하면 당나라는 그 힘이 크게 줄어들고 만다!… “.

무오의 생각이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영주 땅에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내가 한번 나서 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이민족 가운데 고구려 유민과 말갈인을 제외하고 누구를 만나는 것이 좋을까? 아무래도 거란인의 지도자를 만나서 그에게 당과의 이간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당시 무오의 생각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렇지만 그가 정작 행동에 나서게 되자 20년도 지나지 아니하여 만주 땅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당의 측전무후의 시대에 만주가 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고 고구려의 뒤를 잇는 한민족의 나라가 그곳에서 태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무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의 땅에 대한 당조정의 고급정보이다. 왜의 천하를 통일하려는 노력의 주체가 귀왕 책귀와 무왕 무영이라고 당나라의 정보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무영(無影)은 바로 무오 자신의 숙부가 아닌가? 그리고 책귀는 숙부 무영의 절친이 맞다. 일찍이 왜의 번왕부로 발령을 받아서 바다를 건너간 그들이 왕국을 건설하고 이제는 왕들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당의 조정에서는 의 땅에서 통일왕국이 발생하게 되면 그들은 바다를 건너 당을 침략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 정도로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무오는 왜로 건너가서 숙부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 부친의 죽음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곳에는 조부인 무상(無常) 대감도 살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결심하고 있는 무오이다. 따라서 677년 봄에 무오가 일단 바다를 건너 왜의 땅으로 들어간다. 그는 무왕국으로 먼저 들어가서 왕도인 동북성(東北城)에서 숙부인 무왕(無王)을 만난다;

갑자기 28년이 지나 왜의 땅으로 자신을 찾아온 46세의 장조카 무오를 보자 대전(大殿)에서 53세의 무왕 무영이 깜짝 놀라서 부르짖는다; “이게 누구야? 내 장조카 무오가 아닌가! 그래 어디서 어떻게 지내다가 이제서야 나타난 것이냐?... “.

무오는 숙부 무영이 크게 반겨주자 그만 그 앞에서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만다. 그가 흐느끼면서 말한다; “숙부님, 아버지와 저는 조국 백제가 멸망을 당하고 나자 그만 신라에 투항하여 서라벌의 장수가 되었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당나라 장안에 숨어 들어가서 첩보활동을 했지요. 그런데 그만… “.

무오가 잠시 숨을 들이쉬고서 다소 진정을 한 다음에 이어서 설명한다; “작년말에 아버지의 정체가 탄로나서 당군에게 잡히고 아버지는 저의 정체를 숨기고자 자결하시고 말았어요. 그래서 저는 당나라에 복수하고자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당의 조정에서 고급정보를 얻어 숙부님의 소식을 듣게 되어 이렇게 찾아왔어요!... “.

그 말을 듣자 무왕 무영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손으로 탁자를 크게 친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흘린다. 하나밖에 없는 형 무송이 이국 땅에서 자결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크게 분노하다가 이제는 비통한 슬픔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무영이 속으로 생각한다; ‘이 기막힌 비보(悲報)를 들으면 아버지 무상(無常) 대감이 얼마나 슬퍼하실 것인가?... ‘.

 그렇다고 하여 장남의 죽음을 부친에게 말씀드리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 소식을 손자 무오의 입을 통하여 듣게 된 무상 대감과 그의 아내 사택연화(沙宅蓮花)가 크게 놀라며 슬퍼한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무상 대감이 아들 무왕인 무영에게 말한다; “무왕은 왜의 천하를 통일하고 힘을 길러서 하나밖에 없는 형의 복수를 하도록 하세요. 당나라를 없앨 수만 있다면 내 아들 무송이 편히 눈을 감을 것이다!... “;

그 말을 듣자 무왕 무영이 부친에게 말한다; “아버지, 저도 너무나 슬픕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으면 당나라를 징벌하여 형의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좀 기다려 주세요. 제가 귀왕과 의논하여 그 방도를 찾아낼 것입니다!... “.

677년 늦은 봄에 동북성의 무왕부에서 왕명을 받은 전령이 말을 번갈아 가며 바꿔 타고서 계속 달려 3천리나 떨어져 있는 북구주성의 귀왕부로 들어온다. 전령인 무왕국의 백부장 하일도가 귀왕부의 건물을 살펴보니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이다;

그리고 하일도가 오는 길에 주마간산격으로 살펴본 귀왕국의 들판은 굉장히 넓고 기름져 보였다. 날씨도 추운 무왕국에 비하면 귀왕국은 따뜻하여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7년전에 벌써 남쪽의 지열성(地熱城)까지 정복한 귀왕국이다. 그들은 풍요로운 들판과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러운 왕국이구만!... “.

전령 하일도로부터 무왕 무영이 보낸 친서를 받아본 귀왕 책귀하일도에게 친절하게 말한다; “3천리나 되는 먼 길을 달려오느라고 정말 노고가 크십니다. 그래, 무왕 전하와 그 부친 무상 대감께서는 평안하십니까? 그리고 좌백 상장군도 잘 지내고 있습니까?... “;

노고에 대한 치하의 말씀과 함께 무왕의 안부를 묻고 있다. 그 말을 듣자 하일도가 깍듯하게 대답한다; “귀왕 전하, 저희 왕국에는 별고가 없습니다. 오늘 길에 삼산성에 들렀더니 좌백 사령관께서도 평안하셨습니다. 다만 무왕 전하의 형님께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기에 그것이 우리 무왕가로서는 큰 슬픔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왕 책귀가 말한다; “그래요, 자세한 내용은 친서에 기록이 되어 있군요. 그러면 한 이틀만 이 성에 머물러 주세요. 짐이 답신을 그대 편으로 무왕에게 보내도록 하겠어요”. 그 말에 하일도는 귀왕의 성품이 참으로 인자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미관말직인 백부장 전령에게도 자상하기 때문이다.

전령을 물린 다음에 귀왕 책귀귀실집사를 불러서 상의한다; “대장군, 무왕이 당나라 장안에서 신라를 위해서 일하던 자신의 형님이 변고를 당한 소식을 듣고서 내게 친서를 보내왔어요. 빨리 왜의 천하를 함께 도모하고 그 다음에는 힘을 길러서 당나라를 치자고 하는 제안입니다. 그대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

그 말을 듣자 귀실집사가 귀왕에게 공손하게 대답한다; “전하, 우리 귀왕국과 무왕국이 힘을 합하면 왜의 천하통일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24개성에 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왜에서 천하통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10배가 넘는 인구를 가진 당나라를 이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지요!... “;

그 말에 귀왕이 잠시 눈을 감는다. 그것을 보고서 귀실집사가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다; “소신이 9년전 당나라 장안에서 염탐한 바로는 그 나라의 국력은 분명히 고구려, 백제, 신라 등 한민족 3국을 합친 힘보다 5배 이상이었어요. 그러니 그것이 문제이지요!... “.

드디어 귀왕 책귀가 눈을 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맞아요. 그대의 말이 정확해요. 그래서 과인은 먼저 무왕과 함께 왜의 천하를 통일하거나 통합하는 문제부터 풀어볼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대 귀실집사는 짐이 방계왕국의 수도인 장만성(張灣城)을 방문할 수 있도록 주선을 좀 해 주세요. 짐은 차제에 섭정을 하고 있는 그곳의 대비 카라이찌미를 만나고 싶군요!... “.

귀왕국에서 대장군 귀실집사는 귀왕 책귀의 왕명 출납까지 도맡고 있다. 그만큼 귀왕의 신임이 두텁다. 그가 속으로 생각한다; “3년전에 방계왕국의 연맹왕 부여천(扶餘天)이 별세하고 그의 어린 아들이 왕좌에 앉아 있다. 그러므로 대비인 카라이찌미가 섭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

귀실집사가 혼자서 고개를 끄떡이면서 생각을 이어간다; “사실은 대비 카라이찌미가 방계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실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귀왕 전하께서 그녀를 직접 만나고자 하시는 것이야. 과연 외교력으로 왜의 천하를 통일할 수가 있는 것일까?... “.

귀실집사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만 같다. 그렇다면 귀왕 책귀는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이 다음달 곧 서기 6777월에 귀왕이 장만성을 방문하여 비공식적으로 카라이찌미를 만나는 자리에서 밝혀진다.

귀왕 책귀가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카라이찌미 전하, 그대와 나는 인연이 있었더라면 벌써 28년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 가는 길이 달라서 이제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백제에서 왜로 들어오는 그 배에서 만나고 이제서야 많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카라이찌미가 귀왕 책귀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더니 아아탄성을 지른 다음에 말한다; “그렇군요. 그 배에서 나의 여린 가슴을 흔들던 그 모습이 그대 귀왕에게 아직도 남아 있군요. 역시 그대는 한시대의 풍운아이며 영웅이 맞군요. 왜의 천하를 진동한 인물이 바로 그때의 당신이군요. 진작에 당신을 찾았어야 했는데 참으로 제가 행동이 늦었군요!... “;

그 말에 귀왕 책귀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그때 그 배에서 유심히 살펴본 당신 카라이찌미 전하도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여인이셨지요. 어떻게 가야의 후손 가운데 저렇게 매력적인 분이 나타나셨는가 생각하고서 저의 젊은 마음도 오래 당신의 모습을 잊지 못했지요. 이제서야 다시 만나게 되니 그때의 진정성으로 우리 왜의 천하만민을 위해서 복된 일을 한번 하도록 하시지요!... “.

한동안 감상에 젖어 있던 카라이찌미가 그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 말한다; “아니, 귀왕 전하의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왜의 천하만민에게 복된 일이란 것이 우리 방계왕국에도 분명 좋은 일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그 말을 듣자 귀왕 책귀가 자신의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천천히 말한다; “과인은 왜의 천하를 통일하기 전에 먼저 방계왕국의 연맹왕을 천황(天皇)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아래에 여러 왕국의 왕들을 자리매김하고 싶고요. 그렇지만 그와 같은 질서를 확립하자면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합니다. 그 군사력을 과인이 카라이찌미 전하와 함께 마련하고 싶습니다!... “;

그 말에 카라이찌미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좋은 말씀입니다. 저희 방계왕국의 입장에서는 대환영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력을 가진 무왕국번왕국이 과연 흔쾌하게 호응을 할까요?... “.

갑자기 귀왕 책귀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렇지요. 그렇지만 벌써 저의 친구인 무왕 무영은 찬성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문제는 번왕국의 부여용이지요. 과인은 그가 찬성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반대할 공산이 크지요. 그러므로 불응할 경우에는 무왕과 짐이 채찍을 가할 것입니다!”.

단호한 귀왕의 말에 카라이찌미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귀왕의 말씀이니 그대로 이루어지겠군요. 그런데 한가지 묻고 싶군요. 어째서 귀왕은 우리 방계왕국의 연맹왕을 천황으로 삼고자 하시는지요?... “.

그 말에 귀왕 책귀카라이찌미를 유심히 바라본다. 50남짓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렇지만 그 옛날 스무 남짓 그 시절의 싱그러운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귀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짐은 카라이찌미 그대와 전쟁을 치르고 싶지가 않아요. 그 대신에 그대의 아들에게 천황의 자리를 주고서 화해를 청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

그 말을 듣자 카라이찌미 역시 한참 귀왕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후유한숨을 쉰 다음에 말한다; “귀왕 그대가 대군을 끌고 와서 우리 방계왕국을 치지 아니하고 7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는 그것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줄곧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네요!… “.

드디어 카라이찌미의 답변이 나타나고 있다; “그대가 바로 그때 그 배에 함께 타고 있던 그 청년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했군요. 오랜 세월 책귀 당신이 나 카라이찌미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우리 방계왕국이 그나마 생존하고 있었군요. 나는 그것이 고마워요. 그래요, 그것이 당신의 진심이니 내가 그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겠어요!... “;

왜의 땅에서 엄청난 풍운을 몰고 오는 합의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다음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