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8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4. 15. 11:39

7세기의 2280(손진길 소설)

 

12. 왜의 내침을 염려하는 통일신라의 국왕들

 

서기 679년 여름에 귀왕국의 서쪽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박다성(博多城)의 성문으로 두사람이 들어서고 있다. 그들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장년들인데 비록 평민의 복장을 하고 있으나 그 근골이 매우 튼튼하여 한눈에 보아도 무장인 것으로 판별이 되고 있다;

따라서 10명의 성문지기 가운데 책임자인 십부장 하영수(河英秀)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두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나선다. 그가 눈에 상당히 힘을 주고서 질문한다; “어느 성에서 오셨습니까? 여기 박다성에는 무슨 용무가 있습니까?... ”.

그 질문에 먼저 한사람의 장정이 고분고분하게 답변한다; “, 저는 이름이 유기룡입니다. 그리고 제 옆의 분은 저의 사형이십니다. 저희들은 옛날 사부가 여기 박다성에 살고 계시기에 문안인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 분의 성함은 그 옛날 백제의 사비성에서 무예도장을 경영하신 곡나진수(谷那晉首) 관장님이십니다”;

그 말을 듣자 십부장 하영수의 태도가 갑자기 겸손하게 변한다. 그가 아주 호의적으로 말한다; “, 그렇습니까? 곡나진수 장군님은 우리 귀왕 전하의 옛날 무예 스승이시지요. 이거 제가 몰라 뵙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곡나 장군님의 저택은 여기서 크게 멀지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유기룡은 성문지기의 간부로 보이는 인물이 갑자기 공손하게 말하면서 자신이 안내를 맡겠다고 하니 다소 얼떨떨한 기분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는 이번에 곡나진수 사부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완전히 초행길이기 때문이다.

하영수가 앞장서서 안내를 하는데 북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어느 저택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있다. 성문에서 크게 멀지 아니한 지점이 맞다. 그곳에서 십부장 하영수유기룡과 그의 동료에게 절을 꾸뻑하면서 헤어진다.

유기룡은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가 떠나고 나자 자신의 동료에게 말한다; “김관수 대장군님, 여기가 저의 사부이자 귀왕의 사부인 곡나진수 관장님의 저택이 맞는 모양입니다. 저와 함께 들어가셔서 그분을 만나고 저희들의 고충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김관수 대장군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유형, 그렇게 하십시다. 양국 사이의 분쟁을 막자면 이 방법이 역시 최선이지요!... “. 그날 70대의 노장 곡나진수는 참으로 반가운 손님을 맞는다. 그 옛날 사비성에서 자신에게 무예를 배운 제자일 뿐만 아니라 당나라 산동의 등주에서는 번왕 여몽을 함께 모신 유기룡이 자신을 일부러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록 평민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좌룡 유기룡임이 분명하다. 유기룡이 사랑방에서 곡나진수를 만나자 당장 큰절부터 올린다.  그것을 보고서 곡나진수가 제자 유기룡의 두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유장군, 정말 잘 왔어!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가?...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함께 온 사람을 곡나진수에게 소개한다; “저의 상관이신 신라의 김관수 대장군이십니다. 오늘 제가 저의 상관을 모시고 함께 스승님을 찾아 뵌 것은 큰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들이 서라벌에서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온 이유는 양국 사이에 발생한 큰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니까요!... “.

그 말에 곡나진수는 제자 유기룡이 신라의 군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다. 그리고 그가 상관을 모시고 왔다고 먼저 밝히고 있기에 우선 정중하게 김관수와 인사부터 나눈다. 그리고 상대방이 용건을 말할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먼저 김관수 대장군이 공손하게 말한다; “갑자기 유기룡 장군을 앞장세워 은거 중에 계신 곡나진수 장군님을 불쑥 찾아 뵙게 되어 심히 송구합니다. 그렇지만 심각한 사태가 진행중에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입니다. 아무쪼록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

그 말을 듣자 곡나진수가 고개를 조용히 끄떡이면서 질문한다; “신라와 우리 귀왕국 사이에 큰 오해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지요?... “.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김관수가 즉시 대답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그것은 우리 신라의 상단이 아닌 천마’(天馬)라고 하는 거짓 단체에서 귀왕국의 공주를 해치고자 나섰기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입니다. 저희 서라벌 군부에서 추적한 바로는 그들의 정체가 사실은 당나라에서 은밀하게 밀파한 암살단입니다. 그들이 “;

곡나진수가 갑자기 손을 저으면서 김관수의 말을 도중에 끊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말한다; “나는 오래 전에 현직에서 물러나 은거 중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세한 내막을 잘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 아시고 천천히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대신 나서서 설명한다; “스승님, 그러시면 제가 일련의 사태를 알기 쉽게 정리하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당나라에서는 우리 신라와 귀왕국 사이에 분란을 만들기 위하여 그 사건을 조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신라의 상단인 것처럼 꾸며서 왜의 천황이 살고 있는 장만성으로 들어와서 장사를 했지요. 그리고 기회를 보아 복면을 하고서 귀왕국에서 천황에게 시집을 오는 공주 책유리의 행차를 공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신라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지요!... “.

그 설명을 듣자 곡나진수가 말한다; “유장군의 설명을 들으니 신라는 우리 귀왕국을 공격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아니했다는 것이군. 그렇다고 하면 귀왕이 오해를 하고서 지금 엄청난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 말을 듣자 김관수 대장군이 얼른 말한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 일로 말미암아 왜의 천하를 호령하고 계시는 귀왕께서 대단히 진노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제에 대군을 보내어 신라를 정벌하겠다고 공언하셨다고 하는군요. 저희 신라로서는 당의 이간책에 말려들어 엄청난 공격을 당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

그 말에 곡나진수가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무슨 말씀인지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고 여기에 오신 것입니까? 귀왕에게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자면 물증과 더불어 어떤 확인서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

김관수 대장군이 한번 눈을 감았다 뜨면서 천천히 말한다; “제가 당장 준비하여 온 것은 그동안 저희 신라의 첩자들이 당나라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분석하여 정리한 내용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입니다. 그것들을 일단 귀왕 전하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

곡나진수가 진지하게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관수가 이어서 말한다; “미비한 사항에 대해서는 귀왕 전하의 분부를 받들어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저희들에게 귀왕 전하를 배알할 수 있도록 다리를 좀 놓아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

그 순간 곡나진수가 제자인 유기룡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얼굴에서 간절한 소망을 엿보고 있다. 따라서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좋습니다. 양국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고 하니 제가 한번 나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저와 함께 귀왕부가 있는 북구주성으로 가시지요!”.

박다성에서 말을 타고 동쪽으로 달린 일행은 다음날 귀왕국의 왕도인 북구주성에 다다르게 된다;

 곡나진수 장군이 앞장을 서고 있기에 일행은 별다른 의심이 없이 귀왕부로 들어선다. 박다성에 은거하고 있는 무예스승 곡나진수 대감이 왔다고 하므로 귀왕인 책귀는 그들을 대전(大殿)에서 맞이한다.

대전에서 일행을 살펴본 귀왕 책귀가 손수 단상에서 내려와 곡나진수 대감에서 먼저 인사를 하고 그 다음에 유기룡을 반갑게 포옹한다. 그리고 감격스럽게 말한다; “좌룡, 그동안 잘 지냈는가? 자세한 소식을 몰라 걱정했는데 이렇게 나를 찾아오니 정말 고마워! 그래 일행은 누구이신가?...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물기에 젖은 눈으로 귀왕 책귀를 보면서 말한다; “신라의 군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상관인 김관수 대장군입니다. 이번에 공무로 귀왕 전하를 뵙고자 온 것입니다!... “;

절친 유기룡의 설명을 듣자 귀왕 책귀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평안을 회복한다. 그리고 김관수에게 말한다; “내 친구 유기룡의 상관이시라고 하므로 내가 냉대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지금 우리 귀왕국은 신라를 침공할 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찾아오다니 스스로 인질이라도 되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

그 말을 하면서 귀왕 책귀가 얼른 단상으로 올라가서 김관수 대장군을 내려다 본다. 그 눈길이 사납기 그지없다. 그의 노여움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것을 보고서 신라의 대장군 김관수가 그 자리에서 깊이 허리를 굽힌다. 그리고 애원하듯이 말하기를 시작한다.

그의 호소의 내용이 대충 다음과 같다; “우리 신라로서는 귀국의 공주를 해치고자 하는 어떠한 계획도 마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때문에 양국 사이에 큰 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소장은 신라국왕의 명령으로 그 사건의 범인들을 추적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희들이 얻은 첩보의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

귀왕 책귀는 문무를 겸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지혜의 눈을 가진 국왕이다. 따라서 그는 김관수가 바치고 있는 문서를 그 자리에서 살펴보고 즉시 그 뜻을 파악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이 자료가 사실이라고 하면 이번에 짐이 실행하고 있는 전쟁준비는 헛수고가 되고 말겠군요. 그렇지만 짐으로서는 이 정보를 곧이곧대로 인정할 수가 없어요. 따라서 한가지 요청을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단상 아래에서 김관수 대장군이 긴장하면서 귀왕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귀왕 책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상의 조사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는 신라국왕의 보증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친서를 만들어 짐에게 가지고 오세요. 물론 옥새를 찍고 신라국왕의 서명날인을 받아서 와야 합니다. 그것이 있어야 짐은 천황과 기타 국왕들을 설득할 수가 있어요. 그렇지 아니하면 그대로 원정에 나설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

그 말을 듣고 있는 유기룡은 그 옛날 자신의 친구인 책귀와 지금 단상에서 말하고 있는 귀왕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그와 같이 보통사람이 범접할 수가 없는 굳은 의지와 지혜를 지니고 있기에 귀왕이 왜의 천하를 통합하고 이제는 신라의 국왕까지 떨게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귀왕인 책귀가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결론을 맺고 있다; “한달의 말미를 주겠습니다. 그 사이에 신라국왕의 친서를 가지고 오세요. 그러하지 아니하면 신라와의 전쟁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

김관수 대장군은 명확한 귀왕의 답변과 요청을 받았다. 그러므로 유기룡 장군을 데리고 빨리 신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점을 알고 있기에 귀왕 책귀가 친구 유기룡에게 말한다; “좌룡, 반드시 한달 내로 신라국왕의 친서를 가지고 내게 와야 한다. 늦어지면 내가 우리 왕국의 제장(諸將)조차 설득할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기룡이 네가 크게 활약을 해다오!... “.

김관수 대장군은 공식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귀왕의 태도와 개인적으로 친구인 유기룡을 대하는 태도가 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귀왕은 공과 사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엄격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 앞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비록 오해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군사행동에 나서는 무서운 인물이다;

왜의 천하를 한 손에 장악하고 있는 귀왕 책귀가 만약 신라와의 오해를 풀지 아니하고 그대로 원정에 나서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 삼한일통(三韓一統)의 어려운 숙원을 달성한 통일신라가 그 성공을 크게 누리기도 전에 천황과의 큰 전쟁에 말려들어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바라보고서 당의 황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왜와의 전쟁에 큰 희생을 치르게 된 신라는 다시 당군의 침략을 받게 되기가 쉬울 것이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김관수 대장군은 서라벌로 돌아가서 곧장 국왕 김법민에게 귀왕을 친견한 보고를 상세하게 한다;

과연 신라의 국왕은 임박한 전쟁의 위험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