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 7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4. 14. 14:02

7세기의 22 79(손진길 소설)

 

먼저 대좌평 하상도가 번왕의 친서를 귀왕에게 바친다. 그것을 읽어보고서 귀왕하상도에게 말한다; “무조건 우리의 원정을 중지하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우리가 군사를 내어 번왕국을 압박하고 있는 뜻이 진정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우리의 뜻이 관철되지 아니하면 우리는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하상도가 판단하기로는 귀왕이 채찍과 당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귀왕의 뜻을 받아들이면 즉시 진군을 멈출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면 번왕국을 아예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지금 왜()의 천하에서 귀왕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왕국이 없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대좌평 하상도가 급히 그 자리에 엎드려서 간한다.

울먹이는 음성으로 하상도가 읍소를 한다; “귀왕 전하, 우리 번왕국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오니 그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모든 일은 번왕 전하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소신의 허물입니다. 귀왕 전하의 귀한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저희들이 어리석게도 항거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천황을 모시는 신하국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앞으로 귀왕 전하께서 아무쪼록 잘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귀왕 책귀는 꾀가 많은 대좌평 하상도의 말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이 번왕국의 항복을 문서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열흘의 말미를 줄 것이니 그대는 말로만 하지 말고 그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번왕의 옥새를 찍고 국왕의 서명을 직접 받아오도록 하시오. 그리해야 짐이 진군을 멈출 것이요.

하상도는 귀왕의 진노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번왕국이 사라질 지경이다. 따라서 급히 야마토의 번왕부로 되돌아가서 번왕 부여용을 설득한다.

번왕은 조정회의에서 대신들이 동의한다면 그렇게 시행하겠다고 슬쩍 대신들에게 책임소재를 넘긴다. 그것을 보고서 대좌평 하상도가 번왕 부여용에게 크게 실망한다. 귀왕과 비교하면 일국의 국왕이면서 굉장히 비겁한 것이다.

그렇지만 하상도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조정회의를 얼른 소집하고 대신들에게 호소한다; “제가 귀왕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는 대단히 진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천황을 섬길 것이라고 하는 문서를 만들어 제출하면 전쟁을 멈출 것이라고 확답하고 있습니다. 빨리 그렇게 조치하도록 합시다!”;

고맙게도 제2좌평인 기하진 대감이 대좌평 하상도의 편을 들고 나선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지 귀왕이 더 이상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리 번왕국을 지키는 방안이라고 하면 우물쭈물할 일이 아니지요”.

조정회의에서 대좌평과 제2좌평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문서를 만들어 귀왕에게 전달하고 기필코 화해에 성공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번왕 부여용은 못이는 체하면서 옥새를 문서에 찍고 자필서명을 한다. 그 문서를 가지고 대좌평 하상도가 귀왕부를 찾아가서 귀왕에게 전달함으로써 678년을 전후하여 발생한 전쟁이 종식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사항이 생기고 있다; “어째서 귀왕은 능히 번왕국을 없애 버릴 수 있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인가?... “. 그 대답은 한마디로, 귀왕 책귀의 천하정세를 보는 눈과 전쟁의 형세를 판단하는 눈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귀왕은 그대로 진군하면 번왕국을 없애 버릴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번왕국을 귀왕국과 무왕국 사이에 계속 존치함으로 인하여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귀왕의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친구인 무왕과의 사이가 아주 좋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만약 예상하지 아니한 사태가 발생하여 귀왕 책귀 자신과 무왕 무영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잘못하면, 군사적인 대결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사이에도 하나의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번왕국의 쓰임새이다. 번왕국이 귀왕국과 무왕국 사이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책귀무영이 직접 부딪히는 이해관계가 당장은 발생하지 아니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는 인물이 좌백이며 또한 귀실집사이다. 따라서 양국의 전방사령관인 두사람은 그와 같은 교감을 가지고서 서로 갈등과 알력을 일으키지 아니하려고 상당히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귀왕 책귀3국의 왕들이 모두 천황인 부여천무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서약서를 마련하여 대비 카라이찌미에게 바친다. 그것을 받고서 그녀가 귀왕 책귀에게 친서를 보낸다. 그 내용이 용의주도하다; “우리의 천황이 이제는 혼례를 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부감은 귀왕의 딸인 책유리(策琉璃)입니다.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친서를 받아보고서 귀왕 책귀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속으로 말한다; “거참, 내가 생각한 것보다 카라이찌미는 더 대단한 여걸이구만. 내 딸을 천황의 비로 삼고서 아주 나를 노새처럼 부려먹으려고 하는구만, 허허허… “. 그 대답이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의 천하에서 서기 678년에 귀왕은 어떠한 행보를 보이게 되는 것일까? 그에 따라 신라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것일까?...

678년 가을이 되자 왜의 천하의 최고권력자인 귀왕 책귀가 방계왕국의 실력자인 카라이찌미와 사돈이 된다. 18세인 천황 부여천무를 자신의 사위로 맞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귀왕의 딸 책유리21세이다;

 공주 책유리를 며느리로 맞이하면서 대비 카라이찌미는 그렇게 행복해한다.

그 이유는 그녀가 처녀시절부터 책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맺어지지 못했지만 자녀들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지혜가 출중한 귀왕과 사돈이 되면 천황가는 오래 존속할 수가 있다. 그 점을 대비 카라이찌미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귀왕 책귀는 천황가와 인연을 맺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있다. 그는 678년 여름이 되자 25세인 세자 책경민(策敬民)에게 대리청정을 하도록 권한을 위임한다;

 그리고 무왕의 딸인 무혜린(無惠隣)을 세자빈으로 삼고자 좌평 도미수를 무왕 무영에게 특사로 보낸다.

귀왕의 친서를 가져온 좌평 도미수를 무왕이 환대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답신을 준다. 도미수는 귀국하는 길에 무왕국의 전방사령관 좌백 상장군을 일부러 만난다. 그에게 귀왕의 안부와 더불어 무왕의 공주와의 혼사에 대하여 말해준다. 그것은 귀왕의 부탁이 사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자 좌백 상장군이 껄껄 웃으면서 좌평 도미수에게 말한다; “껄껄껄, 친구 사이에 서로 사돈이 된다고 하니 내가 괜히 기분이 좋아요. 우룡과 우호가 서로 자식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으니 우리 좌호와 좌룡은 축하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요. 동서사이인 유기룡좌백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하하하“;

678년 가을걷이가 끝나자 방계왕국과 귀왕국의 백성들은 천황 부여천무와 귀왕의 공주 책유리의 결혼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한달 후에는 무왕국의 공주 무혜린(無惠隣)이 귀왕국의 세자 책경민과 혼례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양국의 백성들이 크게 축하하고 있다;

그와 같이 678년에 왜의 천하에서 좋은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그 다음해 679년에 들어서자 어려운 외교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것은 번왕무왕이 귀왕에게 친서를 보내어 한가지 씩 어려운 부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대상이 다를 뿐 동일한 요구이다; “번왕은 왜의 천황의 이름으로 백제의 원수인 통일신라를 혼을 내주자고 말한다. 그리고 무왕당나라를 징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귀왕은 그들이 그러한 요구를 해올 것으로 벌써 짐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천황을 상징적인 수장으로 하여 왜의 천하를 귀왕이 나서서 통합한 목적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사실은 귀왕 책귀2년전에 무왕국을 방문한 무왕의 조카 무오(無吾)를 귀왕국으로 불러서 한가지 당부를 해 두었다; “무왕과 짐은 당나라를 견제하기 위하여 왜의 천하를 하나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 일이 끝나면 당나라를 위협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요. 그러므로… “.

무오는 숙부 무왕의 절친인 귀왕의 말이므로 경청하고 있다. 구체적인 귀왕의 요청사항이 다음과 같다; “무오 장군은 당의 수도 장안으로 돌아가서 당의 분열을 일으키는 방도를 찾아주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주세요. 그리고 그 일에 방해가 된다고 하면 통일신라를 어떻게 견제하는 것이 좋은지도 파악하여 알려주세요. 과인은 무오 장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

그리고 귀왕 책귀무오에게 한가지를 더 부탁하고 있다; “왜의 땅을 떠나 당나라로 가는 길에 잠시 서라벌을 방문해주시요. 그곳 군부에는 무왕과 짐의 절친인 좌룡 유기룡 장군이 근무하고 있어요. 그를 만나서 우리의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당나라를 분열시킬 수가 있는지에 대하여 한번 물어보세요. 그 결과를 짐에게 알려주면 고맙겠어요!... “.

무오는 졸지에 귀왕의 첩자가 되고 있다. 귀왕 책귀무오 장군이 친구인 무왕 무영만큼 뛰어난 무장임을 벌써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부친 무송 대장군의 원수인 당나라를 쪼개는 일에 진력하고 있는 그를 도우면서 무왕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귀왕의 부탁을 받은 무오 장군은 왜의 땅을 떠나서 먼저 서라벌로 들어간다. 그곳 군부에서 실무적으로 국제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장군 유기룡을 만난다. 그에게 무왕과 귀왕의 안부를 전했더니 너무나 기뻐한다.

호쾌한 기린아 유기룡의 반응이 다음과 같다; “ 내 친구 책귀무영이 왜의 땅에서 왕국을 건설하고 왕들이 되었다고 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군요. 그대가 무영의 장조카라고 하니 참으로 반가워요, 하하하... “;

유기룡은 아예 자신의 조카인 것처럼 덩치가 적지 아니한 무오 장군을 품 안에 포옹까지 한다. 그것을 보고서 무오가 귀왕의 말을 전달한다; “좌룡 숙부님, 귀왕인 책귀 숙부님이 어떻게 하면 당나라를 분열시킬 수가 있는지 그 계책을 말해 달라고 했어요. 그러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지장인 유기룡무오 장군을 빤히 보면서 묻는다; “무오 장군, 그대의 부친 무송 대장군이 당의 수도 장안에서 처형을 당하지 아니했는가? 그래서 그대는 선친의 복수를 하고자 그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귀왕 책귀는 친구인 무왕 무영이 부탁하고 있으므로 그 방도를 알고자 하는 것이겠고! 어때, 내 말이 맞지?... “.

무오는 마치 자신의 속을 송두리채 들켜버린 것만 같다. 따라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대답한다; “,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사실입니다. 그러니 좀 도와주십시오”. 그 말에 유기룡이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백제의 무장출신이요. 당나라를 쪼개고 싶은 마음은 나도 같아요. 그래서 나는 당나라 국경지대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

그 말을 듣자 무오가 급히 말한다; “혹시, 천리장성 서쪽 영주지역에 살고 있는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 그리고 거란족에 관하여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유기룡이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그런데 그대는 어떻게 그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요?... “.

무오가 솔직하게 대답한다; “일전에 제가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첩보활동을 했는데 그때 얻은 고급정보에 그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부친의 복수를 하고자 그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유기룡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지금의 당나라는 황제인 이치(李治)와 왕비인 무비(武妃)가 공동으로 통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조정대신들이 양쪽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조금 어수선하지요. 그러한 시대이므로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이민족에 대한 견제가 상당히 느슨해지고 있어요. 따라서 반란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무오가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저는 그냥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직접 현지에 가서 갈등과 내분을 조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현지에서 필요할 때 제가 이곳으로 연락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그 말에 유기룡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서로 협력하여 당나라를 쪼개도록 합시다!... “. 그들의 합의가 장차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678년 늦은 가을에 당나라 산동의 등주에서 하나의 상단이 멀리 바다를 건너 장만성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신라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신라의 상단 천마’(天馬) 소속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방계왕국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생소한 상단 이름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팔고 있는 신라의 물품은 생각보다 가격이 싸고 질이 좋다.

때마침 장만성에서는 천황 부여천무가 신부로 귀왕의 공주 책유리를 맞이하느라고 분주하다. 그런데 공주 책유리의 가마가 장만성으로 들어서기 전에 한적한 산길에서 그만 일단의 검은 복면을 한 무리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있다. 때마침 숨어서 가마행렬을 따라가고 있던 인자부대가 수상한 기습조의 행동을 발견하고 즉시 응징에 나서고 있다.

쌍방 간에 전투가 치열하다. 공격한 무리들이 상당한 무예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귀왕국에서 파견한 인자들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상당수의 전사자를 남기고 복면인들이 도망을 친다. 배후를 가리기 위하여 인자부대장 장학수(張學秀)가 전사자의 신원을 파악한다. 놀랍게도 신라의 상단 천마의 호위 무사들이다.

그 사실을 보고받자 귀왕 책귀가 분노한다;

 그는 싸울 상장군에게 2천척의 함선을 건조하고 6만명의 대군으로 신라의 서라벌을 정벌하라고 명령한다. 그때부터 귀왕국의 8개성에서는 함선을 건조하느라고 분주하다. 그 소식이 멀리 신라의 서라벌로 전해진다.

과연 서라벌의 군부에서는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