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30(손진길 소설)
피터(Peter) 교수의 두번째 강의는 2017년 3월 24일 금요일 저녁 9시에서 10시까지 1시간동안 개인적으로 실시가 된다. 그 강의를 피터 교수의 개인 서재에서 진지하게 청취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의 사위인 임상규이다.
임상규는 티타임을 가지기 전에 벌써 1시간 40분 동안이나 장인 피터 교수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두번째의 강의까지 전부 청취하고 보니 피터 교수야 말로 대단한 국제정치경제이론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재삼 인정하게 된다.
두번째 강의를 시작하면서 피터 교수가 임상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상규, 전번 시간에 내가 자네에게 설명한 내용 가운데 3가지가 특히 중요한 요소야. 그것들이 지금부터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거든… “;
임상규가 귀를 기울이자 피터 교수가 짧게 한번 숨을 쉬고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시작한다; “그 첫째가 바로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하는 개념인데 그것이 21세기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어. 사실 그 옛날 유럽의 제국주의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미국이 사용한 개념인데 그것을 재사용하고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야!... “.
금년에 대학의 강단에서 은퇴한 64세의 피터 교수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가 잠시 숨을 돌리고나서 설명을 계속한다; “두번째의 용어는 ‘냉전’(cold war)인데 그것을 다시 사용하고 있어요. 따라서 오늘날은 ‘신(新)냉전’(new cold war)이라고 제대로들 부르고 있어요. 그런데… “.
갑자기 피터 교수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20세기의 냉전과 21세기의 신냉전은 한가지 큰 차이가 있어요. 한마디로, 그 상대가 다르지요. 20세기의 냉전은 미국이 소비에트연방을 상대한 것이고 21세기의 신냉전은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갖추고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공산주의 중국을 상대하고 있어요, 허허허… “;
임상규가 경청하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서 피터 교수가 웃음을 그치고 진지하게 설명한다; “세번째 요소는 미국의 대외정책결정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세계주의자’와 ‘아메리카주의자’와의 갈등이야. 이미 설명한 그대로 ‘Pax Americana’의 유지를 통하여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세계주의자’(Globalist)들이지요. 예컨대… “;
피터 교수가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예를 들어준다; “전세계 각국을 상대하여 무기를 파는 방산업체들, 석유와 곡식을 파는 메이저들, 그리고 자본을 파는 해외펀드회사가 그들이지요. 그들이 계속 안전하게 국제적이익(Global interest)을 얻기 위해서는 미군이 전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요… “;
잠시 말을 끊었다가 숨을 쉬고서 피터 교수가 설명을 계속한다; “그 반면에 미국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주둔군의 수를 줄이고 그 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중요하지요. 그러므로 업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일종의 현실적 갈등관계가 존재하고 있어요. 그것을 묘하게 이념의 대립으로 각색하고 있지요. 그 점을 놓치지 않아야 미국의 정치를 깊숙이 이해할 수가 있어요!... “;
여기까지 서론삼아 설명한 다음에 피터 교수가 그가 제시한 ‘3가지 도구’(three tools)를 가지고 현대 미국의 대외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을 임상규는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그의 머리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1) 첫째로, 21세기에 들어서자 2001년 9월 11일에 미국내에서 항공기 4대가 일시에 공중에서 납치를 당한다. 그 가운데 1대는 바다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3대는 목표물에 명중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납치한 항공기를 일종의 자살용 폭탄으로 사용한 것이다;
1) 2대가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인 세계무역센터를 파괴되고 나머지 1대가 미국방성 건물인 펜타곤에 떨어진다. 그날의 인명피해가 무려 3천명에 달하고 있다. 그 광경을 살펴본 미국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분노한다. 그는 그 테러를 일으킨 테러조직을 추적하면서 그 비호세력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명명한다.
2) 그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이다. 왜냐하면,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당시부터 미국인들은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악한 유럽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미국인들이 남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립적인 삶을 일구어가는 것이 ‘필요선’(good necessity)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일종의 ‘고립주의’(Isolationism)인데 피터 교수는 자기 나름대로 ‘아메리카주의’(Americanism)라고 부르고 있다.
3) 그렇지만 21세기에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인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이제는 미국에 대한 테러행위를 감행하고 있는 새로운 악의 축을 철저하게 제거해야 한다. 그 일을 위하여 모든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한 생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어 나간 지도자가 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다;
4)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자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 두 대통령의 출신정당은 비록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서로 다르지만 그들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외정책은 그대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국가이익과 안전보장의 확보에 있어서는 초당적인 것이다. 그것이 이민국가이며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의 강점이다.
(2) 둘째로, 미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새로운 악의 축’으로 정죄하고 있는 나라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회교국 몇 나라와 동아시아의 북한이다;
처음에 미국은 9.11테러조직을 색출하기 위하여 그들 국가에 강력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하여 그들 테러 비호국가들을 차례로 응징한다. 시작은 그러하지만 도중에 그 의미가 다음과 같이 변화하고 있다고 피터 교수가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1)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교국가가 묘하게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 등이다. 그들을 제재하면서 미국은 부수적으로 큰 하나의 이익을 얻고 있다. 그것은 교묘하게도 중국이 서진하고 있는 루트를 중도에서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중국은 ‘신(新)실크로드’를 통하여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달려가고자 계획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사이에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육로를 이용하여 교역을 하게 되면 해상수송에 비하여 물류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큰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3) 그 뿐만이 아니다. 중동의 에너지 자원을 중국이 안정적으로 신 실크로드를 통하여 수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해군이 애써 지키고 있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상운송 길목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요컨대, 경제적으로 중국이 무섭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데 거기에 날개를 달아줄 수는 없다. 따라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지에서 내전이 계속 발생하여 중국의 서진을 차단하도록 만드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3) 셋째로, 만약 동북아 3국이 하나로 단결하여 유럽연합과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면 그것은 미국의 세계패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기 위하여 일본과 한국을 끝까지 분리시켜야 한다. 그것이 신(新)냉전시대에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안이 놀랍게도 일본과 한국에 대한 비핵화정책이다. 핵을 자체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못하도록 강조하면서 일본과 한국을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계속 묶어 놓아야 한다. 그 경우 미국이 동북아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이익이 다음과 같다;
1) 현실적으로, 김씨 왕조정치가 실시되고 있는 폐쇄적인 나라 북한에서 자체 핵개발이 진행중이다. 미국의 판단으로는 2017년이 되면 그것이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거리 미사일도 성공적으로 개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무기와 중거리미사일은 안보상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2) 미국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와 중거리 미사일의 위협국면을 이용하여 차제에 비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끝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바다로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을 계속 구걸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두 나라에 대하여 내정간섭도 하고 그들 국가의 첨단기업도 미국내로 대거 이전할 수가 있을 것이다.
3) 미국이 분석하기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여 보유하고자 하는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김씨왕조에 대한 안전보장이다. 공산주의국가에서 유래가 없는 세습 왕조이므로 사실은 그 존립이 어렵다. 그 난제를 북한은 핵무력의 개발 및 보유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같은 민족인 한국과의 경제경쟁에서 완패를 당한 북한이다.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북한의 인민을 핵무력의 완성으로 달래 주려고 하는 것이다.
4) 일찍이 고난의 행군을 경험하고 있을 때에 최고지도자 김정일이 강조했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핵무력만 완성하게 되면 강대국 미국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하고 한국의 경제적인 부는 우리 것이 될 수가 있다. 그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우리 백두혈통이 그 사명을 완수할 것이니 인민들은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
(4) 넷째로, 미국은 21세기 신냉전시대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적대국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고 그것을 대륙간탄도탄에 탑재한 후에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통과하여 북아메리카의 미국 본토로 쏘아 보내는 경우이다. 지금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핵무기 및 장거리미사일 보유국들은 소위 배타적인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극악한 방법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과 같은 이상한 나라가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고 대륙간탄도탄 ICBM을 개발하는 경우이다;
그때에는 미국 역시 북한의 위협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을 위시하여 그 어떤 국가가 그와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을 패권국 미국은 결코 좌시할 수가 없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2017년에 임상규가 장인 피터 교수로부터 자세하게 배우게 된다. 그가 배운 것들이 그때부터 미국회사와 중국회사 사이의 법률적인 분쟁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엄청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임상규는 그해를 트루먼 앤 맥도웰 로펌에서 즐겁게 근무한다;
이제 2018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상규와 아끼꼬는 미국 뉴욕에서 살아가면서 어떠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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