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2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23. 14:54

상규와 아끼꼬29(손진길 소설)

 

임상규20171월 중순부터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루먼 앤 맥도웰’(Truman and McDowell) 법률회사(law firm)에서 근무하게 되자 그해 3월 신학기부터 아내인 아끼꼬는 하이스쿨(high school)에서 일본어선생으로 근무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그것은 남편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임상규가 다음과 같이 아끼꼬에게 말하고 있다; “아끼고, 지난 1년반동안 당신의 봉급으로 우리 가족이 먹고 살았어요. 덕분에 나도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고요. 이제는 내가 로펌에 취직이 되어 연봉을 받게 되었으니 당신은 풀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 선생으로 일해도 됩니다. 그렇게 하세요!... “.

또한 20172월 중순에는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정치학교수로 근무하고 있던 장인 피터(Peter)가 정년퇴직을 맞이하고 있다. 만으로 64세인 피터는 퇴직기념으로 동갑인 아내 히로꼬와 함께 한달동안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들 부부는 호주와 뉴질랜드로 관광을 떠난 것이다;

3월 중순에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자 피터가 만찬자리에서 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뉴질랜드 남섬(South Island)에 있는 퀸스타운(Queenstown)과 그 서편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우리 미국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과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더군요!... “;

그 말을 듣자 아들인 브라이언(Brian)이 말한다; “아버지, 우리 부부도 나중에 한번 그곳을 방문하고 싶군요. 그래, 누나와 상규는 그곳을 관광한 적이 있겠지요?... “. 그 말에 아끼꼬가 갑자기 자기의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호호라고 웃는다.

그 다음에 임상규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나는 상규가 오클랜드대학교 로스쿨에 다니고 있을 때에 방학을 이용하여 함께 그곳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때 참 좋았어요. 자연도 아름답고 상규도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친정부모인 피터히로꼬가 따라서 웃는다. 그것을 보고 있던 초등학교 5학년인 임상아가 느닷없이 한마디를 한다; “엄마, 아빠,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어요? 나는 집에 두고 두사람만 그 아름다운 곳에 다녀온 거예요?... “.

그 엉뚱한 질문에 대하여 아끼꼬가 재치 있게 대답한다; “상아야, 그때 상아가 어디에 있었는지 나중에 아빠에게 조용히 물어 보렴. 내 생각에는 분명히 상아가 그때 내 뱃속에 들어 있지는 않았는 것 같거든, 호호호… “.

그 말에 가족 모두가 한꺼번에 웃고 있다. 하지만 이제 10살이 되어가고 있는 꼬마아가씨 임상아는 혼자서 심각하다. 그래서 진지하게 아빠 임상규에게 말한다; “내가 나중에 아빠에게 물어볼 거예요. 그때 대디가 확실하게 대답해주세요, 부탁해요!... “.

그 자리에서 피터가 사위 임상규에게 묻는다; “상규, 요즘 회사에서 자네에게 주로 어떤 일을 맡기고 있지? 틀림없이 내 동생 한나(Hanna)가 어려운 사건을 맡기고 있을 것 같은데!... “. 임상규가 채 대답하기 전에 그 옆에 앉아 있던 브라이언이 먼저 말한다; “맞아요 아버지, 고모가 상규를 엄청 부려먹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피터히로꼬 그리고 아끼꼬가 브라이언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옆에서 멜라니는 자신의 입을 가리고 웃고 있다. 브라이언은 그러한 일동의 모습이 재미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을 계속한다.

브라이언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우리 로펌에서는 국내고객의 요청으로 중국과의 교역에 관한 법률조언을 많이 맡고 있어요. 대부분 한창 진행중인 미중간의 무역분쟁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자면 엄청 스터디(study)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것을 요즘은 거의 상규가 맡고 있어요. 그러니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지요!… “;

그 말을 듣고서 피터가 천천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하더니 뜻밖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임상규에게 한다; “여보게 사위, 미중간(美中間, between America and China)의 법률분쟁은 사실 거시적으로 말하자면, 양국간의 국제정치적 여건의 변화로 말미암아 발생하고 있는 것들이야…. 그러므로 시간이 나면 내가 자네에게 그 분야에 대하여 설명을 좀 해주고 싶어!... “.

피터는 성실한 정치학 교수라서 그런지 평소 헛말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음 주말이 되자 피터가 일찍 퇴근한 사위 임상규에게 말한다; “오늘 저녁에 식사가 끝나면 내 서재에서 이야기를 좀 나누도록 하세. 내 이야기가 자네에게 업무상 많은 도움이 될 것이야!... “.

2017324일 금요일 저녁에 임상규는 일찍 식사를 마치고 피터와 함께 서재로 들어간다. 그 자리에서 임상규는 국제정치경제이론의 대가인 피터 교수로부터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 내용의 일부를 우선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첫째로,  1978년에 13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중국이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을 거두고 마침내 개방과 개혁에 나서자 당시의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긍정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한다. 만약 중국의 경제개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미국이 다음 두가지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그가 직시하고 있다; 하나는, 공산주의진영의 한쪽 팔인 중국을 서서히 자본주의국가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공산주의진영의 세력이 그만큼 약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에 따라 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할 수가 있다. 미국의 재정적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카터 대통령이 재빨리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  둘째로, 당시 카터 대통령의 판단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집단들이 미국내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미군이 전세계적으로 주둔하여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말미암아 큰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집단들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방위산업체, 해외투자펀드, 그리고 석유 및 식량의 메이저가 그들이다;

그들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책을 한마디로, 이상주의 도덕론에 근거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몰아 부치고 있다. 더구나 다음과 같은 카터 대통령의 정치사상이 전통적인 미국의 국가이익을 크게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독재자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비록 미국의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더 이상 그를 지지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현지의 국민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앞으로 자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만을 우방으로 삼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

(3)  셋째로, 카터 대통령은 그와 같은 소위 세계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주둔군의 수를 줄이고 그 이익을 미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입장은 사실 그 옛날 미국의 고립주의 전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므로 일종의 아메리카주의의 부활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 따라서 카터 대통령은 과감하게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1978년과 1980년 사이에 크게 감축한다;

그 결과 주한미군은 일단 43천명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러한 카터 대통령의 정책이 세계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미국내 자본가집단들의 큰 반발을 초래하고 만다. 따라서 그는 정치적으로 대통령에 재선되지 못하고 다음 정권은 카터의 민주당에서 레이건의 공화당으로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1981120일에 직무를 시작한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여 1989120일에 퇴임하고 그 뒤를 같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잇게 되었을 때에 또 한번의 주한미군 감축이 발생한다. 1992년에 주한미군의 수가 줄어들어 결국 그 수가 3만명 정도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민주당 출신 대통령 카터의 대외정책의 기조인 아메리카주의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하겠다.

(4)  넷째로, 그날 저녁에 장인 피터 교수가 임상규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고 있다. 그 내용은 하이스쿨의 역사선생인 부친 찰스로부터 젊은 시절 피터 자신이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의 이름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토인비가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으로 해석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후 정치학교수인 피터는 그 개념을 활용하여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전후 세계질서를 어떻게 자기 페이스로 꾸려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가 사위 임상규에게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첫째, 전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냉전(cold war)체제는 소비에트연방을 주적(main enemy)로 보고서 그 도전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군비경쟁에서 시작하여 우주개발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 소련이 경제파산에 직면하고 마침내 1991년에 해체가 되고 만다;

 그때 미국의 대통령이 1989120일에 직무를 시작하여 재선되지 못하고 1993120일에 퇴임하고 있는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2)   둘째, 차제에 미국은 자신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도전국을 전부 물리치고자 한다. 따라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90년 유럽의 강대국 서독에게 동독을 흡수 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통독에 성공하게 됨으로써 강대국 서독은 동독을 서독만큼 개발하기 위하여 앞으로 30년 정도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므로 패권의 잠재적인 도전국 서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3)   셋째, 유럽의 서독만큼 위협적인 잠재적인 패권도전국이 동아시아의 일본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4마리의 아시아 용(Four Asian Dragons)에 이어 이제는 5마리의 아시아 호랑이(Five Asian Tigers)가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이 되고자 한다. 그냥 두게 되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폴이라는 4마리의 용이 선진국이 되고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이라는 5호랑이가 전부 중진국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 개도국에게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일본은 급격하게 경제규모가 커질 것이다. 그러한 도전을 물리치자면 비상한 수단이 필요하다. 피터 교수는 그 묘수가 바로 1997년에 발생한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라고 보고 있다. 당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동아시아 국가들이 알짜배기 기업을 해외펀드에 넘기고 자본시장을 통째로 개방하고 만다;

 그것으로 미국은 동아시아의 경제적인 도전을 깨끗하게 물리친 것이다. 그 일을 뒤에서 주도적으로 처리한 미국대통령이 바로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클린턴(1993.1.-2001.1)인 것이다. 그가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해서는 큰 건을 하나 처리한 셈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사위 임상규에게 자세하게 설명한 다음에 피터 교수는 잠시 쉬자고 말한다. 티타임을 가진 다음에 그가 밤이 늦도록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내용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