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27(손진길 소설)
임상규는 중고자동차를 구입하여 지리적으로 뉴욕 주(the State of New York)의 동남부에 위치한 뉴욕 시(New York city)의 자치구 퀸즈(Queens)에서 동북쪽 코네티컷 주(the State of Connecticut)의 뉴 헤이븐(New Haven)에 자리잡고 있는 예일대학교(University of Yale)의 로스쿨(Law school)로 통학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영국의 교통법규를 준용하고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와는 달리 자동차가 좌측통행이 아니라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그와 같은 교통법규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호주나 뉴질랜드와는 그 출생이 다르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하여 독립전쟁을 치루면서 탄생한 국가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영연방이 아니다. 그리고 미합중국은 영국의 국왕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독자적으로 연방대통령을 선출하여 국가의 원수로 삼고 있다;
오늘날 미합중국이 50개의 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각주에서 선거로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고 그들이 모여서 연방대통령을 선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각 주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이 마치 영국에서 국회의원선거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수대표제와 같다. 그것은 소선거구에서 1등을 하게 되면 그 득표수와 상관없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처럼 미국의 주선거구에서 1등을 하게 되는 대통령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전부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 미합중국은 50개의 주에서 그와 같은 영국의 소선거구제와 같은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영국이 역사적으로 유럽대륙의 비례대표제와는 전혀 다른 선거방식인 소선구제를 구태여 고집하고 있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볼 수가 있다.
임상규는 사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정치학도이다. 그는 오클랜드대학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복수로 전공하였다. 그리고 영국식 소선거구제도를 따르고 있는 내각책임제의 국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따라서 임상규는 나름대로 영국식 소선거구제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잘 파악하고 있다;
(1) 첫째, 전국적으로는 소수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소선거구에서는 다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소수민족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대표자를 낼 수 있도록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선거구제도이다. 그 특징은 소선거구에서 1등을 하게 되면 그 후보가 유일하게 그 지역을 대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 둘째, 전국적으로는 다수파가 국정을 이끌어가야 국정이 안정된다. 따라서 영국의 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정권을 담당한다. 만약 제1당이 과반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수정당과 연정을 펼치면 된다. 그것이 내각책임제인데 주로 제1당의 당수가 자동적으로 수상이 된다. 물론 제2당이 소수정당과의 연합을 통하여 과반의 의석을 점하게 되면 제2당의 당수가 수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3) 셋째, 내각책임제의 장점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임기를 3년으로 짧게 하고 만약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면 임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조기선거를 실시할 수가 있다. 그것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국정에 반영하는 효과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권교체가 발생하더라도 정책의 미숙함이나 국정의 혼란이 극히 적다. 그 이유는 하원에서 매주 여야간에 정책대결이 벌어지며 그곳에 여당의 내각과 야당의 그림자내각(shadow cabinet)이 맞대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참고로, 영국의 국정은 그들 지역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인 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에서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국정의 안정과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방안이다. 그렇지만 4개의 민족이 공존하고 있어 타협정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영국이므로 정치적으로 내각이 독재를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매주 한번씩 여야간에 정책토론을 하고 그 실황을 국민들이 방송을 통하여 볼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책토론의 결과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익 두가지를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1) 하나는,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된다.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게 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정당이 차기 정권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2) 또 하나가, 여당에서는 내각의 각료들이 그리고 야당에서는 그림자내각의 각료가 정책토론의 현장에서 매주 맞대결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권교체가 발생하더라도 그림자내각이 곧바로 정권을 담당하게 되므로 국정의 공백이 없다. 그와 같은 유익이 있으므로 정부에서는 그림자내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야당에게 필요한 경비를 제공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영국식 정치제도가 사실은 미국에서도 일부 운영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의 하원과 각주의 하원이 그와 같이 구성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영국의 국왕 대신에 연방의 대통령과 각주의 주지사를 선출하여 그들에게 행정부를 맡기고 있기에 불필요한 2가지의 국정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그 점을 임상규가 날카롭게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하원의 다수당 출신이 대통령이나 주지사로 선출되지 못하는 경우 여소야대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힘겨루기가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상호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지만 현실정치에 있어서는 원활하지 못한 국정수행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권교체가 있게 되면 상당기간 국정의 혼란과 미숙한 국정운영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영국식 내각책임제와 달리 연방대통령과 주지사가 평소 훈련이 된 그림자내각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자연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그와 같은 임상규의 정치적인 관심은 당장 예일대학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과정은 물론 나중에 그가 미국에서 변호사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법치(法治)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정치(政治)의 뒤를 따라가면서 사회적인 안정을 법적으로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국내외적인 큰 변화에 기민하게 먼저 대처하고 있는 것이 정치이다;
그 다음에 입법이 이루어지고 법치가 그것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을 다루고 있는 변호사가 그 법의 발생원인에 관여하고 있는 정치를 모른다고 하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절름발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와 같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임상규이지만 당장은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다시 따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따라 임상규는 조기에 필기시험을 보고 도로주행시험까지 보고서 미국의 운전면허를 얻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익숙한 영국식 좌측통행이 아니라 이제는 생소한 미국식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아직 37세의 젊은 나이이기에 임상규는 그 적응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렇게 일년간 승용차로 통학하면서 그는 예일대학 로스쿨에서 미국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과목들을 전부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도서관에서 미국의 정치적인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점검하고 있다.
임상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목은 21세기 미국정치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미국대통령 빌 클린턴(William Jefferson Clinton)의 시대이다;
60년만에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 대통령이기에 그의 재임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1993년 1월 20일에서 2001년 1월 20일까지 8년간이다.
참고로, 클린턴 대통령의 전임자는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대통령이고 후임자는 부시의 아들인 조지 W. 부시(George Walker Bush) 대통령이다. 부자간에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아버지를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그리고 아들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클린턴이 46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 국민들은 1961년 1월 20일에 44세의 나이로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케네디 이후 가장 젊은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열광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클린턴은 두가지의 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하나가, 1991년에 주적(main enemy)인 소비에트연방이 해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지상에서 유일한 패권국이다. 팽팽한 주적이 있을 때에는 정치를 하기가 쉽지만 그 무서운 경쟁자가 사라지고 없는 지금은 국민을 설득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여 쉽게 실시하기가 어렵다. 안보상 위기가 덜 하기에 사사건건 국민들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소련이 사라지자 이제는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데 그들을 다루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지도국들은 사실 미국의 우방이다. 그런데 그들이 유럽공동체를 미국의 영향력에서 분리하고자 획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1957년에 프랑스와 서독 그리고 이탈리아가 주동이 되어 유럽인에 의한 유럽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자 EEC를 출범시켰다. 1973년에는 영국이 가입했다. 초기에는 유럽 각국이 유럽내에서의 무역을 우선하는 경제공동체로 출범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아니다.
마치 하나의 연방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정치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것이 1993년 11월에 출범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1월에 직무를 시작했는데 10달이 지나자 거대한 유럽연합이라고 하는 상대를 정치적으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과거의 소련처럼 주적(main enemy)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상대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적이 아니다. 도리어 우방에 속하고 있다. 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군사적으로는 일단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에 가입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유럽연합이 1999년초부터 독자적인 화폐 ‘유로화’를 만들어 완전히 미국의 달러 시장에서 독립하고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의 11개 회원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핀란드, 벨기에 네델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앞장을 서고 있다. 그러자 유로존이 점점 확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달러 대신에 그들 유럽연합은 유로화로 모든 거래를 하고 말 것이다. 미국은 달러를 전세계적으로 유통시킴으로써 패권적인 경제이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우방인 유럽이 그것을 물리치고 만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클린턴 대통령은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을 줄여야만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실시하고 있는 고육정책이 두가지이다; 하나가, 사회복지를 줄이는 것이다. 연금과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만다;
또 하나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하여 소위 ‘인턴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수습을 하고 있는 인턴기간에는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은 젊은 국민의 생계를 돌보지 아니하고 있는 악법인 것이다.
그 밖에 임상규는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의 도덕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참으로 이상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그 정책으로 말미암아 클린턴은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고 있지만 그 대신에 훗날 미국에 커다란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오고 만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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