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2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19. 13:16

상규와 아끼꼬26(손진길 소설)

 

201573일 금요일 아침 일찍 임상규가 침대에서 먼저 눈을 떴다. 옆에서 아내 아끼꼬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는 아끼꼬를 한번 흔들어 깨워볼까 생각을 하다가 그만 포기한다. 어제와 그러께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으므로 굉장히 피곤할 것으로 판단이 되기 때문이다.

상규는 조용히 옆방으로 간다. 그곳에서는 딸 임상아가 쿨쿨 잠을 자고 있다. 그는 소리가 나지 아니하게 주의하면서 그 방을 나선다. 상규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200710월생인 딸 상아3달이 지나야 만나이로 8살이 된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초등학교(primary school)에 들어가서 벌써 3학년이다.

상아도 부모를 따라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왔기에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입학수속을 밟고 학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상규가 속으로 생각한다; ‘그 일은 나보다 학생선생인 아내 아끼꼬가 더 잘 처리를 하겠군!... ‘.

1978년생인 임상규는 아직 젊다. 나이가 만으로 37살이다. 따라서 그는 긴 비행시간의 여독이 벌써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그런지 여느 때와 같이 간단하게 운동복 차림으로 저택 바깥으로 나선다. 그리고 조깅을 시작한다.

뉴욕시 5개의 자치구 가운데 하나인 퀸즈(Queens)는 일명 이민자들의 맨해튼으로 불리고 있으며 주민들 과반수가 아시안이다. 그 가운데 중국사람이 제일 많다. 따라서 임상규가 인근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적으로 태극권을 연마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깅을 마치고 장인 장모의 저택으로 들어와서 임상규가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 그 집에는 베드룸(bedroom)5개나 되고 바스룸(bathroom)3개나 된다. 따라서 상규네 가족이 같이 살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장인 피터와 장모 히로꼬가 딸 아끼꼬에게 몇년간 같이 살자고 제안할 만큼 그들의 집은 큰 저택인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임상규는 침대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그날 하루 그가 처리할 일을 수첩에 적어본다. 가장 먼저 호주변호사인 그가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어떤 과목을 어디에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일을 위하여 사실은 어제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처남 브라이언(Brian)에게 문의했다.

그랬더니 그의 대답이 다음과 같았다; “상규, 두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이곳에서 로스쿨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빨리 졸업한 후에 고등법원(high court)에서 연수를 마치는 거야. 그 경우에는… “.

경청하고 있는 상규에게 브라이언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유능한 변호사로 일한 상규가 이곳에서 다시 미국법을 공부하게 되니 그것이 좀 우습기는 해. 그렇지만 영연방인 오세아니아에서 영미의 보통법(common law)을 연거푸 공부한 바가 있으므로 그것을 모조리 크로스 크레딧(cross credit)하고 나면 몇 과목 남지 아니할 것이야… “;

브라이언의 설명이 경쾌하다; “그것만 이수하면 깔끔하게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게 되는 거예요. 또 하나는… “. 그가 이번에는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미국의 로스쿨은 학비가 비싸요. 따라서 상규는 우리 로펌에서 일을 하면서 차라리 온라인으로 그 과목들을 공부하고 변호사시험을 보는 것이 유리해요. 그 다음에 뉴욕주에 변호사로 등록하는 것이지요. 내 생각에는 그 방법이 유리한 것 같은데!…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브라이언, 자세한 설명 감사해요. 그런데 내 생각에는 정식으로 로스쿨에 등록하고 나머지 과목들을 한꺼번에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연수도 받고 그 다음에 주정부에 등록하지요… “.

임상규의 생각이 브라이언의 생각과 다르다; “그럴 경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학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제가 직접 알아볼 생각이예요. 그렇지만 혹시 브라이언이 공부한 예일대 로스쿨에 아는 교수가 있으면 연락처를 좀 주면 대단히 고맙겠어요!... “.

그 말을 듣고서 브라이언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자신의 모발폰(mobile-phone)에서 기록을 찾는다. 그가 상규에게 하나의 이름과 모발폰 번호를 메시지로 보내면서 말한다; “내 동창생인 폴 헨더슨(Paul Henderson)의 모발폰 전화번호입니다. 그는… “.

임상규는 자신의 모발폰 메시지에서 그 내용을 즉시 확인하면서 브라이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졸업 후에 계속 공법(Public law)을 공부하여 법학박사가 되고 지금은 모교인 예일대 로스쿨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어요. 그를 만나보면 가장 확실한 길을 안내해 줄 것입니다. 상규, 되도록 빨리 폴을 만나 보세요, 허허허… “;

참으로 친절한 브라이언이다. 상규는 가볍게 웃고 있는 그에게 고맙다고 연거푸 인사한다. 개인적으로 브라이언은 아끼꼬의 3살 아래 남동생이다. 그러므로 임상규의 손아래 처남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상규 자신보다 2살이 많다. 그 점에서는 브라이언이 형인 것이다. 따라서 두사람은 서로 존경하면서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 730분이라 좀 이른 시간이다. 따라서 상규는 음성으로 전화하기 보다는 폴 헨더슨의 모발폰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 내용이 오늘 일과중에 가능하면 예일대 로스쿨에서 만나 뵙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언 맥도웰(Brian McDowell)이 자신의 처남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랬더니 5분도 지나지 아니하여 고맙게도 점심시간에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해 달라는 연락이 의 메시지로 들어온다. 임상규는 즉시 자고 있는 아끼꼬를 깨워서 그 문제를 상의한다. 상규가 12시까지 예일대학 로스쿨로 가야한다고 말하자 그녀가 생긋 웃고 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상규에게 아끼꼬가 여전히 웃으면서 말한다; “호호, 그건 걱정거리도 아니지요. 여기 퀸즈(Queens) 집에서 바로 북쪽 코네티컷(Connecticut)주 동해안 뉴 헤이븐(New Haven)에 있는 예일대까지는 자가용으로 2시간이면 충분해요. 고모 한나(Hanna)가 그곳 출신이므로 내가 부모님과 함께 몇 번 가본적이 있어요. 여보, 내가 차로 데려다 줄 터이니 아무 걱정 말아요!... “;

임상규는 차제에 어제 저녁 브라이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아끼꼬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이 다음과 같다; “그래요. 내 생각도 당신 생각과 같아요. 정식으로 예일대 로스쿨에 등록하고 빨리 공부를 끝내세요. 그리고 필요한 연수를 받고 미국 뉴욕주의 변호사가 되세요. 그러면 당당하게 고모부의 로펌에서 큰소리 치면서 일할 수가 있을 거예요. 그동안 필요한 돈은 내가 다시 일본어선생을 하면서 벌 거예요!... “.

그날 아침식사를 일찍 끝내고 임상규 가족 3인은 장모의 차를 빌려 타고서 예일대학으로 간다;

 42세인 아끼꼬의 운전솜씨가 일품이다. 1210분전에 로스쿨 건물에 도착한다;

 학과장실을 방문하니 폴 헨더슨 박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 4사람은 구내식당(cafeteria)에서 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Paul)이 굉장히 친절하다. 스스로 브라이언(Brian)의 절친이라고 말한다.

그의 조언이 다음과 같다; “미스터 (Lim)은 오클랜드대학과 시드니대학에서 벌써 로스쿨을 전부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을 했어요. 그곳에서 영국식 4년제 LLB(Bachelor of Laws)과정을 모두 공부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여기 미국에서는 크로스 크레딧을 하고 필요한 몇 과목만 이수하면 됩니다. 16개월이면 졸업하고 연수까지 전부 마칠 수가 있겠네요. 그렇게 하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하지만 이곳 예일대학은 아이비리그(ivy leage)이고 사립대학이라 학비가 비싸다고 들었어요. 얼마가 들까요?... “;

그 말에 폴 헨더슨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비싸지요. 그 대신에 장학금(scholarship) 제도가 많아요. 제가 상규 당신에게 꼭 맞는 장학금을 하나 신청해줄 테니 그 돈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세요, 하하하… “;

너무나 고마운 말씀이다. 그래서 임상규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은 법학박사 답게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임상규가 예일대학 로스쿨에 편입학을 하고서 전액장학금(full scholarship)을 받아 안심하고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그와 같은 조치를 미리 하였기에 그날 저녁 처가에서 처 고모 한나(Hanna)와 처 고모부 조지(George)를 만났을 때에 임상규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저는 미국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일단 예일대학 로스쿨에서 1년간 공부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그 다음에는… “;

 한나조지임상규를 자신들의 로펌에 저렴하게 스카웃하려고 왔다가 그날 뜻을 이루지 못한다. 왜냐하면, 임상규가 자신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그들을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저는 우선 필요한 연수를 마치고 뉴욕주에 변호사 등록부터 할 생각입니다. 제가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그 다음에 결정하려고 합니다. 오늘 고모님 내외의 뜻은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두 분의 뜻은 제가 먼저 소정의 절차를 모두 마친 다음에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그 말을 그날 만찬자리에서 듣고 있던 장인 피터 내외는 젊은 사위 임상규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 '하기야 5살이나 연상인 자신들의 딸 아끼꼬가 점을 찍어서 남편으로 삼은 인물이다. 그러니 오죽하겠는가?... '. 그날의 만찬은 그렇게 별 소득 없이 끝나고 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임상규는 바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예일대학을 방문하여  로스쿨에 편입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이번 주말에 중고자동차를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끼꼬는 딸 상아를 데리고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입학을 시키고자 한다.

또한 그녀는 뉴욕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일본어선생 자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남편 임상규가 미국 법공부를 끝내고 뉴욕에서 변호사자격을 얻어 취업할 때까지는 그녀가 가족의 생계비를 전부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