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2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16. 22:38

상규와 아끼꼬24(손진길 소설)

 

임상규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머리속으로 체계화하여 정리를 하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1)  첫째로, 북아메리카에서 영국의 식민지의 하나였던 미국 177674일에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그때부터 조직적으로 민병대를 동원하여 모국인 영국의 군대를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한 신생국가이다;

 당시의 미국의 주는 동부에 있는 13개주였다. 그들이 단결하여 영국과 전쟁을 한 이유는 자신들의 부를 지키고자 한 것이다. 그만큼 미국사람들은 개인의 재산보호경제적인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것에 손을 대고자 하는 세력은 비록 모국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끊어내고 마는 것이다.

(2)  둘째로, 모국 영국이 부과하고 있는 세금을 내지 아니하기 위하여 식민지의 13개 주가 단결하여 독립전쟁을 치루었다고 하면 그것은 전쟁의 명분이 약하다;

따라서 미국은 이념적으로 유럽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재산과 경제적 정치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악한 유럽을 떠나서 미국은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자본주의 국가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좋은 명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가지 약점이 있다;

1)   하나는, 강력한 자본의 자유 때문에 국가가 시민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기가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제2차대전이 끝나자 영국으로부터 얻게 된 세계적인 패권을 이용하여 그 세금을 해외에서 얻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것은 고전적인 제국주의자들의 무식한 식민정책이 결코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내밀한 것이다. 그 핵심은 미국정부가 달러를 발행하여 전세계에 유통시킴으로써 자국의 부담을 해외에 전가하는 교묘한 방법이다;

2)   또 하나는, 강력한 자유주의의 영향력 때문에 미국은 국가가 시민을 전쟁에 동원(mobilization)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징병한 군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복원정책(demobilization policy)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정부가 어떻게 하면 동원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3)  셋째로, 미국이 패권을 이용하여 해외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그 교묘한 방법에 대해서 먼저 임상규가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그 방법은 한마디로, 미국정부가 발행하고 있는 달러를 사용하여 세계각국이 무역을 하도록 하고 또한 국제간 민간교류를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엄청난 환전수수료를 얻기 위하여 세계각국의 은행들이 앞다투어 미국의 달러를 사게 된다. 동시에 그 방법으로 미국정부는 자국의 부담을 교묘하게 모든 나라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유일한 패권국 미국의 달러가 세계의 가장 권위있는 기축통화가 된다;

그러므로 그러한 경제적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2)   역사적으로 그러한 막대한 이익을 나누어 가지기 위하여 미국의 경제적인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지역적인 연합 또는 이념적인 동맹으로 20세기 후반부터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패권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세력들의 대두를 사전에 분쇄하기 위하여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정부가 세계의 평화질서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서 오늘날까지 강력한 미군을 전세계에 널리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3)   요컨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이 미국 자본의 세계투자 및 과실송금은 물론 나아가서 전세계적인 에너지 및 식량자원의 선물거래와 그 수급조정까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것이 사실은 ‘미국에 의한 세계의 질서’를 말하고 있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가장 깊숙한 의미라고 하겠다;

(4)  넷째로, 이미 설명한 그대로 미국은 강력한 자유주의의 영향력 때문에 국가가 전쟁상태가 아니면 일반시민을 전쟁에 동원(mobilization)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징병한 군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름하여 미국의 복원정책(demobilization policy)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미국정부가 동원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전후에 곧바로 사용한 방법이 미국의 새로운 적의 대두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다시 동원제도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자 국민 개병제가 아니라 아예 직업군인제 확대하여 일종의 용병으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1)   미군사력을 강력하게 유지하자면 어떠한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미군의 복원정책에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전후에 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핵심이 ‘잠재적인 적국(potential enemy)의 등장을 미국민에게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세계의 평화질서를 파괴하는 악한 세력으로 그들을 규정하고 그 점을 전세계인에게 인식시킨다.

2)   그리하면 미군을 강력하게 유지할 수가 있다. 전세계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미국정부의 정책을 국내적으로 미국인들이 지지하고 그에 따라 제도적으로 미국의회가 승인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1950년에 발생한 한국전쟁, 1960년대 중반에 미국이 개입한 월남전쟁 등이 그와 같은 명분을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그 당시에는 국민 개병제를 실시한 것이다;

  

3)   그 다음에는 소련의 공산주의 세력과의 냉전(cold war)체제가 1991년에 완전히 사라지자 급히 그 대안을 찾고 있다. 그것이 새로운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불리는 테러조직회교세력이다;

 그리고 극동에서는 새로운 공산주의 종주국의 등장이다. 소련의 뒤를 이은 러시아연방이 그들의 국력이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옛날 소련의 영광을 되찾고자 은근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4)   더구나 21세기에 경제력이 놀랍게 커지고 있는 중국이 이제는 미국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그와 함께 겁도 없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의 이웃인 북한이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미국은 이제 국민 개병제가 아니라 직업군인제를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무기체계가 과학적으로 고도화되고 첨단화될수록 용병만으로도 전쟁을 수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은 오늘날 21세기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깊은 생각을 하다가 보니 어느 사이에 임상규의 가족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세관신고를 하고 지하철(subway train)을 이용하여 시내로 간다;

일단 시드니 중앙역(Sydney Central Station)을 통과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지상을 달리는 전철(railway train)이 된다. 그러므로 바깥 시내의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 201549일 목요일이므로 시드니의 가로수에는 벌써 가을의 낙엽이 한창이다.

파라마타(Parramatta)의 아파트에 도착하여 집청소부터 한다. 열흘 정도 부활절 휴가를 이용하여 미국 뉴욕을 다녀왔기에 크게 청소할 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서서히 미국으로 이주를 해야 할 입장이라 짐을 미리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방학이 끝나자 임상아가 다시 학교에 나간다. 그리고 임상규는 로펌에 나가서 일단 근무를 한다. 집에 남아 있는 아끼꼬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부동산에 이야기하여 팔아 달라고 부탁한다. 집을 처분하고 재산을 정리하는 일은 아끼꼬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아파트가 빨리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명도기간을 조금 늦게 잡고 있다. 그 이유는 임상규의 가족이 뉴질랜드를 방문하여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에게 미국으로의 이주에 대하여 미리 이야기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상규아끼꼬는 딸 상아를 데리고 5월 하순에 주말을 이용하여 오클랜드로 간다. 60대 중반의 연세인 부친 임호준과 모친 김영숙은 장남 상규가 미국 뉴욕으로 다시 이민을 가겠다고 말하자 매우 서운하게 생각한다. 비록 차남 상민이의 가족이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섭섭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임상규가 마음의 결정을 하였다고 하므로 더 이상 말릴 수가 없다. 따라서 임호준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기야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니니 어쩔 수가 없다. 37살이나 된 상규 네가 결정하여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니 말릴 수가 없구나. 하지만 미국은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너무 먼 곳이구나.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만나볼 수가 있을 것인가?... “.

부친의 말이 끝나자 모친 김영숙이 아예 신세 한탄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식을 많이 낳을 것을 그랬다!... 아들 둘 밖에 없는데 그것도 장자가 가까운 호주가 아니라 이제는 그 먼 미국으로 떠나가겠다고 하니, 이 에미는 어찌하란 말이냐?... 상규, 언제 다시 볼 수가 있는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모친을 달래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미국을 한번 방문할 수 있도록 나중에 저희들이 초청을 할게요. 아직 60대 중반의 연세이시니 충분히 미국여행을 하실 수가 있어요. 그곳에서 제가 돈을 벌어서 비행기표를 보내 드릴께요!... “;

평소 헛말을 하지 아니하는 성품의 장남 임상규이다. 그 말을 듣자 모친 김영숙이 다소 진정을 하면서 말한다; “그래, 고맙구나. 하기야 이웃에 살고 있는 이창수씨 부인도 아들이 미국에 건너가서 살면서 비행기표를 보내주어 미국구경을 한번 했다고 자랑을 하더구나. 상규야, 어디를 가든지 부디 몸 성히 지내기를 바란다!... “.

그런데 임상규가 동생 임상민이를 만나서 빠르면 다음 달에 미국 뉴욕으로 재이민을 갈 것이라고 말했더니 그 반응이 다르다; “, 잘 생각했어. 하기야 호주보다는 미국이 더 넓은 곳이지.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겠네! 미국보다 더 넓은 선진국이 없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

차제에 아끼꼬는 손아래 동서인 임상민의 처 남은혜의 손을 잡고서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동서, 우리가 뉴욕에서 자리를 잡으면 언제 한번 미국으로 여행을 오도록 해. 같은 영어권이므로 여행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이야. 나는 친정식구들이 전부 뉴욕에 살고 있어서 그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야!... “;

그렇게 오클랜드의 가족들과 이별을 하고 있는 임상규의 가족이다. 그들은 언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다시 타게 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어떠한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