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2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12. 10:44

상규와 아끼꼬21(손진길 소설)

 

5. 병마에 시달리는 아끼꼬의 선택

 

20136월에 아끼꼬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신의 가정의(GP, general practitioner)를 만나고 있다. 사전에 예약을 해두었기에 15분간 진료를 받을 수가 있다. 그녀가 가정의인 헬렌(Hellen)을 만나고 있는 이유는 그녀의 대변에서 혈변(bloody stool)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끼꼬의 설명을 들은 헬렌은 다시 한번 대변검사(stool test)를 하여 이중확인(cross check)한 다음에 종합병원(general hospital)에 의뢰하여 대장내시경(colonoscopy) 시술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결과 2달 후 8월에 아끼꼬가 인근에 있는 웨스트미드 종합병원(Westmead Hospital)에서 대장내시경 시술(surgery)을 받게 된다;

시술을 마치자 시술담당의가 그녀에게 말한다; “폴립(polyp, 용종)12개나 발견이 되었어요. 그래서 일단 제거는 하였지만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조직검사를 의뢰하였어요. 2주 내로 결과통보가 갈 거예요. 일단은 대장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다려보세요!... “;

시술담당의가 우려하던 대로 대장암으로 판정이 되고 있다. 따라서 9월에 아끼꼬가 지체없이 전신(body) MRI촬영(scan)을 받고 있다;

 마침 그녀가 수년 전에 개인의료보험(private health insurance)을 들어 두었기에 신속하게 MRI촬영을 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수술과 항암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아내인 아끼꼬에게 그와 같은 일이 있게 되자 임상규는 암전문의로서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 김호성에게 그 경과를 설명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임상규의 설명을 들은 김호성의 첫 질문이 다음과 같다; “상규, 아끼꼬 센세이가 개인의료보험에는 가입하고 있겠지?...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즉시 대답한다; “다행히 2010년 그러니까 3년 전부터 개인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그것이 이번에 도움이 되겠어?... “. 그 말에 김호성이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도움이 되다 마다. 개인의료보험이 있어야 신속하게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가 있어. 왜냐하면, 호주가 의료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지. … “.

임상규가 별로 경험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하자 김호성이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한다; “호주의 의료체계는 뉴질랜드처럼 이원화가 되어 있어. 첫째로, 환자가 위급하여 종합병원 응급실로 바로 실리어 가는 경우에는 국가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게 전부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있지. 그리고… “;

상규가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을 보고서 김호성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응급의 경우가 아니라고 하면 무조건 기다려야만 해. 워낙 대기자가 많기 때문이지. 그러다가 지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허다해. 따라서 개인의료보험제도가 있는 거야… “

임상규가 알아 듣고 있다. 그래서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재미가 있는지 김호성이 더 길게 설명한다; “그러므로 신속한 전문의의 진단과 필요한 수술을 받기 위해서 개인의료보험을 들어 두어야 하는 거야. 사실 돈이 있으면 주위에 전문의(specialist)사립병원(private hospital)이 수둑룩하지,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질문한다; “그러면 전문의들은 사립병원에서 돈을 많이 받고 비싼 수술을 하려고 하겠네. 종합병원에 가서 개인의료보험이 없는 일반환자를 수술하면 그 수가를 정부가 주는 것이니 당연히 적지 않겠어?... “;

그 말에 김호성임상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좋은 질문이야. 그 점 때문에 전문의에게는 한가지 의무규정이 있어.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당연히 두고 있는 규정이지. 그것은 일주일에 몇시간은 반드시 공익을 위하여 의료봉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지. 그 점은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동일하지!... “.

임상규가 충분히 알아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모습을 보고서 김호성이 말한다; “상규 네가 나를 찾아온 것은 아끼꼬 센세이의 병환에 대하여 암전문의(cancer specialist)인 나에게 상의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러면 내가 이틀 후 오후3시에 시간을 비워 놓을 테니 여기 명함에 있는 웨스트미드 사립병원(Westmead Private Hospital)으로 함께 찾아오게. 아무래도 내가 직접 보는 것이 좋겠어!... “;

고마운 제안이다. 임상규가 김호성의 호의를 저녁에 아끼꼬에게 전해 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 부부는 그때 201310월부터 김호성 전문의에게 의뢰하여 전적으로 항암치료와 필요한 수술을 받게 된다.

전신 MRI촬영을 정밀하게 해본 결과 대장암에 이어 일부 암세포가 (liver)에까지 전이가 되어 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였기에 수술이 가능하다. 일단 수술하여 암세포가 번져 있는 조직을 떼어낸 다음에 시간을 두고 수차례 항암치료를 병행한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1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 동안 아끼꼬는 아예 병원을 다녀온 다음에는 집에서 지낸다. 다소 회복이 되더라도 학교에 휴직을 하고 딸 임상아와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200710월생인 상아는 작년에 초등학교(primary school)에 들어가서 올해 2014년에는 벌써 2학년인 year two’이다;

아끼꼬는 집에서 저녁에 딸 상아에게 하루 1시간씩 공부를 지도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상아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임상규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따라서 하루는 잠자리에서 조용히 아끼꼬에게 물어본다; “아끼꼬, 어째서 마치 멀리 떠날 사람처럼 그렇게 상아에게 매일 공부도 가르치고 옛날 이야기도 빠짐없이 해주고 있는 것이요? 나는 아끼꼬 당신이 우리를 두고 훌쩍 떠나가 버릴까 어쩐지 겁이 납니다!... “.

그 말을 듣자 아끼꼬가 애써 명랑한 척 대답한다; “상규, 내가 당신과 상아를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예요? 여기가 내 집이고 두사람이 나의 유일한 가족인 걸요. 나는 우리 3식구가 언제까지나 함께 살기를 원해요. 다만 내가 집에서 1년 이상 편하게 지내게 되었으니 차제에 상아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지요. 그 뿐이예요!... “.

그 말에 임상규가 안심을 하는 눈치이다. 그렇지만 아끼꼬의 속마음은 사실 그것이 아니다. 그녀는 201411월에 일단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고 더 이상 전이가 없다는 사실을 김호성 전문의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정기적으로 전신 MRI촬영을 하고 만약 재발할 경우에는 다시 항암치료와 필요한 수술을 받아야한다;

그와 같은 일을 갑작스럽게 당하면서 아끼꼬는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심히 연약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마음이 심약하게 되자 그녀가 두가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떠나온 부모와 형제의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싶다.

또 하나는, 자신의 생명의 기원과 돌아갈 영원한 안식처가 어디인지를 깊이 사유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끼꼬는 육신적인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였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가를 한번 찾아보고자 한다.

그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201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임상규에게 말했더니 그의 대답이 다음과 같다; “아끼꼬, 당신이 두고 온 부모형제가 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내년에 우리가 딸 상아를 데리고 한번 미국 뉴욕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종교적인 문제는 시간을 두고 계속 생각을 해보도록 합시다”.

새해 2015년이 되자 임상규가 한국나이로 38살이고 아끼꼬43살이다. 그리고 딸 임상아9살로서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해 부활절 휴가를 이용하여 그들은 미국 뉴욕으로 간다. 그곳에 살고 있는 아끼꼬의 부모님과 남동생 브라이언을 방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활절 휴가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1주간씩 학교방학이 있으므로 그들은 일찍 41일 수요일에 시드니를 출발한다. 태평양에 있는 날짜변경선을 지나왔기에 같은 41일에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착한다. 아끼꼬가 미리 친정에 연락을 취하여 두었기에 남동생 브라이언(Brian)이 패밀리카를 가지고 공항에 마중을 나와있다;

그날 임상규는 처남 브라이언을 두번째로 만나게 된다. 한번은 2008년 하와이에서 아끼꼬와 결혼식을 할 때에 그를 만난 것이다. 세월이 7년이나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되니 임상규는 자신보다 2살 연상인 브라이언이 마치 중년신사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노숙해 보이는 것이다;

임상아는 태어난 지 5개월이 되었을 때에 외삼촌 브라이언을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기억에 전혀 없다. 따라서 마치 처음 대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다소 서먹하다가 이내 친해진다. 핏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그날 공항에서 출발하여 그들을 태운 차가 아끼꼬의 부모님이 계시는 주택으로 먼저 들어간다. 그곳 뉴욕에서 임상규아끼꼬 그리고 딸 임상아는 과연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