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20(손진길 작성)
고범수는 집에서 차분하게 그동안 자신이 추적한 형 고현수의 행적을 재구성해본다. 그 결과 체계적으로 그가 정리하고 있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1) 형 고현수가 한국의 첨단기술을 가진 대기업으로부터 미국과의 법적인 문제에 관하여 의뢰를 받았다. 그 시점이 늦어도 금년 7월 이전이다. 처음에는 혼자서 미국정부와 접촉하면서 한가지를 요청하였다. 그 내용이 만약 한국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한국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첨단기술에 대하여 미국정부가 강력하게 보호하여 달라는 것이다.
(2) 그러나 미국정부의 태도가 별로 탐탁하지 못하다. 따라서 고현수 변호사가 그 사실을 한국의 대기업에 통보한다. 그러자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국제관계에 밝은 설유섭 박사를 미국으로 보내어 고현수 변호사와 함께 그 일을 성사할 수 있도록 했다. 두사람이 7월에 깊은 논의를 하면서 그 일의 추진방향을 결정하였는데 그것이 미국정부의 뒷배가 되고 있는 PAPA가 ROKPA에 대하여 그 대가를 약속한다는 것이다;
(3) 참고로, 락파는 고현수와 설유섭이 합의하여 만든 조직인데 그것은 미국의 PAPA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차이점은 파파가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유지를 통하여 자신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데 비하여 그와 달리 락파는 한민족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과 그 옛날 조상들의 땅을 수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요컨대 그것은 과거 유대인들의 시오니즘과 닮아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파파가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는 대신에 그 대가로 파파가 미국정부를 움직여 락파가 추진하는 한민족 통일 및 고토 회복사업을 적극 지지한다는 논리이다.
(4) 7월에 고현수와 설유섭은 파파의 실력자인 칼슨 의원을 수차례 만나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그 결과 칼슨은 파파 임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두사람에게 합의문을 작성하여 준 것이다. 그 시점이 8월초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범수가 파악하기로 설유섭 박사가 한국에 귀국한 시점이 8월 초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파의 조직원인 퀴노네스가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고현수 변호사를 불러내어 한가지를 강요한다. 그것은 파파와 락파 사이의 합의를 백지화하자는 것이다;
(5)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현수가 재빠르게 퀴노네스의 그물망에서 벗어난 시점이 8월 15일이다. 그는 가족에게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아니하고 집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다만 쌍둥이 동생 고범수에게만 애매한 내용의 메시지를 예약송달 형식으로 보내고 있다. 그것은 두사람만이 알고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실종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8월말에 고범수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서 형 고현수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데 있어서 그 메시지가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6) 고현수는 8월 하순에 워싱턴DC에 나타나서 한국계 미하원의원 앤디 김을 두차례 만난다. 그 사실이 그만 파파의 정보망에 포착되자 고현수는 조용히 9월 한달동안 잠적하고 만다. 여기까지가 9월말 현재 고범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며칠내로 그가 알게 되는 사건이 다음과 같다; 그러다가 돌연 고현수가 10월 4일 화요일 오전에 워싱턴DC에서 뉴욕 쪽으로 차편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것이 그만 파파의 정보망에 잡히고 만다. 워싱턴DC에 상주하고 있는 파파의 국장 찰스가 급히 부하를 데리고 추격에 나선다. 고현수 일행은 뉴욕 북쪽의 작은 도시 하트포트에 들어서기 전에 체포를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천우신조로 그 위기를 벗어난다. 드디어 락파에서 파견한 행동대원들이 고현수를 태우고 차편으로 캐나다에 들어서고 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그간의 형 고현수의 행적을 정리하다가 고범수가 다음과 같은 의문사항을 스스로 제기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고자 고심한다;
첫째, 고현수와 설유섭이 미국정부 대신에 파파를 선택하고 자신들이 새로운 조직 락파를 만들어 계약당사자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둘째, 파파의 계약상대방이 되고 있는 락파를 설유섭과 고현수는 어떻게 조직하고 있는가?
셋째, 고현수가 완전히 잠적한 9월 한달동안 그는 미국 어디에 숨어서 어떻게 락파의 조직을 보강하고 있는가?
넷째, 설유섭 박사가 보낸 락파의 조직원들이 미국에서 고현수를 빼돌려 한국으로 데리고 온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인가?
고범수가 주말인 10월 1일 토요일과 10월 2일 일요일 양일 동안에 서재에 틀어박혀서 그 해답을 찾기에 열심이다. 그 결과 그가 정리하고 있는 나름대로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현실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의지하여 큰 이익을 얻고 있는 집단이 셋이다;
군수산업체, 세계자원을 지배하는 메이저 집단, 국제펀드 집단들인데 그들이 PAPA라는 이익집단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PAPA의 지지를 받는 정치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와 같은 미국정치의 현실을 알고 있는 고현수 변호사와 설유섭 박사가 미국정부 대신에 PAPA의 이름으로 미국에서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약속을 받고자 한 것이다.
둘째로,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PAPA의 계약상대방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고현수와 설유섭은 한민족으로 구성이 되는 ROKPA를 만들어 미국의 PAPA를 상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락파의 성격이 중요하다. 그것은 한민족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과 북한의 핵 및 장거리미사일의 관리, 나아가서 조상들의 땅을 전부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PAPA가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큰 이익을 얻는 대신에 그들은 ROKPA가 하는 사업에 대하여 미국정부로 하여금 지지하도록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로, 고범수가 추론하기로는 미국의 칼슨 의원이 만들어 준 문서에는 PAPA의 임원들과 칼슨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을 것이다. 반면에 ROKPA의 임원으로서는 설유섭 박사와 고현수 변호사의 이름이 반드시 들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설유섭 박사가 회장이고 고현수 변호사가 총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박사는 그 계약서를 받아서 곧바로 한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현수는 자택이 애틀랜타에 있으므로 그 계약서를 보관하면서 집에서 지낸 것이다. 그 즈음 파파는 퀴노네스로 하여금 고현수를 만나서 그를 회유하라고 지시한다. 그 계약을 무효화하고 그것을 허위문서라고 선언하게 만들면 PAPA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넷째로, PAPA의 의도를 눈치 챈 고현수가 집을 떠나 잠적하고 만다. 그는 아마도 워싱턴DC와 뉴욕을 오가면서 ROKPA의 조직을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정비가 되자 마지막으로 미국 하원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계 앤디 김 의원을 만나 의사를 타진하다가 그만 PAPA의 정보망에 걸려서 급히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부터 고현수는 9월 한달동안 미국에서 숨어 지내게 되는데 누가 그를 도와준 것일까? 그리고 그 한달 동안에 고현수는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훗날 고범수가 쌍둥이 형 고현수를 한국에서 은밀하게 만나게 되었을 때에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10월초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섯째로, 설유섭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락파의 요원들이 고현수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빼내어 오기 위하여 파견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10월초에 그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이 된다. 고범수가 훗날 알게 되는 그 작전은 차편으로 고현수를 미국에서 캐나다로 빼내고 그 다음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태우는 것이다. 그런데 작전의 전개 도중에 10월 4일 그들의 행적이 그만 파파의 정보망에 걸려서 고현수 일행은 뉴욕 북쪽의 도로에서 체포의 위기를 만난다. 그러나 랍파의 요원의 기지로 무사히 국경을 넘는다. 그 다음에 신분을 위장하여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한 고범수는 10월 3일 월요일부터 움직이기를 시작한다. 그는 가장 먼저 파주에 살고 있는 설유섭 박사를 만난다. 그날 설박사가 고범수에게 비밀자료인 ‘ROKPA의 조직도’를 보여준다. 고범수가 꼼꼼히 살펴본다.
그 다음에 고범수가 말한다; “한국, 북한, 해외동포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이 골고루 들어 있군요. 그런데 문제는 락파가 어떤 방법으로 한민족의 통일을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
그 말을 듣자 설유섭 박사가 도리어 고범수에게 반문한다; “고 차관보의 생각으로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실패하고 있는 주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
그 말에 고범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신중하게 대답한다; “제가 볼 때에는 북한이 공산주의 독재국가로서 언제나 거짓말을 일삼아 왔기에 미국이 북한을 신뢰할 수가 없지요. 예를 들면, 김정일 시대부터 북한은 겉으로 평화공세를 펴면서 핵개발을 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위장했어요.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핵개발에 성공하고 지금은 대륙간탄도탄까지 지니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큰 고민거리이지요!... “.
그 말이 끝나자 설유섭 박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을 한국과 북한이 구성하는 연방정부가 관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누구의 두뇌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 설박사인가? 아니면 형 고현수인가? 대단한 사고의 전환이다. 진정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비책이다!... ‘.
고범수가 서서히 입을 뗀다; “설박사님, 축하 드립니다. 우리 민족이 더 이상 강대국의 패권놀이에 희생당하지 아니하는 방법이 드디어 발견된 것이군요. 어차피 존재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이라면 한민족연방이 관리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골치거리를 하나 덜게 되는 방법이지요. 그것을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겠어요. 만약 반대한다고 하면 그것은 지나친 강압이며 내정간섭이 되겠지요!... “.
그 말을 듣자 설유섭 박사가 통쾌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 점을 명확하게 규정하면서 문서화한 것이 사실은 지난 번에 PAPA와 ROKPA가 맺은 약정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 비밀문서를 가지고 우리가 한국과 북한의 지도자를 설득할 차례이지요. 며칠 기다리면 고현수 변호사가 한국에 들어올 것이니 그때 우리 그 일에 착수를 하십시다”.
참으로 좋은 말씀이다. 고범수가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과연 그들의 계획은 순조롭게 실현이 될 것인가? 이제부터 자세하게 살펴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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