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17(손진길 소설)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아침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고범수는 거의 2달만에 자기집이 있는 서울 과천의 아파트로 간다;
아내 차이란은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약국을 다른 약사에게 잠시 맡기고 남편을 만나기 위하여 아파트에 들린다.
그리고 팔순의 장모 이순임은 일부러 외출하지 아니하고 아파트에서 집을 보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가한 사위 고범수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고범수와 차이란의 외아들인 고달견은 행정대학원을 마치고 군 근무중이라 과천을 떠나 있다.
그날 고범수는 오래간만에 아내 차이란이 차려주는 식사를 가족과 같이 나누면서 지난 2달간 미국에서 지낸 이야기를 간추려서 설명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내 차이란은 물론 장모 이순임까지 고범수의 쌍둥이 형 고현수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고범수가 한국정치학회에 전화를 걸어서 설유섭 박사의 핸드폰 번호를 얻는다. 그 다음에 설유섭 박사에게 곧바로 전화를 건다. 핸드폰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음성이 70살의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아니할 정도로 상당히 정정하다.
고범수가 먼저 말문을 연다; “설유섭 박사님의 핸드폰인 줄 알고 전화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고현수의 쌍둥이 동생인 고범수입니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설박사가 바로 응답을 한다; “반갑습니다. 고범수 차관보님, 고현수 변호사를 통해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
자기도 모르게 고범수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박사님, 저는 형 고현수가 여전히 행방불명이라 2달간 미국을 방문하여 수소문하다가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귀국했습니다. 한번 찾아 뵙고서 저의 형과 함께 미국에서 활동하신 여러가지 일에 대하여 박사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로 찾아가면 좋을까요?... ”;
설박사가 별로 망설이지 아니하고 대답한다; “역시 보안상 저의 집이 좋겠군요. 여기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제법 떨어져 있습니다. 일단 파주에 오셔서 저희 집을 찾아 오세요. 주소는 제가 메시지로 곧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습니다. 저도 궁금한 점이 많이 있으니까요!... “.
시원한 답변이다. 따라서 고범수가 즉각 말한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주소를 주시면 바로 승용차에 입력하고 GPS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면 댁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설박사도 연세에 비해서 행동이 민첩하다. 곧바로 메시지로 주소를 보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설유섭 박사의 집이 이웃집과 거리를 두고 있는 단독주택인데 바깥에서 보아서는 저택의 담이 높아서 그런지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고범수가 그 저택 앞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대문의 벨을 누른다. 인터폰을 통하여 화면으로 얼굴을 확인한 다음에야 대문 옆 작은 문이 열리고 있다.
정원을 지나 현관 앞에 도착하니 벌써 설유섭 박사가 마중을 나오고 있다. 나이에 비해서 젊게 보인다. 당당한 노신사의 풍채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은근히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 보스형의 인물이다. 한국정치학계에 거물로 알려진 설유섭 박사를 고범수가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다.
고범수를 만나자 악수를 청하면서 설유섭 박사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허허, 고 차관보님을 만나니 꼭 고현수 변호사님을 만난 것 같습니다. 형제사이에 엔간히도 닮았군요. 혹시 쌍둥이이십니까?...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설박사님, 저의 쌍둥이 형 고현수와 지난 7월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시고 칼슨 하원의원까지 만나신 것으로 제가 알고 있는데 어째서 저와 형이 쌍둥이인 것을 전혀 모르시는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이거 섭섭합니다. 박사님, 하하하… “.
그 말을 들은 설유섭 박사가 그제서야 고범수를 집안 거실로 인도하면서 한마디를 한다; “허허허, 이거 내가 고차관보에게 실례를 했습니다. 미하원을 방문한 일까지 벌써 알고 계시는 줄을 몰랐어요.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것을 보니, 고현수 변호사를 미국에서 만나보지는 못하신 모양이군요?... “;
막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설박사의 부인이 손수 차를 내온다. 고범수가 인사를 하고서 차를 조금 마신다. 그리고 설박사에게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심지어 가족들에게 안부조차 일체 전달하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마치 수수께끼를 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메시지만 예약 송달하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설박사가 조금 마시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말한다; “고현수 변호사가 아직 미국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요. PAPA의 정보망이 워낙 대단하기에 통신망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멀지 않아 미국을 탈출하게 되면 그때에는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
설유섭 박사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고현수 변호사의 행동거취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고범수가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마치 설박사님과 저의 형이 한패인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PAPA로부터 저의 형이 쫓기고 있는 것입니까?... ”;
그 말을 듣자 설박사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조용하게 말한다; “고 차관보님, 고현수 변호사가 위험에 처한 이유가 세가지입니다; 첫째,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에 대하여 고변호사가 모종의 비밀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PAPA가 빼앗고자 하는 것입니다. 둘째… “.
설박사가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리면서 고범수의 얼굴을 살핀다. 그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그 첨단기술자료를 주는 대신에 나와 고변호사가 한민족의 통일과 국토 수복을 요구하였는데 그에 대한 PAPA의 약속이 문서화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셋째, 그들은 고변호사를 납치하여 자신들의 약속을 백지화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설박사에게 질문한다; “박사님이 말씀하신 그 PAPA의 확약서가 저의 형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겠지요?... 분명히 설박사님도 그 사본을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 어째서 저의 형만 추적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에 설유섭 박사가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역시 고현수 변호사만큼 고 차관보께서도 영리하시군요. 그렇지요. 저도 사본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 내용이 허위라고 만약 고변호사가 그들의 위협에 굴복하여 기자회견이라도 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지지요… “.
‘그것이 무슨 말인가?’, 고범수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아니하여 빤히 설박사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그가 조용히 말한다; “당장에 미국정부에 의하여 제가 가지고 있는 확약서가 일종의 조작문서라고 그렇게 해명이 되고 말 것입니다. PAPA는 그 정도로 막강한 힘을 미국정부에 행사하고 있는 조직이니까요!... “;
고범수는 설유섭 박사의 설명이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질문한다; “미하원 칼슨 의원을 통하여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어째서 그 문서가 PAPA의 공식문서가 아닙니까? 칼슨 의원이 PAPA의 실력자가 아닙니까?... ”. 그제서야 설박사가 알기 쉽게 말하기를 시작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PAPA라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번역하면 미국의 패권을 준비하는 모임이지요. 그 말은 PAPA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미국정부가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곧이어 설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 PAPA는 마치 19세기의 영국 시민계급과 같은 것이지요. 그들이 영국의 하원을 장악하고 1830년경에 시골의 농민들이 자유롭게 도시로 이주하여 산업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거주이전의 자유를 입법화합니다;
그때부터 그들에 의하여 비로소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있지요. 그와 같은 역할을 오늘날 미국에서 PAPA가 행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
고범수가 눈도 깜빡이지 아니하고 설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에게 들려오는 설명이다; “PAPA가 미국 정치인을 움직여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미국의 패권이 그냥 주어지는 것처럼 미국정부가 행동하게 되면 큰일이 나지요. PAPA가 실력행사에 나서게 되는데 그때에는 미국정부의 힘으로는 수습이 되지가 않아요!… “.
‘이것이 무슨 말인가?’, 고범수가 눈을 끔뻑이면서 설박사의 입을 쳐다본다. 그러자 그가 부연설명을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지요. 뉴욕 월가에서 일시에 국제펀드가 철수를 한다고 하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고 미국의 경제는 곤두박질을 치고 말겠지요. 그와 같은 것이 PAPA의 힘입니다. 그러니… “;
설박사가 잠시 숨을 쉬고서 결론을 맺는다; “그들이 고변호사를 잡아서 억지 진술을 하게하면 그것을 의지하여 미국정부는 우리 ‘락파’(ROKPA)와 맺은 계약을 일시에 백지화하고 말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눈을 반짝이면서 차제에 설유섭 박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 “설박사님,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마는, 도대체 ‘락파’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한국의 첨단기술을 미국에 주면서 ‘락파’가 얻고자 한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
과연 고범수는 설유섭 박사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듣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형 고현수의 행불 및 향후일정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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