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16(손진길 소설)
6. 제5일의 기록
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아침에 고범수가 고대하던 쌍둥이 형 고현수의 예약 메시지가 그의 핸드폰으로 전송이 되어온다. 그 내용을 훑어보니 다음과 같이 명확한 논리로 구성이 되어 있다;
(1) “제5일의 기록; 한반도 비핵화 논리가 무엇일까? 내가 파악하기로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세계 제2의 화약고라고 불리고 있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전세계는 핵전쟁을 동반한 제3차대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변의 핵 강대국들이 한국과 북한의 핵무장을 철저하게 금지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사활을 걸고서 북한이 먼저 핵무장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가 엄청나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제제재를 감수하면서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를 버리는 대신에 비로소 2017년에 핵무장에 성공한 것이다”;
(2) “그렇다면 한국은 그와 같은 모험을 할 가능성이 있는가? 공산주의 독재국가 북한에서는 가능하지만 자유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선택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선택은 미국의 핵무기를 주한미군에 다시 반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하나같이 한국땅에 핵무기가 그들 가까이 들어오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1962년에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반입하는 것을 미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과 같다”;
(3) “또 하나는, 한국의 평택이나 오산 미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하면 그곳이 북한이나 중국 미사일공격의 우선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5분안에 날아드는 미사일을 전부 떨어뜨리기에는 기술적으로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러므로 전술핵무기는 부서지고 미군기지가 파괴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먼저 희생되는 그것을 미군부가 결코 원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4) “그렇다면 한국은 국내에 전술핵무기조차 갖추지 못한 채 오로지 일본 열도의 남단 오키나와에 배치되어 있는 주일미군의 핵무기만을 의지하여야 하는가? 그것은 한국땅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핵 억제력에 있어서 2차적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가 불안하다. 요컨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의 핵우산 그것도 일본 자위대와 행동을 함께하고 있는 미국의 핵무기이기에 한국으로서는 장중의 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가 심히 걱정스럽다;
이상과 같은 나의 분석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한국의 경제를 희생하지 아니하고서도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핵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러한 대안이 과연 무엇일까?... “.
참으로 형 고현수가 자세하게 피력하고 있는 글이다. 고범수는 그 내용을 한 대목 씩 읽어가면서 그 의미를 십분 이해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형 고현수의 마지막 메시지만은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경제를 희생하지 아니하고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고범수는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그 대안이 무엇일까? 형 고현수가 모색하고 있는 그 대안이 과연 무엇인가?... ‘. 고범수는 자신의 두뇌로는 파악할 수 없는 그것의 정체를 파헤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찾아내고 있다.
따라서 고범수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내가 사색한다고 하여 쉽게 그 해답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형 고현수의 천재적인 두뇌 정도가 되어야 접근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준재인 나로서는 그 실마리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상책이다. 서울에 가서 설유섭 박사를 만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야!... “;
그와 같은 결론을 얻은 고범수는 그날 9월 23일 금요일 저녁에 형수 김정화 박사 및 조카 고명진 변호사를 불러서 자신이 얻은 형 고현수의 메시지를 공개한다. 주말이라 마침 친정에 들린 조카딸 고순애와 그 남편 김명훈이 그 메시지를 함께 보게 된다.
고현수의 딸인 고순애가 먼저 말한다; “저는 아버지가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자료를 가지고 있기에 PAPA로부터 모종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의 메시지를 보니 그것이 아니군요. 아버지가 한국의 안보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어떠한 획기적인 대안을 알고 있기에 더 큰 위험에 처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
사람의 직관이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무서운 법이다. 틈틈이 친정아버지 고현수의 메시지와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친정어머니 김정화 박사로부터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들어온 간호사 고순애가 그와 같이 논리적인 추론을 전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이번에는 고순애의 남편 김명훈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도 집사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장인어른이 실종상태인 것은 아무래도 한국이 안고 있는 두가지의 문제 때문인 것 같아요. 하나가 경제적인 첨단기밀이라면 또 하나가 안보적인 극비 사항이겠군요… “.
김명훈은 고현수의 사위가 된 지 벌써 10년이 넘는다. 그동안 그는 장인이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익히 알게 된 모양이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와 관련하여 장인 고현수가 모종의 기술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안보적인 자구책까지 마련한 것으로 그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고현수가 깨닫고 있는 그 대안이 무엇인지를 그 중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그날 토론을 마감하면서 고범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한국에 들어가서 지난 7월에 형과 함께 이곳에서 행동하였다고 하는 설유섭 박사를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형수 김정화가 먼저 말한다; “서방님, 설박사를 만나서 제 남편이 어떤 문제 때문에 위기에 처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보아 주세요. 지난 8월 15일에 집을 나선 양반이 한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예약메시지만 보내오고 있으니 저는 걱정이 되어 잠도 오지가 않아요. 부탁합니다”.
그 말에 그녀의 아들 고명진 변호사가 말한다; “제가 지난 19일에 ‘J&W’ 정보업체에 의뢰하여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결과 오늘 오후에 확실한 정보를 하나 얻었어요. 그 내용이 PAPA에서 일하고 있는 퀴노네스가 지금까지 아버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지금 모처에 숨어서 지내고 있는 것이지요. 일단은 살아 계시는 것이니 저는 안심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김정화가 말한다; “그래, 그렇다면 다소 안심이 되는구나. 그렇지만 아직도 가족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계시니 여전히 위험한 상태가 아니냐? 그러니 명진아 내가 돈을 마련할 터이니 그 정보업체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부탁을 해다오. 나는 참으로 걱정이 된다… “.
그때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던 김정화의 사위 김명훈이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모님, 사실은 지난 7월초에 장인어른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리고 긴히 한가지를 질문하셨어요. 그 내용이 ‘혹시 평양에 친척 가운데 아는 분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일가 고모와 고무부가 그곳에 살고 계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먼저 깜짝 놀라서 묻는다; “김서방, 그것이 무슨 말인가? 어째서 김서방의 친척이 평양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째서 형님이 자네에게 그런 질문을 하셨는가?... “.
의사인 김명훈이 숨김없이 말한다; “저의 집안은 본래 이북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월남(越南) 가정이고 실향민들이지요. 그러니 부모님이 한국에 미련을 두지 아니하고 일찍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오셨지요. 그런데 가까운 일가들이 여전히 평양에 살고 있어요. 그 가운데 아버지의 재종 누이의 남편이 북한에서 유명한 정치경제학자이지요. 그 이야기를 제가 장인어른에게 말씀드렸습니다만… “.
그 말을 듣자 고범수가 흥미가 있어서 얼른 물어본다; “김서방 그러면 그 일가 고모부의 성함이 무엇인가?”. 김명훈이 어쩔 수가 없는지 그 자리에서 밝힌다; “사실은 북한이 자랑하고 있는 천재이지요. 그 이름이 나윤철 박사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많습니다. 벌써 고희가 되셨지요… “;
고범수는 그 이름을 머리속에 저장한다. 형 고현수가 평양에 살고 있는 나윤철 박사의 이름을 기억하고서 서울에서 온 설유섭 박사와 함께 지난 7월달에 워싱턴DC를 방문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형이 메시지 가운데 담고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하는 것이 북한과 관련이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정보를 가지고 고범수가 일단 한국으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를 탄다. 그때가 2022년 9월 26일 월요일 저녁이다. 그는 서울에서 누구부터 만나고자 하는 것일까?...
'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현수의 7일 기록18(손진길 소설) (0) | 2022.10.30 |
---|---|
고현수의 7일 기록17(손진길 소설) (0) | 2022.10.29 |
고현수의 7일 기록15(손진길 소설) (0) | 2022.10.27 |
고현수의 7일 기록14(손진길 소설) (0) | 2022.10.26 |
고현수의 7일 기록13(손진길 소설) (0) | 2022.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