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15(손진길 소설)
짜르가 통치하는 제정(帝政) 러시아의 시대를 끝내고 공산주의 소비에트연방으로 탈바꿈한 러시아는 그 옛날 짜르의 꿈을 이제는 공산주의 혁명의 수출로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유럽에서 두차례나 큰 전쟁이 발생하고 유럽대륙을 석권한 히틀러의 나치군대가 1941년에 소련을 정복하고자 내침한다;
그 옛날 나폴레옹의 침략에 맞서 러시아가 나라를 지킨 그 경험을 되살려 소련은 전통적인 ‘청야(淸野)전술’을 구사한다. 그것은 침략군을 내륙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그 도중에 있는 모든 들판을 불태워서 적으로 하여금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실로 고육지책인 것이다.
그에 따라 침략군은 병참선이 길어져서 진격의 속도를 늦추게 되지만 그 반면에 식량부족으로 인민들이 굶어서 죽는 등 전쟁의 상처가 너무나 심대하다. 그와 같은 고통을 감수한 결과 그후 소련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고범수가 이제부터 그 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는 과연 무엇을 파악하게 되는 것일까?...
소련이 비록 ‘청야전술’을 사용하여 나치군대를 물리쳤지만 2천만명 이상의 백성이 전쟁으로 희생을 당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소련은 독일의 나치군대를 결사적으로 추격하면서 차제에 동유럽을 전부 차지함으로써 그 피해의 배상을 확실하게 받고자 한다;
한편 세계 제2차 대전에 속하는 또다른 전장 태평양의 전쟁에 있어서는 소련이 신묘하게도 전쟁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 미국의 참전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일본제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기습적으로 남진한다.
그 당시 1945년 8월에 미국이 일본에 두차례나 핵폭탄을 투하하였기에 소련은 그 틈을 이용하여 일제가 차지하고 있던 만주와 북한 그리고 사할린을 단숨에 점령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소련의 지나친 팽창정책을 보고서 전후에 미국은 공산권 대(大)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실시한다;
특히 1949년 후반에 장제스의 국민군이 마오쩌둥의 공산군에게 패하여 중국본토에서 타이완 섬으로 쫓겨나고 만다. 더구나 1950년 6월에는 소련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북한 김일성의 공산군이 적화통일을 하고자 한국으로 남침한다. 그것을 보고서 미국은 유엔군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3년후 1953년에 휴전에 들어간다.
그때부터 미국을 위시한 자유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이 지원하는 공산진영 사이에 차가운 전쟁 곧 냉전(cold war)체제가 구축이 되고 만다;
그것은 무서운 군비경쟁이다. 그 결과 1991년에 소련이 미국과의 경쟁에 져서 그만 붕괴되고 그 대신에 러시아연방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빈사상태이다;
21세기에 홀로 세계의 패권국이 된 미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 북방의 나라 러시아연방을 경제적으로 지원하여 키우기 시작한다. 그 방법이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와 가스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한 것이다.
그것은 러시아로 하여금 장차 공산진영의 리더 자리를 두고서 중국과 경쟁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미국의 장기적인 전략이다. 고범수가 그와 같이 미국의 의도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러시아연방의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수준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다시 팽창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상과 꿈이 과연 무엇일까? 고범수가 그 점을 깊이 생각해본다.
그 결과 고범수가 다음과 같이 추론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연방의 군사력은 미국에 이어 여전히 세계 제2의 규모이다. 그것을 활용하여 러시아를 20년이상 통치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그 옛날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일단 구(舊) 소련의 위성국가들을 다시 러시아연방의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은 2014년에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이어서 2022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다. 고범수가 생각하기로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전쟁은 묘하게도 1853년에 발발한 크림전쟁을 다시 보는 것과 같다.
19세기에 러시아의 황제인 짜르가 서방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우선 오스만제국의 터어키를 침공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제정 러시아의 서방진출을 억제하기 위하여 크림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미국이 러시아연방의 서방진출을 막기 위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에 적극적이다.
지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천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쟁 명분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맹에 가입하고 나토와 동맹을 맺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러시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 옛날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의 전쟁 명분과 매우 닮아 있다.
그런데 미국으로서는 차제에 푸틴이 일으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하여 러시아연방을 그 옛날 소련처럼 와해하려고 시도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고범수가 그 점을 깊이 생각한다. 그 결과 그가 얻은 결론이 다음과 같다;
(1) 중국은 혼자서 미국의 경제적인 봉쇄전략을 돌파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동원하여 중국의 숨통을 조이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하자 더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힘을 소진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 해답이 바로 군사강국인 러시아를 동원하여 미국과 국지전을 벌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2) 비록 군사력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2위라고 하더라도 러시아연방의 경제규모는 그 1할도 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장기전을 치를 수는 없다. 그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애초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자 전쟁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예상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미국이 뒤에서 군사지원을 하자 코사크 전통을 가진 우크라이나가 죽기 살기로 항전하고 있는 것이다;
(3) 늪이 되어버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빨리 발을 빼는 것이 상수이다. 그러므로 푸틴은 어느 정도의 명분과 실리만 챙기고 철수를 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20년 장기집권의 명분이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인데 그것이 수포가 되고 나면 더 이상 독재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러시아연방이 계속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중국이 석유와 가스를 무진장 수입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러시아연방이 경제적으로 숨을 쉬고 있다;
(4) 하지만 그러한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이 될 것인가?... 러시아연방의 군사력만으로는 더 이상 전장에서 버티기가 힘이 든다.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협박을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막무가내이다. 미국도 크게 겁을 먹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푸틴이 핵 단추를 누른다고 하면 그것은 자멸의 시나리오이다. 과연 어떠한 묘수가 나타날 것인가?...
(5) 고범수가 그 전쟁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따져보고 있다;
1) 첫째로, 푸틴의 러시아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20세기 말엽의 소련처럼 붕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핵을 껴안고서 재정적자에 허덕이다가 공중분해가 되는 것을 말한다.
2) 둘째로, 중국이 군사지원에 나서서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아니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핵무기를 제외한다고 하면 그 전쟁에서 승자가 누구일까? 아무래도 러시아와 중국이 패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방법을 사용하지는 아니할 것이다.
3) 셋째로, 적당한 선에서 약간의 실리를 챙기고 푸틴이 전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뒷수습이 어려워진다. 그 경우 러시아연방에서 정쟁이 발생할 것으로 고범수는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범수는 푸틴이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시도한 러시아연방의 팽창정책이 패착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도 그 점을 깨닫고 적당한 선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협력관계를 정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에 따라 러시아연방은 전후에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러시아연방이 어려워지면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 사이에 분열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은 연해주와 사할린 지역이 새로운 경제적인 동맹을 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고범수가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중국에 대한 대전략에서 살핀 바와 같이 중국이 최악의 경우에는 공중분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와 발맞추어 러시아 역시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쌍둥이 형 고현수가 자신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범수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있다. 과연 미래가 그렇게 펼쳐질 것인가? 일단 고현수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리면서 그 문제를 계속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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