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2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1. 3. 10:25

고현수의 7일 기록21(손진길 소설) 

 

2022107일 금요일 서울에서 고범수는 조카 고명진이 보내어준 문자를 카톡으로 받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J&W 정보업체가 제게 보내준 소식입니다. 아버지가 무사히 미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북쪽에서 추격하는 팀을 따돌리고 캐나다로 들어간 것입니다. 며칠 후에 서울에 들어가실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숙부님의 도우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카 명진 올림”.

참으로 반가운 내용이다. 따라서 고범수는 그 소식을 직접 전해주기 위하여 파주에 살고 있는 설유섭 박사를 만나고자 집을 나선다. 자유로를 타고서 서울을 벗어나 북쪽 파주 방향으로 가고 있다. 들판에는 가을의 정취가 한창이다. 고범수의 마음도 오래간만에 여유롭고도 풍요로워지고 있다. 고현수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설박사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고범수가 사전에 기별하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도로변에 세우고서 그 집의 대문에서 벨을 누르고 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오른쪽 복부가 화끈거린다. 그 다음 자신의 몸에서 고무풍선처럼 바람이 빠지고 있다. 고범수가 정신을 잃고 문간에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쓰러지면서 대문에 머리가 크게 부딪친다. 그 소리가 고즈넉한 골목길에 굉장히 크게 울리고 있다. 그 광경을 멀리 떨어져 있는 맞은편 건물의 3층에서 두 사내가 유리창으로 내다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그 가운데 한사람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망원경으로 보니 정확하게 오른쪽 복부에 맞았어. 이제 고현수는 사망 아니면 중상이야.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금년에는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이야. 잘했어. 굿잡! 얼른 정리하고 여기를 떠나자고… “;

그 말에 긴 총 망원렌즈로 저격지점을 끝까지 살피고 있던 사내가 장총을 거두면서 아쉬운 듯이 대답한다; “머리를 갈겨버려야 했는데 조금 빗나가고 말았어요. 고현수가 운 좋게도 현장에서 바로 죽지는 않았네요. 그렇지만 그는 중상 아니면 사망이지요. 그만 가시지요!... “.

저격수가 장총에 소음기를 부착했던 모양이다. 고범수는 자신이 저격을 당했지만 그 순간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대신에 그가 누른 벨 소리와 그의 머리가 대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설박사가 대문 옆 쪽문을 열고서 문간을 확인한다. 고범수가 복부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다.

설유섭 박사가 급히 119로 신고한다. 구급차가 신속하게 달려온다. 인근병원으로 옮겨진 고범수가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간다;

 설박사가 보호자가 되어 종합병원에 긴급수술을 요청한 덕분에 조속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한국의 재계에 두루 친분을 가지고 있는 설유섭 박사의 영향력이 파주에서도 쓸모가 있는 것이다.

그 덕택에 고범수가 목숨을 건지고 있다. 다행히 폐를 상하지 아니하고 복부의 중요한 장기의 손상도 면하고 있다. 멀리서 날아온 총탄이 장기와 소장 사이를 뚫고서 지나간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고범수는 수술 후 경과가 좋다. 따라서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머문 다음에 락파의 특별지원으로 비밀리에 1인용 특실로 병실을 옮기고 있다. 그때부터 사설 경호원들이 일반인의 출입통제에 들어간다;

 가족으로는 유일하게 과천에 살고 있는 아내 차이란과 장모 이순임만이 출입하고 있다. 

고범수가 중상을 면한 이유는 다분히 설유섭 박사의 빠른 판단과 대응 때문이다. 설박사는 자신의 집 대문간에서 고범수가 총을 맞고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그때 그는 고범수가 어째서 총상을 입고 있는지를 얼른 깨닫고 있다.

그래서 설박사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미국에서 고현수 변호사가 무사히 탈출하여 파파의 그물망을 벗어났기에 그 놈들이 우리집 인근에서 망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들은 고범수고현수로 오인하여 해치우려고 한 것이야!... “.

그렇게 판단한 설박사는 119구급차를 불러 고범수를 얼른 큰 병원 응급실로 옮긴다. 급히 수술을 받도록 조치한 다음에 그는 락파의 상황실에 연락을 취한다. 당장 취해야 하는 행동이 두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설박사의 창창한 목소리가 다음과 같다; “설유섭 박사입니다. 일이 급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다음과 같이 즉시 시행해주세요. 첫째, 고현수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일단 은신하라고 하세요. 놈들이 노리고 있어요. 이번에 동생 고범수가 대신 총에 맞았으니 지금부터는 고현수 변호사가 당한 것으로 철저하게 위장해야 합니다. 둘째… “;

설유섭 박사가 두번째로 내리고 있는 지시사항이 묘하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고현수 변호사의 부인 김정화 박사에게 급히 연락하여 조속히 그곳의 재산을 정리하고 로스앤젤레스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주를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자녀들도 전부 그와 같이 이주를 하라고 전하세요. 그 자리에 있게 되면 파파의 보복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미국의 가장 큰 이익집단 PAPA의 능력에 대하여 한국에서 설유섭 박사만큼 알고 있는 인물이 없다. 그는 파파의 심기를 거슬리는 경우 당사자와 그 가족은 반드시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만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설박사는 고현수 변호사가 미국 애틀랜타에서부터 파파의 지부조직에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을 때부터 오늘과 같은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뉴욕 북쪽에서 천우신조로 고현수가 파파의 추격을 따돌렸다. 그때부터 파파는 고현수가 한국으로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설박사의 집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점을 설박사가 예상하고 있었기에 사전에 피신 중인 고현수 변호사에게는 자신의 집을 방문하지 말도록 부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와 같은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고현수의 쌍둥이 동생 고범수가 설박사의 집을 찾아오다가 형 대신 총을 맞은 것이다. 하기야 일란성 쌍둥이이므로 쉽게 구별할 수가 없는 고현수고범수이다.

한편 캐나다에서 변장을 하고 신분을 위장하여 한국에 들어온 고현수ROKPA에 참여하고 있는 절친 강영우의 집에 머물고 있다;

 용산고 동창인 강영우가 고현수의 절친이 된 사유가 기이하다. 고교시절 고현수는 문과 톱이었고 강영우는 전교 10등 정도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고교시절에는 서로 공부하기에 바빠서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지를 못했다. 그런데 고현수가 서울법대에 진학하고 졸업하기 전에 벌써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30세 남짓 되었을 때에 벌써 서울지방법원에서 이름이 난 판사였다.

그런데 하루는 강영우가 집으로 자신을 찾아왔다. 고등학교 동창이므로 고현수가 그를 반갑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강영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수야, 나는 문리대를 나와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기업에 취직을 하지 못하고 개인사업을 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

강영우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나는 대학을 다니다가 군을 마친 다음에 복학을 했어. 그런데 그만 86년에 데모에 앞장을 섰다가 체포를 당하고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찾아왔어… “;

그 말을 듣자 고현수가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다. 그래서 도중에 말한다; “눈에 안보이는 빨간 줄이 아직 지워지지 아니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 개인사업은 잘 되고 있니?... “. 그 말에 강영우가 일단 고개를 끄떡인다.

그 다음에 그가 천천히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서울지역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수산물유통업이야. 그런데 최근에 별자리 출신들이 수산물도매사업에 뛰어들어 지역분할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그래서 애로가 많아. 나는 주변에 크게 출세한 친구가 별로 없어. 그래서 고교동창인 현수 너에게 무작정 찾아온 거야!... “;

고현수가 듣고 보니 고교동창 강영우의 사정이 딱하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답변한다; “내가 별로 힘은 없지만 마침 국회 경제관계위원회에 아는 친구가 있어. 그를 통하여 한번 상세한 내용을 알아 볼께. 영우야, 오늘은 나와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하지!... “.

그날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강영우가 고맙다고 말하면서 돌아간다. 다음날 고현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한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국회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생각보다 일이 잘 처리가 되었다고 하는 전갈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고현수가 그동안 처리한 내용을 강영우에게 전해주었더니 그가 참으로 기뻐한다. 그리고 말한다; “현수야, 나는 학교에 다닐 때 너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사정을 헤아려서 잘 처리를 해주니 내가 큰 신세를 졌다. 그러니 다음에 살다가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무조건 나를 찾아오도록 해. 이 은혜를 내 반드시 보답해주마!... “;

그때부터 두사람은 막역한 친구사이가 된다. 그래서 고현수ROKPA를 만들 때에도 강영우에게 연락하여 그를 참여시켰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무작정 그의 집을 찾아가서 신세를 지고 있다. 그것은 PAPA로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는 은신처가 맞다.

그러다가 1010일에 고현수가 아직도 병실에 있는 쌍둥이 동생 고범수의 핸드폰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 내용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