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7일 기록(손진길 소설)

고현수의 7일 기록2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1. 5. 02:44

고현수의 7일 기록23(손진길 소설)

 

고범수설유섭 박사의 대문간에서 벨을 누르다가 PAPA가 보낸 저격수에게 피격을 당한 때가 2022107일 금요일 오후이다;

 그날 총알을 복부에 맞고 의식을 잃은 채 마치 마른 장작처럼 쓰러지면서 고범수의 머리가 문간의 쪽문을 그대로 들이박고 만다.

고범수가 이미 도어 벨을 눌렀기에 그 소리를 듣고 설박사가 인터폰의 화면을 통하여 누구인가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고범수의 얼굴이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면서 대문에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나고 있다.

설유섭 박사는 즉시 고범수가 쓰러진 것으로 생각하고서 급히 문간으로 달려 나간다. 고 차관보를 쓰러뜨린 자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면 설 박사 역시 피격의 대상이다. 그런데 설박사는 그 점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먼저 고범수의 상태부터 확인하기 위하여 달려나간 것이다. 그만큼 설박사는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다;

다행히 저격수들은 고현수를 쓰러뜨린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그들은 고현수의 쌍둥이 동생 고범수를 틀림없이 변호사 고현수인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PAPA의 지도부에서 골치를 앓고 있는 고현수 변호사를 해치웠으니 기분이 좋아서 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한편 설박사는 급히 119에 연락하여 복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고범수부터 인근 큰 병원 응급실로 옮기고 자신이 보호자가 되어 조속한 수술을 부탁한다. 평소 설박사가 살고 있는 파주시내의 큰 병원에서는 그가 어떠한 신분의 인물인지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재계와 친분이 두터운 설유섭 박사이기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을 그때 고범수가 크게 보게 된다. 아주 빠른 수술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이틀간 중환자실에서 지낸 다음에 곧바로 1인 특실로 옮겨져서 회복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아무래도 2달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설유섭 박사는 고범수를 병원응급실로 옮기면서 급하게 대책을 마련한다. PAPA에서 고현수가 한국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 이제는 미국에 있는 그의 가족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설박사 자신도 피격대상이 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평생에 정치학자로 살아온 설유섭 박사이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에 그의 대응능력이 남다르게 빠르다. 그와 같은 기민성과 대응능력이 학계의 지도자로 설박사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이다. 더구나 재계에서도 그와 같은 뛰어난 기지와 지도력을 지니고 있는 설박사에게 언제나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설박사는 재빨리 3가지 조치를 취한다; 첫째, 지난 7월에 미국의 가장 큰 이익집단 PAPA와 맺은 협약의 내용을 차제에 공개하는 것이다. 둘째, 고현수로 하여금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다시 은신하도록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셋째,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고현수의 가족을 한국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피신하게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고현수1010일에 동생 고범수의 핸드폰으로 그리고 ROKPA의 임원들의 핸드폰으로 일시에 메시지를 전송한다. 그 내용 가운데 PAPA와 맺은 협약이 들어 있는 것이다. 입원실에서 고범수가 아내 차이란의 도움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고현수의 가족들도 그 내용을 보았다.

고현수의 아내 김정화 박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자신의 저택을 급히 처분한다. 그리고 아들 고명진의 가족과 딸 고순애의 가족에게 말하여 그들의 거주지를 로스앤젤레스로 옮기게 한다. 그와 같이 서둘렀기에 2023년 새해가 되자 그들은 이미 LA한인촌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새해가 되고 열흘이 지나자 서울에서 절친 강영우의 집에 은신하고 있던 고현수가 그 모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그때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설유섭 박사에게 연락하여 안전하게 제3의 장소에서 만난다. 물론 그동안의 경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상의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고현수가 설박사에게 말한다; “설박사님, 제 동생을 급히 병원으로 옮기고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가족도 덕분에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여 안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설득하여 평양의 국무위원장과 서로 통일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게 하셨으니 정말 큰 일을 하셨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설유섭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이 늙은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고변호사야 말로 엄청난 고생을 하셨지요. 지난해 8월중순부터 PAPA조직에게 쫓겼으니 벌써 반년이나 고난 가운데 살아간 것이지요. 이제는 그 세월이 지나고 빛을 보게 되었으니 축하 드립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고현수 변호사 역시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정말 축하를 해야 할 일은 남북간에 이제는 한민족연방을 창설하자는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나윤철 박사가 어떻게 설득을 했나요?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만… “.

그 말에 설박사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윤철이 그 친구가 머리가 비상하지요. 그가 내게 그 경과를 알려주었어요.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김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했어요.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껴안고 인민들이 마냥 굶주릴 것이 아니라 정권의 안전과 경제개발이라는 2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자!고 말입니다. 그 말에 김위원장이 귀를 기울였다고 했지요… “;

설박사의 설명 그대로이다. 당시 평양의 주석궁에서 나윤철 박사의 말을 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대안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선택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요? 미국에서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내놓지 않으면 결코 경제제재를 풀어주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말이요!... “.

나윤철 박사가 천천히 말한다; “우리가 끝까지 핵무력을 지킬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니 미국이 더욱 세게 나오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만약 핵무력을 다른 곳으로 넘긴다고 하면 문제가 달라지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최고지도자 동지!... “;

그 말을 듣자 김정은 위원장이 얼굴색이 변한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질문한다; “나 박사, 지금 나보고 적들에게 핵무력을 넘기고 달리 살길을 찾으라고 말하는 것이요. 내가 핵무력을 포기하는 즉시 그들은 나를 제거하고 우리 인민들을 노예처럼 부리려고 할 것이요. 나박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반역이요!... “.

그 말에 나윤철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단순하게 지금까지 그렇게만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살길을 뻔히 두고서도 그 길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

김정은 위원장이 순간 나박사의 얼굴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비로소 놀라운 책략이 들려온다; “저는 우리 북과 남이 연방을 만들고 거기에 핵무력을 관리하게 만들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구태여 우리를 제재할 필요가 없지요. 만약 그들이… “.

김위원장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서 나윤철 박사가 한꺼번에 설명한다; “미국이 만약에 한민족이 만드는 연방을 똑같은 방법으로 제재한다고 하면 그것은 한국과 적이 되겠다는 말이 되지요.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한쪽 팔은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그 방법이 일거양득이지요. 게다가 연방을 통하여 우리 북한을 경제 개발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최고지도자 동지!... “;

그 말을 끝까지 듣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복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렇지요. 남한과 함께 연방을 구성하고 거기에 핵을 넘긴다고 하면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할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연방이 되면 한국의 경제와 북한의 경제가 한 몸이 되니 우리 인민에게도 이익이지요. 그렇다면 나 박사, 내가 무엇부터 하면 되는 것이요?... “.

나윤철 박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먼저 비밀리에 한국의 대통령과 상의를 하십시오. 그리고 합의가 되면 그때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를 만나 지지를 얻도록 해야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들이 일희일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

나박사가 잠시 숨을 돌리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 한민족이 하나가 되면 주변에 강국이 하나 생기게 되니 그것을 염려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일부 완화가 되니 그것을 좋아하겠지요. 그러니 최고지도자 동지가 그들을 요령껏 잘 설득하셔야 합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나는 2018년에 벌써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한 경험이 있어요. 더구나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의 주석과는 자주 만나온 사이이지요. 그러니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어요.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내게 맡기세요, 하하하… “.

그때가 202210월중순이다. 그때부터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외교전을 펼치느라고 바쁘다. 과연 한국과 북한이 한민족연방을 만드는데 대하여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