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90. 빌레몬(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4. 13. 22:24

90. 빌레몬

 

(1)   사도 바울이 일년이상 장기 체류하면서 선교를 위한 모 교회를 개척한 곳은 시리아의 안디옥(11:26, 13:1), 그리스의 고린도(18:11), 소아시아의 에베소(19:8-10), 그리고 로마이다(28:30-31). 그런데 에베소에서는 회당에서 삼개월 가르치다가 장소를 두란노 서원으로 옮겨 일종의 성경학교를 개설했다. 그 곳에서 바울은 에베소 출신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골로새, 라오디게아, 히에라볼리 출신 성도들까지 모아서(19:9-10, 1:7, 4:13) 한꺼번에 이 년간 집중적으로 말씀공부를 시켰다. 그 결과 고향으로 돌아간 졸업생들이 교회를 많이 개척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교회가 골로새교회였다. 그 이유는 두란노 서원 출신인 부자 빌레몬이(19:10, 1:19) 동향인인 에바브라(4:12, 1:23), 아킵보(4;17, 1:2)와 협력하여 골로새의 자기 집에 가정교회(house church)를 먼저 세웠기 때문이다(1:2). 일찌기 예수님을 만난 부자 청년은 주님을 따르는 것보다 재물 관리가 더 소중했다(10:22). 그렇지만 골로새의 부자 빌레몬은 마치 빌립보 성의 자주색 옷감 장수 루디아처럼(16:14-15, 40) 복음을 받아 들이자 자신의 집을 선뜻 교회로 사용하게 내놓았던 것이다. 빌레몬은 그 자신의 이름의 뜻 그대로 사랑을 간직한 자였다. 그는 사랑과 믿음으로(1:5) 골로새교회를 섬겼으며 후에 교회의 감독이 되었다.

(2)   사도 바울은 빌레몬을 우리의 사랑을 받는 자요 동역자라고 불렀다(1:1). 나이는 바울이 훨씬 위였다(1:9). 그렇지만 바울은 빌레몬을 평소 동무로 생각했다(1:17). 그래서 바울은 그에게 무리한 청탁을 한 가지했다. 그것은 주인인 빌레몬의 곁을 말없이 떠난 바 있는 종 오네시모를 용서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1:10-18). 사도 바울이 노예 신분인 오네시모를 자유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그 주인인 빌레몬에게 부탁할 수 있는 근거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미 오네시모가 바울의 전도로 회심하여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었기 때문이다(1:10-12). 형제를 종으로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21:2). 둘째는, 갇힌 자에게 자유를, 종에게 속량함을 주는 것이 주님의 뜻이기 때문이다(1:16, 20, 58:6). 그 뜻에 순종해야한다(1:21). 셋째는, 만약 오네시모의 속량 비용을 요구한다면 바울 자신이 이를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1:18). 당시의 노예 제도에 따르면, 주인의 허락없이 집을 떠난 종은 사형감이었으며 그러한 형편의 노예를 발견한 자는 즉시 주인에게 신고하고 되돌려주어야 한다. 주인의 허락을 얻지 아니한 채 남의 종을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심각한 불법 행위가 되는 것이었다. 사도 바울이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종임을 알았을 때는 즉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했어야만 했는데 그는 위법을 했다. 그러므로 겉으로 보면, 빌레몬에게 보낸 바울의 편지는 오네시모를 용서해주고 속량해달라는 내용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바울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것이다. 빌레몬은 주님안에서 그 두 사람을 모두 용서했다. 빌레몬의 사랑과 믿음을 확신하고 있었던 사도 바울의 믿음은(1:21) 헛되지 아니했다. 빌레몬은 이미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서 주님의 뜻을 따를 각오를 하고 있었던 자이었다.

(3)   전설에 따르면, 빌레몬이 AD 64년경 네로 황제의 기독교인 탄압 때 돌에 맞아서 순교했다고 한다. 그 진위여부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빌레몬의 믿음이 순교자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빌레몬의 아름다운 믿음은 바울 서신 빌레몬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이 글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나님의 구원이 어떠한 모습인가를 가장 단순하게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모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왜냐 하면, 오네시모가 우리 자신이라면 사도 바울이 중보자이며 빌레몬은 하나님의 대역이라는 역할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깊은 내용을 떠나서 생각해 보더라도, 초대교회시절 사랑과 믿음으로 교회를 섬기고(1:5) 용서와 희생의 삶으로 주님의 기쁨과 그리스도의 평안을 성도들에게 널리 전해준(1:20)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이 있는데 그 자의 이름이 바로 빌레몬이라고 결론삼아 말할 수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