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뵈뵈
(1) 뵈뵈(Phoebe)는 “순결”이란 뜻이다. 그 이름을 가진 여성이 성경기록상 최최의 “여집사”(deaconess)로 로마서에 나타나고 있다(롬16:1). 사도 바울이 뵈뵈편으로 ‘로마서’ 편지를 로마교회에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겐그레아교회의 일꾼으로(a deacon of the church at Cenchreae, NRSV)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천거하노니 너희가 주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고 무엇이든지(whatsoever business, KJV) 그에게 소용되는 바를 도와줄지니 이는 그가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a benefactor, NRSV) 되었음이니라”(롬16:1-2). 위의 짧은 글에서부터 적어도 다음 세 가지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첫째로, 뵈뵈가 겐그레아교회의 개척자이자 목회자라는 사실이다. NRSV(new revised standard version) 성경이 “a deacon”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이 말은 “a minister”의 의미라고 부연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겐그레아교회는 AD 51년경 설립되었는데 그 시기는 그 곳 출신인 뵈뵈가 이웃의 큰 도시 고린도에서 사도 바울로부터 일년 육개월간 집중적으로 말씀공부받은 후이다. 그러므로 겐그레아교회는 그 개척자인 뵈뵈가 목회를 책임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둘째로, 뵈뵈는 스승인 사도 바울의 편지 로마서를 가지고 로마로 들어가고 있지만 그 곳에 자리를 잡고 훗날 바울의 로마 방문을 준비하고자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JV성경이 “사업(business)”이라고 번역할 정도로 뵈뵈는 뛰어난 여성 사업가였던 것같다. 셋째로, 그녀는 사도 바울 뿐만 아니라 겐그레아교회를 방문하는 아볼로와 같은 순회설교자(a circuit preacher)들 그리고 여러 선교팀을 경제적으로 많이 후원했다. NRSV성경이 “benefactor”라고 번역하고 있는 말은 로마시대의 표현으로는 “patron”에 해당한다. 당시의 후원자인 Patron은 숙식은 물론 여행경비까지 일체를 책임져주는 가장 든든한 재정적 보호자를 의미했다. 이와 같이 뵈뵈는 사업을 통하여 번 돈을 복음전파를 위하여 아낌없이 초대교회 설교자나 선교사에게 보람있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2) 뵈뵈가 사도 바울을 처음 만난 장소는 고린도로 추정된다. 겐그레아출신인 그녀가 사업차 인근 대도시 고린도에 갔다가 AD 51년경 그 곳에서 성도들에게 말씀공부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는 바울 일행을 만난 것이다(행18:11). 사도 바울은 그의 제2차 선교기간중 유럽을 최초로 방문하였으며 마케도니아 지방을 거쳐서 그리스의 고린도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 곳에서 그는 무려 1년 6개월간 주님의 제자들을 길러내었다. 그 이유는 인근 지역에 그들을 파송하여 현지인들이 직접 교회를 개척하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바울의 판단은 옳았다. 말씀공부에 적극 참가했던 뵈뵈가 여자의 몸이지만 자신의 고향인 겐그레아에 돌아가서 바로 교회를 개척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사도 바울은 그 열매를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그래서 그는 겐그레아를 떠날 때 그 곳에서 이발을 하면서 모종의 결심을 하고 하나님께 서원했던 것같다(행18:18). 안디옥, 에베소, 로마에 이르기까지 고린도에서처럼 주님의 제자를 제대로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지역선교에 나서도록 하자. 그리스도의 복음내용에 대한 최상의 깨달음을 히브리성경 70인역과 예수님의 전승 그리고 헬라 학문으로 이를 뒷받침하여 젊은이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치자.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정확하게 그리고 그 깊은 내용까지 아는 자가 영생의 말씀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자임을 바울이 확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요17:3, 행18:22-23, 19:10, 20:3, 28:30-31). 그동안 여러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회당에서 주로 말씀선포하는 방식 이른 바 단기선교에 치중했던 바울이 이제는 선교전략을 장기적 안목에서 제자 훈련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것은 뵈뵈와의 만남과 교육 도중에 그녀가 보여준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3) 제2차 선교를 마치고 사도 바울이 시리아 안디옥 모교회에 가서 선교보고를 했다(행18:22). 그 곳에서 성도들을 가르치다가 얼마 후 제3차 선교여행을 떠났다. 이와 같이 쉽게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로, 유대 땅이 가까운 안디옥교회에는 예루살렘에서 올라온 사도와 장로들이 이미 제대로 이방인 성도들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로,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서 터어키 땅과 유럽 땅에 선교기반을 마련해 두었기에 여행 경비에 크게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AD 58년경 뵈뵈는 고린도에 들른 사도 바울을 다시 만났다(행20:3). 이미 오륙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 그녀는 겐그레아 지역에서의 목회적 성공과 사업적 성공으로 이제는 로마 제국의 수도인 로마로 들어가서 선교도 하고 사업도 하려고 했다. 마침 사도 바울도 3개월간 고린도에 머물면서 로마선교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이 때 사업가적 안목이 탁월한 뵈뵈의 식견이 도움이 되었다. 이 시기는 그동안 AD 49-54년 사이에 발효되어 있었던 “로마에서의 유대인 추방령”이 글라디우스 황제가 죽고 제5대 황제인 네로가 즉위함으로써 거의 폐지된 상태였다. 그래서 로마인 성도들만으로 그동안 운영되고 있었던 로마교회내에 다시 헬라파 유대인 성도들이 일부 복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교회운영의 주도권이나 복음에 대한 해석권은 로마인 성도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이에 따라 유대인 성도들이 고린도에 와있는 바울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때마침 뵈뵈가 로마에 입성하고자 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기독교 윤리까지 곁들인 로마서 편지를 완성했다. 그리고 말미에 로마교인들에게 바울이 천거하는 유대인 성도들의 말을 경솔히 여기지 말고 귀담아 들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 편지를 뵈뵈가 지니고서 로마로 먼저 들어갔다(롬16:1-2).
(4) 뵈뵈가 사도 바울을 다시 만난 것은 3년후 AD 60년경 로마에서였다. 바울은 로마의 셋집에서 가택연금생활을 하고 있었다(행28:30-31). 뵈뵈는 같이 따라온 의사 누가와 디모데와도 만났다. 로마서 편지를 받아본 이후 로마교인들이 바울의 복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로마로 다시 돌아온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 등의 증언을 통하여(롬16:3-5) 바울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 여러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지도 들었다. 그러므로 뵈뵈는 바울의 가택연금이 풀리기를 기다리면서 더 큰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바울이 평소 꿈꾸고 있었던 유럽의 서쪽지역 선교에 나설 계획이었다(롬15:23). 서바나(스페인)까지 가는 바울의 제4차 선교여행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었으며 여기에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여성 사업가 뵈뵈가 앞장을 서고 있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디모데가 아직 젊다는 이유로 스승 바울을 수행하였으며 의사 누가는 주치의 신분으로 동행했다(딤후4:11, 딤전1:2-3). 로마 서방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후 바울은 AD 67년경 네로에 의하여 로마에서 순교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4차 선교내용은 사도행전기록에서 빠져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의사 누가가 데오빌로 각하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의사 누가로 부터 사도들의 움직임을 보고받아야만 하는 로마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그가 AD 61년쯤에 그 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울의 후계자인 디모데가 자신의 글을 남기지 아니함으로써 여장부 뵈뵈의 그 후 초대교회에서의 활약상도 더이상 전해지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도 바울에게 힘이되고 선교의 먼 지평을 함께 바라보았던 여집사 뵈뵈의 존재는 짧은 글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94. 사도 요한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0) | 2022.04.15 |
---|---|
93. 아볼로(작성자; 손진길 목사) (0) | 2022.04.15 |
91. 디모데(작성자; 손진길 목사) (0) | 2022.04.14 |
90. 빌레몬(작성자; 손진길 목사) (0) | 2022.04.13 |
89. 루디아(작성자; 손진길 목사) (0) | 202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