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94. 사도 요한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4. 15. 03:03

94. 사도 요한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1)   사도 마태가 그의 복음서에서 시몬 베드로와 그 형제 안드레그리고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이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받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갈릴리 해변에서 공생애를 막 시작하신 예수님이 그들을 부르시자 그들은 생업과심지어 부친까지 버려두고 곧바로 예수를 쫓았다”(4:17-22). 그와 같이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오로지 예수만을 따라나선 그들이었기에 훗날 열두 사도 가운데에서 우열(優劣우수한 것과 열등한 것의 서열)을 논할 수 없는 수제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일반적으로성격이 적극적이며 포용력이 있고 리더다운 연장자 시몬 베드로가 수제자라고 알려지고 있지만 열두 사도 가운데 신학적 깊이를 그 속에 담고 있는 영적 깨달음들을 체계화하여 책으로 남긴 자는 단연코 사도 요한이다그의 복음서와 서신서는 사도 바울의 것과 쌍벽을 이루며 그의 계시록은 성경전체의 결론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나이가 어린 제자 요한이 어떻게 그와 같은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게 된 것일까그의 가계(家系집안의 계보)와 스승인 예수와의 관계 그리고 초대교회와 함께하는 그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그 점을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는(15:40, 27:56) 예수의 이모이다(19:25). 그런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과 같은 친족이며 엘리사벳이 최초의 대제사장 아론의 자손이다(1:36). 그러므로 자연히 사도 요한의 어머니 역시 아론 대제사장의 후예이다(1:5). 그리고 요한의 아버지인 세베대 또한 예수님 당시의 대제사장 집안과 잘 알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레위 지파로 추정이 되고 있다(18:15). 역사적으로다윗 왕조와 대제사장 가문이 스룹바벨과 예수아의 시대 이후에(3:8-13) 급격하게 쇠퇴해버렸지만 제2성전시대 500년동안 대제사장 가문의 후예들은 끈질기게 기다려왔다다윗의 자손 메시아가 나타나서 다윗 왕조를 재건할 때 그를 도와서 그들도 대제사장 가문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던 것이다그 결과 살로메는 조카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자 그의 두 아들을 메시아 왕국의 대제사장 자리에 임명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던 것이다(20:20-21). 사도 요한은 그의 친형 야고보와 함께 그와 같은 대제사장 아론의 후손인 어머니와 역시 레위 지파인 아버지의 숙원(宿願오래된 소원)을 가슴에 간직한 채 그토록 열심히 이종사촌 형 예수의 뒤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2)   그런데 어이없게도 메시아로 믿어 의심하지 아니했던 이종 형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하고 말았다마지막 그의 유언은 큰 이모 마리아를 잘 봉양해달라는 것이었다기가 막혔다삼 년 반 동안의 공부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그들 네 사람은 맥없이 갈릴리 해변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그런데 어머니 살로메와 이모 마리아는 예루살렘에 며칠 더 머물기를 원했다예수의 시신에 향품이나마 좀더 발라주고자 했다그리고 자식을 가슴에 묻게 된 이모 마리아는 그 발걸음이 계속 장자의 무덤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래서 며칠 더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는 사이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이는 것)할 사건이 발생했다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그것은 선지자가 스스로 부활한 것이었다일찍이 선지자가 죽은 자를 살려낸 경우는 있지만 스스로 무덤에서 되살아난 경우는 전무후무(前無後無)했던 것이다그것도 생전의 몸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는 부활의 몸을 입고서 되살아난 것이었다그때 비로소 사도 요한은 공생애기간 동안 스승 예수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모든 말과 가르침이 하나 둘 이해되기 시작했다스승은 제자들에게 일단 갈릴리로 돌아가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말했다갈릴리 해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40일간 지난 3년 반 동안의 가르침을 총 복습하게 되었다(24:44-48). 그리고 목자로 임명받았으며(21:15-22) 지상명령까지 수령하게 되었다(28:16-20). 또한 지상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령의 능력을 받게 되었다(24:49, 2:1-4). 그때부터 초대교회를 형성시킨 것은 성령을 받은 사도들의 역사였다성령의 능력은 사도 베드로를 통해서 크게 역사했다그리고 성령님은 베드로 옆에 항상 요한을 동행시켰다(3:1-11, 4:3-4, 19, 8:14-17, 25). 그 이유를 사도 요한은 몰랐다그 전에도 왜 스승 예수가 소위 그들 3인방’곧 시몬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 자신을 꼭 데리고 변화산상으로(9:2-13), 또는 겟세마네 동산까지(14:32-42) 올라갔는지도 몰랐다그러나 그것은 훗날을 위한 세심한 배려였던 것이다사도 베드로는 변화산상의 예수님이 바로 부활승천하신 주님이심을 증거했다(2:25-36). 사도 야고보는 그 옛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행한 스승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의 내용처럼 자신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AD 44년경 헤롯 아그립바1세의 박해 때 목숨을 내놓았다(14:36, 12:1-2). 이제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행적을 그 모든 일의 목격자인 사도 요한이 자신의 깨달음과 함께 송두리채 초대교회에 증거해주고 후세에 글로써 남겨두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3)   AD 67년경 제5대 로마황제 네로에 의하여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이 순교를 당하였다그리고 AD 70년 예루살렘 멸망 이후 다른 사도들도 동방과 남방 선교에 나선 이후 종적이 묘연했다초대교회는 예루살렘교회를 상실했지만 여전히 로마알렉산드리아안디옥 등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마침내 예수님과 공생애를 함께했던 사도로서는 요한 자신밖에 남아있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 모든 교부와 초대교회의 성도들이 사도 요한을 쳐다보고 있었다이제는 요한이 무언가 그들에게 말을 해야할 때였다그와 같은 시대에 사도 요한에게 생긴 변화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것이었다첫째로그 급한 시기에 하나님은 오히려 사도 요한을 마치 옛날 미디안 광야에서의 모세처럼 수십 년간 공부를 시키셨다둘째로천둥과 우뢰처럼 급하고 불같은 성격을 자꾸만 누그러뜨리도록 만들고 계셨다(3:17, 요일3:11, 23). 셋째로모세가 말년에 모세오경을 저술한 것처럼 사도 요한에게 그와 똑같은 은혜가 임했다왜 사도 요한을 뒤늦게 수십 년간 공부시키셨을까그 이유는 간단했다헬라 철학과 학문에 물든 그 시대 사람들에게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헬라 철학과 학문에 대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사도 요한은 갈릴리의 부자 세베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가 젊은 시절 세상 학문을 제대로 공부했다는 흔적이 없는 사람이다갈릴리 호수 가에서 풍어기(豊漁期물고기가 풍성하게 잡히는 시기)에는 부친을 도와서 어구(漁具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손질하고(4:21) 동료들과 고기잡이를 하기에 바빴던 청년이었다(4:18, 21:1-3). 어부로서 잔 뼈가 굵어진 요한을 뒤늦게 에베소에 보내어 틈틈히 목회를 하는 와중에 헬라어 문장에 능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의 세월이 필요했다복음서를 살펴보면스승이 처형 당하는 십자가 아래까지 그 자신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쫓아간 의리와 용기의 사나이가 사도 요한이었다(19:26). 그리고 급하고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9:49, 54). 그는 세상적인 출세의 야망도 컸다(9:46, 22:24, 10:35-41). 그와 같은 사도 요한을 하나님은 에베소의 목회자로 그리고 “사랑의 사도”로 계속 성숙시켜나가신 것이다그리고 어느듯 그 옛날 모세처럼 사도 요한도 그의 노년에 이르고 있었다.

 

(4)   혼자 남은 고독한 노인에게 오히려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가 임했다사도 요한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요하난’인데 그 뜻은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다”이다돌이켜 보면하나님의 은혜는 요한으로 하여금 메시아의 이종사촌으로 태어나게 했고 예수님과 공생애를 함께하는 사도로 택정했으며 스승을 가장 가까이 모시는 수행비서의 역할까지 맡게했다그 모든 배려가 노년에 와서 열매를 맺었다결실하기 위하여 주어진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는 하늘이 열리고 계시의 영이 요한에게 영적으로 그리고 지성적으로 함께하신 것이다그래서 사도 요한은 AD 90년대에 80세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음서와 서신서 3편 그리고 자신의 계시록까지 저술할 수 있었다. 요한복음은 마태마가누가 등 기존의 공관복음(共觀福音관점을 같이하고 있는 복음서들)과는 다르다왜냐 하면헬라 철학과 학문을 받아들여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술하였기 때문이다그렇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헬라 철학과 학문이라는 지성적인 인간의 생각과 인식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시공간을 모두 초월하여 영원히 존재하시는 유일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인간의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한 마디로요한복음은 지성인들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능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는 귀중한 복음서이다동시에 그것은 기독론(Christology)의 뿌리가 되고 있는 초대교회의 신학서적인 것이다근본적으로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의 갈등구조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하는데 있다환언하면신본주의와 인본주의의 조화가 근본문제인 것이다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사도 요한이 그의 서신서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핵심요지는 하나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데 그 능력은 반드시 형제 사랑이웃 사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요일3:9-24). 사도 요한은 그의 계시록을 AD 95년경 도미티아누스 황제때 ‘밧모 섬’에 유배되어 있는 동안에 기록했다(1:9). 그때 그는 하늘이 열리고 종말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이 환상과 계시로서 그에게 전해져오는 것을 경험했다(1:10-20, 4:1-6:2). 성경책 66권의 대미(大尾긴 것의 끝부분)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 사도 요한의 계시록인데 그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창조되고 거룩한 성 예루살렘이 하늘에서부터 이 땅으로 내려왔다그리스도가 신부를 맞아들이듯이 믿는 자와 믿고 죽은 자들이 부활하여 그에게로 인도되었다하나님을 믿고 그 말씀대로 살아간 자는 결국 세상을 이기고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그들은 창조주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행동하면서 천국에서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도록 조치되었다새 예루살렘 성에서 생명수와 생명나무 실과를 얻게 된 것이다”(21-22).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사도 요한이 믿음의 후배들에게 남기고자한 계시와 깨달음의 마지막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끝까지 지켜 자신의 인생 가운데 선악과를 따먹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고 생명과를 얻게 된다는 진술이었던 것이다(2:9, 17, 3:24, 21:6-8, 22:1-5). 요컨대성경은 선악과로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거쳐서 사도 요한의 결론처럼 생명나무의 실과를 얻게 됨으로 그 모든 계시가 일목요연(一目瞭然한 눈에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하게 마무리되고 있다사도 요한은 자신의 계시록을 남긴 채 소아시아 땅에서 소천(召天하늘로 불리어 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결론적으로열두 사도의 깨달음과 성취를 총정리하여 후세에 전해준 자가 바로 사도 요한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