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1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3. 31. 05:20

사바 사바 사바하13(손진길 소설)

 

서기 1985년초에 경주지역에서 큰 초상이 나고 있다. 조상대대로 북천지역에서 큰 지주로 살고 있던 이씨 집안에서 가주 이천수가 별세를 하였기에 발생하고 있는 초상이다. 두 딸이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르고 있다. 가주는 아들이 없고 부인마저 2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기에 두 명의 사위가 나서서 장례준비와 진행을 도맡고 있다;

큰사위가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한욱 검사이고 둘째사위가 경주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종수 검사이다. 두사람의 장인이 워낙 누대에 걸쳐서 경주의 유지로 살아온 집안의 가주이므로 문상객이 많다. 따라서 서울과 구룡포에 살고 있는 두 사위의 부모님들이 나서서 나이가 든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다.

정종수의 부모님은 지금은 서울에서 한식당을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경주시내에서 한식당을 오래 경영한 적이 있다. 따라서 두사람이 경주의 오래된 유지들을 많이 알고 있어 그것이 경주의 명망가인 나이가 많은 문상객들을 접대하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가주 이천수의 동생들도 장례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장례의 절차가 모두 끝나자 일종의 문중회의가 간단하게 그 집에서 열리고 있다. 그 자리에서 문중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산지와 위토 답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산은 모두 고인의 유언에 따라 두 딸에게 상속하게 한다고 원만하게 결정이 된다;

그렇게 손쉽게 법적 절차가 마무리가 되고 있는 이유는 병석에서 일년간 지내면서 가주가 벌써 동생들에 대한 상속을 마치고 문중에 대하여서도 따로 등기를 마무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주인 큰딸 이세나와 둘째 딸 이세경은 큰 재산을 취득하게 된다.  

부인이 큰 재산을 상속하게 되자 검사인 두 사위 강한욱정종수가 큰 꿈을 꾸고 있다. 부인이 가지게 된 그 큰 재산이면 자신들의 꿈을 한번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인 그들이 현실적으로 꿀 수 있는 출세의 꿈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검찰조직에서 빨리 진급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지방이 아니라 중앙으로 진출하여 그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는, 부장검사까지 진급한 다음에 지청장이나 검찰총장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이 되면 재빨리 고향에서 출마하여 국회로 진출하는 것이다.

강한욱과 정종수는 모두 지방인 경북의 경주와 구룡포에 연고가 있다. 따라서 그들은 서로가 꾸고 있는 꿈이 비슷하다. 과연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먼저 출세를 하고 정치적인 입지를 다질 수가 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서울대 법대 동기 동창이며 절친이지만 사법고시 합격은 강한욱이 일년 빠르다. 그리고 그가 손위 동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강한욱과 이세나 부부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1985년 여름에 벌써 서울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아 상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정종수도 서울로 발령을 받고자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상경하여 대학 동문인 선배 검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정종수는 자신이 집안의 독자인데 서울에서 오래 한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나이가 든 부모님을 이제는 자신이 편하게 모셔야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와 같은 정종수의 호소가 먹힌 것일까? 1985년 가을에 정종수도 서울로 발령이 난다. 따라서 정종수와 이세경 부부가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종로구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게 된 정종수 검사가 3개월전에 먼저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이자 손위 동서인 강한욱 검사를 다시 만나게 된다.

두사람은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강한욱이 먼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여보게 종수, 자네와 내가 이제서야 서울에 입성하여  둘이서 한잔 거하게 하면서 회포를 풀고 있어. 우리 이제는 서울에서 쭈욱 검사생활을 함께 하자고. 나는 그것이 좋아!... “;

정종수도 같은 마음이기에 속 시원하게 말한다; “당연한 말씀이지요. 그동안 지방에서 오래 근무했으니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 서울에서 쭉 근무를 해야지요. 같은 동기동창이지만 한욱이 자네가 나보다 고시가 일년 빠르니 먼저 진급을 하세요. 내가 그 뒤를 바짝 쫓아갈 테니까, 하하하… “.

그 말이 씨가 된 것일까? 그 뒤에 두사람이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근무를 함께하는데 항상 강한욱의 진급이 일년 씩 빠르다. 그것을 보고서 1992년에 정종수가 과감하게 국회에 파견근무를 신청한다;

검찰청내에서 자신이 진급에서 밀린다면 이제는 국회에 파견나가 2년간 근무하면서 정치적인 진출을 할 수 있는 방도를 한번 찾아보고자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정종수의 그러한 판단과 행동이 그 다음 그의 변신에 현실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19932월에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여 문민정부를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1980년에 시작된 신군부 출신 두 대통령의 시대가 마감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출범하고 있다;

 그동안 보안사와 안기부의 눈치를 크게 보던 검찰청이 이제는 서서히 검찰권력을 독자적으로 휘두르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검찰 출신들이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는 5년 동안에 정치권에 많이 들어오게 된다. 그와 같은 변화를 정종수가 국회에서 파견근무를 하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국회파견근무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1994년에 서울지방검찰청에 복귀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정종수는 1997년말에 과감하게 검사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인 경주로 내려가서 변호사로 개업을 한다. 그는 고향에서 정치적인 기반을 다져 국회의원이 되어 다시 상경하고자 작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정종수의 정치적인 꿈이 언제 성취가 되는 것일까?...

그와 같은 시기에 변호사 우창윤과 스님 김법승의 이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 이유는 우창윤이 1997년에 로펌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승승장구를 하면서 그의 이름이 법조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오래 불교철학을 연구한 스님 김법승이 1997년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그 다음에 김법승은 자신이 오랜 세월 공부하고 연구하여 터득한 불교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김법승이 불교에 관한 책을 저술하여 출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쉽고도 유익해서 대중에게 널리 읽혀지면서 큰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이 입을 모아 스님 김법승이야 말로 뛰어난 학승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회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송원길이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다; “김법승이 뒤늦게 종교학과에 복학하여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열심히 불교철학을 전공하더니 드디어 나름대로 꿈을 펼치고 있구나!… “.

특히 송원길은 김법승과 동갑내기 죽마고우이기에 그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법승이는 진작부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친숙한 불교철학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지. 십여 년 전에 우리들에게 벌써 사바 사바 사바하의 불교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 것이야. 좋은 친구이지… “.

송원길은 1997년 가을에 죽마고우 4총사가 전부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1995년에 서초동 꽃마을 인근에 법조타운이 조성되었기에 모임장소를 일부러 강남에 있는 음식점 별실로 정했다.

그날 송원길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다; “이 자리는 우리의 꼬마시절 동무인 정종수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고향 경주로 내려가게 되었기에 급히 마련한 것입니다. 더구나 금년에 로펌을 출범시킨 우창윤 변호사와 불교를 대중에게 알리는 책을 발간하여 빅 히트를 한 김법승 스님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축배를 듭시다!... “;

축배가 끝나자 정종수가 그 자리에서 한마디 한다; “모두들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나 혼자 경주로 내려가고 있구만. 변호사 개업을 아무래도 고향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려가고자 하니 고향에 들리면 나를 찾아들 주시게나. 부탁해요…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정곡을 찌르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종수형, 그거 대어를 낚기 위해서 낙향하고 있는 것 아니요? 아무래도 고향에서 표를 모아 여의도로 입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내 눈에는 보이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

그 말에 정종수가 지지 아니하고 역시 웃으면서 응수를 한다; “이거 역시 도통한 스님의 눈을 속일 수가 없어요, 하하하그러니 이제부터는 법승 스님이 이 불쌍한 중생을 위하여 소원성취를 할 수 있도록 불공을 많이 드려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

그 말을 듣자마자 스님 김법승이 합장을 하면서 말한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사바 사바 사바하. 정종수 변호사는 고향에서 날개를 달고 승천하여 여의도에 자리를 잡을 지어다. 옴마니 반메훔, 불쌍한 중생이여일단 한번 그렇게 살아보시게나, 헐헐헐… “;

그 말을 듣자 얼른 정종수가 말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우리 법승 스님의 염불 감사합니다. 나중에 그대로 이루어지면 내가 한번 거하게 사겠습니다. 하하하… “. 그 말에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고 있다.

분위기가 그렇게 무르익어 가자 우창윤 변호사가 한마디 한다; “이번에 서초동 법조단지에 로펌을 차렸어요. 나 혼자 한 것은 아니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친구 변호사들과 함께 차린 것이지요. 각자 전공분야가 있으니 함께 일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투자를 했어요. 그러니 앞으로 많이 선전해 주세요…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종수가 한마디를 한다; “창윤아, 축하한다. 너는 법조계에서 신의가 있고 지도력도 있다고 정평이 나 있으니 이제 로펌도 성공할 것이야. 그리고 이제사 고향에 내려가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게 되는 내게도 성공의 노하우를 좀 가르쳐 주시게. 나도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모두들 웃고 있다. 부자인 정종수가 그렇게 말하니 그것도 말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 격려하면서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는 죽마고우 4총사들이다.

그들은 이제 몇 년 남지 아니한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사바 사바 사바하 주문처럼 그들의 인생살이는 어떠한 마법의 모습으로 펼쳐지게 되는 것일까?...